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17권에서 끝이 났어야 했다. 완간된 28권까지 다 소장하고 있고 매니아를 자처한 나로서는 심히 안타깝다. 1권부터 작가는 계속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림체나 스토리 진행면에서 차츰 신인에서 중견작가의 대열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내게 많은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10권이 넘어가면서 서서히 나오는 십본도와 시시오의 이야기는 정말 나를 한동안 바람의 검심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철저한 악인으로 자신만의 세계와 야심이 있는 자신만만한 시시오는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만화 캐릭터 중 하나다. 그는 결국 풍운아답게 최후를 맞이하지만.. 시시오와 유미의 사랑이야기도 아주 재미있고 감동을 주었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났었어야 했다. 켄신은 어둠의 칼잡이로서, 역사에 드러나지 않고 같은 어둠의 칼잡이였던 시시오를 제거했음으로 보이지 않는 평화를 가져다준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면 슬램덩크처럼 모자란 듯한 여운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작가는 시시오에서 넓힌 스케일을 감당하기가 버거워진듯, 난데없이 십자 흉터의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켄신의 전처인 도모에의 남동생을 등장시켰다. 일본 열도가 너무 좁아터졌다는 듯이 범위도 확장해서 중국 마피아와 검이 아닌 별의별 도구들을 가지고 나타나는 자객들은 이게 지금 검객에 대한 이야기인지, 19세기 당시의 SF물인지 나를 많이 헷갈리게 만들었다. 보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한적도 많았다. 이 작품은 뒤로 질질 끌면서 많은 팬들을 잃었다. 켄신이 교토로 돌아와서 "다녀왔어!" 하고 미소를 머금으면서 모두들에게 한발짝 내밀어 다가가는 그 명장면으로 끝이 났어야 하는법.. 카오루와 결혼해서 애가 생긴다는 나중의 후일담은 억지로 맺어주기식인 인상이 너무 강해서 씁쓸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요즘 다시 읽을때 17권 이상으로는 손이 안가게 된다. 작가 역시도 뒤로 가면 갈수록 너무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안쓰럽기도 했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