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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할머니들이, "내가 살아온 걸 책으로 쓰면 대하소설이다." 라는 말씀들 하곤 하셨는데, <기획된 가족>을 보면 지금 맞벌이/기혼/유자녀 여성들도 나중에 나이 들면 똑같이 말할 것 같다. 이건, 사는 게 아니라 견디는 거다. 저자는 서울, 중산층, 맞벌이, 기혼, 유자녀 여성들을 인터뷰 하고 그들의 시간을 분석한다.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기 위해 아침 일찍 종종 거리며,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의 빈자리를 다른 여성의 도움과 노동으로 채우며, 끈임없이 일정을 조정하고 감정노동을 한다. 아이들은 엄마 없는 집에 돌아오거나, 학원을 돌거나, 아니면 아예 주중에는 할머니댁에서 생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대부분 남편을 비난하지 않고 (그만하면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여긴다), 주어진 조건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한다. 이들의 삶이 나에게 이상하지 않은 것은 나 또한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출근하는 시간이 좋고 (차가 막힐 수록 좋고) 퇴근 시간에 퇴근할까, 일을 더 할까 고민하고, 주중에는 정신없이 바쁘다가 주말에는 가족들끼리만 보낸다. 이렇게 견디며 산다. 홀가분함은 느껴본 지 오래된 감정이다. 충만함도 느껴본지 오래 되었다. 시간을 나누어 사는 것이, 이렇게 우리를 시들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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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된 가족 : 맞벌이 화이트칼라 여성은 어떻게 중산층을 기획하는가 ?
낮의 연장으로서 " 바쁜 저녁시간"의 특징은 가정의 요새화와 연결되어있다 . 가족들은 TV 앞에 모이기도 하고 , 다음날의 보육시설 혹은 학교에서 요구하는 과제를 하거나 독서를 하며 교양을 쌓기도 한다 . 이 책의 주요 참여자들은 저녁시간에 TV 시청이나 인터넷 접속 등 " 시간낭비" 행동을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있다 . 참여자 대부분은 저녁시간에 자녀의 과제를 도와주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고, 아동문학이 탄생한 빅토리아 시대의 발명품인 '어린이'를 통화로 감싸는 행위는 아이들이 저녁시간을 가장 유익하게 보내는 방법이라 믿고 있다. 자녀의 교육과 교양, 정서적 관계 맺기에 대한 책임을 느끼는 중산층 직장여성이 자녀한테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교양인이라는 중간계급의 규범을 전수하는 행위이자 다양한 의미가 접합된 행위이다. 어린 자녀를 둔 일하는 어머니가 하루 중 마지막으로 수행하는 엄마 역할인 것이다. - p.66
세 자녀의 어머니인 이필연은 자녀교육이나 먹거리를 상품 시장에 의존하지 않으며 , "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시간을 들여 근대 교육에 대한 욕망을 놓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상황이 " 바쁜 저녁시간 " 을 만들고 있다. 복합적 정체성인 어머니, 아내 , 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 바빠야만 " 욕구불만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후기 근대의 새로운 주체로서의 삶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 " 저는 오히려 회사 나가고 공부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하는 길이에요 . 육아에서 벗어나서 ( 회사에 있는 시간이요 ? ) 회사도 그렇고 학교 공부하는 것도 그렇고 . 일단 집에서 벗어나서 다른 것을 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더라고요. 육아랑 살림에서 벗어나서, 제 일을 하는 게 스트레스 해소더라고요 " - 이필연
회사 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선우명선은 커피우유를 계속 마시고 있는데, 그 이유를 질문한 내게 "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와 숙면, 건강을 챙기고 싶은 욕구에 대한 타협 " 이라고 말한다.
.. 이 책의 참여자들은 근대 교육을 받은 근대적 노동 주체이자 근대적 젠더규범에 입각해 어머니 역할을 요구받는 여성이다. 근대적 노동 주체는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라는 시간 규범을 엄수할 수 있는 사람이면서 회사를 위해 24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자 , 곧 보살림 노동에서 면제된 남성 노동자를 의미한다. 참여자들은 남성의 생애주기에 맞게 설계된 노동 시장의 시간표, 보육시설, 학교제도 등의 시간표와의 시간 불일치에서 갈등을 경험한다.
... 그러나 친족관계를 활용하는 여성들은 보살림 노동에서 면제되는 대신, 남성들은 하지 않는 친족관리 노동을 수행해야 한다.
기획된 가족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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