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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한번도 읽어본 적은 없다. 겨울서점에서 추천하기에 도서관에서 오디오북 다운. 중단편이라 그런지 금방 읽힌다.
주인공이 한국전쟁에서 죽어가면서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화자는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뉴저지 뉴왁 출신, 나, 마커스는 유대인 정육점집 외아들. 집안에서는 유일하게 대학에 들어간 인물이다. 당연히 동아리활동도 안하고 열심히 공부만 하려했다. 좋은 성적으로 법대를 졸업해서 변호사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대학에서 일련의 사건과 학장과의 마찰로 결국은 군대에 징집,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 자살시도 과거가 있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던 여자친구의 임신(다른 남자와)으로 학교는 일대 난리가 나고, 그 일과 별 관계 없는 주인공도 사건에 연루되어 강도 있는 종교수업과 군대중에 선택을 강요 받고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는다. 심리 묘사부분을 제외하면 사건이 대단히 간단하다. 다만 전장에서 부상을 당해서 몰핀에 의존하며 죽어가면서 서술하는 형식이 특이하다. '내이름은 빨강' 과 약간 비슷. 이 책은 도입부만 읽었지만 비슷한 느낌. 억울하게 죽었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이 말할 것 같은 느낌의 서술 말이다.
홀로 남겨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빠는 얼마 안있다가 죽고, 아버지의 이상행동으로 이혼하려 했지만 아들이 그것을 원치 않아서 이혼을 포기한 엄마는 100살 가까이 살면서 아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들이 그 여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친구를 사귀지 않았더라면, 군대 대신 종교 수업을 들었더라면... 지금쯤 변호사 은퇴후의 삶을 살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학교 당국의 결정에 따라 학생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메카시광풍이 세상을 흔들어 놓던 당시 미국, 학생 인권도 형편없었다고 하던데 책에 그런 현실이 반영된것 같다. 그저 공부만 하고싶었을 뿐인 화자는 목표를 위해 자신이 혐오하는 종교 과목 수강으로 타협할 수 있었을텐데도 그러지 않는다. 젊은 패기인지 무모한 반항심인지 그저 안타까울 뿐. 작가 자신이 종교를 너무너무 싫어했다고 하니 달리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것 같긴 하다. 제목대로 청년은 자신의 신념과 결백에 반하는 상황, 아버지의 지나친 잔소리에 분개해 고향에서 아주 먼곳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학교에선 학장의 처분에 '분개'하다가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의 핵심은 그럼 흥분하지 말고 어른의 말을 들어라, 그러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다... 인가. 내가 부모의 입장에 서니 그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결정이라면.
원서 오디오북을 들으면 모국어로 들을때만큼의 깊은 생각을 할 수 없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내용 따라가기에 바쁘기때문에. 이 책은 특히 심리묘사가 많기때문에 더욱 그러한데 이상하게도 큰 어려움 없이 몰입하며 들었다.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힘이 그만큼 강해서이기도 하겠지만 1950년대 미국 대학생활 이야기가 내 아이가 경험하고 있을 지금의 모습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더욱 흥미가 있었나보다. 또 하나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한국전쟁이라 관련 내용이 종종 나와서 더 그런면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