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한림원은 1999년 마침내 독일의 귄터 그라스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1959년 「양철북」을 내어놓은 이후 수시로 노벨상 후보에 오르던 그였기에, 어찌 보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활발한 현실 참여의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비중 있는 작품들을 잇따라 발표함으로써, 문학적 주제가 끝없이 샘 솟아나는 저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은 것이 또한 수상의 동인이었을 것이다. 「고양이와 쥐」(1961), 「국부 마취」(1969), 「넙치(1977), 「아득한 평원」(1995)을 거쳐 지칠 줄 모르는 노대가는 올해(1999) 7월 『나의 세기 Mein Jahrhundert』를 발표함으로써 또 한번 기발한 문학적 착상으로 세인을 감탄하게 했다. 소설 『나의 세기』를 집필하게 된 아이디어는 지극히 간단하다. 지난 20세기의 100년 동안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매년 한 개씩의 중요한 사건을 뽑아 소설 형식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100개의 사건을 그라스는 한 역사학자에 의뢰하여 선별했는데, 지극히 일상적인, 즉 저자거리에서 회자되는 이야깃거리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샛노란 밀짚 모자가 유행하던 일(1902), 새로 개발된 철모가 펠트 헬멧을 몰아낸 이야기(1915), 모던 댄스의 등장(1921), 제국 라디오 방송이 개국된 해 TV 프로그램의 송신(1952), 베를린 장벽의 설치(1961),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우슈비츠 재판(1964), 최초의 베트남전 반대시위(1966), 바르샤바의 게토에서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가 무릎을 꿇은 일(1970), 적군파 창시자 마인호프의 체포(1972), 석유 파동이 있던 해(1973), 동독 시인 볼프 비어만의 시민권 박탈(1977), 펑크족의 확산(1978), 테니스 선수 베커의 윔블던 대회 우승(1985), 체르노빌의 원자로 사고(1986),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해(1989), 독일 통일 후 로스토크 등지의 소요(1993), 복제 양(羊)‘돌리’의 탄생(1997)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