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사임당은 어머니, 유관순은 누나. 외국인이라고 달랐을까. 헬렌 켈러, 퀴리 부인, 나이팅게일. 교과서나 위인전에 나오는 여성들은 너무 '여자'이거나, 지금에 와서는 터무니없을 만큼 업적을 제대로 다뤄주지 않았다. 반면 남자들은 모든 곳에서 모든 방면에서 모든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해냈다. 위인에 성별이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그래, 성별이 무슨 상관인데 여자는 없거나 왜곡해서 보여주냔 말이다.
우리는 거친 땅을 걸어가지만 그러면서 보는 것은 길잡이가 돼줄 저 멀리 있는 별이다. 주변에 좋은 모델로 어머니, 언니, 동생이 있어도 그것으로는 좀 부족하다. 스스로 한계로 생각했던 지점에서 훨씬 멀리 가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까 내 눈앞이 탁 트인 것처럼 기분이 좋다.
책은 전반적으로 교과서 심화 코너 '더 알아보아요' 처럼 풀어서 재구성하여 쓰였고 술술 잘 읽힌다. 쉽게 쓰인 글이라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전혀 새로운 이름도 있다. 즐거이 읽으며 위대한 여자들이 겪었을 위험함과 고생보다는 그들의 업적과 그들을 알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든든함을 느껴보기를.
다음은 마음 속에 남은 문장들.
p.35. 세상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부아르 편)
p.66. 벌새를 닮은 그녀는 나 하나의 작은 변화에 대해 "내일 당장 변화가 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차이는 분명히 생긴다."라고 말했다.(왕가리 마타이 편)
p.135. "여자는 자기 삶의 첫 단락을, 남편을 찾고 아내와 어머니가 되는 법을 배우며 보내기 때문이죠.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려고 애쓰느라 다른 역할을 해낼 시간이 없어요." 서른여덟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어떻게 사진을 찍게 되었는지를 묻는 기자에게 다이앤이 한 답이다.(다이앤 아버스 편)
p.156. "나는 할 일이 많다. 이제야 예술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이와 동시에 나는 어머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중략) "아이를 낳는 것,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 하지만 조선 사회에서는 여성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않고 거룩한 것이니 너희가 참아라라는 식으로만 이야기한다" (나혜석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