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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쯔젠의 책은 이 책 이전에 <뭇 산들의 꼭대기>로 먼저 접했다. 그 때 이야기를 얼마나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내던지 국내에 어떤 책이 나와있을까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되었다.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하고 먼저 리뷰를 남기지만, <뭇 산들의 꼭대기>에서 보여준 역량을 다시 확인시켜 주는 책이 될 것 같다.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을 둘러싸고 어떤 이야기 보따리들이 숨어있을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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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본 뭇 산들의 경우 화자가 계속 바뀌고 각 인물들의 각각의 이야기가 합쳐진 모음집이었다면 어얼구나강의 경우 어느 90살이 넘은 어원커족의 한 여인의 일대기에 가까운 이야기라 그런지 진행이 되면 될수록 몰입되고 이입됐다. 물론.. 어얼구나 강 오른쪽을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족의 삶에 이입이 되어봤자 얼마나 되겠냐만은.. 어린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고 언니인 례나와 함께 니두무당의 시렁주를 지켜보던 시절부터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주머니에서 례나의 거울에 일생을 이야기 하는 그 순간까지의 빼곡한 삶의 궤적들에 조금씩 동화되고 이입되면서 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졌다. 린커..다마라, 라지다..와뤄쟈, 니하오, 니두무당..이푸린, 다시, 이완.. 다 적진 못하지만 인물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고, 또 미웠고, 그리고 허무했다. 어쩜 그렇게 태어나 어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죽는지.. 종장부에 가면 화자가 말한다. '인간은 모두 죽기 마련이다. 인간의 탄생은 대동소이하지만, 죽음에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고, 정말 그 말처럼 모두가 각각의 방식으로 죽는다. 미웠던 이푸린도, 그 큰 손으로 뚝딱하며 도구를 만든 이완도.. 당신이 있다면 몸이 돌아오려 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거라던 린커도..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인생사가 작가 츠쯔젠의 문장으로 완성된다. '비가 그쳤다. 서녘 하늘에 주홍색 저녁노을을 담은 구름이 떠다닌다. 만약 석양이 황금빛 북이라면 이 저녁노을은 멀리멀리 퍼지는 북소리다. 공중에 떠다니는 구름이 빗방울에 씻겨 흰 빛이 되었다. 야영지가 어느새 초록으로 변해 있었다.' '안개의 적은 태양이 틀림없다. 오후에 태양이 어두운 구름의 얼굴을 찢었다. 안개가 소풍 나온 흰 코끼리 무리라면 태양은 예리한 화살이었다. 태양이 화살을 쏘는 족족 안개를 명중시켰다. 안개는 재빨리 태양의 포로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이런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문장들 이런 문장들이 읽고 있는 나를 어얼구나강 한복판으로 데려가 그들의 삶의 관객이 되게 한다. 사실 화자는 후반부에 가서 와뤄쟈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은 책에서 광명한 세계와 행복한 세계를 배울 수 있다는 걸 믿지 않는다고 하며 학교도, 글도, 책도 무엇도 긍정하지 않았다. 그치만 나는 책을 통해 그녀의 삶을 체험하고 경험하니 이것도 참 아이러니하고 재밌다. 오랫동안 잊지 못..이라고 쓰다가 아마 이것역시 어쨌든 흘러가고 잊겠지만 읽는 동안 정말.. 좋았고 헛헛했고 아름다웠다. 어얼구니강 오른쪽 어느 숲 시렁주 안에서 시렁주 틈 사이에 걸린 달을 바라본 거 같은 그런 환상적인 체험을 하게 해준 글이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 역시 도도한 강물의 흐름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그런 삶이라는 경험을 하게 해준 책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을 더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