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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 클럽의 아홉번째 회원이 되었습니다. (서문中)
채식주의자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육식주의자라는 표현은 좀 생소하다. 채식주의자가 자신의 건강이나 신념을 위해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면, 육식주의자는 반대로 육식만 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일까? 하지만 이 클럽은 단순히 열렬한 고기애호가들의 모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수상쩍은 점들이 많다. 철저한 보안은 물론 클럽에서 들은 그 어떠한 이야기들도 클럽 밖에선 절대 언급해선 안 될 정도로 엄격한 비밀 유지를 준수하고 있다. 마치 공포소설의 도입부를 연상케하는 상황에 멸종위기동물 밀반입부터 시작해서 인육을 비롯한 온갖 불길한 상상이 떠오른다. 이들이 이렇게 엄격한 비밀을 유지해가면서까지 숨기려는 것은 무엇일까? 설마 진짜...
「육식주의자 클럽」은 문지혁, 배상민, 전건우, 강지영, 정명섭, 김외환을 비롯한 총 8명의 작가가 모여 집필한 단편소설이다. 전건우 작가나 강지영, 정명섭 작가처럼 기존에 알던 작가도 있고, 이번에 처음 접하는 생소한 작가도 있다. 붉은 가면을 쓴 정체모를 사나이, 무지막지하게 증기를 뿜어내는 거대한 로봇은 타고온 군인, 오늘도 소식 없는 애인을 그리워하며 눈물를 흘리는 탐험가, 밤을 지새운듯 피곤해보이는 웹툰 작가, 자신이 예순두살의 국어교사라고 믿는 갓난아기, 조선 시대 복식을 한 탐정 등 모든 주인공들이 클럽에 모여들었다. 육식주의자 클럽의 정기시식회가 시작으로 그들의 다채롭고도 흥민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계절의 끝> 남자친구에게 보낼 편지지를 구하기위해 폐허가 된 세상에서 목숨을 걸고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의 모습으로부터 내용이 시작된다. 세상은 우주에서 온 감마선 폭풍에 직격탄을 맞고 황폐화된지 오래, 정부의 요청으로 연구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떠난 남자친구마저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이 끝켜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남자친구가 이 지구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않고 그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망각하기 위해 추억을 되돌리려 하고 그것에 목숨까지 걸고 있다는 게. (14p)
<관음종자> 직업은 전업 웹툰작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주인공에게 요새들어 누구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할 취향이 생겨버렸다. 바로 벽에 난 구멍으로 옆집 여자의 은밀한 성생활을 몰래 엿보며 흥분을 느낀다는 것, 졸지에 본인도 모르던 자신의 관음증을 알게된 주인공은 처음엔 당황하지만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매번 벽으로 향한다. 그날도 벽면의 구멍을 통해 옆집 여자를 몰래 지켜보던 주인공은 우연히 옆집 여자의 실종사실을 눈치채게 되는데... 게다가 거울에 비친 벽면의 핏자국, 수상쩍은 남자친구의 태도 등 속속히 범죄로 의심되는 정황 증거들이 발견된다. 하지만 무턱대고 신고하기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게다가 자신이 옆집을 몰래 엿봤다는 사실부터 설명해야하는 문제점이 있다. 과연 이 상황에서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옆집 여자는 말하자면 나에게는, 스크린 속 인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 어떤 현실보다도 맞닿아 있으면서도. (58p)
<계절의 끝>, <관음종자>, <붉은 가면을 쓴 사나이>, <스팀워커>, <용서>, <탐정 애랑>, <폭수>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육식주의자 클럽>까지 이 책에 실린 8개의 단편들은 때론 애절하고, 때론 공감되며 어느새 뒷내용이 궁금해지게 만들고 있다.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짧거나 끝이 미완되었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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