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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보낸 메일에는 이런 시가 있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읍니다.'로 시작하는 시인 김용택의 '사랑'이라는 시였다. 한 줄 한 줄 너무도 가슴에 와 닿는 고운 문장이었고, 수소문 끝에 시집을 구할 수 있었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시인의 시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몇 번 텔레비전이나 잡지를 통해 시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시인에게는 늘 '농촌의 정서…'같은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잘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시집 '맑은 날'을 읽으면서 시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는 단지 '한 어머니의 아들'이었고, '누이의 오빠 혹은 동생'이었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런 소소한(?) 소재로 소박하지만, 맑은 시를 썼다는 것이다.
따뜻한 가족에의 사랑, 사랑을 잃은 여린 심성, 강한 조국애… 이런 심성은 싯귀 하나 하나에 잘 스며들어있고, 시를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조용히 파고든다. 책장을 덮으면서, 그 동안 너무 산문위주의 독서에만 치우치지 않았나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바쁜 일상에 잔잔한 행복을 찾는다면, 김용택 시인의 시 한 편 권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은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 둘인 참 좋았습니다 |
|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모두가 하나의 시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시만 따로 떼어 생각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김용택의 첫 시집 <섬진강>에서는 그가 살고 있는 농촌의 자연 풍경이나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자신 또는 마을 사람들의 순박함에 대해서 아름답게 이야기하고 짤막하게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분노를 표출 했다면, 그의 다음 시집 <맑은 날>에서는 농촌 사람들의 비애와 분노가 더욱 가열차게 노래되어 졌다. 농촌문제에 대한 부당성을 독자에게 주는 것을 고심하는 시인의 고민이 느껴진다. 나는 시의초반부분을 읽어 보았을 때는 <섬진강>의 연장선에 있는 시집이 아닌가 하고 조금 지루함을 느꼈었는데 시의 중반부부터는 판소리의 장단에 맞춰 농촌문제를 신랄하게 이야기하는 화자의 분노에 찬 어투가 이어진다. 나는 그것을 발견하자 ‘이 시집이 그렇게 전작의 후광을 업은 시집은 아니구나’하고 섣부른 내 판단을 반성했었다. 김용택 그는 순수 토박이 농촌사람이다. 신경림이나 그 밖의 시인들이 농민의 한이나 그들의 감정을 대변하는 시를 주로 썼다지만 그들은 결국 순수 토박이 농민들이 아닌 이방인들이기에 진정성이 약간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용택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농촌이기에 그곳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농민의 아픔을 노래할 수 있었다. 흔히들 숲 안에 있으면 숲 전체의 윤곽을 알지 못한다고,어떤 문제에 직접 맞닿아 있는 사림의 사고의 편협함을 경계하는 옛말이 있지만, 김용택은 수많은 책을 읽은 덕분인지 자신이 살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또한 진정성 있게 잘 구현해 낼 수 있었다. 과거 한국인은 조국근대화를 이루기 위해 농촌을 버렸어야 했다. 적은 봉급으로 가혹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식비에 맞추기 위해 정부는 터무니 없는 저곡가 정책을 실시한다. 실의에 찬 농민들은 젊은 이들은 도시로 오거나 혹은 농촌에 남더라도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농촌의 미관을 좋게 한다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초가나 기와지붕을 없애 버리고 겨울에는 얼어죽고 여름에는 쩌서 죽는 슬레이트 지붕을 빚까지 내어 씌우기를 강요하였다. 정치가들은 입으로만 농촌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하지 실질적으로는 어떻게 돈을 모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혈안이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농촌에 희망이 있을 수 있겠는가? 김용택은 이런 농촌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슬며시 눙치기도 하면서 풍자한다. 단지 섬진강의 연장선상에서 <맑은 날>을 읽었던 나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상황이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못했다는데 있다. 정부는 일년전 추곡수매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과의 쌀 협상에서 제대로된 외교 활동을 하지 못해 이제 미국쌀 수입은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다. 굳이 쌀이 우리의 주식인 것은 새삼스레 언급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쌀은 우리의 근원이며 정신이라고, 혼이라고. 이것은 다른 나라의 음식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농촌이 없어지면 쌀이 없어지고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다 먹어야 한다. 우리의 정신, 근원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래서……지금까지도 이 시는 그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좋지 않은 의미이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