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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돼지>는 심상대 작가님의 세 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아이고, 이런 시작부터 감방[깜빵]이라니... 네네, 이 곳은 교도소 제1위탁공장으로 신입 출역수가 들어왔습니다. 뭐지, 그러면 영화처럼 신입을 괴롭히거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건가. 신입 중 두 남자는 기계조로 배정됩니다. 바로 털보와 빈대코. 하지만 여기에서 부르는 명칭은 이름도, 별명도 아닌 '사장님'입니다. 나이가 어리면 이름을 부르지만 웬만큼 나이 먹은 수용자는 모두 사장님이라 통칭하고, 예외적으로 조직폭력배 구성원이나 수감생활 오래된 빵잡이들끼리는 호형호제하고 지낸다고 합니다. 털보와 빈대코는 기계조에 배치되어 조장 '쇼군'을 만나면서 같은 감방생활이 시작됩니다. 제1위탁공장 기계조가 하는 일은 쇼핑봉투 손잡이 끈을 꿰는 구멍을 뚫는 일을 합니다. 처음엔 겁먹었던 털보와 빈대코는 기계조의 조장이 잘해줘서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59년생 기해생 돼지띠 동갑내기라는 이유만으로 애잔한 우애의 감정을 느낍니다. 세상에나, 감방에서 든든한 동갑내기 친구가 생기고 법 없이 살아도 될만큼 선량한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다니 이것을 행복이라 말해야 하나. 짠하고 뻐근한 행복감. "사장님, 인생이 참 엉성해요. 어물어물하다가 끝나버린 여름방학 같거든요. 방학숙제 하나도 못 했는데 벌써 개학이구나 하고 놀라던 여름방학 말입니다." ( 110p) 서른네 살의 청년 수용수 레옹이 한 말입니다. 소년범으로 시작해 17년이란 세월을 무기수로 지내는 레옹의 죄명은 살인에 사체유기, 사체훼손입니다. 그는 신도 인간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소설이라면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 징역살이 마치면 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정말 의외의 스토리입니다. 물론 털보와 빈대코의 시점으로 바라본 감방 생활이라서 평온한 듯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어마무시한 범죄를 저지른 무기수들도 있고,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형태의 범죄들 때문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보다는 법을 몰라서 '어쩌다 깜빵' 신세가 된 사람들과 초짜 수용수 털보와 빈대코 그리고 또 한 명의 돼지띠 빠빠용에게 더 초점을 맞췄을 뿐... 교도소는 역시나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되뇌이게 됩니다. "그래...... 힘내라 돼지!" (30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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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라고 해서 무슨 범털이라도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심상대 작가는 58년 기해생, 그러니까 돼지띠 아저씨들이 중심이 된 썰을 풀어 주셨다. 국내 재소자들의 수는 5만 명 정도라고 <힘내라 돼지>는 말한다. 그 중에 초범은 반수 그리고 나머지 반 정도는 계속해서 세상과 감옥을 오가는 선수들이란다. 털보 아저씨와 빈대코 아저씨들은 제각각 사연을 지닌 기결수다. 털보 아저씨는 주유소 사업을 하다가 처삼촌인가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제 사업을 말아 먹고 결국 교도소에 오게 되었다. 후자는 늦장가 끝에 얻은 아내가 이웃집 샛서방과 바람이 나서 자신의 재산을 털어 먹고, 감따는 장대로 자신을 후려쳤다고 합의 대신 멀쩡한 남편을 깜빵에 보내고 이혼수속을 밟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챙기는데 성공했다. 본명 대신 특징이나 별명으로 통하는 깜빵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제각각이다. 망치는 망치로 사람을 잡아서 망치가 별명이 되었고, 범털스러운 이름의 쇼군도 있다. 어쨌든 이들은 기계조에 투입되어 리벳을 쇼핑백에 박아 만드는 작업장에 출역나온 선수들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간단한 출역조차도 마다하고 마냥 즐거운 기결수 생활을 즐긴다. 하긴 사회와 격리된 교도소 생활을 즐겁게 생각할 이가 누가 있겠냐만. 하지만 깜빵도 사람이 사는 곳인지라 천태만상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심상대 작가는 사회의 밑바닥 중에 밑바닥인 깜빵이라는 공간을 소설의 무대로 골랐을까? 어쩌면 작가는 바로 그런 곳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런저런 이유로 사람들이 갇혀 있다고 해서 무언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욕망들도 거세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교도소에 있다고 해서 그들에게 교정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출소하기만 하면, 바로 한 탕 하려고 벼르는 선수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다. 출소하는 대로 사회에 나가 주유소를 차리려는 털보의 문제는 결국 돈이다. 주유소 하나를 차리고 기름을 채워 넣으려면 최소한 3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징역을 산 이에게 누가 그런 거금을 선뜻 빌려 주려고 하겠는가. 같이 기계조 생활을 하면서 동갑내기 정이 담뿍 든 빈대코 아저씨는 사회에서 하던 과수원이야말로 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시는 양반이다. 서로에게 위안을 얻으면서 그 둘의 동지애는 굳건해져만 간다. 나중에 합류한 전직 국회의원 출신 빠삐용 아저씨는 교도소에서 모든 종류의 요리 기술을 배워 레스토랑을 차릴 꿈에 젖어 있다. 백세 시대, 이제 절반 조금 넘게 돈 기해돼지 삼총사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은 맹세한다. 다시 말해서 패자부활전을 꿈꾼다는 것이다. 소설에 ‘어쩌다 깜빵’이라는 표현에 자주 등장하는데, 징역살이를 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교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 아무래도 교도소에 다녀온 이들을 편견을 가지지 않고 냉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을 듯 싶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편견 교정부터 시작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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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림자 놀이>,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저스티스맨>, <우리 사우나는 JTVC 안봐요>... 근간에 내가 읽은 세계문학상 작품들이다. 이 책 역시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김별아의 <미실>이나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도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이다. 사실 베스트셀러나 ㅇㅇ상 수상작이라는 작품을 찾아서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을 자주 읽게 되었다. 잘 읽혔다. 소설인데도 우리네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을 작품들이 가지고 있었다. 고단한 우리네 삶을 똑바로 바라보는 관점이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또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심상대라는 작가의 이름때문이다.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었던 느낌인데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 찾아보니 많은 작품이 보인다. 여태 그의 작품을 왜 읽어보지 못했을까?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낄낄거렸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듯이 그 장면들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툭탁거리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아서. 소설의 배경은 빵이다. 먹는 빵이 아니라 감옥, 다시말해 죄수들의 은어로 '빵'이라 불려지는 감방이다. 그러니 당연히 재소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같은 방에 배치된 털보와 빈대코는 59년생으로 돼지띠 동갑이다. 털보는 이곳에 오기 전에 주유소를 했고, 빈대코는 산골마을에서 과수원을 했던 사람이다. 앞으로 감옥살이를 같이 하게 될 사람들에게 신고식을 하면서 그들은 둘이 같은 나이라는 걸 알게 되고 바로 친구가 된다. "우리는 돼지띠 동갑이다! 앞으로는 누가 뭐래도 잘 살아보자. 우리는 죽어도 돼지고 살아도 돼지다!" (-29쪽) 그러다가 나중에 신입이 하나 더 들어오게 되는데 그게 빠삐용이다. 이 교도소에서 한가지 좋은 점은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이름이 박힌 우유가 나오지 않아서, 라고 말하던 빠삐용은 정치를 하던 사람이었다. 이렇게해서 셋은 죽어도 돼지, 살아도 돼지인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꿈을 꾼다. 어느 바닷가 작은 마을 국도변에 주유소를 하면서 혼자 살겠다는 털보의 꿈에, 그 주변의 산에서 과수원을 하면서 같이 살자고 빈대코를 슬쩍 끼워주고 나중에 들어온 빠삐용의 조용하고 공기좋은 섬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거기에 보태졌다. "그래.... 어딘가 있을거다. 정 없으면 우리 셋이 그런 마을을 만들면 되지 무슨 걱정이냐." (-279쪽) 이 돼지띠 '사장님'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재소자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겹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돼지띠 친구들의 일상을 쫓아가면서 우리네 삶의 여정을 돌아보게 된다. 저마다의 사연을 듣다보면 세상의 비정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어이없는 행동때문에 피식거리기도 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는 말처럼 한편의 희극을 보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듯한 서글픈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세사람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은연중에 돼지띠 친구들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책장을 넘겨가면서 하아~~ 한국사람들이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일단 관등성명부터 묻고 바로 서열정리에 들어간다. 나이가 한살이라도 많으면 형님이 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국에 찾아온 외국인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오히려 더 많은 정을 느낀다는 사람도 있으니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 듯 하다. 그런 정서가 있었기 때문에 털보와 빈대코와 빠삐용은 서로에게 이렇게 외칠 수 있었던 거다. "힘내라 돼지야!" "그래... 힘내라 돼지!" (-304쪽) 작가는 책의 말미에 작가의 말을 빌어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즐거운 날이 오리니, 마음은 앞날에 살고 지금은 언제나 슬픈 것이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지고 지나간 것은 또 그리워지나니...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이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한편의 시로 위로받고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선택과 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 어느 누군가가 전해주는 단 한편의 시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힘내라 돼지>, <울어라 돼지>, <기쁘다 돼지> 등 세권으로 이루어진 연작 장편소설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말이 보인다. 앞으로 펼쳐질 두번째, 세번째 돼지들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돼지들의 행로에 응원을 보낸다. 힘내라 돼지! 그리고 나도! /아이비생각
"天地不仁이라지 않소. 사장님이 아무리 좋은 사람이래도 세상살이는 공평하지 않습니다. 하늘이 이 사람 저 사람 가리고 살펴 복을 주고 화를 내리는 게 아니라는 건 우리가 겪어봐 알잖아. 그러니 맘 편히 먹고 여기나 저기나 다 같은 징역살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요."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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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도 다 사람사는 곳이다! 그리고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인생이란건 정답이 없으니까! 이 책을 통해 그동안의 또다른 나의 편견을 알게되고 반성하게 되었다. 심상대라는 작가는 이번 기회에 "힘내라 돼지"를 통해 처음 알게되었는데 일단 감옥이라는 극단적인 공간에서의 디테일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잘 살리는 재주에 감탄했고 (얼마나 많은 준비와 노력을 감당했을지에 고개가 숙여졌음!!!) 짧게짧게(두세장) 50가지 에피소드를 보여주는데 단 한장도 지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거기에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으며 읽는 내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책이기도 했다. 그렇다! 세상이 불공평하기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사연들이 있고 할말이 있었다. 내 기준에 안타까운 사람도 있고, 도저히 납득 불가인 사람도 있었지만 이 글을 읽고 확고해 지는 단 하나의 명제는 그들 모두가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람이기에 실수도 하고, 분노를 참지 못해 본인을 칸막이에 가두는 것이리라...... 개인적으로 빈대코에 애착이 많이 갔는데 (여자인 나이지만) 그의 부인의 행태에 신물이나서 도저히 눈꼽만큼도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결국 돈이겠지! 인생사 모든 문제는 돈에 귀결되는 게 무시하지 못하는 진실이긴 한가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책의 묘미는 상세한 감옥생활의 그것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수감생활을 하면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라는데 식탐, 물탐, 설탐이 드러난다고 한다. 나는 이 세가지중 과연 어디에 취약하려나 생각해보았는데 어느하나 자신이 없었졌다. 역시나 자유의지를 빼앗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주위에서 가끔 토론 아닌 토론을 하다보면 살인자는 살인하는 그 순간 다른사람의 인권을 침해했으므로 그 인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혹은 살인을 저지를 기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진작에 조치를 취해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봤다. 그 사람들 말이 무조건 옳다거나 그르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모든 상황을 흑백으로 가르고 정형화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보니 지난 주에 읽었던 책 공허한 십자가의 살인제도 생각과 또 연결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것이 또 내가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긴 하지만 역시나 답은 없다는 게 영 시원섭섭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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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장편 소설이다. 특히 웹툰만 보던 최근이라서 더욱 텍스트가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기도 했던 작품이다. 내용은 교도소라는 다소 이색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인공 두 사람은 곧 환갑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물로서 경찰서에서 교도소로 이감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주인공은 비로소 수감기간이 확정되어 미결수기 아닌 징역수가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마저 느끼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렇게 교도소로 옮겨와 자신이 일할 작업장을 배치 받는다. 함께 일하게 된 기계조 사람들은 살인죄를 짓고 무기형량을 받은 조장과 세 명의 조원이 있었고, 주인공은 ‘그야말로 선량하기 그지없는 말하자면 법 없이도 살 사람들’로 표현되는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한편, 노역과 달리 생활하는 공간은 또 다른 인원들로 구성된다. 마치 돈을 벌어 생계를 잇게 하는 회사와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일하는 공간과 생활하는 공간의 인원들이 다르게 구성된다. 제목을 ‘돼지’라고 표현된 이유는 일단 두 명의 동갑내기 주인공, 즉 털보와 빈대코가 모두 돼지띠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신분이 죄수임에도 불구하고 ‘힘내라’라고 붙인 것은, 등장인물의 인생을 법적 테두리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연민 혹은 측은지심에서 발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즉, 털보는 수십 년간 기름을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왔지만, 외상을 갚지 않는 거래처와 전처의 이기적인 행동 등으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되었고, 빈대코 역시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가 아내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 폭력을 휘둘려 징역을 살게 된 것으로 설명된다. 도덕적 혹은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 두 사람의 징역살이에도 그 나름의 연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처럼 인물들에 담긴 사연이 구구절절하는 것은 비단 털보와 빈대코의 일만은 아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러한 사연들에 대해 마치 옴니버스 식으로 설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작품은 나이든 복역수를 ‘사장’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거나 교도소 곳곳에 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상당한 취재를 동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들이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는 듯하다. 다만, 어쨌든 이와 같은 이야기는 소설 속의 소재로서만 만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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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돼지 저자 심상대 / 출판사 나무옆의자 소설은 빈대코가 교도소에 들어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교도소라는 처음 겪게 되는 두려운 현실에서 털보라는 동갑 친구를 만나 어렵지 않게 감빵 생활을 지내게 된다. 그리고 몇 달 후 빠삐용 이라는 동갑 친구 까지 더해져 빈대코는 종이봉투 만드는 일을 하는 교도소 작업실에서의 일과를 마치 친구와 소풍 온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작업장에서 만나는 돼지띠 친구들은 힘든 교도소 생활에서도 서로의 힘이 되어주며 미래를 꿈꾸게 된다. 과수원을 하다가 부인과 어머니 산소 이전 문제로 시작된 가정폭력으로 감방에 까지 들어오게 된 빈대코와 주유소를 하다가 사업 부도로 들어오게 된 털보는 출소후에 경치 좋은 곳에 주유소를 열고 그 옆에 과수원을 하자고 약속한다. 그리고 수감기간동안 직업훈련으로 한식, 중식, 프랑스 요리 등을 마스터한 바삐용의 식당도 그 옆에 차리기로... 작가 심상대는 이 책으로 동갑 친구들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 결심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70년대 태생인 나는 주변에 돼지띠 선배들을 떠 올려 본다. 입사 할 때만 해도 까마득한 상사들이었는데, 지금은 퇴직을 앞둔 그들... 퇴직해도 까딱 없는 재산이 있는 선배, 아무것도 없이 여위어야할 자식만 있는 선배, 어떻게 해서든지 1년이라도 더 버텨내려고 기를 쓰는 선배, 그리고 이미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선배도... 1958년생인 그들은 올해 딱 60세다. 아마 작가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전쟁 후 배고프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거쳐 80년대 민주화를 직접 손으로 이뤄내고 이제는 그저 꼬장꼬장한 선배나 꼰대로 불리고 있으면서도 이 사회에서 잊혀질 준비가 아직은 되지 않은 어정쩡한 나이. 60대를 앞둔 스스로의 위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하필 교도소라는 설정은 아마도 수감 전 학력도, 외모도, 집안도 상관없이 평등한(이 책에서 표현하고 있다) 곳에서 나이라는 공통점만으로 온전히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적 장치가 필요했었나 보다. 그리고 전혀 다른 세상을 살던 사람들이 교도소가 아니면 같이 사는 건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이들을 더욱더 돈독히 얽어맨다. 여고 수학선생님, 스님, 사장님, 게이(직업은 아니지만) 등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에피소드도 무궁무진하다. 소년범으로 시작해 17년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무기수인 레옹은 깡으로 많은 책을 읽어냈다. 출소하면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 바람난 여자 욕이나 하는 소설이라며 ‘마담 보봐리’,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에 철학이 없다 하고, ‘햄릿’, ‘죄와 벌’에 나오는 놈들도 다 죽일 놈들이라고 평한다. <본문 111쪽> “니가 생각하는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데?” “사장님........ 사람들한텐 다 자기 생각이 있고 자기 운명이 있잖아요. 의도하지 않았으나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이 있단 말이죠. 나는 그런 운명에 굴복하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그런 사람들의 자세에 대해 소설을 써요. 운명에 굴복하는 사람들의 장렬한 삶의 태도 말입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끝나버린 여름방학 같은 인생에 대해 변명하는 그런 좆같은 소설은 싫어요. 내가 지금 엉뚱한 곳에서 어정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서도 중얼중얼 지랄을 떠는 그런 소설은 싫어요.” 이렇게 이런 저런 사건들로 우애를 다지던 돼지띠 친구 세명은 빈대코의 갑작스런 이감으로 인한 이별로 마무리된다. 앞으로 이감간 빈대코, 여가수 출신과 펜팔중인 털보, 부인을 너무나 그리워하던 빠삐용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꼭 기다려지지도 않을 그들의 이야기지만 아주 조금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 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흥미를 끌기에는 주인공의 나이대가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재미로 꽉 찬 소설임은 틀림없다. 참 그리고 ‘백만송이 장미’ 가사가 이렇게 심오했던가? 다시 한 번 찾아보게 된다. 나만 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