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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커피가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소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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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커피가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소리글이야기에도 색깔이 있다면 “유빙의 숲”은 어떤 색깔일까. 책 표지가 딱 맞는 색깔일까. 어두운 듯 밝고, 푸른 듯 노란 그 어떤 느낌. 색은 느낌이다. 차갑고 깊은 바다인 듯 보이지만 수면 가까이에 노란 햇살이 기포를 내뿜으며 살아보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유빙의 숲에 유빙은 보이지 않는다. 유빙은 바다에 속해 있지만, 숲은 산에 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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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커피가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소리글


이야기에도 색깔이 있다면 유빙의 숲은 어떤 색깔일까. 책 표지가 딱 맞는 색깔일까. 어두운 듯 밝고, 푸른 듯 노란 그 어떤 느낌. 색은 느낌이다. 차갑고 깊은 바다인 듯 보이지만 수면 가까이에 노란 햇살이 기포를 내뿜으며 살아보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유빙의 숲에 유빙은 보이지 않는다. 유빙은 바다에 속해 있지만, 숲은 산에 속해 있어 그 정체도 모호하다. 그래서 바다 표지에는 유빙이 없다. 대신 기포 아래 몸부림치는 커다란 고래, 아니 뭍을 향해 기도하는 간절한 상어 하나 있다.

 

소설집이어서 차례에는 총 8개의 제목이 유빙처럼 바다에 박혀 있다. 해설과 작가의 글도 합치면 10개의 제목이 떠다니는 듯하고, 각각의 제목은 달았으나 같이 붙어 있는 도주 연작을 하나로 보면 다시 8개의 제목이 된다.

유리주의, 유빙의 숲, 귤목, 뼈바늘

-, 쇳물의 온도, 파도의 온도 (도주 1, 2, 3 연작)

커피 다비드, 해설, 작가의 글

 

젊은 작가 이은선의 첫 번째 작품집은 읽지 못했으나 두 번째 작품집인 이 책으로 작가의 색깔을 느낄 수 있었다. 반가웠다. 이런 단편소설을 언제 읽어보았는지 기억에 없다. 그러나 오래 잊었어도 손만 대면 되살아나는 악기들처럼, 그녀의 단편소설들은 단박에 나를 한국 지형에 강한 한국형 단편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했다.

깊고 깊은 바닷속. 유빙의 숲에 빠지는 듯, 책을 읽을수록 나도 함께 빨려들어갔다. 그녀가 만들어놓은 촘촘한 이야기 바다에, 바다에서 숲으로, 숲에서 숨으로, 숨에서 기포로 쉴 새 없이 헤엄쳐나갔다.

춥고 어두운 바다였지만, 표지에서 보는 것처럼, 사람들이란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동물이라, 작고 여린 사람들은 어디서나 따뜻했다. 그래서 안쓰럽다.

 

나와 함께 살았던 흔적은 순식간에 지워졌고 그보다 더 재빠르게 아예 없던 사람처럼 조용히 뒷마무리가 되었다. 사람의 흔적이 지워지는 데는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87)

 

나이를 먹으나 나이를 덜 먹으나, 사람은 참으로 연약하고 왜소하다. 너의 슬픔 앞에 우리는 굴복하고, 무릎을 꿇고, 사랑을 포기한다. 세월호가 너의 이야기에 해당하겠지만, 실상은 하나로 연결된 바다처럼 바로 우리 가족의 이야기였던 것을. 우리는 숲을 보며 깨닫는다.

 

책 마지막에 부록처럼 덧붙여진 [해설]은 부족한 독서력에 참기름을 넣고 계란을 넣고 비벼주는 맛있는 비빔밥과 같다. 김나영 평론가는 첫 문장에서 당신은 소설을 왜 읽는가?”라고 독자에게 질문한다.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물벼락을 맞는 것 같다. 다음 문장을 읽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해설가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힘겨운 줄도 모르고 그저 살아가던 도중에 우연히 마주한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소설을 만나기도 한다. 이때의 소설은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이 거대한 삶 그 자체로부터 도망가고자 할 때 그 길 위에 혼자 있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다. (265)

 

갑자기 번쩍하며 전등이 켜진다. 책 제목 하나가 고래처럼 튀어 올랐다.

소설은 어떻게 삶의 우산이 되는가?’

소설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줄뿐더러,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에 빠져 있는 동안 친구가 되어준다. 그랬다. 그래서 책을 읽는 거였다.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과도 같았다. 우산을 썼음에도 옷은 온통 비에 젖어 버린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좋은 한국 작가를 알게 되어 기뻤다. 이 책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꺼이 옆에 둘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책에게, 수고한 작가에게 고마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19.07.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