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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로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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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자리에 담긴 물이 쏟아지길 바라는사하라의 소녀처럼갈증이 찾아올 때마다앞뒤 없는 직진을 고백하는 상태들. 가슴 한가득 무지개를 품고투명함 속으로 두 눈을 드미는검고 창백한 구름을 구원으로 여기지 않도록 쳔사여,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떼어수면에 비친 태초의 창문에 매달아주오. '물의 오파츠' 중 일부  감각이 좋은 시인의 시집을 언제나 설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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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자리에 담긴 물이 쏟아지길 바라는

사하라의 소녀처럼

갈증이 찾아올 때마다

앞뒤 없는 직진을 고백하는 상태들.

 

가슴 한가득 무지개를 품고

투명함 속으로 두 눈을 드미는

검고 창백한 구름을 구원으로 여기지 않도록

 

쳔사여,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떼어

수면에 비친 태초의 창문에 매달아주오.

 

'물의 오파츠' 중 일부

 

 

감각이 좋은 시인의 시집을 언제나 설레게 된다.

h******5 2019.01.2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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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1] 봄의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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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있는 여백은 순조로웠다 벽화를 향해 창을 던지는 고대인처럼나의 사랑은 아직 문명을 모른다 빗나간 큐피드의 화살이 박힌 신촌 굴다리 아스팔트를 걷어낸 대지를 떠올리면최초의 발자국들이 들소 떼를 쫓아 내달리고동굴에서 태어난 아이는4천 년쨰 참았던 침묵을 운다 - <봄의 그라피티> 일부 오늘 딱 다섯권의 시집에서 아무데나 펼쳐서 읽고 그에 대한 시를 소개한다. 앞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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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있는 여백은 순조로웠다

 

벽화를 향해 창을 던지는 고대인처럼

나의 사랑은 아직 문명을 모른다

 

빗나간 큐피드의 화살이 박힌 신촌 굴다리

 

아스팔트를 걷어낸 대지를 떠올리면

최초의 발자국들이 들소 떼를 쫓아 내달리고

동굴에서 태어난 아이는

4천 년쨰 참았던 침묵을 운다

 

- <봄의 그라피티> 일부


 오늘 딱 다섯권의 시집에서 아무데나 펼쳐서 읽고 그에 대한 시를 소개한다. 앞오늘만 펼치는 이벤트성 리뷰다. 뭐, 주는 것이 없어서 아쉬운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봄처럼 따스한 마음이기 바라는 마음으로 올리는 리뷰다. 그 첫번째 봄의 그라피티. 순조롭게 출발하지만, 아직 문명을 모르는 빗나간 큐피드의 화살은 내게로 다시돌아온다. 아프고 아프니, 참지 못해 우는 수밖에. 삶이 그렇게 흘러간다. 그냥, 아픈 채로 나를 데려가라며, 그것도 나라며 속으로 울고 있는 누군가가 속삭인다. 오늘, 아픈 시가 오고 있다.

 

 

h******o 2019.01.19. 신고 공감 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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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로렌의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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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하게 된 시집이다. 기혁의 소피아 로렌의 시간. 처음 이 시인의 이름을 보면서 '기형도'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그의 시에서는 기형도가 언급된다. 같은 본(근본 본)을 따르지는 않지만 같은 '기'라는 성 씨. 그런 것 때문일까. 이 시인은 기형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따라하네? 이런 느낌이 아니다. 이 시인만의 색깔로 슬픔, 우울, 불안 이런 감정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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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발견하게 된 시집이다. 기혁의 소피아 로렌의 시간. 처음 이 시인의 이름을 보면서 '기형도'가 떠올랐는데, 역시나 그의 시에서는 기형도가 언급된다. 같은 본(근본 본)을 따르지는 않지만 같은 '기'라는 성 씨. 그런 것 때문일까. 이 시인은 기형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따라하네? 이런 느낌이 아니다. 이 시인만의 색깔로 슬픔, 우울, 불안 이런 감정들을 녹였는데 이것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 재독하면서도 느낀다. 이 시집. 참 좋다.

i***3 2020.02.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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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하지만 번복되지 않는 것들이 시간의 우산살 아래로 흘러...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야속하지만 번복되지 않는 것들이 시간의 우산살 아래로 흘러...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내용보기
나는 세상과 아주 막역한 사이였다. 나는 이제 세상과 그저 막연한 사이인 것만 같다. 나는 세상 근처를 서성거린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시간에 주눅 들거나 하지 않았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 물 한 바가지를 요청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마중물 같은 것이 없어도 언제나 콸콸 물을 쏟아내는 수동 펌프가 있는 마당이 있었고, 한 켠에선 톱날 모양의 이파리를 지닌 잡초가 자라
"야속하지만 번복되지 않는 것들이 시간의 우산살 아래로 흘러... 기혁, 소피아 로렌의 시간" 내용보기

  나는 세상과 아주 막역한 사이였다. 나는 이제 세상과 그저 막연한 사이인 것만 같다. 나는 세상 근처를 서성거린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시간에 주눅 들거나 하지 않았다. 불쑥 문을 열고 들어가 물 한 바가지를 요청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마중물 같은 것이 없어도 언제나 콸콸 물을 쏟아내는 수동 펌프가 있는 마당이 있었고, 한 켠에선 톱날 모양의 이파리를 지닌 잡초가 자라는 중이었다.

 

“이곳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이지만, 방바닥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면 약간의 현실이 묻어 나온다... 애인을 사랑한다면 약속은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말려드는 것이라는 생각. 이곳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이지만, 그릇을 내다 놓으면 정오의 부재를 담을 수도 있고 쌓여가는 부재를 내려다보면 유년의 담배 연기를 입에 담을 수도 있다... 입술을 통과하지 못한 말들이 두피를 꿰뚫는 밤이면 누군가의 현실도 검고 구불거린다. 이곳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이지만, 모래가 다 흘러내린 2분 57초마다 뒤집어진다. 당신과 나의 기다림이 처음 천장을 만들었을 때 유리관을 왕복하는 모래가 보였다. 사막여우는 길들이는 것보다 발달시키는 편이 낫다. 나처럼 아무도 썩지 않은 당신이 사상누각으로 서 있다.” - <소피아 로렌의 시간> 중

천 개의 문장을 쓴 백 일 동안의 일기와 백 개의 문장으로 쓰는 천 일 동안의 일기를 비교하는 중이다. 후자에서 남겨진 구백 일 분량의 일기는 모래시계에 갇혀 있는 모래 아닌 것과도 같다. 흡족한 시간은 모래가 아니라 모래 아닌 것에서 더욱 반짝거릴 수도 있다. 시간이 만약 흘러가는 것이라면 어디에서 어디로, 의문을 품어보았자 소용이 없다. 시간은 그저 가혹한 무쓸모의 존재여서, 존재론적 의미를 갖는다.

 

“유리창에 찍힌 공상을 닦아내면 유년의 홍등가엔 네온사인이 반짝거린다 한 번도 타인의 인생을 감전하지 못한 기억들이 살아 있는 나무처럼 낙엽을 흩뿌렸다 피복이 갈라진 고압의 삶을 지탱할수록 소음과 광증의 콘크리트에선 지린내 가득한 민들레가 봄꿈을 피운다 무심코 나침만을 대어본 달동네 외로움이 높은 것이라면 서로를 끌어당기는 자취自炊가 있다.” - <전신목> 중

 

고양이는 어쩌면 자취自炊의 동물이다. 고양이 용이가 없는 시간을 헤아리던 일을 그만두었다. 고양이 용이의 죽음을 알리는 게시글을 향하여 뒤늦게 도착한 안부글에 슬픔이 제아무리 짙어도 시간의 탈색을 견딜 수 있을까, 라고 답글을 달았다. 아직 사라지지 않는 생각에는 촉각이 가득하다. 그 풍성하였던 총천연의 시간들, 러닝 타임은 고작 십칠 년이었지만 아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이다.

 

“한강 // 투신율은 올랐으나 / 사망률은 떨어지는 이상한 / 부활의 기분 // 한강수로 소나무를 키우며 죽음을 다짐할까?” - <헬보이Hellboy> 중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울음은 계속되었고, 처음에는 고양이 용이가 고양이 용이에 해당하는 울음을 불러냈지만 이제는 모든 울음들이 고양이 용이를 불러내는 중이다. 속절없는 울음의 낙하는 시간의 우산으로도 막아지지 않고, 우산살만 남은 시간은 애초에 소용도 없었지만, 물웅덩이 가득한 포도를 껑충거리기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지만, 우두커니 손에 들고 있기에는 시간만한 것이 없다.

 

“사랑은 몸에 새긴 행선지로 길을 잃는 것, / 오래 멈춘 사람에겐 / 막다른 길에서만 그린 허공의 지도가 있다 // 비가 내리는 날 / 병아리를 사러왔던 아이들을 따라 / 부재하는 약속을 이야기한다 // 슬픔이 수수께끼가 되어 계단을 내려간다” - <육교 위에서> 중

 

야속하지만 번복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역광으로 까매진 얼굴처럼 점차 확인 불가능의 세계로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필경사의 마지막 순간, 손바닥에 적어 놓은 어떤 메모는 밝혀지지 않는다. 손아귀가 벌어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 묻히게 될 수도 있다. 모래가 떨어지고 뒤집히고,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고, 손아귀기 펼쳐지면 그제야 드러나게 될 어떤 문구 같은 것들이 시가 된다.

 

 

기혁 / 소피아 로렌의 시간 / 문학과지성사 / 171쪽 / 2018 (2018)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2.2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