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노벨과 미연시 게임을 통해 현대 사회의 포스트 모던한 경향을 분석하는 평론집이다.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을 하나도 접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이야기가 아닌 캐릭터 데이터베이스로서의 작품, 그리고 현실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아닌 허구를 모사하려는 경향에 대해선 나 역시 공감하고 있던 터라, 여러가지 의미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글을 너무 지저분하게 쓴다는 점, 그리고 사실 작가가 전제하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포스트 모던한 경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쓰레기를 쓰레기가 아닌 척 포장하기에 급급한 한국의 평론가들에 비해 쓰레기들이 만들어진 원인과 조건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훨씬 양질의 글을 쓰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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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브컬처 비평의 선구자 아즈마 히로키는 전작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를 통해 포스트모던 사회를 비평했다. 저자는 21세기를 포스트모던의 시대로 규정한다. 포스트모던화는 거대서사(큰 이야기)의 쇠퇴를 특징으로 하는데, 큰 이야기의 쇠퇴는 곧 현실인식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오타쿠가 포스트모던적인 문화집단으로 정의된다. 일본의 오타쿠문화를 이해하는 핵심어는 모에와 데이터베이스 소비다. '모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사랑에 가까운 애착을 품는 것을 가리키는 은어다. '데이터베이스 소비'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둔 콘텐츠 소비 현상을 말하는데, 이야기의 지위저하, 캐릭터의 자율화, 미디어 믹스 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일본 문화에 대한 비교적 거시적인 시대정신적 구분도 흥미롭다.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는 전후 일본의 정신사를 1970년 전후를 분수령으로 하여 '이상의 시대'와 '허구의 시대'로 구분했는데, 저자는 이를 계승하여 1995년 이후의 시대를 '동물의 시대'라고 명명한다. 동물의 시대에 사람들은 신체적 쾌락에 몸을 맡기고 사회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신작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현실문화, 2012)에서는 오타쿠들에 의해 소비되는 라이트노벨과 '미소녀 게임'이라고 통칭되는 컴퓨터 게임을 분석한다. 저자에게 라이트노벨은 대표적인 포스트모던적 소설이다. 라이트노벨이란 만화적이거나 애니메이션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진, 중고생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저자는 현재 일본소설을 지탱하는 상상력의 환경을 근대적 현실을 믿는 '자연주의적 리얼리즘'과 근대적 현실과 결별한 '만화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으로 구별한다. 이런 구분은 문학평론가 오쓰카 에이지의 관점에 근거한 것인데,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이 '현실의 사생'이라면, 만화 애니메이션적 리얼리즘은 '허구의 사생'이다.
라이트노벨을 위시한 오타쿠 문학은 현실이 아닌 허구를 그리고 있으며, 이야기와 캐릭터가 분리되고 캐릭터의 설정이 이야기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오쓰카 에이지도 라이트노벨을 '캐릭터 소설'이라 부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캐릭터 소설은 다시 '게임 같은 소설'과 '애니메이션과 만화 같은 소설'로 구분되기도 한다. 한편, '미소녀 게임'은 한 사람의 플레이어를 상정한, 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로 그려진 여성 캐릭터와의 연애의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남성을 겨냥한 어드벤처 게임 또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미소녀 게임은 에로 게임, 갸루 게임, 모에 게임, 연애 어드벤처, 어덜트 게임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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