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60%
  • 리뷰 총점8 20%
  • 리뷰 총점6 2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9.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첫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첫 시집" 내용보기
오랜만에 새로운 시집을 샀다.블친님들의 리뷰나 소개를 보고, 유명했던 아니면 좋아했던 시인이 새 시집을 내면 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최근 나온 몰랐던 시인의 첫 시집을 산 것이다.며칠동안 뭔가를 읽고는 있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안타까움과 슬픔때문에. 친했던 분들이 느끼는 슬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의 슬픔에 목이 메거나 고개를 숙이고 눈에 힘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첫 시집" 내용보기

오랜만에 새로운 시집을 샀다.

블친님들의 리뷰나 소개를 보고, 유명했던 아니면 좋아했던 시인이 새 시집을 내면 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최근 나온 몰랐던 시인의 첫 시집을 산 것이다.

며칠동안 뭔가를 읽고는 있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안타까움과 슬픔때문에. 친했던 분들이 느끼는 슬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의 슬픔에 목이 메거나 고개를 숙이고 눈에 힘을 주었다가 '에휴 이놈의 인생' 하면서 나오는 한숨이 너무나 얄팍해서 놀래기도 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날들을 보내고 있다.


새벽님을 애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블로그에서 댓글로 소통하던 이웃들이 그와의 추억을 소환하고 댓글을 주고 받으면서 기억하는 것도 애도의 영역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서투른 애도가 슬픔에 갇힌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이 될 것도 같다. 어떻게든 해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지만 미약한 정답을 얻고 해답을 모르고 살아가는 인생이지만 어떻게든 시에서 위로를 얻고 블로그 친구님들의 어깨에 감히 나의 머리를 기대면서 하루하루를 건너고 싶다. 


시인의 말이 지금의 나에 딱 맞춤하다

 

시인의 말

 

주장 : 눈물이 많은 건 인정, 그러나 가려서 움.

 

이 책의 시편들은 내게서 영영 떨어져나간 것 처럼 느껴진다.
그 시들이

누군가와 쑥스럽고 어색하게 인사하는 걸 상상하면 찡해진다.
가뜩이나 낯가리는 내게서 떨어져나와가지고!
고생, 고생, 개고생!


내 글을 마주하고 있는 낯설고 반가운 어깨.
감히
머리를 기댄다.

 

2018년 12월

권민경


권민경시인의 시들, 아프고 어둡지만 고통으로 연결되어진 연대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아프고 또 아프지만 이 시인은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언어를 가졌다. 자기의 고통에서 위로를 부르는 시어를 가진 권민경 시인의 시를 더 읽어봐야겠다. 내일 더 모레 더더
 

-노루생태관찰공원-

 

오래 맘이 아파 병이었으나 몸의 병도 얻었다
스무 살

 

내일 수술한다는 동생의 카톡
내 몸의 수술 자국을 세본다
내게도 이런 날이

 

어쩜 건강하게도 살았구나 멍청하게 과거를 잘
잊는 동물로 변태하면서

 

초년운과 말년운 중 어느 쪽을 고를래?
말년이 좋다는 데 주저 없다
초년은 버리라고 있는 거다

 

어째서 둘 다 좋을 순 없는 걸까
뒤늦게 처량해봤자
 
조울증 카페에 가입했다 코리안 매니아
이상한 이름이라 자꾸 파고든다
한국인이 조울 덕후란 뜻일까

 

표출도 병이래 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병이고
주접과 주책도

 

어린 시설 일산엔 선산 묘지가 많았고 나는 뒷산에 자주 올랐는데
거기서 마주쳤던 엄지 손가락
내게서 떨어져나갈 장기(臟器) 무덤

 

초년은 버리라니까

 

어제에 대한 회한

그래서 맴찢이란 말이 좋구나

 

수술을 앞둔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남편에게 한 적 없는 말
그러면서 잘도 혼인했고

 

건방지게 동병상련이라니
임파선 떼어낸 데가 자꾸 조여와

예민해 있던 과거의 나에게
청혼하는 과정

 

오래 고민해야지 이 생은 이벤트

 

여행의 일정처럼
노루 보느라 결국 엉망 돼버리겠지만

 

 

- 안락사-

 

 커튼 뒤에서 잃어버린 어제를 찾았죠. 베개는 얼마나 많
은 꿈을 견뎌냈나요. 머리맡엔 단단한 구름과 말캉한 악몽
이 쌓이고, 기억들은 팡팡 털어도 베개는 풍성해지지 않아
요. 부풀어오르지 않아요. 걸어온 길들은 푹 꺼져서 다신 되
돌아오지 않아요.
 침대는 흰 배를 내놓고 앉아 있어요. 커튼을 치면 종기처
럼 별이 돋아나고 터진 잠 속에서 깃털들이 솟구쳐요. 재채
기가 나와요. 콧등은 주름지고 우리의 날들도 구겨져요. 지
폐를 구기면 낯선 얼굴이 우릴 바라보는 것처럼 구겨진 삶
이 우릴 바라보고 웃고 울어요. 그 새침하고 가여운 얼굴 속
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눈물도 흘려요.
 바뀐 요일을 입으면 기운이 새로 솟아요. 오늘 자고 일어
나면 또 얼마나 열매가 많은 날이 펼쳐질까요. 얼마나 많은
잘린 머릴 목격할까요. 별들이 태어나고 숲이 타오를까요.
이 한잠만 자고 일어나면 .....
 부러진 나무들이 일어나요. 번개가 기지개 켜요. 온 들판
에 불이 일고, 우리의 수많은 잠들이, 꿈들이 하나하나 낯익
은 얼굴이 되어 찾아아요. 못다 한 인사를 커튼 뒤에 감추고
 나는 잠들기 전에 내가 가진 모든 하루를 생각해요.

k*****7 2019.01.16. 신고 공감 13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8]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
"[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8]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 내용보기
나는 나로서어제어제의 사람 어릴 적 골목에서 만난 개질이 튀어나온 채 복판에 앉아 있었어요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했죠. 개는 아팠던 것뿐인데 난 뭐가 무서웠던 걸까요 지는 만날 튀어나오는 주제에 네모 다음에 세모다음은 평행 우주 애써 꾸민 형식보다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좋아요   - 권민경 <나의 형식> 일부    자연스레 이어지는 풍경들.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이고 어제의
"[아무거나 읽어보고 싶은 날의 시 8]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 내용보기

나는 나로서

어제

어제의 사람

 

어릴 적 골목에서 만난 개

질이 튀어나온 채 복판에 앉아 있었어요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했죠.

개는 아팠던 것뿐인데 난 뭐가 무서웠던 걸까요 지는 만날 튀어나오는 주제에

 

네모 다음에 세모

다음은 평행 우주

 

애써 꾸민 형식보다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좋아요

 

 

 

- 권민경 <나의 형식> 일부

 

 


 

 

자연스레 이어지는 풍경들.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이고 어제의 사람이기에 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칙.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무서움으로 대치되는 시대. 꾸미다 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셔 결국은 누군가를 이용해 버리는 시대. 누군가의 큰 성공이 오히려 내게 피해를 주는 시대.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그 사람을 이용해 버리는 시대. 진정성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 그것이 쉽지 않은 시대. 그 형색에 나를 얽매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덧 나라는 존재는 저만큼 가 버려 있는 요즘 세상에, 나를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은 힘든 일일까. 나를 버리지 않으면서, 또 남을 버리지도 않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래서 남의 성공을 바라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되기를.

 


 

 오늘은 여기까지 세 편을 준비했습니다. 또 언제 올릴지 모릅니다. 이렇게 시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군요.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h******o 2019.02.03. 신고 공감 6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내용보기
*종양의 맛나의 형식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기념일이 간다발굴안락사저주 후의 문진 좋았던 시들 *부러진 나무들이 일어나요. 번개가 기지개 켜요. 온 들판에 불이 일고, 우리의 수많은 잠들이, 꿈들이 하나하나 낯익은 얼굴이 되어 찾아와요. 못다 한 인사를 커튼 뒤에 감추고나는 잠들기 전에 내가 가진 모든 하루를 생각해요. *도중에 어떤 괴물을 만났더라도, 지금은 기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 권민경" 내용보기

*

종양의 맛

나의 형식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기념일이 간다

발굴

안락사

저주 후의 문진

 

좋았던 시들

 

*

부러진 나무들이 일어나요. 번개가 기지개 켜요. 온 들판에 불이 일고, 우리의 수많은 잠들이, 꿈들이 하나하나 낯익은 얼굴이 되어 찾아와요. 못다 한 인사를 커튼 뒤에 감추고

나는 잠들기 전에 내가 가진 모든 하루를 생각해요.

 

*

도중에 어떤 괴물을 만났더라도, 지금은 기쁘다. 밤엔 잘 울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아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l 2019.01.09. 신고 공감 3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내용보기
젊은 작가의 첫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침대 위 작은 탁자 한켠에 시집을 놔두고 잠이 들기 전 몇장씩 일주일을 읽었다. 아름답게 조각된 단어들로 언어를 요리조리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혼자서 두근반 세근반 했다. 종양의 맛을 보고서는 두번이나 암 수술을 이겨내고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엄마가 떠올라서 눈물은 흘렸다. 많은 페이지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내용보기

젊은 작가의 첫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침대 위 작은 탁자 한켠에 시집을 놔두고 잠이 들기 전 몇장씩 일주일을 읽었다. 

아름답게 조각된 단어들로 언어를 요리조리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혼자서 두근반 세근반 했다. 

종양의 맛을 보고서는 두번이나 암 수술을 이겨내고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엄마가 떠올라서 눈물은 흘렸다. 

많은 페이지 한 가운데 가슴에 남는 한구절, 한 단어만 있어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성공했다고 느끼는 나에게 

익숙한 단어들로 눈물을 뽑아낸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작가의 다음 시집을 기다려 나도 남은 생을 열심히 사려고 한다. 

s*****m 2019.02.2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