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펴보면, 한국사 대중서의 홍수 속에서 특이하게도 고려사에 대한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것은 고려사에 대한 연구성과가 부족할 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도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려사 전공자로서 20여 년 대학에서 강의한 박종기 교수가 『5백 년 고려사』를 펴냈다. 1장 ‘왜 고려왕조에 주목해야 하나?’에서는 고려왕조를 다양한 질서와 원리에 기반을 둔 다원적인 사회로 보고, 그 사회는 다양성과 통일성, 개방성과 역동성을 특성으로 한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인 사회적 통합력의 복원은 고려의 역사적 경험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2장 ‘고려왕조를 이끈 사람들’에서는 국왕·관료·민의 세계를 최근의 연구성과를 반영하여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3장 ‘민족통합의 모델, 고려왕조의 본관제’에서는 본관제(本貫制)를 고려건국에 참여한 다양한 성 향의 지방세력을 국가의 지배질서 속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해석하여, 본관제가 고려왕조를 실질적인 민족통합 국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강조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본관제를 민족통합 모델로 주목하였다. 4장 ‘벌집구조로 이루어진 다원사회’에서는 재정·경제구조, 신분·직역(職役)구조, 군현제와 부곡제(部曲制) 등 고려시기의 사회경제구조의 특성을 주로 조선시기와 비교하면서 정리하였다. 5장 ‘문화와 사회,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에서는 고려시기의 문화와 사상을 다양성과 통일성의 입장에서, 가족과 혼인, 호주와 상속제도를 평행의 원리로 이해하였다. 6장 ‘실리와 공존, 줄타기 외교전술’에서는 외교관계의 특성을 등거리 실리외교의 전형으로 파악하였다. 마지막 장인 7장 ‘희망과 기회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12세기 이후의 민의 동향을 그려서 고려시기 민의 활동은 한국사의 어느 왕조보다도 사회변동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인간의 존엄성·인권과 자유·삶의 질의 고양을 역사 발전의 중요한 변수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한편 이 책의 본문에 들어 있는 많은 사진과 부록인 참고문헌·연표는 이 책을 읽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근대 이후의 사진은 고려시기와 오늘의 역사를 이어주는 징검다리의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선 이 책은 고려사를 “죽은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살아 움직이는 과거에 대한 역사연구”라는 일관된 관점을 가지고 서술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되어야 한다. 아울러 저자는 삼국 및 조선왕조사와 비교를 통하여 고려사의 특성과 그 형성·변동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을 서술함으로써 조선왕조사와는 다른 고려사의 특성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여기에서 베일 속에 가려 있는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대중들에게 알리려는 고려사 연구자의 고심이 읽혀진다. 이 책은 역사전공학생들의 시대사 개설서로 준비된 것이지만 기존의 개설서가 지닌 나열식 서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구성을 시도하였으며, 아울러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도 맞춘 역사 대중서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는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500년 고려사를 쉽게 서술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고려사 전문 연구자라는 저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최근의 고려사 연구성과를 적극 반영하였는데, 이 점 역시 높이 살 만하다. |
| 고려사 전체를 즉위한 왕순서로 나열한 그런 책을구했다. 그래서 이책을 샀는데, 그런책은 아니었다. 이책은 통사적으로 고려시대 전체의 역사적 가치를 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회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내용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신나는' 내용이었기때문이었다. 더구나 내용이 교과서처럼 사실들은 단순히 나열하거나 과도하게 자신의 주장을 제시한 것도 아니며, 과거 '조선시대사람은 어떻게 살았나'와같은 끊어지는 단편적인 내용의 조합도 아니다. '조선~'의 경우는 체계적으로 그 시대를 이해하려고 하면 약간은 힘든 구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책은 그것을 제시해주지 않으므로 자신이 알아서 그 체계를 세워야 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책은 지식은 전해줄지는 몰라도 '생각'이라고 할까 '깨달음'은 전해주지는 못한다. 이책은 교과서적은 내용은 아니다. 그렇다고 허무맹랑하게 자신의 주장과 생각만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교수님이 쓰신 책인 까닭에 우리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것에서 어느정도 진일보하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즉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면서도 기존에 몰랐던 사실들을 새롭게 깨닫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결론적으로, 강의식으로 고려시대 전체에 대한 개념을 체계적으로 세우기위해서 읽는다면 가치가 큰 책이라고 생각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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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로 대표된다. 거기서 조금 더 나가면 삼국 시대와 신라 시대를 이야기한다. 그만큼 고려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다. 그러나 조선의 역사 전통만큼의 폭과 깊이를 가진 왕조이다. 최근 들어 고려의 건국 과정이나 무인 시대의 역사극이 방영되기는 하지만, 고려사에 대해 깊이 있고 생생하게 다룬 역사 연구는 그리 많이 접하지 못해 왔다. 무인 정권과 원나라에 의한 지배와 간섭으로 대표될 수 있는 고려는 우리에게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역사였다. 고려 청자나 팔만대장경 등으로 대표되는 고려의 문화를 이야기하더라도 그리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고려의 문화였다. 조선의 역사에 비해 고려는 그리 내세울 것이 없는 탐탁치 못한 시대였는가. 박종기 교수의 『5백년 고려사』는 이러한 고려사를 생생하게 부활시켜 놓았다.
이 책은 두 가지 점에서 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첫째가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며, 둘째가 역사에 대한 현대적인 재해석이다. 그러면서 고려 역사가 외면 받게 된 원인을 이렇게 지적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역사의 현장이나 유물은 서울을 중심으로 있어 쉽게 찾아 볼 수 있으나, 고려의 역사적 유적은 현실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북한 지역에 있다는 점과, 《조선왕조실록》과 같은 당대에 직접 기록된 1차 자료가 없다는 점을 든다. 물론 고려시대에 편찬된 《고려실록》이 있었으나 전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편찬된 《고려사》나 《고려사절요》는 조선 초기 역사가들의 입장이 반영되어 고려시대의 모습이 훼손된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학은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식민사학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민족사학이 대립과 극복을 하는 과정을 겪었다. 식민사학이 타율성과 정체성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고대사와 조선시대 및 근대사를 왜곡하고, 민족사학이 자주와 사대의 논리로 이를 극복하면서 민족의 문화적 저력과 민족의식을 극복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를 뛰어 넘어 새로운 역사학의 방법론을 모색하자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입체적이고 다원적인 역사의 해석을 통해 가능하며, 따라서 현재와 연결된 살아 움직이는 역사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고려사의 전반이 제시되고 있다.
왕실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이 흔했던 초기 고려 왕조를 거치면서 천하의 중심을 자처하고 개혁을 주도했던 국왕의 세계, 과거제도와 관료, 문벌 제도 등을 통해 귀족제사회가 아님을 증명하는 관료의 시계, 향·소·부곡에 대한 해석을 통해 민과 민중, 역사적 저항의 원인을 파악한 민의 세계가 다원적 벌집구조로 이루어진 고려사의 역사가 제2장에서부터 제7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고려의 군현제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고, 남녀가 동등하고 여성이 호주가 되기도 하는 고려시대의 가족사와 다양한 문화를 가지면서 재구성되고 있다. 송과 거란, 금의 소멸과 탄생이 거듭되는 대분열의 시대에서 등거리 실리외교를 펼쳤던 고려왕조, 원의 간섭기를 맞아 유망과 항쟁을 통해 역사의 변화를 갈망하며 사회변동에 커다란 역할을 한 민중의 움직임이 입체적이며 사실적인 해석을 통해 새로운 고려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우리 역사책에서는 민의 저항을 흔히 '민란'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이 용어는 지배층의 입장에서 사용된 것입니다. 지배층의 입장에서 볼 때 백성들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 소란스럽게 했다는 뜻에서 민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지요. 이처럼 객관적이지 않은 어느 일방의 입장에서 사용된 용어는 역사용어로서 적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시 기록에서는 민의 저항형태를 '봉기' 혹은 '항쟁'이라 표현한 예가 많습니다. 이처럼 당시에도 사용된 용어가 민란보다는 더 객관적인 역사용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민란 대신 항쟁이나 봉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겠습니다. |
| 국사 공부하는 중에 고려사 부분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서점에 꿇어앉아 한참을 뒤진 끝에 이 책을 낙점하고 골라 나왔다. 전문 학술인이 쓴 책이지만 쉽게 풀어쓰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고, 재미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용도 풍부해 보였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읽는 재미가 있어서 내용이 솔솔 넘어갔다. 조선 500년 이전의 고려 시대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조선과 다른 시대였는지, 또한 고대(통일 신라)에서 근대(조선)으로 이어지는 그 중간 과정 역할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말, 딱 중간이더라- 라는 느낌이었다) 정치, 문화, 경제, 모든 분야 전반에 걸쳐 알기 쉽게 서술해 주어서 좋았다. 공부하느라 꺼내본 책이었지만, 공부와 무관하게 접했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다양성’의 고려를 조금이나마 엿보게 되어 즐거운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