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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 가면 끌림이 있다. 삶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문득 올라오는 '그리움' 그리움 때문에 갔던 길을 가고 또 간다. 길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나에게 '그리움'이란 단어와 언어도 곱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 곽재구 시인의 글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을 보지 않았더라면 시인의 사랑스런 언어들을 못 만났겠지. 지금 바로 이 순간 행복하여라~~ 역마살 끼인 듯 자꾸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시인, 그에게 섬과 포구는 언제나 그리움이다. 마음이 닿는대로 끌리는대로 가서 그리움의 회포를 푼다. 시인이 쓴 포구기행이 2002년 초판 1쇄가 나오고 작년 12월에 3판 1쇄가 나왔다. 무려 16년동안 시인의 여정이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아마 지금도 어느 인적 드문 섬에 머물러서 만나는 촌로(村老)에게서 힘겨움과 수고, 삶의 강인함, 그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풍경의 풍부한 아름다움에 마음 깊이 뭉클해지는 소소하지만 작은 기쁨을 누릴것이다. 詩로 대화를 하고, 그리움과 마주할것이다. 그렇게 쓰여진 언어의 여정에 자연스레 합류하게 된다. 나는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묵직하게 읽으면서^^ 판을 거듭할수록 읽게 되는 이 책은 쉬이 읽혀지는 책이 아님을 느낀다. 경건한 의식을 치루는 듯 여정에 주목하며 한 템포씩 느린 발걸음으로 마음도 그렇게 쉬어간다. 좋아하는 시인의 글이라 쉽게 읽을 수도 쉽게 리뷰를 쓸 수도 없는 마음. 그렇다고 그 마음의 여운을 깊이 남기고 싶어 시간의 틈을 남길 수도 없다. 퇴색될까봐.
낯선 도로를 따라 찾아가는 낯선 마을, 언제나 그렇듯 일정한 목적지 없이 그냥 발길 닿는대로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길을 나선다. 마을 이름이 주는 평온함과 궁금증에 머물기도 한다. 그 곳에서 마주하게되는 바다와 하늘, 맞닿은 여러 붉은 빛깔들의 향연인 노을이 펼쳐지고, 푸르고 검은 물빛에 길을 잃지 말라고 노오란 반짝이는 등대의 불빛이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다. 드넓은 갯벌과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는 억척스러움이 햇살처럼 웃고 있다. 그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생의 온기와 삶의 숙연함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순천만의) 노을은 땅 위에서도 진다. 땅, 정확히 표현하자면 개펄이다. 개펄 위에는 썰물들이 남기고 간 작은 웅덩이들이 남아있다. 그 웅덩이 위에 오늘이 살아 뜨는 것이다. (중략) 노을빛이 다 스러지고 난 뒤 갈대밭은 어둠에 잠긴다.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진 뒤의 저녁 어둠은 부드럽다. 자세히 보면 푸르스름한 쪽빛의 기운이 어둠 속을 흐른다. 작은 파도도, 새들의 날갯짓도, 갈대들의 꺾인 목도 다 보이지. 이 신비하고 고요한 어둠의 시간이 나는 좋다. 단순한 어둠이 아닌 낮 동안 이 개펄과 바다 위에 꿈을 부린 많은 생명체들의 영상이 그 어둠 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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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이름이 왜 '거차'인가요? 할머니가 대답했다. 살기가 하도 팍팍하고 거칠거칠해서 그렇다오. 순간 나는 말문이 막혔다. 팍팍하고 거친 삶, 거차. 어디서 왔소? 광주.... 뭐 하러 왔소? 뭐 하러....? 나는 또 여기서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무엇을 하러 이곳에 왔는지 생각이 퍼뜩 나지 않았던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고 갯마을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을 때) 광주에는 안 가오? 할머니였다. 시장할텐디 저녁이나 드오. 그렇게 거차에서 하룻밤 비럭잠을 잤다. 슬픈 일도 없는데, 나는 할머니가 깔아주는 까실까실한 포플린 이불 위에 누워 눈물을 흘렸다. "
마을의 이름대로 다정하지는 않지만 투박한 갯마을 할머니의 환대가 따뜻하게 느껴진다. 情이란게 이런건가보다. 낯선 사람에게도 곁을 내어주는 것. 당연하지 않은 뚯밖의 선물을 받았을 때 그 기억은 오래 지속된다. 기억 속에 저장되어 오롯이 추억이 된다. 추억을 되짚어 가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은 다시 그리움이 사무칠 때 찾아갈 길이다.
" 내가 바람을 사랑하는 제일 큰 이유는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 바람의 일이란 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저 띄우고 건드리고 새겨놓고 향기를 남기고...... 실은 그 일이 언제나 그랬는데.... 내 마음 속 파문을 일으키는 큰 일인것을.^^ 5월의 장미향이 내 마음에 들어온 것은 바람의 일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감성이 충전된 느낌이다. 이 느낌이 좋아서, 무딘 내 감정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주고 싶어서 나는 자꾸 곽재구 시인의 글을 읽고 싶다. 아마 그의 여정이 매번 같을지라도 늘 다른 느낌이듯이 나도 읽을때마다 다르다. 내가 처해진 감정이란게 매번 다르니까. 기분에 따라, 밤과 낮의 기울어짐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 게절마다,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에 따라 다른 깊이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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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쓸쓸함, 저녁 어스름, 나그네와 같은 단어들이 생각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가 오랜 세월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포구에 이런 일, 저런 일로 여러 번 방문한 듯하다. 책에서 가끔씩 산타모니카 등과 같은 바깥 나라의 마을도 언급하는 것을 보아서는 집을 떠나 타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포구에 10쪽 내외의 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 하나만 있어도 떠날 곳에 대한 많은 안내를 해주기도 한다. 짧은 글들 수십 개를 모아 놓은 여행 산문집이라 읽기가 좋다. 언제든, 어느 곳에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마음 깊은 곳의 기억을 더듬게 한다. 2002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 빨라도 2002년 이전에 작성된 글들이다. 책에 나와 있는 글의 기억에는 1980년대, 1990년대의 향수가 묻어난다. 어떤 글들은 2020년 시점에서는 30~40년 전의 기억도 있다. 글과 함께 방문한 지역에 얽힌 역사도 재미있다. 제주도에서는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임제의 남명소승과 같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도 있다. 이 글들 중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징지용 시인의 「별똥 떨어진 곳」 시이다. 이 시는 나의 오래된 기억 하나를 끄집어 내게 만들었다. 짧고 읽기 쉬운 책이지만 이 책 또한 떠나 보내기 싫은 책이다. 대략적인 저자의 마음은 전해오지만, 글 쓸때의 그 마음을 온전히 느낄수야 있을까 싶다. 해당 지역의 숨결과 시간대에서 전해오는 느낌, 저자의 마음과 합쳐진 것이 그때의 마음일 것이다. 그것은 저자만의 온전한 개인적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