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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자카 코헤이는 블랙 회사인 스루가 시스템이 인수한 소규모 벤처회사 디지털 비렛지의 관리자를 맡게 됩니다. 우량기업인줄 알았던 곳이 사실 만년적자 상태이며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된 코헤이는 디지털 비렛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이야기.
이번에도 여전히 새로운 여성이 등장하며 주인공과 엮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녀로부터 호감을 얻고 도움을 받아 일을 해결하는 전개가 아닌, 위기에 빠진 그녀를 구해내는 이야기였군요. 회사의 존망이 걸려있는지라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인 전개로 흘러갈 요소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쪽 묘사는 아직 작가님 역량 부족이신지 그닥 감동이 일거나 하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반면 기술적인면이나 현실적인 면은 여전히 디테일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번 11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요 몇년간 한국에서도 한창 도입 중인 탄력근무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왜 그런 이상한 법률이 있는 거죠." "음?" "아니, 야근비 미지불이나 유급휴가 몰수라든가, 그런 나쁜건 단속을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죠. 하지만 야근 자체를 금지하거나 사원의 재량으로 할 수 없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평범하게 일을 하면 범죄가 된다니 역시 법이 이상해요." "하하하, 사쿠라자카 군은 회사의 노예구나." 이상한 감탄을 했다. "뭐, 하지만 이상한 건 당연하지. 왜냐면 이건 단순노동자를 염두에 둬서 만든 법률이니까." "단순노동자?" "공장의 조립 공정이나 나사 조이는 사람 같은, 시간과 성과가 확실히 정의된 사람들. 1시간에 몇 개 조립하고, 1분당 몇 글자 입력. 그런 일이라면 야근 여부는 명확하잖아? 오늘은 할당량 1.2배니까 여러분 두 시간 야근해주세요!라는 식으로." ... "그러면 법률 자체를 바꾸면 되잖아요? 단순노동과 다른 노동으로, 야근 기준 같은 걸." "몇 번이나 바꾸려고 했었는데? 화이트칼라 익셉션이라고 들어본 적 없어? 연구직이나 전문직을 대상으로 근무시간의 제한을 없애자는 제도. 그런 사람은 어차피 성과로밖에 평가를 받지 않으니까. 출퇴근 시간을 정해도 무의미하다면서." "일리가 있네요." "단순하지? 하지만 각하, 안 돼." ... *익셉션: 2005년 일본에서 제안된 연 수입 400만 엔 이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 노동권 휴식 등 제한. 당시에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2017년 '일하는 법 개혁'이라는 유사한 법이 통과 이전 탄력근무제가 한창 이슈화 되었을 때 한국 TV 에서 일본의 '탄력근무제'에 대한 입장을 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회의적이라서 놀란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같은 기분을 이 책에서도 느끼는군요. 일본이라서 그런걸까? 싶기도 하고 저와는 생각의 차이가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제가 잘못생각하고 있나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도 하는군요.
전 반대로 탄력근무제가 연구직이나 사무직에 유용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인지, 조금 놀란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일을 더 해야하는데 눈치가 보여서 추가근무는 못해서 고통받는 동료가 있는지라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업무량을 확실하게 조정하신 분들은 삶의 질이 올라갔다며 기뻐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애초에 저는 사원의 재량으로 제어 불가능하니까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규정 근무 시간을 오버할 정도로 일이 주어진다면 그건 관리자의 일 분배 문제가 아닌가란 생각을 합니다.
물론 저희 회사에서 기술직? 생산직? 분들은 작중의 코헤이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러운 고객대응이나 공장에서의 이슈발생으로 출동해야하거나 야근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탄력근무제 적용이 힘든 상태이긴합니다. '직종별로 야근 기준을 달리 해야하지 않은가?'라는 것은 저도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고 말이죠.
그래도 이래저래 생각해보았지만 국가는 주52시간이라는 시간을 정해주고, 회사가 그 안에서 유연하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한 지금의 제도는 제법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후 N시 이후에 수행하는 '야근'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근무시간이라는 시구간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으니까요. 형평성, 공평성 등의 문제는 회사내 규정으로 지정할 수 있으니 회사만 잘 만나면 상당히 삶의 질이 올라간, 최근 유행하는 말인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하튼...주인공 사쿠라카자카 코헤이...대단하네요. 보통 사람들은 일을 줄이고 조금 더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자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일을, 아니 회사의 일을 도우려고 헌신하다니...정말 회사가 좋아할 인재상 아닐까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주인공도 스루가 시스템에서 일한지 1년을 달성하게되었습니다. 이제 주인공 스킬업은 제법 충분한 것 같으니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 적인 면도 강화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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