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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이라는 탁월한 번역이 어울리는 책
"피에 젖은 땅이라는 탁월한 번역이 어울리는 책" 내용보기
흔히 나치 독일하면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매체에서 다뤄지기도 했고 그에 대해 모두가 공분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소전에서 소련측 민간인 사망자가 1700만이라는 사실에는 대개 주목하지 않는다. 5백만 이상의 소련군 포로중 300만 이상이 굶어죽었다는 사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2차 대전 발발 이전 우크라이나에서 발
"피에 젖은 땅이라는 탁월한 번역이 어울리는 책" 내용보기

흔히 나치 독일하면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매체에서 다뤄지기도 했고 그에 대해 모두가 공분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소전에서 소련측 민간인 사망자가 1700만이라는 사실에는 대개 주목하지 않는다. 5백만 이상의 소련군 포로중 300만 이상이 굶어죽었다는 사실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또 2차 대전 발발 이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사실상 스탈린에 의해 유발된) 대기근으로 수백만이 굶어죽었다는 사실도, 2차 대전중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사망한 민간인 숫자가 홀로코스트로 사망한 600만의 유대인과 동일하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2차 대전 종전후 냉전이 바로 시작되면서 영미측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적국인 소련의 피해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기때문이리라.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연합군으로서 독일에 맞서 싸운 소련이 머나먼 동유럽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해 관심 가질 이유도 없었기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지금까지 유대인 학살이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동부 전선에서 발생한 1930년대에서 45년까지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대량 학살을 다루고 있다. 스탈린의 대숙청, 우크라이나의 대기근, 유대인 대학살, 벨라루스 및 발트3국에서 벌어진 학살 등을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이데올로기 등과 잘 연결시켜 유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영미가 식민지 개척을 하듯이 독일도 동방의 영토를 식민로 삼아 제국을 건설하려한 구상, 1차 대전후 신생국인 폴란드가 왜 소련을 쳐들어간 이유,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이 발생할때 왜 미국의 루즈벨트는 이를 외면했는지 등 다양한 현상 이면에 깔린 이유를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이데올로기와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서술한다. 물론 이와중에도 개인 개인의 세부적인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피해자 한 명 한명의 이름을 거론하면 서술하는 각 에피소드들은 그 어떤 영화나 소설보다 참혹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정치적 결정으로 초래된 재앙을 스스로 인정하면 본인의 정치적 입장이 흔들릴까 두려워 타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거나 현상 자체를 부정 혹은 왜곡 해석하려는 모습은 지금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아 보여 무섭지까지 하다. 그리고 그런 지도자들이 신격화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더더욱 놀랍다.

흔히 2차 대전 특히 독소전은 군과의 대규모 병력 충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 책은 민간인 학살과 배경이 된 정치적 상황,역사적 배경을 어우른다는 점에서 괄목할만하다. 번역본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원서를 구매했는데 쉬운 문체라 잘 읽힌다. 번역서가 800페이지가 넘는 것에 비해 420페이지 정도(나머지100페이지는 참조문헌 소개)로 분량면에서도 부담이 없다. 10년전에 출간된 책인데 이번에 번역서가 나오면서 알게 되어 원서로 읽게 되었다.2차 대전 혹은 동부 전선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다만 활자가 너무 작아 눈이 아플 정도고 지도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지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큰 판형을 다시 사서 읽었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혹시 구입하시려는 분들은 큰 판형으로 나온 책을 구매하시기를 추천한다.

m*****6 2021.04.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