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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을, 특히나 아름다운 목소리가 가진 힘을 믿는 편이다. 감정을 가득 실은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소설 <벨칸토>에서는 소프라노 록산 코스가 그런 일을 해낸다. 목숨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로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이름이 나오지 않는 남미의 어느 나라 부통력 저택에서 일본인 기업가인 호소카와의 생일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린다. 사실 생일 축하는 명목일 뿐이고 실제로는 호소카와에게 잘 보여 공장을 유치하려는 목적을 가진 파티다. 보통은 이런 자리를 거절하는 호소카와는 이날 소프라노 록산 코스가 축하 공연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초대를 수락했다. 파티 당일, 록산 코스가 노래를 마치는 순간, 실내는 정전이 된다. 모두가 노래의 여운을 음미하느라 어둠을 신경도 쓰지 않는 그때, 한 무리의 테러리스트들이 그곳을 장악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납치하기 위해 이날의 거사를 도모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대통령은 없었다. 다른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그날이 대통령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어서, 마지막 순간 오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드라마 시청 때문에 대통령이 국무를 미루다니, 한국 사람들에게는 묘한 감정이 들게 하는 내용이다... 아무튼, 하는수없이 이 반군들은 여기 모인 각국 유력인사들을 인질로 잡고 인질극을 벌이기로 한다. 여자들은 모두 석방했지만 유명한 소프라노 록산 코스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니 인질로 붙잡아둔다. 초반의 긴장감 넘치는 반군들의 공격이 한 차례 지나고 나면, 놀랍게도 평화로운 나날들이 펼쳐진다. 알고보니 이 테러리스트들은 극악무도한 테러 집단은 아니었고, 인질들도 이 상황에 나름 적응해간다. 심지어 록산 코스는 노래 연습을 시작한다. 그렇게 매일 아침, 록산 코스의 노래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 부통령 저택에 갇힌 인질들과 인질범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있을 법하지 않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풍자적이기도 하고 감정적이기도 한 이 소설은 무엇보다 예술에 관한 소설인 것 같다. 예술가 한 사람과, 그 예술의 진가를 알아보는 애호가들과, 예술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는 채로 살아왔지만 진정한 예술을 접하자 자기도 모르게 감화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되겠다.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그 예술품을 감상하려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예술을 감상하는 것도 일종의 재능입니다. 화랑에 걸린 그림을 보든 세계 최고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듣든 마찬가지예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수는 없어요. 예술을 사랑하고 감상하며 누릴 줄 아는 애호가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본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