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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럼없는 시간이 또다시 봄을 알려 왔다. 아내의 부재와 함께 맞는 낯선 계절. 지난해 아내는 혼자서 맞아야 하는 낯선 계절들을 선물처럼 한아름 남겨 놓은 채 이 세상과 이별했다.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준칙 앞에서 나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만발한 목련이 왠지 낯설고, 어제오늘 이어지는 꽃샘추위도 무덤덤하다. 나는 그렇게 예년에 없던 탈색된 봄을 갓 고등학생이 된 어린 아들과 함께 맞는다. 시간의 미끄럼틀을 한바탕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가면 그리운 아내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영원한 외출>을 읽었던 건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리뷰를 남겨야지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나는 번번이 무너졌다. 속절없는 시간만 흐르고 슬픔은 잦아들지 않았다. 먹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오늘의 여린 봄햇살처럼 눅진한 슬픔의 시간 속에서 푸석한 시간들이 간간이 지나가는 동안 나는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 <영원한 외출>을 애써 외면한 채 그리운 이의 얼굴을 차마 그리워할 수 없었다.
"마음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는 비유를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내 마음속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것은 그리 크지 않은 나 혼자 쑥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다. 들여다보면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깊이도 알 수 없다. 한동안은 그 구멍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슬펐다. 그것은 추억의 구멍이었다. 구멍 주위에 침입방지 철책이 있어서 안으로는 도저히 들어가지 못한다." (p.155)
자식이 없었던 삼촌의 죽음과 곧이어 맞이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작가는 담담한 필체로 말하고 있다. 만화로만 읽어내던 작가의 마음을 그림이 없는 산문으로 읽는다는 건 왠지 낯설기만 했다. 그럼에도 감정이 깃들지 않은 듯한 단문의 간결한 문장들이 오히려 더 슬픔을 자아내게 한다고 느꼈던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퇴원하여 오사카의 집에 머무는 동안 작가는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을 사 가거나 아버지의 어릴 적 추억들을 들으며 남은 시간들을 보낸다.
"소중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잃었다고 해도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그것이 흰나비를 대신하는 나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힌트는 바깥에, 사람 수만큼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p.98)
지난해 가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내가 처음으로 마주했던 절망은 아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도 이제 더 이상 물어볼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아들이 어떤 사람을 아내로 맞이했으면 하고 바라는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늙어갔으면 좋을지, 그 어떤 사소한 질문도 내게 답을 해줄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막막함. 아내가 살아 있을 때 나는 왜 진작 그런 질문들을 묻지 않았을까 하는 자책은 깊은 회한으로 밀려왔다.
"슬픔에는 강약이 있다. 마치 피아노 리듬처럼 내 속에서 커졌다가 작아졌다. 커졌을 때에는 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파도도 사라질 거라는 예감과 함께 슬퍼하고 있다. 구름이 끼어서 신칸센에서 후지산은 보지 못했다. 대신, 오렌지색 아름다운 저녁놀이 펼쳐졌다. 창에 이마를 대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예쁜 저녁놀도 아버지는 이제 보지 못한다. 죽음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생각했다." (p.73~p.74)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과 그로 인해 남겨진 가족이 견뎌야 하는 슬픔에 대해,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오래된 기억들을 아주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다른 가족과 떨어져 장녀인 마스다 미리와 함께 있을 때는 은근히 허세를 부렸던 아버지, 서로 데면데면 지내면서도 사랑하는 마음을 언뜻언뜻 보여주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혼자 남겨진 작가의 어머니와 자신의 일상.
"본가에서 엄마와 둘이 보내는 날이 2, 3일 계속되자, 도쿄에서의 내 생활이 희미해졌다. 점점 엄마의 세계로 들어가서, "여러 가지 일들이 지나갔네." 하며 베란다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데, 마치 노년을 보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직 40대라는 사실에 툭 하고 '시간'을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p.111)
나는 아내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법정 스님의 유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했던 유언. 나에 대한 기억은 나와 조금이라도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기억으로 그치는 것으로 족할 뿐 나와 조금의 인연도 없는 먼 후대의 사람들에게조차 내 이름 석 자가 정형화된 문구로 기억된다는 건 축복이 아니라 끔찍한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스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스산한 봄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던 오늘, 나는 오래전에 읽었던 <영원한 외출>에 대한 감상을 쓰기 위해 용기를 냈다. '이 카레는 아마 엄마가 영원한 외출을 하기 전에 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음식이지 않을까' 하는 대목을 사카이 준코의 에세이에서 읽었다는 마스다 미리. 아내가 끓여주던 떡국을 몹시도 좋아했던 나와 아들. 아내가 끓여준 떡국이 사무치게 그리운 오후. 그런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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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떠나고 남은 일은 많았다. 그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집을 치우는 일이었다. 냉장고 문을 먼저 열었다. 그 안에는 초코빵, 김치, 고춧가루, 각종 장류, 어묵, 생선들이 그득그득했다. 겨울이 오면 김장을 하려고 방앗간에 가서 고춧가루를 한가득 빻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놨다. 그해 겨울 엄마는 김장을 하지 못했다. 한 번 떠나면 올 수 없는 먼 곳으로 가버렸다. 상한 음식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건 챙겨왔다. 그중에는 미숫가루도 있었다. 몸에 좋은 건 전부 넣었다며 추석 때 나에게 주고도 남은 것이었다. 엄마와 같이 산 동생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엄마가 바로 해주었다고 한다. 더운 여름 호박죽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는 늙은 호박을 사서 자르고 끓여 주었다고 한다. 질투가 나고 서러웠다. 호박죽. 좋아하지도 않은 음식인데도 샘이 났다. 이제는 먹을 수 없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는데, 어른들 말은 틀린 것이 없는데도 여전히 마음 한 쪽이 아리고 시리다. 엄마를 떠올리면. 울지 않으려고 한다. 우는 건 쉬운 일이므로. 대신 엄마 생각이 날 때마다 오랫동안 기억이나 추억을 붙들고 있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잊혔던 그리움과 기쁨이 생각 나면서 서글픈 마음은 사라진다. 엄마는 찹쌀떡을 좋아하고 이가 튼튼해 마른 오징어를 즐겨 먹었다. 돈이 생기면 옷 사러 가는 걸 신나했고 쓰지도 않을 거면서 살림살이를 사서 모았다. 주말이 되면 전화를 걸어와 잘 있느냐고 물었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마음껏 좋아해 주었을 것이다. 엄마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 내가 즐거운 얼굴로 지내고 있으니까. 마스다 미리의 『영원한 외출』은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난 뒤를 기록한 책이다. 자식이 없는 삼촌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떠났고 암 진단을 받은 그녀의 아버지가 별들의 나라로 갔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내일의 일은 모른다. 마스다 미리는 차분한 그녀의 언어로 죽음이 남긴 허무를 어루만진다. 가족 중 누군가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슬퍼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럼에도 배는 고프고 아름다운 풍경에 눈을 빼앗긴다. 삶의 곁에는 죽음. 죽음 곁에는 삶. 두 세계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함께 한다. 한 작가의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인데도 슬픔에는 눈물을 흘리고 기쁨에는 기꺼이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구나를 깨닫게 한다. 마스다 미리의 책을 전부 읽은 나에게 있어서는. 마스다 미리를 좋아해서 그녀의 책이 나오면 바로 산다. 『영원한 외출』이 나온 지는 알고 있었다. 선뜻 사지 못했던 건 책의 소개를 미리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에세이와 만화에 등장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무뚝뚝하지만 딸들을 위해 만들기를 해주고 성질이 불같아서 외식이라고 할라치면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대로 돌아와 버리는 아버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독자인 나는 국경을 넘어 일본 가정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가 영원한 외출을 했다니. 책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럼에도 마스다 미리가 받아들인 슬픔의 무게를 함께 이기고 싶었다. 책을 받아들고 소중한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스무 편의 이야기에서 나는 감동과 기쁨과 슬픔을 느꼈다. 공감까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일은 돈 얘기를 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돈과 서류 이야기. 절차와 기다림.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들. 눈물을 흘리고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건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의 일이다. 모든 절차와 서류 작업이 끝나고 빈 벽에 기대어 잠이 들 때 한없이 밀려온다, 서글픔의 시간은. 엄마는 두 대의 냉장고를 가지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음식들이 가득했고 밥통도 열 개나 되었다. 전기 프라이팬은 왜 그리 좋아했는지. 식구도 우리 셋뿐이었는데. 나는 그의 작품전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언제였던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그 사람은 혼자 공원을 걷고 있었다. 그때, 흰나비 한 마리가 계속 뒤를 따라왔다고 한다. "이별 인사를 하러 와주었네." 생각했단다. 멋진 얘기구나,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까지 팔랑팔랑 춤추는 봄 나비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가 사람을 강하게 한다. (마스다 미리, 『영원한 외출』中에서) 『영원한 외출』을 읽는 동안 슬프지 않았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엄마를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었다. 잘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책만 읽는 걸 한심해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땐 돈도 없었을 텐데 할부로 백과사전을 사주기도 했다. 슬픔은 나중의 일이다. 죽음이 슬프지 않은 건 누군가 자주 그 사람을 떠올려 주는 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미숫가루를 타 먹으며 찌개에 고춧가루를 넣으며 엄마가 외출에서 돌아온 뒤 잘했어라고 말해줄 시간을 기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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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영원이란 말은 홀로 물 위를 두둥실 떠가는 외로운 조각배를 닮았다. 영원한 건 무엇 하나 없으니... 언젠가는 작별할 세상, 그 속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누군가를 떠나보낸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떠난 이의 발걸음이 어떠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남겨진 자의 마음은 후회로 더욱 묵직해진다. 마스다 미리는 차분하고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조용히 아버지와의 이별을, 슬픔을 털어놓는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리워한다. 먼저 떠난 삼촌과의 추억을 시작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아버지의 죽음, 알고는 있었지만 안다고 해서 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 슬픔에는 강약이 있었다.
정말 그렇다. 괜찮아졌다가도 감당할 수 없을만큼 슬퍼지고 그랬다가 아주 조금씩 괜찮아진다.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게 된다. 하지만 당분간은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하게 저릴 것이다. 마음은 추억에 슬픔으로 강하게 반응할 테니까.
[ 추억의 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텐데, 가슴 속에 허전함이 번졌다. ] p117
그치만 이내 토닥토닥... 머리가 그런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가만히 다독인다.
[ 소중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잃었다고 해도 '있었던'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알고 있으니 괜찮다. ] p98
더는 함께일 수 없지만 비로소 늘 함께하는 거라 말하면 궤변일까?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진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 코코에서처럼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를 기억해준다면 죽어도 죽은 게 아닐 테니, 늘 나와 함께, 내 마음 한 켠에 있을 테니...!
사람은 누구나 기억의 조각들을, 추억을 붙들고 살아간다 그게 쓰여지면 '글'이, 그려지면 '그림'이, 불려지면 '노래'가 된다. 마스다 미리, 그녀는 글로써 그녀의 소중한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살 만큼 살았다는 말도, 그 어떠한 것도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 다시는 그 얼굴도,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데... 그래도 다만, 위안이 되는 것은...
[ 어린시절, 아득히 멀리에 있던 그것은 점점 가까워진다. ] p46
언젠가 그 날이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삶의 그 어떤 순간도 결국은 모두 '나'에 의해 존재하는 거니까. 슬픔도 기쁨도,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고스란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그렇게 살아갈 테다.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고 또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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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쓰다 미리의 에세이를 샀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좋아하지만 만화 에세이나 만화책이 아닌 일반 글 에세이는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원한 외출>을 산 건 이것만큼은 분명 나에게 어떠한 것을 건네줄 만한 에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딱 첫번째 문장을 읽고 나는 확신했고, 그 확신은 맞아 떨어졌다. 읽는 내내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눈이 부앴다. 꼭 울기 직전의 상태로 끝까지 읽었다. 왜 울 수 없었는지 모를 정도로 눈이 아팠다. 차라리 울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오늘의 인생>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메마른 감정에 꼭 비가 내린 것마냥 가슴이 뭉클거렸다. 사실 왜 울지 않았는 지는 알고 있었다. 이 에세이는 독자를 울리기 위해 씌여진 책이 아니었으니까. <영원한 외출>은 마스다 미리의 인생에서 소중했던 두 사람의 죽음과 그 과정, 그 이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에세이다. 삼촌의 죽음에서 남들은 조금 놀랄 정도로 마스다 미리는 눈물을 펑펑 쏟는다. 후회의 감정이 짙게 남은 글은 묘하게 씁쓸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삼촌의 죽음 이후 채 1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급격히 몸이 약해진다. 전보다 자주 오사카를 찾아가 아버지와 마주하고,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삶에 대해서 듣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지켜보지 못한 임종 이후 어머니와 새로운 추억을 쌓고 길을 걷는 모든 순간에 숨어 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펑펑 울고 여전히 그립고 괴롭지만 그녀는 살아가고 있었다.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웃으려고 노력하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매우 짧은 에세이에 수많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람이라면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설마 내가, 혹은 내 주변 사람이 죽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나이를 먹고 내 주변 사람들의 나이도 점점 많아진다는 것을, 점차 약해진다는 것을, 이별이 가까워 온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떻게 그들을 보낼까? 외면하고 싶지만 끝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러나 죽음으로 이별하고 난 뒤에도 나는 얼마 간 또 살아가야 한다. 먼 훗날 누군가에게 이별의 고통을 주고 떠나갈 것이다. 끊임없이 도돌이표다. 그런데 어째서 생각해본 적이 없던 걸까. 고작해야 한 시간동안 <영원한 외출>을 읽었다. 이별이란 단어보다 외출이란 단어가 퍽 마음에 들었다. 섬세하단 생각이 들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죽음이란 이별이 점점 다가오는 듯한 시점에서 배려심이 느껴졌다. 만나지 못하지만 그건 그저 그 사람이 영원한 외출을 해서 그런 거야─.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평온해진다. 마스다 미리의 글을 통해서 간접 경험한 가족의 죽음은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유쾌함은 서려 있다. 그저 조금 차분해졌다. 한국인 작가가 아니라서 생기는 문화적 간극도 없다. 이건 그저 한 사람이 겪은 일이기에 나는 한 장 한 장 마스다 미리의 감정 변화를 되새김질한다. 아직 많이 힘들겠지만 그녀처럼 극복해나갈 수 있기를. 후회하는 일만 남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행복해지는 연습을 할 수 있기를. 추억을 잊지 않고 빛바랜 상태로나마 영원히 곁에 두기를. 수많은 바램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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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슬펐다. 아련하고 아련했다. 그런데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 지기도 했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울어버렸다. 옆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깜박여도 보고 헛기침도 해봤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녀 마스다 미리는 또 한번 날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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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죽음 중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건 부모님의 그것이 아닐까? 경험해 본 사람은 경험에서 오는 아픔이...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픔이...온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보니 언젠가 만나게 될 그것이 주는 아픔을 미리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다. 그래도 한번쯤 상상해야 한다면 혹은 경험해야 한다면 좀 덜 아프게 만나고 싶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난 죽음은 덜 아플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듯 하다. 물론 그녀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긴 하지만...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와 영원한 이별을 접한 순간은 그녀의 작업실이 있는 도쿄였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아련하게 슬프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가 아버지의 영원한 외출을 배웅한 곳은 그녀의 고향집에서 였다. 세상의 많은 자녀가 그렇 듯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함께 살지 않는다면 더더욱... 허나 떨어져 있었다고 슬픔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에선 담담함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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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그냥 담담함만이 아님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순간순간 떠올리는 아버지의 흔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제 곁에 없기 때문에 담담한 척 한 것임을...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담담한척 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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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의 담담함이 무너진 순간들도 만날 수 있었다. 구멍이 뚫렸다고 표현하는 그녀의 글을 통해서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그리고 유난히도 많이 싸우며 지냈던 나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난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눈물 한방울 흘리지 못했다. 누구도 지키지 못했던 임종의 순간을 혼자 지켰음에도 말이다. 임종이라는 슬픔을 겪음과 동시에 그것을 지켜냈다는 기쁨을 남기고 가셨기 때문일까? 임종을 지켰다는 사실에 괴로우면서도 위안을 얻었기 때문일까? 그때의 난 작가인 그녀가 느낀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낀게 아닌가 싶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한 느낌... 그 구멍이 너무 슬퍼서 들어가지 못하고 덜 슬픈 것처럼 위장하고 있었던 것처럼... 물론 이젠 오랜 시간이 흘러 구멍에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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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처럼 그녀도 이젠 구멍을 자유롭게 오가며 옛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되겠지... 물론 후회와 미련, 원망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못해드린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번만 더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고 한다. 아버지에겐 많은 것을 해드릴 수 없었지만 아직 어머니는 남아계시니... 그와 함께 할 수 있었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우린 누군가와의 이별로 많은 것들을 깨닫는다. 특히 부모님과의 이별은 더욱 사람을 성장시킨다. 살아 생전에 성장하면 더 좋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안 계신 허전함과 아쉬움이 없는데... 그래도 이런 글들은 아주 미세하게라도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그리고 후회하기 전에 행동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죽음을 통한 슬픔이란 녀석은 언젠가 꼭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기 전에 추억과 기억을 많이 쌓을 수 있길 바란다. 그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그게 아닐까? 떠나 보낸 후에 오는 슬픔을 이겨내고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는 길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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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순히 받아들이는 죽음이라는 게 있을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나이 들면서 죽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는 때가 올 것이다. 먼저는 부모님의 죽음이 있을 것이고 부모님의 형제자매의 죽음도 있을 것이며, 점차 친구나 동료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한결 가까운 거리에서 생각해 보게 될 것 같다. 뜻밖의 사고사나 병으로 인한 급사가 아니라면 이런 과정이야 슬퍼도 겪어 나가야 하는 자연스러운 이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작가가 삼촌과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가진 전후의 마음 상태를 보여 주는 글을 담고 있다. 늘 그랬지만 담백하고 솔직하다. 거짓이나 과장이 없다.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내가 그래서 더 좋아한다. 아버지에 대한 좋음과 싫음의 표현들, 돌아가신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른 한편으로 느낀다는 홀가분함까지. 내게 남은 어른은 이제 친정 엄마뿐이고, 언젠가는 엄마를 떠나 보낼 날이 올 것이다. 자주 있는 것은 아니나 친구의 배우자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고, 나나 남편도 마냥 젊은 나이라고만 할 수는 없으니 노년만큼이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내 아이들이 또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고 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순리에 따르기만을 바랄 수 있을 뿐, 생은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면 주어진 오늘에 겸손해지는 마음도 들고, 가까이 있는 가족들이나 나를 찾아 주는 친구가 고맙기도 하다. 작가는 혼자인 처지라 또 부지런히 다니면서 작품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여 보기가 좋다. 부모님을 잃었다고 해서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나이, 자식의 나이가 40이 넘으면 또 그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책의 마지막에 현재 자신에게는 없는 아이를 대신하여 엄마로서의 자기 모습을 상상으로 쓴 글이 재미있다. 스스로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격조 있게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이래저래 산만한 마음으로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떠올려 보는 시간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은 편이었다. 무서워할 필요도 없고, 이 정도면 받아들일만 하다 싶을 정도? 다만 이 끝이 억울함이나 원망이나 절망에 의한 것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잘 헤어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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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시기입니다. 영원한 외출을 예약주문으로 몇주만에 받아 몇번 글을 곱씹으며 읽었습니다. 지금도 계속 읽고 있습니다 . 아버지라는 존재, 나와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어요. 처음에는 귀여운 표지와 함께 마스다미리 작가의 신간이라는 이유로 예약주문을 하였지만 책을 받아보고 책 자체가 아버지와 연관되어있는 내용들이라 놀랐습니다. 하지만 좋은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더욱 마스다미리의 글을 찾게 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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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발행된 마스다 미리 책은 전부 읽어보았다 신간이 출간될때마다 구입해서 보는데 이번에 출간된 <영원한 외출>은 북커버 사은품이 있어 예약구매하게 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나 에세이에서 종종 나오는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죽음, 이별, 무거운 내용일꺼라 짐작되지만... 책이 도착하면 바로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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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처음 접하는 독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원한 외출]에 드러나는 일상의 솔직함이 충격일 때도 있고, 이 책이 쓰여진 2016년의 일본의 상황 -자유롭게 가족을 만나러 여행을 가고 엄마와 노래방에 가고 벚꽃 구경을 갈 수 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실려 옵니다. 아기자기 할 것만 같은 [영원한 외출]은 처음부터 삼촌의 죽음으로 시작 됩니다. 이렇게.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 호스피스 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던 조카의 입장에서 응석을 부리고 싶은 마음에 그만 울어버렸다고 고백하는 순간과 2주 후 삼촌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에서 자식이 없는 삼촌의 마지막 길에 많은 조카들 중에 삼촌과 추억이 가장 적을 것이라면서도 나름 다정했던 삼촌을 아주 좋아했다고, 이제야 후회해봐야 소용없는데,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표현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별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돌아서는 길 안타까워서 후회하는 마음이 이해 되어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은 바로 전하자 결심하고 나니 이제는 아버지의 암울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버지 자신도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겠지만 의사가 가족들을 따로 불러 본인에게 알릴 것인지를 상의하라고 할 때의 심정은 격어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솔직함은 이런 상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 병원에서 보다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원하는 음식은 모두 해 주고 싶어하는 어머니, 어쩌다 순서가 밀린 어묵으로 의기 소침한 아버지를 위해 아침부터 세븐일레븐에 어묵을 사러가자고 하는 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신이나 어묵을 사주시는 아버지를 보며 '이 사람, 의외로 장수하는 것 아닐까?'(p.41)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뜨악하기는 했지만 나름 이별의 준비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을 격고 나면 함께 갔던 장소에서도 떠오르고,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 책, 향기, 색깔까지 많은 것에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듯 보였으나 순간순간 일상에서 떠오르는 추억이 그리움을 덜어내지는 못합니다. 5월이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소중한 사람, 가족, 부모님께 따스한 감사의 말을 표현해 보길, [영원한 외출]도 함께 읽어보길 권합니다. 저에겐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준 책입니다. 보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던 엄마가. #영원한외출 #마스다미리 #에세이 #권남희_옮김 #이봄 #감사의달 #5월이가네요 #문학동네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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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외출 리뷰입니다. 수짱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님이고 저도 수짱 시리즈로 이 작가님의 작품을 하나하나 사보기 시작했는데, 간결하게 표현된 그림이나 문장인데 맘 속에 깊이 남는 문장이 있어서 꾸준히 읽게 되더라구요. 일본 작가님이라서 완전히 공감가지 않는 감성도 있고 가끔은 좀.. 싶을 때도 있지만요. 영원한 외출이 작가님 글 중에서도 호평?을 받는 책인 것으로 아는데 부모님과의 이별을 생각하기 싫지만..점점 생각해야 하는 때가 가까워져 가는 것 같아 산 책입니다. 읽으면서 담담하게 쓴 글인데도 여러 번 글썽거리며 읽었습니다ㅠㅠ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떠내보내고도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심정이나 나날을 담담하게 잘 묘사한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