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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내게 항상 지루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분야였다. 그래서 역사책도 읽은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책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60개의 폐허를 소개하면서 그 안에 녹아있는 역사 이야기들을 이야기해주니 이야기가 늘어지지도 않고 재밌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수많은 고퀄리티 사진들도 내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이 폐허들 중 영화에 나온 폐허들도 다수 있어 더 관심을 가지고서 읽을 수 있었다. 후에 영화를 보다가 폐허를 배경으로 한 장면을 발견하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폐허의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도 볼 수 있었던 점과, 한 폐허라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많이 실어놓아 더 생생해서 좋았다. 실제로 세계여행을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 나중에 외국여행을 갈 때 책에 실린 폐허가 있는 나라로 가게 된다면 폐허도 꼭 한 번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 뿐만 아니라 여행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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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폐허가 있다. 그 중에서 저자인 리처드 하퍼가 직접 다니면서 사진을 촬영한 60개의 폐허를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지루할 틈이 없이 아름다운 사진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그 사진의 아름다움을 채워주는 것은 사람들의 흔적이 아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후 그 장소에 찾아온 새로운 주인들 바로 자연이다. 사람들이 떠나간 곳에는 자연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들을 위한 자리인 것 처럼 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이 자연 위에 지은 장소들에 다시금 자연이 찾아와 그 장소를 위대하게 만든다. 인간이 짓고 인간이 버린 폐허에 자연이 들어서서 그 폐허는 쓸쓸한 폐허가 아닌 자연적 요소와 인위적 요소가 결합이 된 위대한 폐허가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보면 쓸쓸할 수 도 있지만 자연과 함께 있어서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 된 폐허를 60곳을 보여준다. 많은 사진들과 자세한 설명이 되있어서 책은 지루함이 없이 끝까지 나아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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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잉카의 신성한 도시, 마추픽추 수백 개의 거대한 석상들이 지키고 있는 섬, 이스터섬 전쟁의 피해에도 신성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 기어스도르프 교회 한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웠던 기차역, 칸프랑 역 화산재에 파묻힌 카리브해의 낙원, 플리머스 장관과 기괴함을 동시에 갖춘 콜롬비아 휴양지, 델살토 호텔 단 한 번의 허리케인으로 폐장된 놀이공원, 식스 플래그스 재즈랜드 처음부터 폐허인 곳은 없습니다. 모두 찬란했던 한 때를 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던 장소들이죠. 하지만 전쟁, 경제적 이유, 정치적 이유, 화산 폭발, 노후화, 자연재해 등 다양한 요소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폐허 속에 담겨진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왜 폐허가 되었는지, 그것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는 않을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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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쇠퇴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다"
폐허의 사전적 의미는 '건물이나 성 따위가 파괴되어 황폐하게 된 터'다. 그러나 여기서는 조금 더 넓은 의미의 폐허를 다룬다. 책에서는 파괴되지 않은 장소도 여럿 소개한다. 이스터 섬이 그러하고, 암스테르담 방어선이 그러하며, 로스섬에 잇는 스콧의 오두막이 그러하다. 이들은 물질적인 면이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의 파괴로 인해 폐허가 된 장소다. 본연의 기능을 더이상 수행하지 못해 폐허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스터 섬은 거주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고(이곳의 본 기능 및 버려진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이지만, 책에 나온 바에 따르면 그러하다) 암스테르담 방어선은 군사 기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스콧의 오두막은 주인을 잃음으로써 역시나 거주지, 숙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폐허다.
위의 사례뿐만 아니라 책 속에 나오는 60가지 장소 모두 저마다 폐허가 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폐허 60곳을 버려진 시기를 기준으로 배치해두었다. 20세기 초, 중반은 전쟁이 폐허를 만든 원인이었다. 구체적으로는 1, 2차 세계대전을 뜻한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직, 간접적으로 폐허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90년대 후반에는 경제적, 정치적, 환경적인 이유로 폐허가 된 장소도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다른 어떤 폐허보다도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된 장소들이 아팠다. 폐허가 되지 않았어도 좋을, 혹은 폐허가 될 시기가 한참 미뤄질 수도 있었을 많은 장소들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맘이 아팠던 것은 프랑스의 유령 마을 '오라두르 쉬르 글란' 이야기다. 이곳은 대학살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폐허가 되었다. 독일 무장친위대 소속 중대 하나가 지역의 레지스탕스에 대한 경고로 무고한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다. 큰 사건이라곤 없던 마을이었던지라 이곳의 주민들은 병력을 가득 실은 트럭 몇 대가 들어왔을 때도 경계하지 않았다고 한다. 디크만 소령은 신분증 확인 절차를 핑계로 모든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내 시민들은 남자와 여자, 어린이로 나뉘어 끌려갔다. 헛간으로 끌려간 남자들은 다리에 총알을 맞고 산채로 불에 태워졌다. 여자와 어린이들을 몰아넣은 교회에는 수류탄을 던져 불을 질렀다. 불길을 피해 탈출한 이들 역시 사살되었고, 자전거를 타고 놀러왔던 타지역 사람 6명 역시 사살됐다.
1945년 당시 프랑스 대통령 샤를르 드 골은 오라두르를 독일의 잔혹행위를 상기시키는 폐허로서 그대로 보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마을은 대학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환자를 찾아 마을에 방문한 박사의 자동차, 여행객의 자전거, 교회 벽, 총알구멍으로 곰보가 된 제1차 대전 기념비까지.
이 마을의 벽에는 "기억하라(Souviens-toi)"는 글이 적혀 있다. 목적어는 물론 학살이다. 오라두르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폐허다.
"폐허는 인류의 번성과 쇠락이 축소된 제국이다"
이 세상에 쇠퇴하지 않는 아름다움은 없다고 했다. 결국 폐허가 된 이유는 그 장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파괴될 수도 없다. 달리 말하자면, 폐허는 존재의 증거다. 이곳에 문명이 있었노라, 생기가 불었던 적이 있었노라 주장하는 자다.
동시에 폐허는 무한한 상상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우리로 하여금 폐허가 아니었던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했던 그때 그 시절의 모습, 그 속의 삶, 그리고 그들이 이 장소를 버린 이유까지 상상하게 만든다.
분명 폐허에서는 생동감보단 황폐함이 먼저 느껴진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폐허는 창조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는 폐허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폐허의 속성은 무(無)에 가깝다. 그러나 폐허는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그 장소를 기억하고 또 무언가를 배우는 이상은.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다면 폐허는 폐허라는 이름조차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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