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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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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은 한 시대를 관통한다. 우리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다. 우리의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들 부모 혹은 조부모의 삶이 역사와 맞닿아 있다. 시대를 달리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가는 우리. 우리의 삶이 곧 역사라는 사실을 이토록 감동적으로 경험하는 일도 드물다.  만화가인 저자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의 부모님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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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은 한 시대를 관통한다. 우리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이다. 우리의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 우리들 부모 혹은 조부모의 삶이 역사와 맞닿아 있다. 시대를 달리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가는 우리. 우리의 삶이 곧 역사라는 사실을 이토록 감동적으로 경험하는 일도 드물다.

 

만화가인 저자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렸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저자는 어머니의 육성 그대로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늙은 딸과 함께 사는 팔순의 어머니는 과거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전한다. 그 육성에서 애틋함이 묻어나왔다. 그리운 고향, 그리운 어머니, 형제들. 그리움이 크면 이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법인가.

 

일제 강점기의 1900년대에서부터 해방 그리고 다시 1950년대의 한국전쟁을 겪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질곡의 현대사가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일제가 대규모 국토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조선인들의 토지를 빼앗은 이야기. 제법 토지를 가지고 있던 저자의 조부모와 여러 자녀들 모두 사랑을 듬뿍 받았던 어머니의 기억들을 만화로 들을 수 있었다.  

 

 

작가의 그림을 보는데 무척 그리운 감정을 느꼈다. 연로하시지만 살아계신 엄마와 함께 일상을 보내는 나이 많은 딸. 엄마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작업이 쉽지않았을텐데도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웠다.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 싶었고, 그런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했던 게 못내 안타까웠다. 꽤 오랜 시간동안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걸 그림을 그리는 작업했던 시간이 부러운 거였다.

 

정신대(일본군 위안부)를 피하기 위해 원치않은 결혼을 했던 어머니. 어머니를 사랑해마지 않았던 아버지가 노름과 술에 빠져 고생했던 이야기를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을까. 딸과 엄마가 함께 아버지 흉을 보는 장면에서는 슬며시 웃음도 났다. 

 

사랑받았던 사람은 시부모님께도 사랑을 받고, 많은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법인가 보다. 어머니가 살아온 삶에서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야기를 읽는데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고 내가 부족해도 나눌 줄 알았던 어머니의 삶이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림은 다소 투박하다. 최근에 유행하는 소녀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은 아니라는 거다. 예전 명랑만화를 보는 듯 하다. 더군다나 컬러도 아니고 흑백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겠지만, 이 책을 알게 된게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소개한 책이다.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꼭 재출간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았다. 이처럼 우리 역사는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만화라고 하면 그림 때문에 금방 읽게 되는데, 판형이 크고 촘촘한 글 때문에 더디 읽힌다. 내용 또한 역사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그럼에도 작가가 들려주는 어머니 이야기에 푹 빠져 읽게 된다.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하는 저자의 일상이 무척 다정하다. 지나고 보면 함께 했던 일상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된다.

 

 

 

할머니와 엄마,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개인의 삶에도 한국의 근현대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힘이다. 더불어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작가의 고백 또한 뭉클해진다. 

 

수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또한 독자들에게 잊혀져 사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오래도록 읽히는 책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한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이야기지만 우리 역사와 맞닿아 있고, 엄마와 딸의 뭉클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진정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때가 곧 올 것임을 우리는 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9.02.14. 신고 공감 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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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내 어머니 이야기] 4부작 세트 (마무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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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내 어머니 이야기] 4부작 세트 (마무리 리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점들.   -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 - 내 어머니, 모든 어머니들의 체험은 신선하다. - 내가 살아가는 이 현장은 늘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다. - 아무리 평범한 인생이어도, 그 평범함 속에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흐르고 있다.   이제, 내 어머니 이야기 4권의 리뷰를 마무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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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내 어머니 이야기] 4부작 세트 (마무리 리뷰)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점들.

 

-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

- 내 어머니, 모든 어머니들의 체험은 신선하다.

- 내가 살아가는 이 현장은 늘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다.

- 아무리 평범한 인생이어도, 그 평범함 속에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흐르고 있다.

 

이제, 내 어머니 이야기 4권의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만화 자체가 판화적인 기법으로 투박하고 음영이 깊다. 흑백의 그림체가 주는 묵직함이 한 생애의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또한 깨알같은 글씨체로 전해지는 서사는 장강長江의 흐름과 같다.

어떤 부딪힘을 만나도 유유하게 흐를 수 밖에 없다. 강은 그 자체로 거센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저자)의 엄마 이복동녀씨와 딸이 주고 받은 꼬박 십여 년 동안의 대화. 어마어마한 이야기가 흐른다. 그 속에 흐르는 80년 생애의 한 사람의 삶과 고향, 가족, 그리고 역사적 배경. 그 모든 것을 쏟아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다. 아니 먼저, 그 이야기 소재를 꼬박 십 여년 동안 쏟아낸 어머니의 구술이 더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어머니의 삶과 그것을 기억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구술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탄생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엄마의 생애와 이야기는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오늘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겠다. 이야기를 듣고 쓰고 그리고 하면서 작가가 힘을 얻듯이 말이다. 우리 독자는 또 그 이야기를 읽고 가슴에 새기면서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지혜를 얻기 때문이다.

 

어떠한 이야기 속에도 저자를 포함하여 살아 있는 누군가의 생애가 들어가 있다고 믿는다. 그런 측면에서 이 이야기 책은 1900년대부터 거의 현재까지 우리 민족의 삶이 녹아있다고 할 수 있다. 조금 거칠고 생경한 함경남도 지방 언어로 구술되어 약간의 번역체(오늘날의 표준어)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언어학, 민속학으로서의 고유 자료가 될 수 있으니, 가치롭게 수용하면 될 부분이고. 어렵게 얘기를 부추기고, 꼼꼼하고 생생하게 이야기를 구술한, 딸과 어머니의 노고와 용기를 우리는 또 이야기책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느끼고 품을 수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장면 중에서 나는 유독, 음식 만들기와 이불 꿰매기 등등 현재의 딸과 어머니가 함께 하는 일에서 뭉클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그런 추억들이 부족하거나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여, 자녀들이여,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함께먹거나 만들거나 무엇이든 하면서 시간을 보내십시오, 라고 말이다.

 

안 계시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4권의 마지막 이야기. 다시 읽어도 가슴이 아린다. 어머니는 이제 곧 떠날 사람으로, 나는 어쩔 수 없이 엄마를 떠나 보내야할 사람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읽혔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대목에서 내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다.)

 

- 죽을 때 입는 옷. 나는 삼베옷이 싫다. 비단옷 입고 싶다이.

그래 비단옷 입고 싶어 

- 동대문이서 한복집하는 권사 있잖아. 그이한테 한 벌 맞춰야겠어.

- 언제 그러자

- 그리고 두루마기는 ...

- 죽을 때 두루마기도 입어 

- 두루마기도 입어. 두루마기는 전이 입던 벽돌색 두루마기 있잖아. 그기 아까우니까. 그거 고쳐서 좀 크기 만들어놓으면 되는데.

- 맞아 그 두루마기가 좀 아깝긴 해. ... 그런데 비단옷이 잘 썩을까 

- 하기사 썩으면 어떻고 안 썩으면 어때. 이미 죽었는데

- 그러기 말이다. 썩은들 안 썩은들 어떻니야.

- 그 준비는 나중에 하고 이번 겨울에 덮을 엄마 이불부터 하자.

- 그럴까? 말 나온 짐에 할까. 지금 할까? 너 시간 괜찮니야 

- 엄마 나는 여기서부터 꿰맬게.

- 그럽세 우리 딸.

...

 (딸이 이불 위에 벌러덩 눕는다.)

 

- 야아 이불 꼬매다 그기 뭐하는 짓이니야.

- 아, 좋다, 부드럽다. , 폭신폭신해. 엄마도 이리 와라.

 

(... 눈물이 펑펑 쏟아 지고 말았다. 돌아가신 고모도 엄마도 떨올라서. 나도 그때 그 시절에 그렇게 이불 위에 벌러덩 눕곤 했는데. 지금 곁에 그들이 안 계신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어찌 그리 빨리들 가셔버렸는지.)

 

 

엄마가 자는 사이 나는 어디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엄마가 깨어났을 때 떠날 것이다. 엄마랑 합체도 해봤으니 이제 떠나야 할 때다. 엄마가 자는 사이, 나는 어떻게 잘 떠날지 궁리를 한다. (230. 4권의 이야기 마침)

 

함경남도 북천 출신의 어머니. 그 어머니가 어떤 부모 밑에서 살았고. 어느 고향 품에서 살았는지. 그리고 전쟁을 치르면서 남한에 내려와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생생한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역사책 아닌 역사책 같은 민족의 서사.

한 생애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역사가 살아 있다.

 

    

n******6 2019.11.26.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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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슬픔이 되어 눈물로, 눈물은 사랑이 되어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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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이 책은 만화가로, 사십대의 딸인 저자가 팔십 대 어머니의 삶을 담고 있다. 모두 4권으로 된 두툼한 분량만큼 그 내용이 자세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등이 함께 실려 있어 많은 것을 얻게 해주고 있다. 특히 식해, 떡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이북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는 물론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한 번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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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이 책은 만화가로, 사십대의 딸인 저자가 팔십 대 어머니의 삶을 담고 있다. 모두 4권으로 된 두툼한 분량만큼 그 내용이 자세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등이 함께 실려 있어 많은 것을 얻게 해주고 있다. 특히 식해, 떡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이북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는 물론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은, 맛있는 즐거움도 전해준다,

다른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의 , 엄마의 삶이라는 사실은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무심했던 내 엄마의 삶을 다독여주는 것은 물론 지금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도 갖게 해준다.

솔직히 말하면 만화는 어렸을 때 순전히 재미삼아 봤던 게 전부로 그 후로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마주한 이 이야기는 만화가 주는 정겨움에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특별한 선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어머니, 이복동녀(놋새)는 함경북도 북청군 신북청군 보천리 미사촌에서 어머니 이초샘, 아버지 이근호 부부의 16녀 중 6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홀시아버지와 시누이 둘과 함께 살며 부지런히 일했고 까다로운 홀시아버지의 시집살이도 감내하는 착한 며느리로, 강한 어머니였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제법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단호한 성격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부터 산을 지키기 위해 5년 넘는 재판을 했고 끝내 이겼지만 오히려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팔게 되고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자 다시 사들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토지에 대한 든든함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4대독자 외아들, 찬세(억석) 오빠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감,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남아선호 사상의 뿌리 깊음을 실감하게 된다.

책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갖게 해주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음식이었다. 창란젓, 명란젓, 아가미젓을 기본으로 명태와 차조밥과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섞어 만든 명태식해. 우거지 무채, 두부, 쇠고기 등을 속으로 만드는 명태순대는 준비과정부터 만드는 과정이 자세히 실려 있어 차근차근 따라 해봐야겠다는 치기어린 결심을 갖게 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올케언니 덕분에 가끔 맛보게 되는 가자미식해의 독특한 맛을 무척 좋아하다보니 명태식해도 맛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손님을 대접할 때면 으레 직접 쌀을 빻아 떡을 만들고, 찹쌀로 밥을 지어 올리기도 하고 소고기를 듬뿍 넣고 끓이는 국 등으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을 차리고, 손님들이 돌아갈 때면 양손 가득 음식을 들려 보내는, 내가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익히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 뿐인가? 재봉틀로 식구들 옷을 만들어 입히는 모습도 내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그 재봉틀이 남편의 노름하느라 툭하면 전당포에 잡히기도 하고 도둑을 맞기도 했지만 늘 곁에 두고 함께 하는 모습도.

 

집안이 외아들에게 거는 기대만큼 억석 오빠는 일본인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성진, 배무선 등지에서 공사를 하며 큰 돈을 벌어 잃어버린 산을 되찾고 새집을 짓게 되었다. 그 즈음 이복동녀씨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시득을 만나 결혼을 했고 52녀를 낳아 키웠는데 그 중 막내가 바로 저자인 은성이다. 모든 게 낯선 시댁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서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6.25전쟁으로 밀고 밀리는 과정에 부모님을 두고 남한으로 피난을 오고, 수용소에서, 어린동주와 함께 배급으로 허기를 달래고 쪽잠을 자고, 군인으로 나간 남편을 따라다니며 주먹밥을 먹이고,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당시는 모두 힘들고 어려웠다는, 막연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내 엄마의 삶이 그저 힘들고 어려웠다는 막연함으로 대신한 것처럼, 어쩌면 지금 내 아이들도 내 삶들 그렇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오롯이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는 물론 이복동녀씨 자신에게도 또 다른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부모님의 삶을 막연하게 여기는 것에서 확실하게, 민낯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특별한 선물인 것이다.

이복동녀씨에게 있어 큰아들 동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경제적으로 무력한 남편 대신 아이들을 먹이고 공부시키느라 온갖 일을 하면서도 버티어낼 수 있었던 것은 늘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생활하는 동주의 힘이 컸으리라. 동주가 사우디로 돈을 벌러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수유리에 정착하며 형편이 나아지지 시작했고 단칸방에서 넓은 집으로, 급기야 집도 살 수 있었다. 반면 그 때부터 이복동녀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했고 병원에서 약을 지어먹기도 하고,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점차 나아지게 되었다. 당시 저자인 은성이는 재수를 겪고 대학생이 된 후, 보통의 대학생처럼 잠깐 동안 운동권에서 활동하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고, 56일 심리치료 체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오빠들도 결혼해서 각기 삶을 살고 있어 정작 엄마가 심하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도 그 누구도 관심 갖지 못했다. 당신 스스로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참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이해하는 게 더 쉬웠으니,

그런 엄마를 보듬어 준 이가 바로 저자 은성이다. 삶에 부정적인 시선이 걷히면서 엄마를, 자신과 같은 여성의 삶이 눈에 들어옴으로써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엄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아가는, 그럼으로써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커졌을 것이다.

이야기의 끝부분에 모녀가 이불을 꿰매며 이불 위에 누워 있을 때 엄마가 훌쩍 날아올라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는 코끝이 싸아해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리고 급기야 그동안 묻어두었던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는 내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거칠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정말이지 구두 만드는 일밖에 모르셨다. 덕분에 엄마는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물론 집안의 대소사까지 도맡아 하셔야 했다. 그 뿐인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 넷을 키우려다보니 구둣방에 점원을 두는 대신 아버지 곁에서 소소한 일들을 거드셨다. 그래서 간단한 구두 수선은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버지와 함께 구두 만드는 일도 하셨다. 아버지께서 만드는 구두는 남자 구두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나만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 주셨다.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라 다른 누구에게 팔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구두를 만든다는 흐뭇함으로 하셨을 것이다. 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구둣방 앞에 좌판을 깔고 계절에 맞춰 과일이나 옥수수, 군밤, 군고구마 같은 것을 파셨다. 새벽에 아버지와 함께 구둣방에 가시면 밤늦게야 집에 오는 힘든 생활을 하시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으셨다.

엄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버지 구둣방에서 일을 하셨고 급기야 자궁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셔야 했다.

  "그만 울거라. 아기들 놀란다. 나는 괜찮여. 그나저나 나야 이제 다 산 세상이지만 니가 걱정이여.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면 힘들어서 죽고 싶다 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야. 그럴 때면 눈 질끈 감고 죽을만큼 힘을 내서 버티어야 헌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살 방도가 생기는 거여. 미안하구나, 엄마라는 사람이 힘들 때 도와주지도 못해서......."

 병실에 누워계신 엄마가 내 손을 잡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그제야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신 엄마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야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빚만 잔뜩 지고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몰랐었다. 그래도 엄마 말씀을 기억하며 버티어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에게 많은 것을 물려 주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성실해서 늘 변함이 없고, 거짓말 할 줄 모르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어 내고.......

한평생 구둣방에서 일하시며 자식 넷을 키우신 엄마는 결국 그 흔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신 채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 엄마는 힘들고 어려웠던 모습보다는 내 구두 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주셨던 따뜻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딸로서 엄마와 오래 살고 싶었다는 바람, 가장 슬펐을 때는 동주가 병이 들었을 때고, 가장 기뻤을 때는 동주의 병이 나았을 때라는 것처럼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삶 중심에는 자신보다 자식이 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제 이복동녀씨는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로 퇴행성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져간다고 한다. 가끔씩 고향하늘 어귀를 서성이는 꿈을 꾸거가 남편이 쫓아오는 꿈을 꾸면 놀라서 깨어나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엄마를 위해 엄마의 삶을 만화로 담아낸 딸, 모녀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복동녀씨가 오랫동안 은수씨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내가 대신 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슬픔이, 기쁨이, 즐거움이, 힘겨움이 다른 누가 아닌 나의 몫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의 삶이 바로 내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삶은 다른 누구의 삶보다 훌륭했다는 것도.

 

 

 

j********5 2019.02.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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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리게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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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읽고 싶어서 예약 구매를 하고 매일매일 2019년이 되기를 기다렸다.책이 온 날, 너무 좋아서 비닐조차 조심스레 제거했다.네 권을 소중히 안고 난 뒤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잘모르는 사투리가 내 감정을 방해하기는 커녕오롯이 그때의 심정을 전달받게 해주었다.일부러 늦은 밤 시간과 이른 아침 시간, 아무런 방해없는 조건에서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었다.마치 내가 어머니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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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읽고 싶어서 예약 구매를 하고 매일매일 2019년이 되기를 기다렸다.
책이 온 날, 너무 좋아서 비닐조차 조심스레 제거했다.
네 권을 소중히 안고 난 뒤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잘모르는 사투리가 내 감정을 방해하기는 커녕
오롯이 그때의 심정을 전달받게 해주었다.
일부러 늦은 밤 시간과 이른 아침 시간, 아무런 방해없는
조건에서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었다.
마치 내가 어머니인듯 대사를 소리내어 읽고,
내가 딸이 되어 엄마에게 질문하듯 읽었다.
이미 2귄부터 내 감정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삶. 그 무거운
버팀. 그 고단한
사랑. 그 숭고한
희생...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달리 표현력이 되지않는 지라 이렇게 밖에 쓸 수 없지만
깊은 새벽 꺼이꺼이 울 수밖에 없었던 내 심정을 함께 읽으신
분들은 알것이다.
어피덩~ 엄마가 보고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e 2019.01.1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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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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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방송보고 찾아봤을땐 중고도 없었는데 ㅠ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나오겠지...했더니 정말 만나볼수있네요!! 기다리던 책을 만날수있어 너무 좋아요~ 택배 받자마자 1부를 시작했는데 읽혀지는게 아까울 정도네요 조금씩 아껴가며 읽으렵니다~그림체도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사투리 못알아듣겠는데.. 싶었지만 친절하게도 설명이 다 되어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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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방송보고 찾아봤을땐 중고도 없었는데 ㅠ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나오겠지...했더니 정말 만나볼수있네요!! 기다리던 책을 만날수있어 너무 좋아요~ 택배 받자마자 1부를 시작했는데 읽혀지는게 아까울 정도네요 조금씩 아껴가며 읽으렵니다~그림체도 너무 귀여워요~ 그리고 사투리 못알아듣겠는데.. 싶었지만 친절하게도 설명이 다 되어있네요^^
b****9 2019.01.1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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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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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되었지만 다시 나오길 간절히 바랬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문득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겠다는..... 뭉클한 이야기에 자꾸만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며 부모의 그 큰무게가 가슴을 누르네요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우리 시대 부모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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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되었지만 다시 나오길 간절히 바랬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나 봅니다. 문득 개그우먼 박나래씨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네요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겠다는..... 뭉클한 이야기에 자꾸만 늙어가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지며 부모의 그 큰무게가 가슴을 누르네요 ...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우리 시대 부모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k***7 2019.01.1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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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가 다 담겨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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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때문에 알게된 책인데요.절판되었다고 그래서 절망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나오길 기대하며 계속 검색하고 기다렸지요.기다린 보람이 있네요.김영하 작가님께서 왜 추천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이 이야기는 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이야기였네요. 아직 절반 밖에 못 읽었지만,마치 외할머니 옆에 누워 도란도란 옛 이야기 듣는 것 처럼 구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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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때문에 알게된 책인데요.

절판되었다고 그래서 절망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나오길 기대하며 계속 검색하고 기다렸지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김영하 작가님께서 왜 추천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이야기였네요.

 

아직 절반 밖에 못 읽었지만,

마치 외할머니 옆에 누워 도란도란 옛 이야기 듣는 것 처럼 구수하면서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네요. 

아직은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아이들에게도 읽게 하고 싶은 책입니다.

i******7 2019.01.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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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절미 같은 만화책. 마트에 파는 인절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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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떡을 집에서 해먹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오*의 떡, 떡*의 하루같은 떡 체인점이 생길 정도이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아랫집의 심기를 고려해 마늘을 빻는 것도 조심스러운 아파트 생활에 누가 떡메를 내려칠 만용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요즘 살림에 떡을 집에서 해먹지 않는 이유와 치킨을 집에서 튀겨먹지 않는 이유는 같다. 수십번 이상 닭을 튀겨낸 기름을 보면 치킨을 배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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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떡을 집에서 해먹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오*의 떡, 떡*의 하루같은 떡 체인점이 생길 정도이고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아랫집의 심기를 고려해 마늘을 빻는 것도 조심스러운 아파트 생활에 누가 떡메를 내려칠 만용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요즘 살림에 떡을 집에서 해먹지 않는 이유와 치킨을 집에서 튀겨먹지 않는 이유는 같다. 수십번 이상 닭을 튀겨낸 기름을 보면 치킨을 배달시키기가 께름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닭을 집에서 튀겨먹지 않는다. 배달료 2000원만 내면 부릉맨, 불법말곤 다 해드린다는 셔틀맨이 뜨끈한 닭튀김을 내밀고 영웅처럼 사라진다.

떡도 마찬가지이다. 3000원이나 5000원을 주면 스티로폼위에 얌전히 누운 절편, 송편, 꿀떡, 영양떡을 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끔 늦은 저녁엔 4팩에 만원!으로 계통없이 묶여져 팔리고 심한 경우엔 포장된 그대로 식탁위에 푸르고 흰 곰팡이를 피우며 썩기도 한다.

색이 곱고 달며 흔하고 구하기 쉬운 떡은 생일이나 잔치에 먹는 특별식이란 위치를 뺏긴 동시에 그 속에 어떤 마음도 담기지 않은, 심지어 살이 찌기 딱 좋은 다이어트시 반드시 피해야 할 음식이란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떡방아로 얼른 방아를 찧어 떡시루에 마침맞게 쪄서 떡메로 치고 예쁘게 썰어 고물을 얼른 묻혀 헐레벌떡 해 내갔다.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괴롭히려고 고기국을 해라 보신탕을 해바쳐라 온갖 심통끝에 떡이 먹고 싶다해서 그리 해서 드리니 그 떡을 결국 마당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큰 시누는, 내가 떡을 좋아한다고 어디 갔다 오면, 사램도 없는데 디딜방아를 하분자 찧는다고 돌을 이고 찧어서

떡을 해 놓고 키도 작은데 그러면, 내가 얼매나 가심이 아프던지.

 

시어머니 없는 집에 주인공의 외할머니가 시집을 갔더니 시누이가 올케언니 좋아한다고 혼자서 돌을 이고 떡을 해 놓는다. 누군가의 입에 떡 하나 들어가게 하려고 돌을 이고 방아를 찧는 그 마음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는데, 난 한번도 디딜방아를 찧어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울컥하긴 했으나 그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에겐 이것 해 바쳐라, 저것 먹고 싶다고 할 시아버지도 없지만은 내가 좋아한다고 머리에 돌을 이고 떡을 찧을 시누이도 없다. 물론 시아버지와 시누이는 부산에서 잘 살고 계시지만, 나에게 이러쿵 저러쿵 요구하는 바가 없으시고 나또한 그런 요구를 순순히 받들어 드릴 깜냥도 전혀 없어 다만 식후에 사과나 배만 정성으로 깎아드릴 뿐이다. 가끔 그마저도 한가로이 누워 텔레비를 보는 남편의 태도에 부아가 솟구쳐 못하겠다 싶은 걸 보면 시누이가 나를 위해 떡을 찧어줄 마음역시 전혀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내 어머니 이야기'는 작가의 어머니에게 '엄마, 그때 어땠어?'라고 묻는 질문에서 시작된 놋새(어머니)의 가족사가 담긴 만화책이다. 일제강점기-6.25전쟁-민주화운동을 100년안에 다 치뤄버린 화끈한 대한민국은 어느 집의 가족사라도 한국사가 될 수 있음을 만화로 증명한 셈인데 한국사로 다가오는 사건과 그것이 한 개인의 집안으로 실체를 지닌 채 덤벼드는 모습은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메러디스호가 무기를 버리고 2만명에 가까운 피란민을 거제도에 데려다 놓았다는 그 역사가 놋새의 입에서 나올 때에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듯 말이다.

 

거기서 한참 서서 쭈물거렸어. 친정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불붙듯 났어.

 

남선을 위해 흥남으로 가서 배를 타야 하는 놋새는 남편과 남으로 내려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정으로 가는 갈림길 앞에서 엄마 아버지에게 가고 싶은 마음으로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다 남편없이 사는 언니를 보고 속상해하던 부모님을 떠올리고 자신도 남편없이 살면 얼마나 부모속이 무너질까 싶어 남쪽으로 내려온다.

 

살기위해서 자식을 등에 엎고 남쪽으로 가는 배를 타는 사람들에게 '이제 살았구나'하는 희망만 가득했을 거란 나의 착각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직도 엄마가 해다 주는 김치며 된장 고추장 없이 어떤 음식도 못하고 시시때때로 나를 도우러 올라오시는 친정엄마가 내 아이들만큼 나도 좋은데, 그들이라고 다를까? 나이가 더 든다고 엄마를 잊고 살까?

 

만약 고향에 간다면 모(묘)를 파헤쳐 뼈를 만지보면 좋겠어. 우리 나고(낳고) 키운 어머니

 

남으로 피난 가는 길에 놋새가 고향에 두고 온 입술이 파랬던 어머니를 다시는 만나지 못해 그 뼈라도 만져보고 싶다는 그 마음을 문장으로 만나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었다. 내 엄마를 북에 두고 왔다면 나는 몇년을 이불이 다 뜯어지도록 쥐어 뜯으면서 울다가 시간이 흘러 누군가 '엄마 생각 안나?'하고 물어본다면, 놋새처럼 답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피란나온 남자들이 만날 뫄아 앉으면 무슨 얘기 하는 줄 알아?

만날 이북이서 먹던 얘기만 해.

이북에 두고온 이미네(부인) 말도 없고 아들 말도 없고

애들 보깁다는 사램 하내도 없어.

 

'내 어머니 이야기'에는 참 먹을 것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피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보내준 찰밥, 명태순대, 식해, 그리고 왠만한 사람들은 손이 많이 가서 해먹지 못한다는 송기떡, 생강풀을 넣은 싱건지, 삼씨를 볶어사 가루를 내 외를 썰어 소금간을 한 냉국, 생미역과 게를 옇고 푼 냉국, 한솥단지 삶아낸 강내이.

 

피란나온 남자들이 먹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그 음식을 먹고파서가 아니라 귀하여 여겨 정성을 쏟아 음식을 해오던 그 사람을 그리워 하는 것이고 내가 그 사람이 좋아서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함이었을 것이다. 두고온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표현하기도 두려워 에둘러 말하는 기억일 것이다.

 

책을 읽다 말고 뭐라도 급히 생각난 사람처럼 내 빨래를 접고 있는(나는 정말 불효녀다) 엄마를 향해 물었다.

"엄마, 엄마는 뭐 특별한 옛날 이야기 뭐 없어?" 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발톱을 또각또각 깎으시던 엄마가 "응, 나는 어릴 때 지리산에 살았어. 그 기억이 참 깊어." 하신다.

나는 자세를 고쳐앉아 " 왜 지리산에 가서 살었대?"하니

"응, 니 외할아버지가 남동생이 일찍 죽구 자기는 절대 일찍 못죽는다고 산으로 도망을 친거야. 군대 끌려가기 싫다고..."

 

 

어어....이건 무슨 이야기래요?

엄마, 엄마 , 천천히 그러니까 천천히 아직 우리는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다 말해봐요. 어쩌면, 내가 당신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그래서 지금보다 더 사랑할 당신의 이야기인게 분명하니까

천천히, 하지만 전부다, 말해주세요.

 

 

엄마, 이번 겨울에 고향집에 나랑 애들이랑 가면

찹쌀을 쪄서 절구에 찧어서 콩고물에 버물려 먹어볼까요? 아니, 무슨 바람이 아니라, 옛날에 내가 아주 어릴 때 할머니가 해주던게 먹고 싶어서요.

아니아니, 떡집에서 사오지 말구. 응?

 

 

 

내 어머니 이야기는 웃다가 울다가 결국은 뭔가 제대로 된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만화책이다. 다이어트에는 해가 될 것이나 가슴 속에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내가 사랑하고 나를 귀하여 여긴 사람들의 기억을 무궁무궁 불러오는 떡메로 찧은 인절미 같은 만화책.

 

 

 

YES마니아 : 플래티넘 y******1 2019.11.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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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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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강력 추천이라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는 말에는 혹했지만 과장된 찬사일 수 있으니 그 또한 넘겼다. 그러던 이 책을 사서까지 보게 된 것은, 만화라는 이유로 동네 도서관에서 신청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한 문장이 새겨진 독서대가 탐났기 때문이다. 굿즈의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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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강력 추천이라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므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세상에서 사라져서는 안 될 책'이라는 말에는 혹했지만 과장된 찬사일 수 있으니 그 또한 넘겼다. 그러던 이 책을 사서까지 보게 된 것은, 만화라는 이유로 동네 도서관에서 신청을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한 문장이 새겨진 독서대가 탐났기 때문이다. 굿즈의 노예다.

 

본래 2014년 완간되었다가 절판된 작품인데, 소설가 김영하의 추천으로 화제가 되어 개정판이 출간된 모양이다. 마흔에 만화를 시작한 딸이 그린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의 고향이 함경남도 북청이어서 쭉 함경도 사투리로 소개되는데다 당시의 생활, 문화, 역사가 녹아들어있다. 일제강점기에 땅을 뺏으려는 일본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긴 외할아버지가 인상적이었고, 영문과 해법을 알 수 없어 속타는 마음으로 점을 보고 달에게 비는 여인들의 모습이 아팠다.

 

사투리와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엄마의 목소리도 그대로 옮겼는지 찰진 욕설도 섞여 있다. 저리 좀 떨어지라며 귀찮아 죽겠다는 외할머니의 말은 몇 십년 지나 이 글을 읽는 나에게도 유효한 말이다. 아마도 끊임없이 돌봄 노동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말이지 않을까. 그만큼 '내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 이야기일지라도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전하고자 애쓴 듯하다.

 

학도병으로 불려나간 길이 마지막이 될까 울면서도 잔치를 하는 모습, 한창 시집살이할 때라 그저 외출이 좋아서 매일 저녁 여성동맹에 나간 일, '우리 미쳤는갵슴'이라며 여자 둘이 술술 마시는 이야기, 우리나라 근현대 모습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무늬를 새겨나가는지 볼 수 있었다. 작가의 어머니는 맘에 있는 말을 못 해서 좋은 사람 다 놓치고 너거 아버지 만나 인생 다 조졌다 하고, '우리 은성이 그림도 제가 보기에는 뭐인가 부족하지만 하나님 아버지 힘이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기도하기도 한다. 어머니라 해서 한 가지 정해진 틀의 이미지만 그리고 있지 않아 좋았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살면서 어머니와 딸은 공동의 기억과 자기만의 기억을 만들어나간다. 4권에서 작가 개인의 경험이 등장하는데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왠지 가벼운 아픔은 아니리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도통 자신의 몸과 마음을 신경 쓰지 않았고 죽을 고생을 했지만, 그 삶의 주변부에서도 같은 경험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작가가 8년 동안 그린 어머니 이야기는 그 어머니가 지나온 역사의 기록이자 우리의 자화상이다. 작가 역시 '내 얘기를 하기 위해서 엄마 얘기를 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는데, 또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세상에 내놓아줘서 고마웠다.

 

 

s******2 2019.02.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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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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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초. 거제도를 떠나 찬세 오빠가 있는 논산으로 올라온 놋새는 그곳에서 둘째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남편이 점차 바깥으로 나돌면서부터 가족들의 고생이 시작된다. 보따리 장사, 함바 일 등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의지하던 찬세 오빠마저 병으로 쓰러진다. - 저는 30대후반인데 솔직히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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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 초. 거제도를 떠나 찬세 오빠가 있는 논산으로 올라온 놋새는 그곳에서 둘째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남편이 점차 바깥으로 나돌면서부터 가족들의 고생이 시작된다. 보따리 장사, 함바 일 등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의지하던 찬세 오빠마저 병으로 쓰러진다.

 

- 저는 30대후반인데 솔직히 시대가 달라서 그런지 조금 와닿지 않는 이야기가 더 많았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공감할수있는 하나는 엄마는 위대하다입니다 -

a*******6 2019.07.04.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