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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7세기 미술을 비교분석한 책
제목부터 어렵지만 쫄면 안된다. 추천받아 읽은 이 책은, 미술책 분야에서 꽤 유명한 기초서적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16, 17세기 미술의 비교 분석이다. 하지만 꼭 이 시기만 국한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는게 미술은 '순환'하기 때문이다. 16세기적인 양식이 18세기에 다시 유행하기도 하면서 미술은 돌고 돈다.
미술의 양식은 크게 개인양식, 민족양식, 시대양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큰 축을 이루는 건 역시 '시대양식'이다. 각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형태의 가치관에 따라 대부분의 화가들은 그림을 그린다. 민족양식은 이탈리아, 독일 등으로 세분화하였을 때, 각 민족마다 더 선호하는 양식이 있다는 거다. 개인양식은 말할 필요도 없이, 개개인마다 그림양식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 미술 작품이 나에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는가?" 를 탐구하는 책이 아니다. "각 시대가 어떠한 형식적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었던가" 를 살펴보기 위한 책이다. 미술 작품들이 갖는 제각기 다른 '시각적' 틀. 그것을 파해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이 책에서 뵐플린은 16, 17세기를 다섯 쌍의 개념으로 비교하였다. 각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선적 vs 회화적
선적: 선, 테두리, 형태는 고정됨, 고착성, 부분, 실재, 촉각 회화적: 덩어리, 반점, 운동성, 전체, 가상, 시각, 시점의 통일
선적은 대상을 견고하고 촉각적인 것으로 파악하는데 집착하며 회화적은 보이는 전체를 부유하는 가상으로 파악하려 한다.
전자는 명료한 선에 의해 구획이 나눠지는 효과를 거두며, 후자는 윤곽이 강조되지 않아 결합이 도모된다.
즉, 전자는 사물을 존재하는 그대로 파악하려 하며 후자는 드러나는 대로 파악한다.
<Eleonora da Toledo, Agnolo Bronzino 1562> 극단적인 선적 취향을 반영하는 화려한 문양의 의상 묘사
<Portrait of the Infanta Margarita Aged Five - Diego Velazquez, 1656> 무늬의 명료함은 사라지고 전체적인 어른거림만 남음
2. 평면성 vs 깊이감
평평함은 선의 요소이며, 가장 확대된 시야의 형태다. 공간에 깊이를 부여하는 것은 입체감을 강조함으로써 얻어진다. 16세기는 비슷한 크기의 대상을 나란히 배치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모든 것을 단일 평면에 배치하진 않지만 적어도 주형태는 동일 평면에 배치되어야 한다. 반면, 17세기는 내진감(내부로 들어가는 듯한 입체감의 표현)이 강조된다. 이러한 내진감은 운동감을 통해 잘 표현되므로 바로크 양식은 움직이는 군중의 무리를 많이 그리게 된다.
<Pala di Sant Agostino (Pieta) - Pietro Perugino, 1512-1523> 등장인물이 정확히 평면적으로 배열됨
<Lament of Christ - Peter Paul Rubens, 1614 >
중앙 예수 발의 단축법에 주목. 내진감을 띠게 됨.
3. 폐쇄적 vs 개방적 폐쇄적: 모든 예술작품은 자체 완결적이어야 한다. 개방적: 규칙이 완화되어 열린 형식의 그림 형태를 추구 16세기 화가들은 수직적 요소와 수평적 요소를 동원해 화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다. 17세기는 이처럼 단순하고 노골적인 대비는기피되었다. 16세기는 중앙의 축을 중심으로 화면이 구성되거나 좌우 상하의 완벽한 균형이 늘 고려되었다. 17세기엔 구도가 자유로워졌다. 16세기엔 주어진 화폭에 맞추어 화면을 구성하는 것이 당연했으며 액자선과 귀퉁이가 나름의 구속력을 행사했다. 17세기에 이르러 화면과 화폭간의 그런 관계는 깨지고 전체적으로 화면은 우연히 채취된 듯한 장면인 듯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Jan van Scorel, Maria, 16c> 화면 전체 분위기가 직선적, 꼿꼿한 자세. 직각 방향의 교차로 인한 안정감 <St. Mary Magdalene - Guido Reni, 1632>
비대칭적 구조. 4. 다원성 vs 통일성 다원성: 독립된 부분들의 조화를 통해 통일성을 달성하려 함 통일성: 한 주제로 부분을 집결시키거나 지배적 요소에 다른 요소를 종속시킴 16세기엔 명백한 병립이나 명료한 대조가 강조되었다. 17세기엔 노골적인 대비는 사라지고 렌즈가 빛을 수렴시키듯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냈다. 16세기엔 모든 것이 균등하게 강조되는 반면 17세기엔 하나의 주요 지점이 강조된다. 16세기는 포괄성을 추구했고, 17세기는 일회적 순간에 집착했다. <The Death of Mary - Albrecht Durer, 1510>
모든 것이 명료한 기하학적 대비를 이룸. 독립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병립 구성 (다원적 통일성의 원리) <The Three Crosses - Rembrandt, 1653 >
명백한 대립 없이 융합됨 렌즈가 빛을 수렴시키듯 시선 집중. 하나의 주요 지점의 강조. 5. 명료성 vs 불명료성 명료성: 촉각적으로 재현하여 눈앞에 완벽하게 드러나게끔 함. 불명료성: 중요한 특징만을 전달함. 구성, 광선, 색채가 자체로 독립하여 발전하게 됨. 16세기의 광선은 뚜렷한 명암의 대비를 통해 대상을 구분한다. 17세기의 광선은 기본적으로 비합리성을 띤다. 이제 광선은 화면을 몇몇으로 가르지 않으며, 시시각각 변모한다. 16세기 색채는 보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17세기엔 동일 화면에 같은 색채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며 중요하지 않은 사물에도 포인트 색채가 들어가기도 한다. <Pieter Neeffs I, Interior of Antwerp Cathedral, 16c> 대상은 명료하고 형태에 종속됨.
<Mother at the cradle - Pieter de Hooch, c.1662> 색채의 강조는 주요 인물이 아닌 슬며시 놓은 천에서 두드러짐. 주요 포인트를 정할 때 구체적 대상은 전혀 고려되지 않음.
이러한 모든 재현 양식의 변화는 장식적 감각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선적인 양식과 회화적인 양식은 모방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장식의 문제이다. 선적인 양식과 회화적인 양식 사이의 대비는 세계에 대한 근본적으로 상이한 관심을 의미한다. 즉 세계관의 차이인 것이다. 표현양식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16세기 미술보다 17세기 미술이 결코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각각 완벽한 경지에 이른 표현 수단들이 그 방식을 교체하는 것 뿐이다. 미술은 어떤 주제를 기피할 때 결코 '그것을 다를 줄 몰라서' 거부하지 않았다. 단지 시각적으로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사양했을 뿐이다. 민족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단순하다. 이탈리아는 '선적' 인 성향이 강하고, 북유럽은 '회화적'인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각 시대별로 유행했던 양식을 거부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탈리아 미술은 회화적인 양식이 유행했을 떄에도 '선적'인 느낌이 있었고 북유럽(독일)은 선적인 양식이 강할 때에도 그 속에서 '회화적' 경향이 있었다. 미술은 계속 회귀된다. 르네상스, 고딕, 신고전주의를 살펴보면 결국 선적, 회화적 양식을 통해 다시 선적인 양식이 유행한다. 하지만 그 목적은 이전과 조금 다르다.
신고전주의 시대는 새로운 객관성을 도모하고자 선이 도입되게 되었다. 그 시대 사람들은 개별적 형태를 추구하였고, 가상의 매력이 아닌 손으로 잡을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다시 '선적'인 양식이 대두된 것이다. 이런 책 한 권 읽고 나면 미술 지식이 풍부해지는 걸 느낀다. 요리도 재료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듯 미술도, 이러한 미술이 탄생한 이유를 알고 감상하면 더 재밋지 않을까.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수록된 그림들이 흑백이었다는 점. 그리고 유럽 중심적이었다는 점이다. 아시아 미술사에도 관심이 가져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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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혹은 미술의 관련하여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책을 쓸 수 있는 대가들이 있다. 치 이 책, 미술사의 기초개념은 바로 뵐플린이란 대가가 기록한 미술사와 관련 고전에 가까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초개념이 담겨져 있는지는 몰라도 미술사의 대가인 뵐플린이 미술사와 관련하여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기록한 것이니 만큼 한번 일독하여 두는 것이 미술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