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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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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님의 소설이 주는 단아함이 고고학이라는 옛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재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복남매지간인 강주, 소정, 강희라는 세 주인공 외에 강주의 약혼자이자 후에 강희의 부인이 되는 이진 등이 등장하여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선열들의 영혼과 예술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고학자인 강주는 고대 유물을 발굴하면서도 이제는 잊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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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님의 소설이 주는 단아함이 고고학이라는 옛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재로 새롭게 다가왔다. 이복남매지간인 강주, 소정, 강희라는 세 주인공 외에 강주의 약혼자이자 후에 강희의 부인이 되는 이진 등이 등장하여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선열들의 영혼과 예술혼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고학자인 강주는 고대 유물을 발굴하면서도 이제는 잊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이복 누이 소정응 향한 연민의 정과 약혼녀 이진을 향한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모범적인 인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완벽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에 반해 폭력적인 파괴의 에너지를 연극으로 형상화하는 강주의 이복형 강희는 서자라는 신분적 차이때문에 세상의 것들을 경멸해주고 섹스에 탐닉하며 스스로는 더욱더 외로워지는 인물이다. 또 여기에 역시 소실의 딸이라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어 사랑 없이 결혼한 소정이 중국을 여행하며 느끼는 감상은 참으로 아름다운 한편의 여행시를 연상시키게 한다. 작가가 소멸과 재생이 되출이 되는 윤회하는 사람의 기나긴 길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듯 고고학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고, 작게는 제도를 비판하면서 윤회하는 업을 그리고자 했다고 밝혔듯이 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작가의 꼼꼼한 자료 조사가 더욱 돋보이는 소설이다.
i****3 2003.02.2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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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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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이 많이 자유로워진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각기 자신의 직업에 열의를 다하고 또 자신의 생활에 대한 자유가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내 삶이 얼마나 사회에 의해 또 인간에 의해 갇혀져 있었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또 최선을 다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삶.. 참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의 말씀대로 고고학에 대
"경주에 가보고 싶다..." 내용보기
이 책을 읽으며 내 영혼이 많이 자유로워진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각기 자신의 직업에 열의를 다하고 또 자신의 생활에 대한 자유가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내 삶이 얼마나 사회에 의해 또 인간에 의해 갇혀져 있었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또 최선을 다하며 자유를 만끽하는 삶.. 참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의 말씀대로 고고학에 대한 많은 내용이 펼쳐질땐 조금 지루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강주가 고고학을 택하고 또 그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나라의 유적지와 많은 유물들을 생각해볼수 있게 한것 같아 무척 좋았다. 경주와 중국과 또 경주집의 화원을 배경으로 책 전체가 너무 분위기 있고 깨끗한 느낌을 받았다. 초등학교때 어렴풋이 경주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받은 경주의 분위기는 참 넓고 웅대했는데..조금 무섭기도 했지.. 지금 가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혼자 차를 끌고 경주에 꼭 다녀올 생각이다. 좀 멀긴 하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꼭 한번 다녀오고 싶다. 저마다 책을 읽고 느끼는 점은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이책은 자유가 있다. 또 내 안의 깊은 계단으로 한없이 내려가보고 싶은 그런 고독과 낭만이 있는 훌륭한 책이다.
y******0 2003.02.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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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안의 깊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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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이란 작가의 글은 처음 접했다. 숲속의 방이란 유명한 이 책은 제목은 많이 들어보왔었지만 읽어보진 못했다. 이책도 조만간 구해서 읽어보리라... 양귀자의 호평이 책뒤에 적혀있는지라 기대하고 읽었다. 기대한 만큼의 흐뭇함을 느꼈다. 오래전부터 경주가 가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가보았지만 지금 남는 그때 경주의 모습은 여관에서 이상야릇한 캐캐한 냄새가 나
"그대안의 깊은 계단" 내용보기
강석경이란 작가의 글은 처음 접했다. 숲속의 방이란 유명한 이 책은 제목은 많이 들어보왔었지만 읽어보진 못했다. 이책도 조만간 구해서 읽어보리라... 양귀자의 호평이 책뒤에 적혀있는지라 기대하고 읽었다. 기대한 만큼의 흐뭇함을 느꼈다. 오래전부터 경주가 가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가보았지만 지금 남는 그때 경주의 모습은 여관에서 이상야릇한 캐캐한 냄새가 나는 이불과 베개가 전부였다. 그모습밖에 남기고 오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경주를 기회가 생기면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기회가 이번에 생긴걸까.. 이 책을 읽고서 난 경주로 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회가 생긴게 아니라 기회를 만든것이다. 친구들과 며칠후에 경주로 향하기로 했다. 유적지를 보면 그냥 담담하게 지나치기만 했지만 이젠 이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다. 유물하나하나에도 얼마나 많은 고고학자들의 땀과 피가 섞여있다는 것을 그전에는 알지도 느끼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직업과 개성이 뚜렷하다. 각기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어찌보면 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여럿으로 분리시킨 유형... 강석경의 글에는 아름다운 매력이 뭍어있다. 처음부터 마지막 끝나는 문장까지 그 속에 표현되는 글솜씨는 고루고 또 고른 흔적이 깊이 스며있다. 흙더미속에서 깨끗하고 고운 흙을 고루고 고른것처럼...
c******1 2000.08.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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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너머엔 무엇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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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해남에 있는 윤선도 생가를 방문했을 때. 작은 우주 같은 소담한 안뜰을 끼고 있는 그 오래된 집 마루에 앉아 한참동안 마루와 기둥들을 쓸어보았었다. 오백 년도 넘었다는 기둥. 가만히 귀를 대고 있으면 그 오백 년만큼의 소리들이 들려올 것 같아 한없이 신기했다. 할 수만 있다면 난 그 때 그 기둥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견딜 만 하든...?' 시간 너머엔 무엇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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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해남에 있는 윤선도 생가를 방문했을 때. 작은 우주 같은 소담한 안뜰을 끼고 있는 그 오래된 집 마루에 앉아 한참동안 마루와 기둥들을 쓸어보았었다. 오백 년도 넘었다는 기둥. 가만히 귀를 대고 있으면 그 오백 년만큼의 소리들이 들려올 것 같아 한없이 신기했다. 할 수만 있다면 난 그 때 그 기둥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견딜 만 하든...?' 시간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아둥바둥 겨우 30년이 안 되는 시간을 살아왔는데 몇 백년 몇 천년의 시간들을 내가 이해나 할 수 있을까. 한번씩 그 때의 그 기둥을 떠올린다. 그 기둥들 아직도 지붕을 받들고 있겠거니... 그 유장한 세월에 깃털같은 하루하루를 보태면서... 그런 생각이 묘한 위안을 준다. 마음이 편안해 진다. 강주와, 강주의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했던 흙냄새가 주던 위안이 이런 것이었을까. 천년의 고분 아래를 내려가는 고고학자 강주의 작업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소설은 시간 안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내게 시간 밖을 떠올리게 했고, 잊고 있었던 그 기둥들을 돌이키게 했다. 천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누워있었을 시신들, 부장품들, 엄마의 뱃속 같은 능, 유장하게 흐르는 강, 산과 들... 그리고 나는 예전에 그랬듯 묘한 위안을 얻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건 잠시였다. 강석경의 소설은 점점 시간 밖으로 사라져간다. 소설의 인물들은 부유하고 누구하나 떠돌지 않는 영혼이 없다. 안쓰럽다. 천년의 고도와 함께 스러지는 현실의 무게들. 그 안에서 부유하던 강주의 죽음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천년의 시간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 강주가 차가운 현실에 발 붙이고 살 수는 없었으리라. 결국 인간은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조금 더 이 시간 안에서 시간과 현실들을 고민할 수는 없었을까. 시간 밖에서 위무할 것이 아니라 시간 안의 인간들을 그 안에서 위무할 수는 없었을까. 시간의 안팎을 유영하는 이 소설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위안을 얻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 아쉬움과 어색함이 생겨났던 건 '인간은 결국 유한한 존재'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현실성을 잃어버린 소설 속의 세계. 그 속에서는 독재정권도 강경대의 죽음도 부연 안개 속에서 떠다닌다. 중력을 잃은 진공 속에서 자리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사물들처럼 그렇게 현실은 현실같지 않게 잔인한 시간의 더께를 묘하게 위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시간을 넘어선 나무 기둥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내 삶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강석경의 소설엔 현실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 몇 백년 된 기둥, 시간을 알 수 없는 강의 흐름은 죽음처럼 편안하게 우리를 감싼다. 그러나 적어도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현실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연극 [환도와 리스]에서 이진은 여신처럼 연극배우들을 내려다 보고 조소하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나는 이진이 그 인물들과 함께 얽혀 들어가기를 바랬고 환도와 리스와 함께 집시처럼 춤추기를 바랬다. 적어도 사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삶을 관조하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병 뒤의 회복처럼, 연꽃의 향기처럼, 유배 뒤의 귀가처럼(p.303)' 죽음을 기쁘게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가혹할 지도 모르는 생생한 현실을 살아내는 것 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시간 너머에서 침잠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다시 지금 이 시간을 제대로 살아나갈 힘을 얻어 나가는 것이 아닐는지. 조금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내 안의="" 깊은="" 계단="">은 유장한 세월의 넉넉한 품이 주는 위안과 시간 너머와 현실을 오가며 우리를 돌아볼 기회를 주는 소중한 미덕을 지녔다. 그래서 중견 작가 강석경의 소설은 향기롭다. 1분 1초가 다른 광속의 시대를 살면서 문득 시간 너머를 응시해 보고 싶어진다면, 그리고 시간 너머에서 우리의 삶을 한번쯤 관조해볼 필요를 느끼는 순간이라면 <내 안의="" 깊은=""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가 보시길 권한다. 그 안에서 침잠할 것인지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갈 것인지의 문제는 여전히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땅밑에서 낙엽이 썩은 기름진 흙이었고 빗물을 받아들인 부엽토 냄새는 신성했다. 강주는 두 손으로 흙을 긁어 코 앞에 대고 흠흠거렸다. 어느 향기가 이보다 신선하고 순수하겠는가. 군대에서 산속을 정찰하다 땅에 엎드려 기갈난 듯 흙냄새를 들이마셨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군생활이 힘들었던지 누가 내 얼굴에 이런 흙을 뿌려주면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생각했다.
b****a 2000.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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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운명지워진 삶을 바라볼 수 없다
"아직도 나는 운명지워진 삶을 바라볼 수 없다" 내용보기
휴가 3일을 받아놓고는 마음이 하늘까지 들떠있었다. 도서관에 들러 휴가때 읽을 책을 고르다가 무심코 집어든 책. 내 안의 깊은 계단. 책이 처음 나왔을때 일간지 서평을 본 기억이 났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유적발굴을 하는 고고학도가 주인공인 이야기. 고분처럼 한 없이 침잠해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을 뒤돌아 보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도 대출을 했다. 제주 푸른 바다와 경주 고분이
"아직도 나는 운명지워진 삶을 바라볼 수 없다" 내용보기
휴가 3일을 받아놓고는 마음이 하늘까지 들떠있었다. 도서관에 들러 휴가때 읽을 책을 고르다가 무심코 집어든 책. 내 안의 깊은 계단. 책이 처음 나왔을때 일간지 서평을 본 기억이 났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유적발굴을 하는 고고학도가 주인공인 이야기. 고분처럼 한 없이 침잠해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을 뒤돌아 보는 이야기라는 걸 알고도 대출을 했다. 제주 푸른 바다와 경주 고분이 어울릴리 만무하겠지만 지친 건 몸뿐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였기때문에 이 책을 읽기로 했다. 빠져들기는 힘들었다. 작가는 강주와 강희를, 소정과 이진, 마리나, 히로를 어떤 상징으로 삼고 무늬를 짜기 위해 노력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악마적 운명때문에 강희는 남의 것을 빼앗아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고 소정은 그져 소실의 자식이라는 그 운명하나로 자신의 모든 욕망을 자포자기하고 살아갔다고 이해하기는 힘이 들었다. 삶이 공평치 않다고 몇번이나 되뇌이며 지난 봄을 지나왔어도 아직도 나는 운명지워진 삶을 바라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흙에서 강주가 토기를 들어낸다. 무대에서 강희가 환도의 배를 친다. 같은 시간의 경계에서 서로 다른 시간을 바라보며 사는 두 남자에게 똑같은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산처럼, 바다처럼, 운명지워지지 않은 무위를 즐길수 없는 우리 사람들.
YES마니아 : 로얄 m******n 2000.07.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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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을 닮아있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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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숲속의 방', 고등학교 이학년 때 신문에 난 작가의 사진에 취해 단숨에 읽고 말았던 소설이었다. '내 안의 깊은 계단'으로 다시 만난 그녀의 이름에 끌려 이미 난 첫 장을 읽어내리고 있었다. 등 뒤로 바람소리가 드세다. 봄 햇볕이 오포처럼 등을 따뜻하게 하건만 바람소리는 뒷산의 마른 억새 무리를 휩쓸어버릴 듯 거칠다. 발굴로 파헤쳐진 둔덕에 회
"고분을 닮아있는 계단" 내용보기
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숲속의 방', 고등학교 이학년 때 신문에 난 작가의 사진에 취해 단숨에 읽고 말았던 소설이었다. '내 안의 깊은 계단'으로 다시 만난 그녀의 이름에 끌려 이미 난 첫 장을 읽어내리고 있었다. 등 뒤로 바람소리가 드세다. 봄 햇볕이 오포처럼 등을 따뜻하게 하건만 바람소리는 뒷산의 마른 억새 무리를 휩쓸어버릴 듯 거칠다. 발굴로 파헤쳐진 둔덕에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이 꽃샘바람이라기 보다 투기 심한 여인네의 성마른 기세 같다. - [내 안의 깊은 계단] 중 (7p.) 첫 구절을 읽고난 후 망설임없이 이 책을 선택한다. 강석경의 절제된 문장들은 절제된 깊이만큼 무게를 지니고 있다. 한 문장도 필연이기를 바라며 수없이 언어를 걸렀다는 그녀의 작품. 소가 여물을 먹고 되새김질을 하듯 입안에서 오래 씹어 넘겨야만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귀한 음식을 만난 듯 하다. '소멸과 재생이 되풀이되는 윤회하는 삶의 기나긴 길을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 듯 고고학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는 작가 후기. 그녀는 이를 강주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강주는 고도인 경주를 사랑하는 고고학자였다. 약혼녀인 이진과의 결혼을 미루어 가며 몰두하던 고분의 발굴작업. 강주가 출토되기를 바라던 것은 천오백년전의 유물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자신의 유물일지도 모른다. 자기 안의 깊은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흙속에 묻힌 잊혀진 사람들의 흔적에 자신을 투영하던 강주는 경주가 아닌 서울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는다. 이진의 몸에 아이를 남겨놓은 채... 작가는 강주로 하여금 죽음과 교차되어 만나지는 삶을 살아있는 우리가 고분을 통해 대면하게 되는 죽음처럼 담담하게 비춰내고 있다. 연주의 한계를 인식하고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마음 한 켠에 접어놓은 채 바이올린 교습을 하는 강주의 약혼녀 이진. 그녀는 강희의 갑작스런 키스에 당황하며, 강주에 대한 사랑이 흔들린다. 강희는 강주의 사촌 형으로, 소실의 아들이다. 그는 자유만을 추구하며 사랑에 안주하지 못하고, 자신이 연출하는 연극 '환도와 리스'처럼 파괴되어 간다. 소실의 딸이라는 멍에를 진 강희의 동생 소정은 사랑을 포기한 채 도서관의 책속에 꽁꽁 숨어있다. 남편 상훈과의 관계에 커다른 벽이 쌓여 가는 것을 방관하며 지낸다. 이러한 소정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은 강주 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네 인물은 모두 가슴에 옹이져 있는 깊은 계단을 품고 살아간다. 그들의 계단은 발굴을 기다리는 고분을 닮아있다. 조용히 기다릴 뿐,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밟아 내야할 계단을 외면한 채, 소중한 유물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던 그들에게 강주의 죽음은 계단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계기로 다가온다. 이진은 딸 승혜를 통해 강주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인한다. 어떤 것에도 구속되기를 거부했던 강희는 이진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와 결혼한다. 소정은 창사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동행했던 일본청년 히로와의 사랑을 통해 그녀의 삶에도 진정한 사랑이 깃들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책에 담긴 내용은 무시한 채, 단지 분류기호만을 부여하던 도서관을 벗어나, 호주로 유학을 떠나며 소설을 끝을 맺고 있다. 인간의 마지막 할 일이 죽음이라는 건, 가치있고 치열하게 산 것에 대한 보답일런지도 모르겠다. 내 안의 깊은 계단, 언젠가는 딛고 내려가 침전된 모든 것을 퍼올려야 할 것이다.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가슴에 뭉쳐있던 옹이를 헤치고 나와 망설이던 꿈을 다시 펼쳐보라고... 바라는 만큼 치열하게 살아보라고.

[인상깊은구절]
"어떤 원시부족들은 새장을 열어놓는 것이 잠자는 동안 영혼이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걸 가리킨다고 믿었대. 아프리카 의사들은 밤에 새장을 열어놓는데, 그러면 밤에 도망쳐나갔던 영혼들이 다시 주인에게 돌아온다고 믿었기 때문이야." (p.25) "그건 선험적인 것인지도 몰라. 고고학으로 가득 차 있지만 형 가슴속에도 누가 뛰어들 수 없는 연못 같은 오롯한 공간이 있잖아. 누구의 가슴속에나 저만이 딛고 내려가는 깊은 계단이 있어. 인간은 다 고독해. 고독해서 불안정하고 격정에도 휩싸이는 거야. 부나비처럼." (198 p.) 새벽 두시. 홀로 강으로 내려가본 일이 있는가 강가에 앉아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일이 있는가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이미 죽은 어머니, 신이여 축보하소서 연인에 대해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그 여자 나지 말았었기를 바란 일이 있는가 할렘강으로의 나들이 새벽 한밤중 나 홀로 하느님. 나 죽고만 싶어 하지만 나 죽은들 누가 서운해할까 (랭스턴 휴즈의 시 - 깊은 슬픔의 프롤로그에서도 나온 시가 다른 시처럼 다가옵니다. - 290 p.)
k****h 2000.04.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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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단으로 들어가는듯한 주인공의 모습들
"깊은 계단으로 들어가는듯한 주인공의 모습들" 내용보기
소정과 강희 그리고 강주와 이진 젊은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 흥미를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특히 강희의 자유분방한 삶이 어머니인 이교옥의 유전이라 생각할 만큼자유로웠다. 강희는 13살때어머니가 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쩌면 그런 삶을 택했을까? 그래도 좀더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육욕적인 삶의 방식이 아닌 정신세계를 좀더 탐닉 했다면 그런 삶의 방식을 택하진 않았을것이다
"깊은 계단으로 들어가는듯한 주인공의 모습들" 내용보기
소정과 강희 그리고 강주와 이진 젊은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 흥미를 충분히 느낄수 있었다. 특히 강희의 자유분방한 삶이 어머니인 이교옥의 유전이라 생각할 만큼자유로웠다. 강희는 13살때어머니가 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어쩌면 그런 삶을 택했을까? 그래도 좀더 자기자신을 사랑하고 육욕적인 삶의 방식이 아닌 정신세계를 좀더 탐닉 했다면 그런 삶의 방식을 택하진 않았을것이다. 그리고 고고학을 연구하는 강주의 삶또한 무의미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가 잘알지 못하는 고고학의 학문을 등한시 할수 없음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알수 있어서 항상 궁금증과 의문으로 생각되는 부분이였다 저자가 일반 독자에게 쉽게 접근할수 있도록 도와준 계기가 된듯싶다. 마지막으로 강주의 죽음으로 이르는 과정이 미비했으며 또 소설속에서나 나올수 있는 강희와 이진의 결합이 (승혜)라는 아이의 또다른 불행이 시작될까 걱정스러웠다. 그건 독자인 저로서는 다시한번 강희라는 인물에 염증을 느끼게한 부분이였다. 그리고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삶이 책을 내려놓은 마지막 순간에도 마음이 아팠다.

[인상깊은구절]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기애에 빠져있는 인간들이 죽음으로써 식물에 봉사하다니 상처가 옹이처럼 박힌 육체 기쁨보다는 모멸감을 안겨준 자신의 육체가 덧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거름이되어 꽃의 부분이 되다니 나무야 나는 너를위해 살아가리 사랑을 하기위해 돼지에게 진주를 던지기보다 나의 고독을 꽁꽁싸서 뒷날 신성한 네 발치에 묻히리 다음 생에선 내 작은 뜨락을 그대 가지 위에 펼치리
y*****5 2000.12.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