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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 열림원에서 나온 한정판 시선집 『섬』을 읽으며 정현종이라는 시인의 이름을 기억했다. 그후 출간된 작품을 몇 권쯤 구입했다. 이 시집은 동명의 제목으로 1989년에 출간된 시집의 복간본이다. 가만가만히 시를 읊어 본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9~10페이지,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전문)
뒤돌아보면 드는 생각은 후회다. 그때 어떻게 했더라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그 시간에 최선을 다했더라도 더 열심히 할 것을 하고 후회한다. 만약이라는 수많은 생각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잖은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어느 시기로 갈 것인가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로 다시 가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하는데,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바꿔질 것들은 많다.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뒤늦게 후회할지라도 이런 생각을 자주 하다 보면 이후에 오는 삶엔 후회가 덜할지도 모른다.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30페이지, 「어디 우산 놓고 오듯」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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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아이가 플라스틱 악기를 부 ── 부 ── 불고 있다 아주머니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파가 보따리 속에서 쑥쑥 자라고 있다 할아버지가 버스를 타고 뛰어오신다 무슨 일인지 처녀 둘이 장미를 두 송이 세 송이 들고 움직인다 시들지 않는 꽃들이여 아주머니 밤 보따리, 비닐 보따리에서 밤꽃이 또 막무가내로 핀다 (101페이지,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전문)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것, 사랑이 아닐까. 전쟁 중에도,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와중에도 사랑은 멈출 수 없는 것. 사랑의 찬가 만큼 사랑받는 것도 없다. 시를 보면, 사랑의 시가 맞나 싶다. 하지만 처녀 둘과 장미 그리고 밤 보따리, 밤꽃들이 막무가내로 피는 풍경. 바야흐로 밤꽃이 막무가내로 피는 계절이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누군가와 아주아주 많이 사랑해야 할 계절이 아닌가도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