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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은 책이다. 높은 곳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새의 힘찬 날갯짓과 폭넓은 시선을 기대했다. 그러나 책은 온통 죽음이 가득하다. 7편의 소설 어느 하나 죽음을 다루지 않은 것이 없다. 1986년 김세진·이재호 분신자살 사건, 1999년 씨랜드 참사, 2009년 용산참사와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죽음을 직면한 인물들이 나온다. 가족이거나 그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다. 예술가들, 이를테면 사진가 소설가 화가 영화배우 연극배우 같은 이들이 사회적 이유나 개인적 이유로 죽음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들을 지켜보고 살아가야 하는 남은 인물들이 있다. 소설은 이렇듯 직접 죽음에 이르는 인물들, 그리고 가족이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죽음을 거치며 살아남거나 역시 죽음을 따르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이 겪는 고통 방황 회한 고뇌, 거기에 깃든 고결한 신성을 깨닫는 과정이 담겨 있다. 죽음을 겪으며 성스러움에 다가가는 인물들의 처절한 몸부림은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양의 냄새」: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애니스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히스 레저는 작품 속 인물이 온전히 빠져드는 배우이다. 끝내 작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뉴욕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새의 시선」: 용산참사 현장을 카메라에 담지만 카메라를 빼앗긴 사진작가 박민우는 김세진·이재호의 분신 다큐를 본 뒤 김세진이 새의 영혼 새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을 느낀다. 용산참사 근처 42층 아파트 옥상에서 새처럼 몸을 날린다.
-「사라지는 것들」: 소설 쓰던 선배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 선배랑 같이 만났던 그림 그리는 친구 형조도 저 세상으로 떠난다. 형조가 떠난 뒤 태어난 그의 딸이 세월호 속에서 마지막 문자를 엄마한테 보내고 소식이 없다.
-「새들의 길」: 스물다섯에 행방불명된 오빠를 품고 살았던 종우 엄마는 오빠를 이제 보내드리기 위해 아들 종우에게 오빠에게 줄 신발을 신겨 보냈는데 종우에 세월호에 탄 뒤로 돌아오지 않는다.
-「등불」: 딸을 사고로 잃고, 아내마저 자살하여, 허깨비처럼 살아가는 그는 식당 여인을 만나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녀가 승객 명부에 이름도 올리지 않고 세월호에 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카일라스를 찾아서」: 아내를 잃고, 아들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탄 아들마저 잃는다. 아들 친구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자신을 반추하여 자신의 황폐한 분노가 어처구니없는 감정임을 깨닫늗다. 아들 친구의 아빠가 제안하여 찾은 카일라스에서 유한한 존재가 드리는 기도 오체투지를 받아들인다.
향유고래 수명이 얼만지 알아? 70년이야. 근데 향유고래 어미는 새끼들이 열세 살이 될 때까지 젖을 물려. 아내의 목소리가 바람 소리처럼 귓전을 맴돌았다. 아내가 고래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비디오를 보기 시작한 것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이었다. 고래 젖은 생명체 가운데 가장 진해. 어미 고래가 새끼 고래에게 6개월 동안 수유하는 젖의 양이 40톤도 넘어. 그 사이 새끼 고래의 몸무게가 17톤이나 증가해. 어미 고래는 말이야, 새끼를 키우는 동안 몸무게의 4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잃어. 비디오에서 척추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어미 고래를 봤는데, 눈물이 났어. 폐사지의 환한 달빛 속에서 현수와 나란히 걷는 아내가 보였다. 누군가가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기훈이었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기훈과 하영우를 향한 황폐한 분노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감정이었는지를 아프게 깨달았다. (191-192쪽}
-「플라톤의 동굴」: 연극의 주인공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k는 작품 속 인물이 되어 자살한다. 그를 무대에 올렸던 나는 그와 작품을 더듬다가 프로방스를 또나며 그의 손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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