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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설정 자체는 흥미진진하다. 미스 마플이 과거에 잠깐 알고 지냈던 지인이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그녀에게 편지 한 장을 남긴다. 편지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살해당했는지에 관한 단서 하나 없이 그저 자신이 제시하는 살인 사건을 해결해서 정의를 바로세워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다. 지인은 편지만 달랑 써놓고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단서와 도우미, 보디가드들도 심어두었다. 미스 마플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도 현실적이고 세세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미스 마플이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 똑같은 이야기를 너무 자주 반복하는 경향이 있고,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 서론이 너무 길다. 원래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소설들은 그녀가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바람에 전개가 좀 느슨하긴 한데 이번 작품은 유달리 더 그런 감이 있다. 제목도 의미심장하게 써두었지만 다 읽고 나니 더 나은 제목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는데 'Because of love'와 같은 식의 제목은 어땠을까 싶다.
이야기가 결말을 향해 달려갈수록 페이지가 잘 넘어가긴 하지만 살인 사건이 이제 막 일어난 것이 아니다 보니 스릴은 아무래도 떨어진다. 결말은 좀 서글프면서도 공허한 느낌이 들어서 사건을 해결한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어렵다. 실제 범죄자도 반성의 기미가 딱히 없고, 누명을 벗은 이도 그닥 기뻐하지 않는다. 정의가 끝내 승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린 나이에 잔인하게 살해당한 두 소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줄어들지 않는다. (표지 이야기도 잠깐 하자면, 하퍼 콜린스의 이 에디션은 표지를 잘 봐두면 사건 해결에 유용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