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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학생들이 읽기에 좋은 시를 엮은 책입니다. 이 모임에서는 중학생들이 읽기 좋은 시 뿐만 아니라 소설, 생활글, 세계단편, 여행글 등을 지속적으로 펴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시 읽기만 해도 벌써 3권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먼저 펴낸 책입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김소월, 한용운, 조병화, 윤동주 등의 시와 교과서에 나와있는 시들, 그리고 번역된 세계시들을 읽은듯 싶습니다. 의미를 다 알지는 않았겠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시들은 베껴서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적당하게 끼워넣기도 하고, 따로 애송시 노트를 만들어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보내준 편지의 시작이나 말미에는 대부분 자신들이 좋아하는 싯귀들을 얹곤 했습니다. 요즘 아이들도 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시들이 중학생들의 정서와 좀 떨어졌다고 생각한 국어선생님들이 요즘 중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들을 가려뽑아놓았습니다. 그리고 주제를 나누어놓았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은 모두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해줄 수 있는 내용으로 엮은 듯이 보였습니다.
1. 시를 읽는 재미 2. 나, 세계의 중심 3. 가족, 이웃,삶 4. 작은 발견, 큰 기쁨 5. 지혜, 혹은 삶의 깊이 6. 흙, 고향, 생태, 생명 7. 그리움, 사랑의 아름다움 8. 시, 역사의 꽃
이책의 초판이 나온 해가 2,000년이니 벌써 16년이 지났습니다. 2012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꾸준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보니 처음 모임에서 의도한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걸 알수 있습니다.
책 속에 있는 시들을 김용택 시인의 시들처럼 이미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시도 있고, 학생들 작품도 있습니다. 교사들은 독자들이 시인의 유명세로 선입견에 갇힐 까봐 본문에는 시인의 이름만 써놓고, 약력은 뒤편에 따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시를 골라 읽을 줄 알고, 시를 암송해서 자신의 마음을 위로 받을 줄 알며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를 고르고, 시를 기억하며, 시를 외는 마음이 있다면 결코 주눅들거나 외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이 책에 실린 시들을 읽으며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읽으며 시를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읽으면서 슬며시 웃음 짓거나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었거나 기억에 남는 시 몇편을 옮겨 봅니다.
갈치 장수 / 김효성
자전가 타고 지나가는 길 "갈치 있어요." "갈치 있어요."
시장 한복판 작은 판 하나 위에 갈치 여러 마리
갈치 장수 옆 좁은 길
지나가다 넘어지면 갈치 아저씨
"갈치가 잡아당기냐"
시장 한복판 웃음꽃이 피어났다.
우리말 사랑4/서정홍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 죽으면 사망했다 하고 넉넉하고 잘 배운 사람들 죽으면 타계했다 별세했다 유명을 달리했다 하고 높은 사람 죽으면 서거했다 붕어했다 승하했다 한다
죽었으면 죽은 거지 죽었다는 말도 이렇게 달리 쓴다, 우리는
나이 어린 사람이면 죽었다 나이 든 사람이면 돌아가셨다 이러면 될걸
단풍/류근삼
개마고원에 단풍 물들면 노고단에도 함께 물든다. 분계선 철조망 녹슬거나 말거나 삼천리 강산에 가을 물든다.
쟁기/ 박운식
이놈 쟁기질 하는 것이 뭐 그려 똑바로 해야지 꾸불꾸불한 이랑 좀 봐
아버지의 큰 목소리 귀에 쟁쟁 들리네 살아온 세월 뒤돌아보니 꾸불꾸불 엉망이네
먼 곳을 봐야지 이랑이 똑바른 거여 코앞만 보고 쟁기질하니 저렇게 꾸불꾸불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