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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 일본과 20대초반의 연애심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수작
"20세기초 일본과 20대초반의 연애심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수작" 내용보기
쿠슈에 놀러갔을때 쿠마모토성 (일본의 3대성이라고 할 정도로 웅장하고 내부에 볼 것이 많다. 조선인이 끌려가서 노동을 제공했다는 역사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격 장수가 세웠다는 악연이 있지만, 일본에서 본 오사카성, 히메지성, 또 뭐더라...에 비하면 일본의 성 건축이나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다 구경하기 딱 좋은 스케일인지라 정말 흥미로웠다) 에 갔다가 아소산 (벳
"20세기초 일본과 20대초반의 연애심리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수작" 내용보기

쿠슈에 놀러갔을때 쿠마모토성 (일본의 3대성이라고 할 정도로 웅장하고 내부에 볼 것이 많다. 조선인이 끌려가서 노동을 제공했다는 역사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격 장수가 세웠다는 악연이 있지만, 일본에서 본 오사카성, 히메지성, 또 뭐더라...에 비하면 일본의 성 건축이나 역사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다 구경하기 딱 좋은 스케일인지라 정말 흥미로웠다) 에 갔다가 아소산 (벳부보다는 아소산쪽 료칸이 훨씬 더 비싸지만 더 정통료칸이 많아 좋았다. 중간에 초자바루란 초원이 있는데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토토로와 메이가 뛰어놀 것 같이 그림같이 아름다웠다)으로 가면서 운전하시는 분께 나츠메 소세키와 그 생가 ([산시로]의 오가와 산시로의 고향도 쿠슈 쿠마모토이다)에 대해 물었다. 근데, 무지하게 관심이 없으신듯 깜짝 놀랐다.

 

이분이시잖아요! 일본의 찰스 디킨즈ㅎㅎ (다시 생각해보니 내 발음이 안좋았던 걸까나?)

 

여하간, 그다음에 야나기 코지의 [소세키선생의 사건일지]를 읽고 기발함에 박수를 치다, 오마주를 바친 나츠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는데, 야나기 코지의 기발함은 뭐 어떻게 보면 콜럼부스의 달걀일지 모르지만, 거의 나츠메 소세키의 원작에 힘껏 기댄 모양새였다. 그의 영국와의 인연 등 그 이후로 관심을 놓지않고 있다가, 그의 전기 (前期) 삼부작, [산시로], [그후], [문]을 읽기로 했다 (그의 후기 삼부작은, [피안이 지날때까지], [행인], [마음]이다)

 

 

 

[나는 고양이..]에서부터 좀 감탄스럽긴 했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천엔지폐의 한나라를 알리는 문인 정도였던 나의 무식은 [산시로]속에서 쿠슈에서 토쿄로 상경한 23살의 청년 오가와 산시로가 점점 감각, 세상에 깨는 것과 비슷했다.

 

맨처음은 잘 읽히지않았다. 번역자 잘못도 아니고 (근데 번역서문에 이러저러한 원칙으로 표기했다..는 정보 정말 좋았다), 문화의 차이인가..도 싶게 답답한 구석이 있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산시로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세상인지라 점점 더 따라잡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구성해놓은 면을 보면, 참 작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근데, 산시로가 바라보는 1900년대 초의 (이 작품은 1908년 9월부터 12월까지 문예잡지에 연재되었다) 일본에 대한, 여러 등장인물의 발언은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오픈 마인드. 글쎄, 일본에서만 살지않고 해외에 거주하는 시마다 소지랑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게, 러일전쟁이후의 일본의 자만에 경고를 던지는데...

 

...이렇게 볼품없어서는 아무리 러일전쟁에 이겨 일등국이 되어도 소용없지요...쿠마모토보다 토오쿄는 넓지. 토오쿄보다 일본은 넓고, 일본보다....일본보다 머리속이 넓겠지요. 얽매이면 안돼. 아무리 일본을 위한다고 해도 지나친 편애는 오히려 해를 미치게 될 따름이지..p.16~17

 

... 자연을 번역하면 모두 인간으로 바뀌어버리니까 재밌지. 숭고하다든지, 위대하다든지, 웅장하다든지..모두 인격적인 말이 되지. 인격적인 말로 번역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자연이 털끝만큼도 인격적인 감화를 주지않아...p.65

 

여하간, 그당시의 대세였던 자연주의 (비정한 현실의 폭로 위주), 활동사진의 대두, 연애란 말이 아직 만들어지지않아 '러브'라고 했던 것 (깜짝 놀랐는데, 그 당시에도 연애를 했을 터인데 조어가 없었다는 것은?), 라이트형제의 발명직후 일본에서의 비행실험과 사고사, 전기가 보급이 많이 안되어 램프를 켜놓고 구두보단 게다를 신은 생활, 1엔이 현재의 1만원정도의 가치를 지님, 그리고 도쿄제대생들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가 느끼는 구식 일본과 새로운 서양문물의 압박 속에서 자아형성의 몸부림 (그래서 나츠메 소세키는 [나의 개인주의]란 글을 썼다) 등등 흥미로웠다. 그리고, 주석에 비춰 짐작컨대 [산시로]속의 인물들은 다 나츠메 소세키의 일부가 하나씩 부여받아서 (그중 히로타선생님이 가장 크다) 만들어진 듯한데다, 영어와 영문학을 학창시절부터 무지하게 사랑했던 그가 읽고 (카피하지않고 사서) 모은 장서들의 범주와 그의 학구열이 보여..감탄스러웠다 (나, 이분 좋아졌어~)

 

..우리들 신시대의 청년은 위대한 정신의 자유를 논하지않으면 안되는 시운을 만났다고 믿는...우리는 구식 일본의 압박에 견딜 수 없는 청년이다. 동시에 새로운 서양의 압박에도 견딜 수 없는 청년..우리는 서양의 문예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연구는 어디까지 연구다...얽매이기 위해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해탈하기 위해서 이것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문예는 기술도 아니며 사무도 아니다. 보다 많이 인생의 근본정신에 맞닿아 있는 사회의 원동력이다..p.137

 

자아의식이 너무 지나치게 발전해 버렸어...위선자...노악가...자기본위([나의 개인주의], 근대인의 자아각성에서 비롯된 자기주장의 원천. 자기중심적으로 자기멋대로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순수한 자기를 기준삼아 독립적으로 스스로 판안하고 행동한다는 점)...천진난만, 천추난만 (자연그대로의 추함을 거리낌없이 나타내는 상황. 악덕의 천진난만) p.156

 

아참, 화가 하라구치의 입으로 나온 회화론또한 꽤나 흥미로워, 청춘연애소설 속 장르임에도 20세기초의 문예론, 사상, 문화를 정확하게 옅볼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사람의 눈표정이 언제나 변하지않고 있을수 있을까요?

 

그야 변하겠지. 본인이 변할 뿐만 아니라 그리는 쪽의 기분도 매일 변하니까. 사실을 말하면 초상화가 몇점이고 완성되야 하는 거겠지....이렇게해서 매일 그리고 있으면 매일의 양이 쌓이고 쌓여 한참이 지나는 동안에 그리고있는 그림에 일정한 분위기가 생겨나지...주위의 물건이 자연스럽게 일정한 표정을 불러일으키게 해서 그 습관이 차츰....

 (우아, 회화속 소품이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주기도 하지만, 이렇게도 모델과 화가에게 미치는 영향이!)

 

...표정이라고 해도..마음을 그리는게 아니야. 마음이 밖으로 표출된 걸 그리기 것이기 때문에...육신만 그리고 있지..사토미씨의 마음을 그릴 양으로 그리는게 아니야. 그저 눈으로 그리고있어...내게 보이는 부분만을 남김없이 그려가지. 그러면 우연의 결과로서 일종의 표정이 생겨나. 만일 나타나지않으면 내 색채배합이 나빴거나 모양을 잘못 잡았거나....

(외면을 그리지만, 계속 그리면서 그 내면을 가장 잘 나타내줄 색채와 형태를 잡아내는 것) ...p.224~225

 

전기 삼부작의 1편 [산시로]는, 23살의 까만 피부에 키가 큰 (음, 165cm는 그당시에 큰 건가봐) 청년 오가와 산시로 (三四郎)가 토쿄로 가기 위한 기차에 타면서 시작된다. 여인네들의 피부를 감상하지만, 수줍은 그는 우연치 않게 한 유부녀와 여관방을 같이 쓰게 되지만, 잠자코 있었다는 이유로 '배짱이 없다'는 말을 듣게된다 (이 파트를 위주로 산시로의 반발이나 그런 심리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 글쎄 홀어머니 밑에서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자란 청년의 외곩수 심정이니 내가 알리가..하지만 점점 그의 심리는 이해되는 범주로 확대된다). 동경제대의 문학 수업이 시작되기전 그는 교정내 연못에서, 간호사를 동반한 한 여인네 (사토미 미네코)를 만나게 되고...

 

 

(이게 도쿄대에 있는 '산시로연못' 이 작품 때문에 산시로연못이란 이름으로 붙여졌다)

 

...산시로가 가만히 연못 수면을 응시하고 있으려니까 커다란 나뭇가 몇그루인가 물속에 비치고 그속에 푸른 하늘이 보인다. 산시로는 이때 전차보다도 토오쿄보다도 일본보다도 멀리 또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잠시후 그 느낌 속에 옅은 구름과도 같은 외로움이 온 몸으로 퍼져왔다...p.23

 

그는 자신이 만나게 되는 세상을 셋으로 구분한다. 첫번째는 어머니와 그를 연모하는 듯한 동창 오미츠 (그는 특이하게도 여인네의 피부를 언급하며, 쿠슈에 사는 오미츠는 너무 피부가 검고, 또 토쿄에서 본 가게 여종업원의 너무 하얀 피부엔 깜놀라며, 역시 약간 노란피부가 좋아..하는. 그런면에선 미네코가 역시 이상형인듯)의 안주할 수 있는 익숙한 세계, 두번째는 해외에 더 잘알려진 물리학자 노노미야와 기차에서 복숭아 같이 먹은 인연으로 시작한, 어떤 주제만 대도 한 설 풀어내는 히로타 선생님이 있는 조용한 명예의 학계, 그리고 세번째는, 요지로가 입센의 여주인공이라고는 해도 감각적인 사토미 미네코, 노노미야 요시코의 세계.

 

...세계의 그림자 가운데서, 제2 제3의 세계는 바로 이 일단의 그림자로 대표되고 있다...이 양쪽이 혼연히 조화를 이루고있다. 뿐만 아니라 자기도 어느틈엔가 자연스레 이 날줄과 씨줄 안에 포함되어있다. 단지 그 속 어딘가에 안정되지못한 곳이 있다. 그것이 불안하다...p.106

 

 

(영화로도 보면 참 괜찮겠다 싶을 작품. 가볍게 잡았지만, 그닥 가볍지않다. 참 마음에 든다. 작품도 작가도)  

 

연애소설..이라고 붙여있지만, 현재의 내 눈으로는 너무나도 은근해 '그러니까 좋아하는거야, 아님 자존심 싸움인거야?'라고 까우뚱 거렸지만, 역시나 좋아하는 감정은 절대로 숨기지못해 입빠른 요지로마저 미네코에 대한 산시로의 연심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당최 그녀와 무슨사이인지 모를 노노미야. 그는 아직 제대 일학년의 학생이지만 노노미야는 이미 학계에 인정받은 학자. 사회적 지위에서의 간극을 생각하며 답답해하는 산시로. 하지만, 그러는 경우 오히려 설치고 다니는 친구 요지로와 달리, 또 무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언제나 책을 읽고있는 히로타선생님과 달리, 산시로는 한마디 한마디도 신중하게, 하고나서 다시 곱씹고 상대방의 반응을 생각하는 등 매우 진중하다. 그와중에, 나로서도 '과연 이 여인네의 심리는 무엇이던가?'하게 만드는 미네코의 행보. 하지만, 산시로는 던져진 꽃, 향수의 선택, 자신을 만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그에게 돈을 꾸어주는 그녀의 은근함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리고 그에게 수수께끼처럼 던져진 말,

'Stray Sheep'.

 

미네코처럼 은근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 마음의 언어를 머리속으로 번역하지못한 산시로의 순진무구함인지, 결국 산시로는 신체적 증상만이 아닌 청춘의 열병을 앓게된다.

 

조용한 가운데 불안하고 파장이 큰 무언가 그 밑으로 진행되는 느낌은, 요지로가 자꾸 입센을 거론했음에도 마치 뚜르게네프의 [첫사랑 (제목을 착각했었는데, 다시 말하자니 어째 스포일러가 되버려서 생략)]이 자꾸만 연상된다. 미처 그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지나가고, 다시 되돌아보면 후회가 되는 청춘의 시간.

 

산시로의 시각에서 비춰졌는지라 애매모호한 판단, 마치 포토샵처리된채 보여지는 이미지들을 구사한 작가가 대단할 따름.

 

 

p.s: 1) 미네코, 두 여자에게 동시에 구애한 남자인데?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 나도 여자지만.  

 

2) 이 작품이 코보리 케이이치로가 이 작품이 넘 낭만적이라며 보다 현실적인 청춘기, [청년]을 1911년에 내놓았는데, 만약 그 작품까지 다 읽는다면, 20세기초를 살아갔던 청춘을 모습을 그림자까지 보다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듯.



YES마니아 : 플래티넘 k*****k 2012.02.24.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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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g 2006.05.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