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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보고서 책에 대한 이야기인 줄은 알았지만 독서일기일 줄은 몰랐다. 읽을 것들은 쌓여만 가는데 어느 책을 읽어야 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읽는지 알고 싶어서 읽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두사람이기에 혹 나의 책읽기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無다. 도움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것도 밥벌이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할까 하는 궁금증은 조금이나마 풀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1월1일부터 6월말까지 한 사람이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선정하고 그 책을 핑계삼아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181권의 책을 말하는 것이고, 두 사람이니까 362권의 책이 되는 셈이다. 자신이 선정한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책과 얽힌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도 저도 아니면 책제목만 걸어 놓고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끝나는가 했더니 뒷편엔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책제목만을 소개하고 있다. 하릴없이 헤어보니 한 사람당 185권이다. 이 또한 두 사람이니까 370권. 그러니까 이 작은 책 한 권에 730여권이 책이 들어있다. 물론 서로 겹치는 책도 있다. 일부러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읽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같은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으니까. 그렇다 해도 이게 뭐지, 흐미~.
어쨌든 한 사람이 하루에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책에 나와있는 책들을 다 읽었는지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독서일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쓸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출판사 편집자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하루에 한 권 책읽기를 목표로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의미 없는 일(?)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과 같이 백수(?)로 지낼 때는 한 달을 놓고 보면 20여권에 가까운 책을 읽고는 있지만 그렇게 읽는 책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능하면 피하려고 하는 책이 두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기계발서류이고 다른 하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취향에 맞지 않는 책을 소개하는 책을 접하게 되면 남에게 읽을 책을 강요받는 것 같아 싫고, 어쩌다 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소개하는 책을 만나면 소개하는 그 책들을 다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서 싫다. 내가 읽을 책을 한두권도 아니고 무더기로 남에게 소개받는 다는 것, 과히 유쾌하지 않은 일이기에 그런 책들은 가능하면 피한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책을 고르는 기준의 후진성(?)도 한몫을 했다.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면 책내용도, 목차로 살펴보지 않고 카트에 넣고, 그렇게 카트가 차면 비워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간혹 그렇게 해서 손에 들어온 책들 중에는 서너장을 읽다가 처박아 놓고 거들떠보지 않는 책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된 것은 책을 밥벌이로 삼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고르고, 어떤 책을 읽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자신들이 기획하고 만든 책이겠지만,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은 너무나 많지 않은가
저자들이 독서일기를 쓴 책 370여권 중에서 내가 읽어본 책은 20여권 안팎이다. 그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700여권의 책 중에서 고른다 해도 30권이 채 못된다. 그만큼 그들과 나의 독서취향은 다르기만 하다. 이는 아무리 누가 뭐라해도 나는 내가 읽고 싶은 것 만을 읽는다는 말일 게다. 그래서 이런 책은 안 읽으려고 한 것인데.. 그럼에도 남들이 쓴 독서일기를 읽는다는 것이 싫지 만은 않았다.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나만의 책읽기로 돌아갈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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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다 출판사의 읽어본다 시리즈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나 어떻게 읽었나 늘 궁금하므로
* 책의 표지를 비롯 전체적인 만듦새가 훌륭하다 예쁜 책이다
* 한국 문학 편집자이지만 그만큼 해외 소설을 좋아한다. 출판사 일을 하기 전에는 해외 소설을 훨씬 많이 읽었다. 번역된 소설은 배경도 인물도 사건도 모두 (당연한 이야기지만) 번역된다. 어쩌면 나는 번역이라는 안전그물 안에 숨어서 거리감 있는 이야기만을 즐겨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 작가가 우리말로 쓴 소설을 읽을 때에는 일종의 각오가 필요하다. 이야기에 상처 입을 각오, 몸 한구석에 이야기를 각인시킬 각오, 그것으로 묵은 감각을 변화시킬 각오 같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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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가는 책, 쌓여가는 시간 두 사람이 쓴 매일의 독서기록장이다. 읽으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까지 스며들어 있어 더 재밌었다. 많은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책이 가득 담기기도 했다. 직장동료끼리 이런 책을 써내서 더 신기하고 재밌었고 한 번쯤 누군가와 이런 글 써보고 싶어졌다. 다른 한 명은 인생 살면 저절로 나타나겠지 뭐... 3월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읽었는데 꽤 좋은 선택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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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J는 오랜 친구이다. 나는 서너 달에 한 번 정도 J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마나 한 이야기를 한참 떠들고 난 다음, 그건 그렇고 요즘 들어 읽은 것들 중 권할만한 책 없나? 라고 묻고는 한다. 내 책을 읽으시오, 하는 흰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J는 성심성의껏 대꾸를 해준다. 나는 J가 권한 책을 읽기도 하고 읽지 못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책을 구매는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다. “... 나는 소설을 읽을 때 어느 정도 진도를 밟으면 어김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확인한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찬찬히 살필 여유가 없는 급한 성격. 업무도 급하게, 독서도 급하게... 나는 소설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결말을 향하는 플롯의 걸음을 좋아한다고 해야 할까...” (p.30, 서효인) 서효인과 박혜진은 출판사의 같은 팀에서 일하는 동료 사이이고, 두 사람은 그들의 일을 공동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꽤 수평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읽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생각해보니 이 책과 같은 ‘읽어본다’ 시리즈를 쓴 부부들의 독서도 이렇게 겹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읽은 소설들이 모두 생각으로 연결되는 날은 기분이 좋다. 일을 잘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읽기가 일이기도 한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얻는 게 없는 독서만큼 무서운 일도 없지.” (p.105, 박혜진) 소설가 J를 제외한다면 사적으로 책을 소개받는 것은 까페 여름의 선배와 아내가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까페 여름의 선배와 아내는 워낙 조심스러운 성격인 탓에 쉽사리 책을 소개하거나 하진 않는다. 두 사람이 소개한 책에는 실패가 없다. 선배는 내가 감내하는 허용치를 잘 알고 있고, 아내는 자신과 다르면서도 닮아 있는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이것도 신뢰의 문제이다.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사노 요코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100만 번 산 고양이』) 썼는지는 최근에야 알았다. 사노 요코는 남편의 죽음 이후에 이 동화를 썼다. 백만 번을 죽고 백만 번을 살아난 고양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두 번 다시 살아나지 않아도 된다느 말이 더없이 사랑스럽다가 더없이 슬프다. 나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를 찾는 일.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의 수만큼 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존재를 찾아서 비틀비틀 걸어가는 게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한다.” (p.111, 박혜진)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나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통해 책을 소개받기도 하였을 것이다. 종 계간지를 읽고 그 안에서 작가를 찾아 읽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소설리스트’라는 사이트를 통해 책을 소개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그 페이지는 문을 닫았다. 지금은 간간이 페이스북에 등록된 이들이 올리는 책 소개를 유심히 들여다보곤 한다. 그리고 ‘읽어본다’ 시리즈는 내가 책을 수혈 받는 또 다른 루트이다. “작가에게 밀착해 보이는 소설의 인물들은 바로 그 이유로 독자에게도 거리를 좁히며 육박해들어온다. 대체로 실제 이름인 도시의 상호, 브랜드 들은 읽는 나를 거의 거기에 가져다놓았다. 거기서 만났거나 만나고 있거나 만날 예정인 인연들은 나를 거의 들었다 놓았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김봉곤 작가는 사랑밖에 모른다. 사랑의 귀재다. 정분의 천재다. 『여름, 스피드』는 오로지 사랑을 말하고 탐하고 택하는 소설이라, 기억나지 않는 어느 페이지 몇째 줄에서부터 나 또한 사랑에 목마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p.376, 서효인) 책을 소개 받는 것과는 별개로 시와 산문을 쓰는 서효인 그리고 평론과 산문을 쓰는 박혜진의 글은 깔끔해서 읽기에 좋다. 다른 이의 글을 읽고 토를 달아야 하는 편집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글에도 나름 엄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책을 읽은 다음 가장 먼저 구매할 생각을 한 책은 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그리고 박형서의 《당신의 노후》였다. 서효인, 박혜진 /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 난다 / 399쪽 / 2018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