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0%
  • 리뷰 총점8 5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리뷰] 곽재구, '와온 바다'
"[리뷰] 곽재구, '와온 바다'" 내용보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한 방법은, 그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이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눈 자체의 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니, 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눈이 보는 방향과 대상, 그리고 눈의 높이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은 눈 이상이다. 눈
"[리뷰] 곽재구, '와온 바다'" 내용보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한 방법은, 그 사람의 눈을 보는 것이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눈 자체의 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니, 상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사람의 눈이 보는 방향과 대상, 그리고 눈의 높이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눈은 눈 이상이다. 눈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다. 시집 '와온 바다'를 읽고 났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집 '와온 바다'에서 시인의 시선은 서민들과 그들이 사는 곳을 향해 있다.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 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카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빚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그리운 노동과 음악

 

  새벽이면

  아홉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와온 바다' 전문, 12~13쪽)

 

  이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와온 바다'는 이 시집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와온 바다는 시인은 휴식처라고 했지만(1연), 사실 이곳은 개펄에서 노동하는 동안 허리가 굽은 사람들이 고달프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이 시집의 1, 2부에서 시인의 눈이 바라보는 대상은 대체로 와온 마을 같은 바닷가 마을(1부의 첫 작품 '시'에서 시인은 그 마을들 이름을 죽 열거하고 '착한 바닷가 마을'이라고 표현한다)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시인은 휴식처로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바닷가 마을을 택한 것이다. 왜 하필이면 가난한 바닷가 마을을 휴식처로 찾았을까? 그 답은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라는 표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과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고물 선풍기가

  밤새 돌고 있는 그 나한전에는

  부처님이 좌정할 연꽃방석 같은 것은 없어서

  할 일 많으신 부처님 모실 생각은 애시당초 없고

  간혹 시궁쥐나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만

  텅텅 목어를 두드리다 가는데

 

  낮 동안

  살과 뼈를 다 벗긴 이 집의 나한들이

  밤이 되면 천도복숭아 하나씩 들고 돌아와

  월세 십오만원 선풍기 바람 아래 눕지요

  이때만은 고물 선풍기도

  아주 선선한 별빛을 바람 속에 섞어 날리기도 하는데

 

  세평 반지하 나한전 앞에는

  그 흔한 목백일홍 꽃나무 하나 서 있지 않고

  돌구시 위 쪼르르 떨어지는 대나무통 물길 하나 흐르지 않고

  피곤에 전 나한들의 꿈만 번져가는데

  그때 손톱에 봉숭아물 보기 좋게 들인

  나한의 손 하나가 바로 곁에 누운

  기름때 밴 보살의 손을 슬며시 잡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흰 소를 타고

  이승의 제일 맑고 시원한 호수로 소풍 가는

  꿈을 꾸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그때 그 꿈 언저리에

  목백일홍꽃들 수북수북 피어나고

  월출산 도갑사 대웅전 앞마당에 놓인

  아주 씩씩하고 잘생긴 돌구시 위로

  쪼르륵쪼르륵 산물은 극락처럼 흘러내리는 것은 아니겠는지요 ('나한전 풍경' 전문, 23~24쪽) 

 

  '나한전 풍경'에서 '나한전'은 월세 15만원짜리 세 평 반지하 방이다. '기름때 밴 보살'은 공원인 남편, '봉숭아물 들인 나한'은 그 아내인 듯 싶다. 고달픈 삶을 살면서도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인 시다.

  두 편의 시에서 대상들을 향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시선은 인용한 두 작품만이 아니라 많은 작품에서 느낄 수 있다.

 

  1, 2부가 와온 바닷가 마을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노래한 시들이라면(2부에 예외적인 작품이 몇 편 있기는 하다), 3~4부는 시인의 인도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시들이다. 시집 뒤편의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머물렀던 일년 반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시를 선물해준 산티니케탄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드립니다. 그들의 맑은 눈망울과 따스한 마음이 없었다면 이 시집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3, 4부는 그러니까 무대만 인도로 옮겨갔을 뿐 결국 1, 2부와 마찬가지의 따뜻한 시선을 담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겠다. 맑은 눈망울을 보고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맑은 눈망울과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니까.

 

  보름달 아래 아이들이 삶은 콩을 팔고 있다

  호수에 비친 달빛이 파랗다

  나뭇잎 접시에 담은 삶은 콩은 3루피

  얼굴 까만 사람들이 삶은 콩을 먹는 모습을

  보름달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새끼 염소가 젖을 빠는 소리가 보리수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난 언제 당신에게 3루피 밥 한 끼 지어줄 수 있을까

  2루피 누룽지 한번 만들어줄 수 있을까

  1루피 시 한편 써서 읽어줄 수 있을까

  나뭇잎 접시 위의 삶은 콩이 반짝 빛난다

  하늘의 별 중 누군가 3루피를 들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적빈 2' 전문. 105쪽)

 

  시인이 머물렀던 인도의 '산티니케탄'이라는 곳도 와온 마을처럼 가난한 마을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늦은 저녁 식사 광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 그런데 독자의 가슴은 왜 애잔해지는 건지?

 

  그 화가는 오오사까에서 왔다고 한다

  밤의 호수 길을 그가 걸어갈 때면

  반딧불이 몇마리가 길을 밝혀주는 것을 보았다

  먼 옛날 그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반딧불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내 앞길에도 반딧불이 두마리가 춤을 추며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먼먼 옛날 나의 어머니의 어머니 또한

  이곳 호숫가에서 뜨내기 반딧불이를 만나

  밤새 사랑을 나눴을지도 모른다 ('호수' 전문, 116쪽)

 

  이 시는 아무래도 불교적 발상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먼 옛날'은 '과거'로 읽을 수도 있지만, '전생'으로 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읽든 의미의 차이는 거의 없겠지만. 반딧불이를 보고 어머니를 떠올리고 또 사랑을 연상하다니, 그만큼 호수가 낭만적이라는 건가? 아뭏든 사랑, 그것도 밤새 나누는 사랑이라니, 괜히 가슴이 설레게 하는 시다. ㅎ 

 

  시집 '와온 바다'에 실린 시들은 가독성이 좋다. 무엇보다 '와온 바다'는 우리 주변의 서민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삶에서 희망을 발견하며, 이 세상은 함께 살아갈 때 아름답다는 그 전언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시집이다. 

 

t*******1 2021.09.27. 신고 공감 6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따뜻한 시선
"따뜻한 시선" 내용보기
곽재구 시인의 시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인간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인간에 대해 깊게 관찰하고 따뜻한 눈길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이번에 읽은 와온 바다에 실려 있는 시들도 시인의 인간미 넘치는 감성을 엿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척 편안하게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수 있었고 잔잔한 여운이 깊게
"따뜻한 시선" 내용보기

곽재구 시인의 시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인간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인간에 대해 깊게 관찰하고 따뜻한 눈길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와온 바다에 실려 있는 시들도 시인의 인간미 넘치는 감성을 엿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척 편안하게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수 있었고 잔잔한 여운이 깊게 가슴에 새겨진 시집이기도 했습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렇게 우리의 사회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며 심성이 고와야 한다는 어른들의 말씀처럼 마음먹기에 따라서 세상은 나에게 적대적일 수도, 친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한 권의 시집이 요즘 쏟아져 나오는 여러 자기개발서, 현대인들의 심리를 통해 자신을 성찰 시키는 책들과 같다는 느낌이었으며 와온 바다는 그런 책들보다 훨씬 앞선 훌륭한 인문학 서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곽재구 시인의 시들과 에세이들을 예전부터 챙겨 보아 온 독자로서 이번 시집은 그 어떤 작품집 보다 만족감이 큰 시집이었으며 여러 번 되풀이 해 읽으며 세상살이에 힘든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특효약처럼 다가 온 무척 좋은 작품집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p*****9 2018.07.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