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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새로운 시집을 샀다. 블친님들의 리뷰나 소개를 보고, 유명했던 아니면 좋아했던 시인이 새 시집을 내면 사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최근 나온 몰랐던 시인의 첫 시집을 산 것이다. 며칠동안 뭔가를 읽고는 있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안타까움과 슬픔때문에. 친했던 분들이 느끼는 슬픔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의 슬픔에 목이 메거나 고개를 숙이고 눈에 힘을 주었다가 '에휴 이놈의 인생' 하면서 나오는 한숨이 너무나 얄팍해서 놀래기도 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또 날들을 보내고 있다.
시인의 말
주장 : 눈물이 많은 건 인정, 그러나 가려서 움.
이 책의 시편들은 내게서 영영 떨어져나간 것 처럼 느껴진다. 누군가와 쑥스럽고 어색하게 인사하는 걸 상상하면 찡해진다.
2018년 12월 권민경
-노루생태관찰공원-
오래 맘이 아파 병이었으나 몸의 병도 얻었다
내일 수술한다는 동생의 카톡
어쩜 건강하게도 살았구나 멍청하게 과거를 잘
초년운과 말년운 중 어느 쪽을 고를래?
어째서 둘 다 좋을 순 없는 걸까
표출도 병이래 말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병이고
어린 시설 일산엔 선산 묘지가 많았고 나는 뒷산에 자주 올랐는데
초년은 버리라니까
어제에 대한 회한
수술을 앞둔 동생에게
건방지게 동병상련이라니 예민해 있던 과거의 나에게
오래 고민해야지 이 생은 이벤트
여행의 일정처럼
- 안락사-
커튼 뒤에서 잃어버린 어제를 찾았죠. 베개는 얼마나 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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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로서 어제 어제의 사람
어릴 적 골목에서 만난 개 질이 튀어나온 채 복판에 앉아 있었어요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했죠. 개는 아팠던 것뿐인데 난 뭐가 무서웠던 걸까요 지는 만날 튀어나오는 주제에
네모 다음에 세모 다음은 평행 우주
애써 꾸민 형식보다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좋아요
- 권민경 <나의 형식> 일부
자연스레 이어지는 풍경들. 나는 나로서 어제의 사람이고 어제의 사람이기에 오늘의 나가 있을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칙. 누군가의 아픔이 나의 무서움으로 대치되는 시대. 꾸미다 보면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져셔 결국은 누군가를 이용해 버리는 시대. 누군가의 큰 성공이 오히려 내게 피해를 주는 시대. 그런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그 사람을 이용해 버리는 시대. 진정성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면, 간단한데, 그것이 쉽지 않은 시대. 그 형색에 나를 얽매지 않기란 쉽지 않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보면, 어느 덧 나라는 존재는 저만큼 가 버려 있는 요즘 세상에, 나를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은 조금은 힘든 일일까. 나를 버리지 않으면서, 또 남을 버리지도 않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는, 그래서 남의 성공을 바라면서 성공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되기를.
오늘은 여기까지 세 편을 준비했습니다. 또 언제 올릴지 모릅니다. 이렇게 시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군요. 모두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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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양의 맛 나의 형식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기념일이 간다 발굴 안락사 저주 후의 문진
좋았던 시들
* 부러진 나무들이 일어나요. 번개가 기지개 켜요. 온 들판에 불이 일고, 우리의 수많은 잠들이, 꿈들이 하나하나 낯익은 얼굴이 되어 찾아와요. 못다 한 인사를 커튼 뒤에 감추고 나는 잠들기 전에 내가 가진 모든 하루를 생각해요.
* 도중에 어떤 괴물을 만났더라도, 지금은 기쁘다. 밤엔 잘 울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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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의 첫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다. 침대 위 작은 탁자 한켠에 시집을 놔두고 잠이 들기 전 몇장씩 일주일을 읽었다. 아름답게 조각된 단어들로 언어를 요리조리 요리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혼자서 두근반 세근반 했다. 종양의 맛을 보고서는 두번이나 암 수술을 이겨내고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엄마가 떠올라서 눈물은 흘렸다. 많은 페이지 한 가운데 가슴에 남는 한구절, 한 단어만 있어도 이 책을 읽은 것은 성공했다고 느끼는 나에게 익숙한 단어들로 눈물을 뽑아낸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작가의 다음 시집을 기다려 나도 남은 생을 열심히 사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