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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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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서 죄송합니다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 말 잘하는 원숭이 보듯 구경할 의도는 없고, 사회 문화 현상, 특히 교육과 학교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놀랍다고 생각해서 참 좋아하는 엄기호 선생님(얼마 전 월간 "좋은교사"에 싣기 위해 인터뷰 가신다는 임종화샘 말씀을 들었을 때 너무 반가워서 환호할 뻔~)께서 대담에 참여한 신간이 나왔다기에 얼른 구입해두었다. 물론 학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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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서 죄송합니다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실 때 말 잘하는 원숭이 보듯 구경할 의도는 없고, 사회 문화 현상, 특히 교육과 학교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놀랍다고 생각해서 참 좋아하는 엄기호 선생님(얼마 전 월간 "좋은교사"에 싣기 위해 인터뷰 가신다는 임종화샘 말씀을 들었을 때 너무 반가워서 환호할 뻔~)께서 대담에 참여한 신간이 나왔다기에 얼른 구입해두었다. 물론 학기 중이라 사재기만 해두고 여력이 없어서 읽지 못하다가 방학 끝물에 드디어 읽을 수 있었다. 엄기호X하지현 선생님이 대화 나누는 형식인데다가 책 내용 전체가 너무나도 공감 가는 내용이라(더불어 너무 고통스러웠던 독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드디어 마친 참이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이 들자 마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체를 명확히 붙잡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명쾌하게 읽을 수 있어서 사회학은 참 매력 있다.

 

교육공동체벗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으며 대학에 출강하시는 엄기호 선생님과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선생님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들은 지금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 1인분 역할 감당하기를 유예하고 계속 공부하는 '학생'으로 남아있고 싶어하는 행동은 일종의 회피라고 보는 듯하다. '나는 완벽하고 뭐든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사회에 나가 어떤 실수나 버벅거림으로 인해 깨질까봐 두려워한다는 말이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인데 우치다 타츠루, "하류지향"이나 김수현 선생님, "공부상처"에서처럼 '나는 노력하지 않았으니까 못하는 거야."라고 달관해버리는 태도를 취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고 한다.

 

*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출신학교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세상!! 어서 와라~

 

 "하지현: ... 공부에 소질이 없는 아이에 대해서는 과잉 투자를 하지 말자, 가능성이 고만고만한 아이에게 몰빵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죠. 그 시간이 지나 아이가 스물두셋이 되어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그때 서포트할 수 있는 게 중요해요.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그냥 좀 있어 봐, 그 대신 이리저리 쑤시고 다녀봐"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해요. 쑤시고 다닌다는 게 곧 디투어링이죠. 그게 인생의 낭비는 아니다, 도리어 지금은 그게 필요하다, 그게 공부다, 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애들은 얘기하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면 어떡해요?" 제일 좋은 길, 절대 망하지 않을 길을 찾고 싶겠죠. 그런 길은 없어요.

부모고 아이고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요. 그런데 그 두려움을 넘어서야 돼요. "이리로 한번 가봐. 그 대신 6개월은 해봐. 그럼 대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돼. 그런데 그게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다면 그동안 시간 낭비한 게 아니라 최소한 네 인생에서 이 길은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잖아." 이십대 초반에 얻어야 하는 것은 '하고 싶다'도 있지만, '해보니까 이건 아니다'인 것을 찾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152-153쪽.

 

 

공부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현실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사실 (학)부모들이다. 486이라 불리는 지금 (학)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호황이어서 일자리가 많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워도 공부 열심히 해서 '개천에서 용 나'기가 가능했다. 그러한 자신의 경험 때문에 (학)부모는 자녀에게 교육적으로 투자해야 불안감과 미안함을 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성장시대는 이미 닥쳤다. 여기 두 저자 모두 좋은 학벌과 스펙을 위해 모든 한국 사람이 교육에 (필요 이상으로 뻥튀기된 경쟁적) 투자하는 행위는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소리 높여 주장한다. 평범한 교사가 보아도 동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공부에 소질 있는 사람은 연구하기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사회적 처우가 좋아진다는 가정 하에)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2011년 1월에 북유럽 교육탐방 차 핀란드와 덴마크에 가서 각급 학교를 탐방했을 때, 수박 겉핥기처럼 짧은 시간 동안 학교와 사회를 보고 왔는데도 그런 사회가 모두 훨씬 몸과 마음이 편안한 사회임을 절감했다. 더불어 공부와 맞지도 않는데 책상 머리에서 몸과 마음 아파하는 우리 중학생들이 생각났다. (학)부모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다른 방식의 삶도 있으며 모두가 '성공'해야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안하지만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뻥튀기 된 교육비 경쟁에서 일반인들은 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학벌 없이도 다른 방식으로 잘 사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고 그러한 삶의 방식이 대세가 되도록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핵심은 (학)부모는 자신의 노후 대비를 해야한다. 불안하더라도 자녀 교육은 정말 필요한 부분에만 투자해야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학벌이 비교적 덜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편집 출간한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라는 책이 내내 생각났다. 복지를 보장하는 사회 만들기도 물론 병행해야 하지만, 우리 스스로 학벌을 갖추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내려놓는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

 

 

* 매끄러운 공부<-> 성장하는 배움

책 읽는 초반에는 '그러면 공부를 하지 말라는 건가, 평생 학습 시대인데, 배움이 필요할 때에는 적절하게 공부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는 질문이 생겼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제목을 "공부 중독"이라고 설정하고 대화를 시작했지만 중간에 사실 여기서 공부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정정하고 있다. 좀 더 와닿게 '스펙 중독, 자격증 중독, 졸업장 중독...' 등으로 바꾸어 응용할 수 있겠다. 문제는 우리가 커리큘럼이 명확해서 다음 단계에 무엇을 배울지 알 수 있는 공부, 돈을 들이면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증명해주는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나오는 '매끄러운 공부'에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에서 그 '매끄러움'이 가진 긍정성이 불러오는 폐해에 대한 철학적인 글을 읽었기 때문에 이 단어 선택이 매우 탁월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치열하게 자료를 찾아내어 연구하는 고통이 부재한 공부에서 성장이나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런데 지금 중학생들이 학원에서 하는 공부를 보면 딱 '매끄러운 공부'이다. 내신 대비를 위해 요점 정리해서 입에 떠먹여주고 100문제건 200문제건 들입다 많은 문제를 풀린다. 시험 범위가 넓고 과목 수가 많다면 당장은 성적이 오르지만 자신의 뇌근육 발달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단기 기억을 스트레스를 받고 돈을 바쳐가며 쌓고 있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린다. 아래 내용은 다소 길지만 너무나도 공감하기 때문에 옮겨둔다.

 

 "엄기호: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요? 공부는 성장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능력이 신장되는 것이건, 인격이 성숙하는 것이건 또는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것이건 공부는 성장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의 공부는 성장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요. 성장과 아무 상관이 없는 공부를 공부라고 하고 있고 그걸 청소년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학생들이 "이걸 공부한다고 제가 뭔가가 될 수 있나요?"라고 하는 말을 단지 실용적인 질문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바로 '이걸 공부하는 것이 자신을 무엇으로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질문이죠.

이 문제에 답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가 사람의 성장에 대해 '성공'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답도 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공부를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수긍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이들을 붙들어 놓고 지금 '공부'를 시키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데도 그저 맹목적으로 공부를 시키고만 있어요. 공부를 하는 자가 아니라 공부를 시키는 자가 공부 말고는 시킬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그저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키는 자의 '공부 중독'이에요.

삶이 성장의 과정이라면 공부는 성장하는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부는 삶을 식민화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이런 공부를 그만두자는 것입니다. 대신 공부의 자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해요.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말이에요..." 188-189쪽.

 

경기도 혁신학교에서는 삶과 연결된 공부, 수업 시간에 생생하게 배움이 일어나는 공부를 지향한다. 나도 근무하는 학교에서 작년부터 도덕 교과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수업 방식이 '프로젝트 수업(+수행평가)'이다. 주변에 대한 불만이나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찾아내어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방식이고, 올해는 특별히 관련 서적을 찾아 공부하는 과정까지 평가 항목에 넣었다. 지난 학기 진로 단원 중 '공부를 왜 하는가' 단원을 다루면서, 지금 공부를 해보면서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보사회에서 지금 외우는 지식들은 금방 변하고 필요한 정보는 금방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법을 알고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기쁨을 느끼고 삶 속에서 자기 손으로 미세한 변화라도 만들어내며 성장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매끄러운 공부가 아니라서 어렵고 고통스럽고 귀찮겠지만 그것을 견뎠을 때 배움의 기쁨과 성장이 있으리라 믿는다. 여기는 공단지역인데, 작년에는 짝꿍 도덕샘께서 어떤 학생 아버지께 '이런 프로젝트를 해서 국영수 공부도 못하게 시간을 빼앗느냐'는 항의 전화를 받으셔서 답답했다. 시대 변화를 먼저 읽는 사람이 사랑하는 자녀의 삶이 더 행복해지도록 도울 수 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6.08.13. 신고 공감 5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공부중독의 사회, 탈출구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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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야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평생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는 데는 거의 모두 묵인하는 바. 그런데 공부 중독이라.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던 차에 많은 책소개 코너에서 이 책을 여러 번 발견했다. 엄기호라는 이름 때문에 약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 역시 대담집이다보니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이 시대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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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야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평생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평생 공부를 해야한다는 데는 거의 모두 묵인하는 바. 그런데 공부 중독이라.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일까 궁금했던 차에 많은 책소개 코너에서 이 책을 여러 번 발견했다. 엄기호라는 이름 때문에 약간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 역시 대담집이다보니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이 시대의 성공 판타지인 “공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회학자인 엄기호와 정신과 의사 하지현이 이 주제를 놓고 대담을 펼친다. 네 차례 펼쳐진 대담을 기초로 집필된 이 책은, 1부에서는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을, 2부에서는 성공판타지를 조장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 3부에서는 공부 중독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1부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에서는 먼저 우리 사회가 왜 공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하는데,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이 파악한 우리 사회의 맥락은 다음과 같다.

 

지금의 486부모들은 공부를 잘하면 잘살 수 있다는 생각이 자기 몸으로 체득된 세대예요. 그러니까 부모들이 자신이 성공했던 방법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거시적으로 보면 운이 좋은 세대였던 겁니다. 80년대 초반엔 졸업정원제가 있어서 그전에 비해 어렵지 않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들이 취업할 무렵인 87, 88년도는 우리나라가 한창 경기가 좋을 때라 대기업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좋은 일자리 수에 비해 대졸자가 모자랄 정도였죠. 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 손쉽게 집을 살 수 있었어요. 이른바 굉장히 좋은 라인업을 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팽창과 발전을 하던 거시적 흐름에 이 세대는 올라탄 거예요. 일종의 ‘프리 라이딩’, 운이 좋은 세대죠. 판이 좋았던 것임을 부정할 수 없어요. 그런데도 본인들이 잘해서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 문제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가 정말 운이 좋은 시기에 그때 그 나이에 있었던 첫 세대이자 마지막 세대, 지금 아이들이 자기 부모보다 더 성공하는 것은 부모 세대에 비해서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같은 노력을 기준으로 물리적인 성취를 봤을 때 말이죠. 그래서 세대 갈등을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세대 갈등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서 비롯되는 어쩔 수 없는 결과예요.

 

이런 사회적 기반 아래, 우리 아이들은 무한 공부의 수렁에 빠져 있는데, 또 다양한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그 중의 하나로 역치가 낮아졌다는 것을 거론한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것은 역치가 낮아졌다는 거예요. 어떤 것에 대해서 증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자기한테 굉장히 불편하고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역치 수준이 매우 낮아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을 능력치에 비해서 힘들어하는 경향이 분명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서 군대 부적응의 문제를 보면 부모 세대는 요즘 군대는 옛날 군대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얘기할 텐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얘기하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너무 나약하다며, 우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며 세대를 구분하는 표지가 되기도 한다. 공부만을 강요하고,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다 괜찮다고 해놓고, 잘 견디지 못하는 것은 나약해서라고 몰아붙이는 기성세대들. 과연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일까?

 

어떤 사건, 어떤 이슈에 대해 내 의견을 계속 만들어가는 과정이 성장인데, 하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결정적으로 의견이 없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어떤 현상이 발생하느냐면, 중고등학교 선생님들, 대학교 교수들도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가 학생들이 의견이 없으니까 말하는 방식이 엄청 징징거린다는 거예요. 교사들은 그런 걸 정말 못 참죠. 교사들은 말은 육하원칙에 맞춰서 조분조분 차근차근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학생들이 와서 “선생님, 제가 있잖아요, 그런데요, 있잖아요...”

 

또 하나의 특징은 엄기호가 말한 것처럼 결정적 의견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질문을 하면 이런 경우가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아이들이 조리있게 말을 하지 못하고 대화를 시도할 때 짜증을 낼 때가 많았는데 위의 글을 보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말하는 방식이 징징거리는 것을 어른들은 참지 못하고, 아이들은 의견이 없고... 이 잘못된 대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두 번째 장에서는 “누가 공부에 욕심을 내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확실한 것은 학생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확신이 없으며,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저 공부를 강요당하며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486세대의 성공 검증모델”이 다시 등장한다. 하지현에 따르면 약 두 세대(대략 1945부터 90년대 중반까지)에 걸쳐 검증되었던 “공부”의 성공모델은 자식에게도 적용되기를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력을 쥘 수 있는 자리는 뻔한데 경쟁력은 몇 배 올라가 압력이 최대치로 커진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486세대에 대해 “암묵지”라는 용어를 들어가며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 머릿속에는 보이지 않는 익숙한 길들이 있어요. 이런 걸 암묵지라고 하는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요. 예를 들어서 낯선 도시에 떨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터미널로 가요. 그곳에 가서 도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거죠. 우리 머릿속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거예요. 여기서 486세대의 암묵지는 ‘공부만이 살 길이다’, ‘배우면 된다’예요. 돌이켜보면 이 세대들이 지난 시기의 출판 시장을 이끌어갔어요. 4백 페이지 되는 사회과학 서적 읽는 것에 훈련된 세대들이 회사원이 되고, 나이 먹으면서 일간지 북리뷰 보면서 책을 왕창 샀어요. 또 자기 아이가 네 살, 다섯 살 됐을 때 그림책을 사주면서 청소년 책 시장이 만들어졌죠. ‘공부만이 살 길이다’, ‘열심히 하면 된다’, ‘ 깊이 파면 길이 보일 것이다’라고 머릿속에 박힌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제 이 명제의 시효가 다되었다는 증거가 너무 많아졌어요. 교육에 있어서는 더 이상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에게 교육시켰던 것, 그리고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시키는 방식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제 교육에 있어서 이 명제의 시효는 다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은 너도, 나도,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왜 여전히 공부에 몰입하고 있는 것일까?

 

선생님이 쓰신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라는 책 있잖아요. 그 책에 정상성이라는 개념이 나오죠. 정상성이라는 게 범위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범위가 선이 아니라 면이어야 하는데, 그러니까 변동 폭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 범위가 굉장히 좁아요. 하나의 선처럼 설정되어 있다 보니까 다양한 궤적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의 궤적이 있다 해도 그 궤적 안에서 변이를 줄 수 있는 범위도 좁게 설정이 되어 있죠. 오로지 하나의, 굉장히 좁은 길만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게 바로 공부인 거죠. 그런데 그 공부라는 것도 사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뭘 한다, 이것도 공부인데 그런 공부는 공부로 안 치는 거잖아요? 요즘 먹방이 대세가 되면서 많이 바뀌었지만요.

공부라고 했을 때, 경험을 통해서 뭔가를 얻는 건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굉장히 위계화되고 학벌화된 시스템의 자격증만 유의미하게 됐죠. 이반 일리치의 개념을 가져와서 쓰면 ‘스쿨링화된 사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전체가 학교가 되었다는 거죠. 학교에서처럼 어떤 건 의미가 있고 어떤 건 의미가 없다고, 네가 몇 학년을 마쳤으면 뭘 할 수 있다고, 미리 선언적으로 가정하고, 그래서 학교를 나오면 능력 없어도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학료를 안 나오면 능력이 있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스쿨 자체가 굉장히 위계화된 학벌사회라서, 어디를 나왔는지가 그 사람의 능력과 그 밖의 모든 것을 검증해주고 보여준다고 보는 사회죠. 그래서 좁은 의미의 공부에 대한 집착 같은 게 생겼죠. 그런데 이게 사회적으로 보면 정말 비극이거든요.

 

엄기호는 우리 사회의 정상성에 하지현의 책을 빌어 설명한다. 다양한 궤적이 인정되지 않고, 학생이 학교에서 얻는 가치와 경험은 무시당한 채 자격증만이 유의미한 사회. 그렇다보니 공부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신문지상에서 만나는 “평균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대기업 평균 초임이 공개될 때마다, 내 급여보다 많음을 보면서 “나는 왜 사는거지?”라는 생각을 많이들 할텐데, 그는 바로 이 개념이 “평균압”이라고 얘기해준다.

 

학부모고 학생들이고 실제로는 최상인데 그것을 마치 중간값이고 평균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어요. 한윤형 씨가 썼던 표현대로 하면 ‘평균압’입니다. 평균에 대한 압력이죠. 한국은 적어도 평균은 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매우 높은 사회라는 뜻입니다. 평균이 되지 못하면 탈락이고 낙오이며 패배한 인생이라는 말이 돼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건 절대 평균이 아니라는 거예요. 너무 높다는 거죠.

예를 들면 한국에서 서울대를 간다는 건 평균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공부를 잘한다, 꽤 한다 이러면 서울대는 아니라도 연고대는 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해요. 중간쯤 되는 아이들도 소위 10개 대학 있잖아요,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라고 하는, 그 정도까지는 가줘야 평균이라고 생각하죠.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엄기호는 공부라는 것이 예전에는 “생애사적 기획을 하는데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데 비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출현”을 막고 “다양한 교육”이 출현함으로써 교육이 다양한 영역을 식민화했다고 주장한다. 스쿨, 즉 교육이 문제라는 것인데 그 문제를 다시 교육으로 풀겠다는 것. 예를 들어 인성교육이 문제라고 하면 그것을 학교화하고 학원화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것을 “웃기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공부 중독의 비극적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공부와 삶을 분리시키고 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삶이 더욱더 빈약하고 허약해지고 있다는 것. 그 빈약함과 허약함을 채우기 위해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또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만들면서 삶을 공부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공부 중독은 바로 교육 중독이라 말할 수 있으며, 그 바닥에는 “삶의 위기에 대한 초조함”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부 중독은 어떻게 해독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그들은 살아가는 기술, 삶의 테크네에 대한 우리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살아가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체계적으로 공부해서 터득되는 것과 삶의 과정 속에서 터득되는 것이다. 그 중 삶의 과정에서 터득되는 것은 공부로 해결될 수 없는데 우리는 이것을 매우 위험하게 본다는 것이다. 사람이 섞여서 치고 박고 하는 것, 이것을 다 폭력의 과정, 위험한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주변의 환경을 마치 무균실처럼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특히 “잔디깎이맘”이라고 해서 자녀의 앞길을 막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부모까지 등장했다고 하니, 그 과도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엄기호는 교육의 교육의 기능 중의 하나가 계급을 재조정해주는 역할이며, 한국에서의 교육이 한국에서 교육이 그동안 잘 굴러갔던 것이 그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젠 교육이 계급의 재조정이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계급의 구조화가 동시에 경제적 격차의 구조화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격차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또는 경제적 격차를 완충하는 방식, 이를테면 복지 제도 등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걸 해결할 의지가 별로 없다고 한다. 정치권, 경제권 모두.

 

마지막으로 그들은 공부란 왜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갔다.

 

삶이 성장의 과정이라면 공부는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부는 삶을 식민화하는 도구일 뿐이예요. 이런 공부를 그만두자는 것입니다. 대신 공부의 자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해요.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말이예요.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잘 모르고 있어요. 무능력하기는 어른들도 매한가지입니다. 공부라는 맥락에서 보면 어른과 청소년 모두가 처한 ‘동시대성’이겠죠.

바로 이런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을 우리와 더불어 당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인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동시대인으로서 이 난국의 시대를 헤쳐갈 삶의 기술을 배우는 성장의 도구로서의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만큼이나 어른들에게도, 어른들에게만큼이나 ‘아이’들에게도 필요합니다. 청소년들을 문제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와 관련한, 우리 모두를 문제화해야 합니다.

 

이 작은 책에서 우리 교육과 사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솔루션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시작이다. 하지현은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이 책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대담을 시작으로 한 명이라도 더 이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과 용기의 불씨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공부 중독에서 벗어나 다른 트랙에 선 사람이 늘어날수록 공부라는 블랙홀의 중력장은 힘을 잃을 것이다.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설 정도의 참여자가 모이고 나면, 블랙홀은 그 위력을 잃고 사라져버릴 것이라 기대하고 희망한다. 그런 준비가 먼저 된 다음에야 비로소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아이와 부모 모두, 더 나아가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게 실제적인 작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대담집이 우리 사회에서 공부와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합리적인 진단과 실천 방안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는 천천히 변화해간다고 해도, 당장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더 걱정이 앞선다. 성격상 잔디깎이맘도, 경제적 능력상 끝까지 책임질 수도 없는 서민인 나. 우리 아이들의 공부에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지 입장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공부 중독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인가, 결말이 보장되지 않은 게임에서 빠져 다른 트랙으로 갈 것인가. 그 결정은 언제나처럼 쉽지 않다. 공부중독의 사회,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는 진솔한 시간, <공부 중독: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이다.

YES마니아 : 골드 s****b 2016.03.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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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필수 인생 재테크 책...
"전국민 필수 인생 재테크 책..." 내용보기
최근 금리가 저금리 시대라고들 한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일정액을 빌렸을때 이자로 내는 돈의 가치다.교육은 어떠한가? 유치원,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과 대학교육도 크게 보면 인생의 재테크로 볼 수 있다. 즉, 내가 얼마만큼 공부를 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여 얼마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좋은 고등학교가 인기 있는 것은 좋은 교육 때문이 아니라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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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리가 저금리 시대라고들 한다. 금리는 돈의 가격이다. 일정액을 빌렸을때 이자로 내는 돈의 가치다.


교육은 어떠한가? 유치원,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교육과정과 대학교육도 크게 보면 인생의 재테크로 볼 수 있다. 즉, 내가 얼마만큼 공부를 해서 좋은 곳에 취직하여 얼마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좋은 고등학교가 인기 있는 것은 좋은 교육 때문이 아니라 좋은 대학에 많이가는 이유이고, 좋은 대학에 많이 가는 이유 또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함이다.


이때의 교육은 공부가 아니라 일종의 투자로 바뀐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의 인풋대비 아웃풋이 - 돈으로 치면 금리가 - 낮아지고 있다.


사회엔 대졸생이 증가하고, 취업시장엔 발로 채이는게 대졸생이다. 시장에 돈이 흔해지면 금리가 떨어진다. 즉,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현재 상황은 대학졸업장이 더이상 가치가 없는 시대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대학졸업장을 따기 위해 그곳에 20년 넘는 인생을 몰빵하는가? 이쯤되면 한국의 교육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된다.


부모들은 자신이 경험한 고금리 경험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곤 자기 자식들을 그 교육시장에 내몬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대학졸업자가 귀한시절도 아니고, 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고성장 시대도 아니다. 기업은 정규직을 덜 뽑고, 대학을 나와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정기예금 금리가 2% 안밖인데... 7-80년대 1-20% 고금리 시절만 생각하고 자녀 교육에 가족의 전재산을 몰빵하는 꼴이다.


더욱이 공부가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는 아이들은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


연애마저 학원가서 배우는 시대가 정상일까?


교육시장이 커지면서 인성학원까지 등장한다. 연애나 인성이 교육으로 가능한 것일까?


정기예금이던 대학졸업장은 이젠 더이상 정기예금이 아니라 고위험군의 옵션, 선물투자 시장으로 바뀌었는데... 아직 부모들은 모른다. 그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위험으로 내몬다.


대학에 가든 안가든 이미 시장은 소수의 정규직과 다수의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되었다.


이젠 대학교육과 취업의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문제다.


모든 부모들이 이 책을 봐야한다. 아니... 현재 학생들도 봐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사람들도 봐야한다.


공부는 중요하지만 교육은 더이상 그렇지 않다. 공부와 교육의 차이를 알고, 더이상 대학졸업장이 좋은 일자리를 보증해주는 시대가 아님을 깨달아야한다...


안그러면... 사교육 시키느라 부모도 개털되고, 애들은 학자금대출받아서 비정규직 취업해서 학자금 갚다가 결혼도 못하고 인생 개털된다.


저성상이 정상인 뉴노멀시대이다.


더이상 대학졸업장은 유효하지 않다.


이제 다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때이다. 하고싶은 것을,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그걸하며 사는게 대학나와 비정규직 연봉 2천으로 평생사는것 보다 더 인간적인 삶의 기쁨을 누리며 살게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YES마니아 : 로얄 i***n 2016.01.0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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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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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상입니다>를 읽으며 이 사람 참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다. 바로 하지현 교수다. 그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도 날카롭고,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제시하는 방안도 실용적이고 위트 있었으며 큰 위로가 됐다. 이번으로 그의 저서들을 두 개나 읽은 셈이 됐다.공부 중독.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싶었다.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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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상입니다>를 읽으며 이 사람 참 말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다. 바로 하지현 교수다. 그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도 날카롭고,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제시하는 방안도 실용적이고 위트 있었으며 큰 위로가 됐다. 이번으로 그의 저서들을 두 개나 읽은 셈이 됐다.


공부 중독. 제목도 참 잘 지었다 싶었다.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다. 좋은 대학, 좋은 학과에 들어가고 싶다는 일념으로 오랜 수험생활을 보낸 나로서는 '팩트폭행'도 이 정도면 공습이 아닐까 싶었다. 두 저자의 대담 속에서 지적되는 현대인의 전형에 내가 딱 들어맞는 것 같아서, 내 얘기인 것 같아 흥미진진해하다가도, 뼈 있는 말에는 가슴이 저리기도 하고, '그래서 대체 나보고 뭘 어쩌란 건데?'라고 반항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주장 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교육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가르쳐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단다. 그리고 옛날과 요즘이 다른 점은, 인간관계가 협소하고 경쟁이 치열하고 지나치게 공부가 삶을 식민지화시키고 있다 보니 후자가 실현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야만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 때때로 그런 자각을 했었던 나로서는 가슴이 아주 뜨끔했다. 다행히도 그 해결책이 제시됐는데 (여기에서 '다행'을 느끼는 걸 보니 확실히 문제는 문제다!)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 직접 배우라는 것이었다. 요즘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던 방향과 일치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밖에 눈에 띄었던 부분은 주관적인 '공정한 시험'을 요구하는 심리에 대한 파트였는데, 전부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수긍이 갔다. 과잉경쟁에 따른 과잉보상 심리에 대한 논의도 마음을 울렸다. 나 또한 그러지 않다고는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그 해결책이 상당 부분 비현실적이며 아주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레이스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으로는 옳은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 얘기하는 그들도 알지 않을까. 그것에 필요한 아주 큰 용기와 불확실성을 감당해낼 수 있는 능력을 소시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고 무모한 일이다. 국가가 주도해서 무언가를 해나가는 세월은 이미 지났다지만 이 부분에서는 사회 전체가 진중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서로 협의하여 방향을 설정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라가는 건 힘들지만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 생각이 바뀐 게 있다. 일전에 <공부 논쟁>을 보며 그나마 현재로서 한국 사회의 최선은 어쩔 수 없지만 '공정한 시험' 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생각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젠가, 답이 없는 문제일지라도 '나만의 답'을 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수험생활을 이어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선택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고 싶을 때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인용


P. 59


하지만 올라가면 그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그게 불필요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한 채 계속 올백 신화가 올 1등급 신화로 이어지고 (...) 그러면 그런 사람이 있나 보다 생각하면 되는데 '내가 왜 그렇게 안 됐을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루저로 몰아붙이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서 사회 전체가 모 아니면 도, 'all or none'의 구조가 돼요. 위로 가면서 서서히 좁아지는 구조가 아니라, 결정체화된 극히 일부가 정점에 있고 나머지는 전부 모자라는 사람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세계를 불확실성이 없는 순수의 세계로 인식해요. 정체성이 순수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순수하고 일관되고 질서정연하고 완벽한 세상. 원래 세상의 속성인 불완전함, 무질서와 어긋남, 흐릿한 앞날은 경험하지 않게 되는 거죠.


P. 64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세상과의 대면 속에서 열심히 성찰을 해서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모든 의견은 이견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려면 선생님이 앞서 말씀하신 대로 일단 타석에 들어서야 하거든요. (...) 미디어가 점점 더 대다수의 시민들을 관전평, 품평을 하는 사람들로 만들고 있어요. (...) 의견을 말하는 것이 참여자의 입장이라면 품평은 구경꾼의 언어예요. 우리는 구경꾼의 언어가 마치 의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P. 102


제 생각에 우리 사회의 지금 이십대 초중반 젊은이들이 받는 가장 큰 선물은 '니네 부모 굶어죽지 않아'거든요. (...) 그러다 보니까 이 친구들은 더 정상성 안에 머물려 하고, 그 궤적대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 제가 환자들을 보면 "저는 비정상인가 봐요" 하고 오는 친구들의 고민 중 큰 흐름이 삶의 궤적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거예요. 그런데 삶의 궤적이란 게 내가 생각한 내 라인업이 아니라 몇 살 되면 뭘 해야 하고, 몇 살 때 뭘 안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거예요. 열아홉, 스무 살까지는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야 하는 거고, 대학도 내가 어릴 때부터 내가 생각했던 그 과를 가야 하는 거고.


P. 131


이런 상황에서 더 합리적인 생각은 어차피 길은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먼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바로 앞에 닥친 일들을 하나하나 잘 처리해나가는 것으로 내 삶의 방법을 바꾸자, 그게 더 옳은 게 아닌가 싶어요.


P. 185


제가 이 대담을 하는 이유도 투덜거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방법은 해봤자 소용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정 정도 만들어지면 이 미친 드라이브에 브레이크가 걸릴 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에요. 그로 인해서 낭비되는 사회적 자원들을 줄일 수 있는 거고요. 그렇게 돼야 과잉 투자한 상태에서 자리를 확보한 사람들이 과잉 보상 욕구를 갖지 않게 돼요.


P. 189


공부를 하는 자가 아니라 공부를 시키는 자가 공부 말고는 시킬 게 없다 보니 그저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시키는 자의 '공부 중독'이에요. 삶이 성장의 과정이라면 공부는 성장하는 삶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공부는 삶을 식민화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이런 공부를 그만두자는 겁니다. 대신 공부의 자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해요. 당대의 문제를 파악하고 헤쳐나가는 삶의 지혜,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말이에요.


3.5점

y*****2 2017.09.1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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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는 소리를 찾아서 - 공부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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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는 소리   -공부중독에서 공부해독으로   11월, 스러져가는 가을을 애달파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 하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대혼란의정국이다. 비선 실세로 일컬어지는 최순실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지상파 뉴스는 물론 인터넷 포털까지 ‘최순실’이 모든 언론의 머리말을 낚아채고 있다. 아마도 연말까지는 얼추 이런 뉴스가 오르락내리락 대지 싶다. 하지만 그날들 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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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는 소리

 

-공부중독에서 공부해독으로

 

11, 스러져가는 가을을 애달파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 하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대혼란의정국이다. 비선 실세로 일컬어지는 최순실이라는 희대의 인물이 지상파 뉴스는 물론 인터넷 포털까지 최순실이 모든 언론의 머리말을 낚아채고 있다. 아마도 연말까지는 얼추 이런 뉴스가 오르락내리락 대지 싶다. 하지만 그날들 중에서도 딱 하루, 이날만큼은 뉴스의 주인공은 61만여 명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들일 것이다. 대다수의 직장은 이날 수능 지각생을 만들지 않기 위해 출근 시간도 늦춘다. 초중고 12, 아니 그 이전 조기교육의 이름으로 20년 가깝게 공부에 올인한 삶을 많은 이들이 안쓰러워하고 위로하려고 든다. 수험표를 가져오면 각종 패스트푸드점과 카페, 영화관, 화장품의 할인은 물론이고 각종 소매업에서 작은 물건이라도 사면 사은품까지 턱턱 얹어주며 그간의 고생을 치하한다. 본격 소비세대로 편입할 20대의 청년들에게 미리 침 바르는 일일뿐, 위로도 상품화시키는 자본주의의 저열한 전략이라고 말하기엔 국민 모두가 공부의 괴로움에 공감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 특유의 현상이다. 국가 단위의 대단위 입시시험이 치러지는 나라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이날 단 하루로 20년 공부의 성과가 이날 하루로 결정이 나고, 희비 수준을 넘어 생사의 쌍곡선까지 그려진다. 실제로 수능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한강다리에 순찰을 더욱 강화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죽을만큼 붙고 싶다! 다만 그 대학의 순서가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라는 것.

 

알아주는 공부꾼, 저자들이 원한 타이틀은 아니었겠지만 뉴 파워라이터로 꼽히는 문화학자 엄기호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의 공부중독은 공부의 최고 정점을 찍고, 또 여전히 공부하고 있는 저자들이 나눈 공부에 관한 대담집이다. 엄기호와 하지현의 공부론이라 함부로 언명을 하였다가는 부모 세대들에겐 지나치게 혹할 것만 같다. 어쩐지 공부중독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 공부중독 시대를 탓하면서도 자신들의 노하우를 살짝 흘려주지 않을까 하는 1그램의 기대랄까. 하지만 먼저 읽어본 내가 미리 못 박아 두는 편이 낫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내 아이를 쌈박하게 공부의 세계로 이끌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공부중독 상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삶의 해법은 묘연해지고 오히려 삶은 더더욱 식민화되는 세계를 다룬 두 공부꾼의 한탄을 들으면서 함께 답답해질지도 모른다.

 

세계화(신자유주의)의 거침없는 파도에 휩쓸린 한국에서 교육이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천착해 온 문화학자 엄기호는 그간 여러 저서와 강연을 통해 교육의 가능성이 아닌 교육이 불가능성을 이야기 해왔다. 공부란 사람의 성장을 전제로 한다. 성장은 낯설고 타자와의 부딪힘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학습과 경험 속에서 면역력이란 것이 생기기 마련인데 오래도록 교육 현장 속에서 부대끼며(혹은 시달렸다고도 할 수 있다) 살아가는 저자 엄기호는 자신이 현장에서 목도한 성장의 불가능성을 착잡하게 토로하고 있다. 저자들이 생각하는 공부란 세상과의 대면 속에서 열심히 성찰을 해서 나만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으로 표출되는 과정은 이견의 형태로 드러날 수밖에 없지만 세상은 그런 이견을 견딜 수가 없다. 세상은 질서정연해야하고 대응 가능한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므로 그 어떤 오류와 의문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가 지금의 공부의 실체다. 1더하기 12의 세계여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변수들이 끼어드는 삶의 실재를 마주칠 때, 오히려 그것은 삶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오래도록 교육 현장에 머물러왔던 엄기호가 겪어온 공부의 실체는 삶의 문제를 푸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삶은 허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 탈출구로 삼은 교육은 더욱 혹독한 학원화(자격증 부여) 현상에 휘말려 있을 뿐이다.

 

공동저자이자 대담을 주고받은 하지현은 정신과전문의로 공부로 상처 받은 청소년과 부모에 관한 풍부 임상사례를 통해 한국의 공부중독 현상을 꼼꼼하게 진단한다. 의학적 지식과 풍부한 독서이력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부모 문제에 관한 여러 저서가 출판되어 있기도 하다. <공부중독의 편집자가 뽑은 발문에서는 하지현은 현미경을 갖다 대는 대담자의 역할을 맡았다.망원경 역할로 빗댄 문화학자 엄기호는 현재의 교육 현장을 넓은 시야로 골격을 그려낸다. 그 골격에 하지현의 공부의 블랙홀에 빠져 몸과 영혼 모두 상처 받은 이들을 만나도 조언한 사례가 만나 공부중독이란 굵직한 서사를 만들어 낸다.

대안과 해결을 요구하는 대중의 욕망도 하지현은 거스르지 않고 명쾌하게 대답한다. 이 나라에서 공부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투기인 상태이고, 이 도박에서 이길 수 있는 승자는 아랍 왕자로 비유된 판돈이 무한정 많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이다. 스스로 공부의 정점, 그리고 계급의 정점인 의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지라 여염의 부모들이 이 말을 전적으로 믿어야 하나 싶지만 그 의심도 미리 짚어 적절하게 깨트려준다. 교육을 통해 계급이동이 가능했던 시기는 해방 직후인 1945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로 보고, 공부를 통한 계급이동(출세)의 신화는 이미 끝났다고 보고 있다. 변호사도, 의사도 망해가고 있고 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외려 다양한 팩트를 대어가며 설명해 준다. 다만 망해가더라도 그 설국열차의 끝 칸이라도 올라타길 바라는 것이 아이 키우는 엄마의 솔직한 심정이긴 하지만.

 

저자들은 한국사회에서 공부 중이란 말은 삶을 유예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다고 말한다. 삶의 현장에 나아가지 않고 취업과 연애(결혼)를 포함해 삶의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오늘도 나는 공부 중이란 말 뒤에 숨어버리는 현상을 짚는다. 공무원이든 기업 취업이든 공부 중인 상태는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방패막 역할을 한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말은 취준생과 공시생 현상으로 대표되지만, 결국 너는 준비가 덜 되었으니 제대로 된 노동 대가(임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 논리로 환원된다. 즉 권력과 자본의 통치 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삶의 익스큐즈 상태, ‘좀 더 준비하고 오겠습니다.’라는 말의 상징성은 한 세대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구조의 취약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는 자칫하면 꼰대의 정서로 비화될 위험, 세대론으로 퉁 쳐지는 것을 거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너희 세대의 허약성은 동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세대의 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며, 이 사회가 바뀌길 바란다면 너희우리가 동시대인의 감각을 회복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하고 있다.

 

공부를 하면 인생이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삶의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공부는 오히려 삶은 황폐화시키고 식민화한다. 이 현상이 공부중독이다. ‘픽업아티스트라는 신종 학원의 사례를 들어,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는 삶의 과정마저도 사설 학원에 내맡기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가르치는 세상에서는 배우고(), 익히는() 과정의 연결이 깨어지고 오로지 배우는 데만 몰두하다, 익히는 과정은 간단하게 삭제 당한다. 하지만 배움 밖의 다른 삶을 꿈꾸지 못하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강박으로 지금의 생을 갉아 먹는 증세가 공부중독이다. 좀 더 비싼 학원을 끊어 줄 부모가 있다면 천만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경우는 어찌할 것인가.

 

두 저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한국에서 공부라고 착각하는 것은 사실상 좀 더 고급스런(비싼) 사교육에 대한 투자, 위계화되고 매뉴얼화된 교육 중독현상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공부란 본래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공부 디톡스(해독)의 방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공부중독에서 공부디톡스로 나아가는 과정은 단 하나 뿐이다. 성장하고 부대끼며, 매뉴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많은 질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의 복원. 즉 삶에 꼭 필요한 도구로서의 공부를 복원시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공부꾼들의 절망 속에서 부르는 낮은 읊조림은 솔직히 힘이 없다. 그 누구도 이 폭주기관차에서 감히 내려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 의외로 저자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단 한 명이라도 이 공부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와 삶을 선언하기를 말이다. 가볍게 스치듯 조언하지만 교육을 통해 망가지고 쪼개진 삶의 틈새는 복지가 상징하는 사회의 회복이 스며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삶는 소리는 곧 삶의 소리

 

저자 중 엄기호는 연합 동아리 선후배로 오랜 인연이다. 치기 어린 시절 장난삼아 삶의 소리라는 동아리 소식지를 패로디한 삶는 소리라는 지라시를 만든 적이 있다. 내용은 별거 없이 동아리 사람들의 연애질부터 온갖 기행들을 코믹하게 적고 우리끼리 돌려보며 낄낄대는 잉여짓의 끝판왕이었다. 그때 우리에게 삶의 소리는 삶는 소리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삶는 기술은 곧 삶의 기술이니까. 내가 원하는 계란 한 알, 반숙과 완숙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삶의 기술을 체득하는 순간, 요리라는 거대한 세계에 발을 디뎌 놓는 일이다. 요리책에 계란의 물성을 이론으로 배우고 지필고사에서는 100점을 받는 배움()’의 단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실제로 내가 먹고 싶은 삶은 계란, 여기에 더해 타자가 먹고 싶어 하는 계란을 능수능란하게 삶아 내어 대접하는 것. 가스불과 모닥불에서 계란 삶기의 차이를 꿰뚫는 것, 이는 삶는 소리이자 삶의 소리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공부중독이 삶는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에 작은 응원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모심과 살림> 에 실린 글입니다. 

 

a****6 2017.01.0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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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과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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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오래한 내게는 비수처럼 꽂히는 날카로운 비평이 포함되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애리는 경험을 했다. 긴 공무를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 분명한 주관과 긍정적인 혹은 발전적인 호기심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로 한정하여 생각해보면, 스스로 솔직히 판단컨데 나는 공부로(공부를 수단으로) 도피하고 (계급의 유지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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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오래한 내게는 비수처럼 꽂히는 날카로운 비평이 포함되어 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애리는 경험을 했다. 


긴 공무를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 분명한 주관과 긍정적인 혹은 발전적인 호기심을 바탕으로 진정한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로 한정하여 생각해보면, 스스로 솔직히 판단컨데 나는 공부로(공부를 수단으로) 도피하고 (계급의 유지 혹은 계급의 이동) 확률을 높여보고자 '기만'을 '포장'하고 있었다는 자기 반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공부는 직접적으로 희망을 혹은 행복을 야기하지 않지만(못하지만), '최면'을 건다. 가능성을 제고시키는 것 처럼 보여지고, 계급의 이동을 견인하거나 출신을 불투명하게 하는 것과 같이 기능한다. 그리고 그러한 최면을 근거로 우리사회와 연구계는 값싼 노동력을 착취한다. 모른 체하고 이 구조에 순응하는 자들 또한 공범이다. 나도 그러한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무튼, 책은 우리 교육체계와 시장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포괄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두 전문가(정신건강의학, 사회학)의 대담이 매우 의미있게 느껴졌다. 


불평과 불만이 섞인 푸념이나 지적이 아니라,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로서 교육문제의 중요성과 심각서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걱정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엿보였다. 


하지현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과 대안에 깊이있게 공감하면서 모두가 개혁과 변화를 위해 다양한 길을 용기 있게 선택하는 방법을 그려보았다. 

나 스스로 문제가 노정되어 있는 현재의 교육 블랙홀에 순응하지 아니하는 소극적 행동부터, 새로운 교육(배움)을 개발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적극적인 방법까지 고민해 본다. 


교육이 가지는 기능과 역할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때, 미래에 보다 인간다운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공부 중독의 프레임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s*****g 2016.10.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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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중독 - 엄기호,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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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만났을 때, 난 정말 책읽기의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와서 앞 페이지 이십여장을 읽다가, 바로 반납하고 책을 구입해버렸다.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줄을 치며 감탄하며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보통 이런 저런 책을 읽다보면, 내가 이미 알고있는 사실들에 대한 확인이나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공고히 하기위한 책들이 선택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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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만났을 때, 난 정말 책읽기의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와서 앞 페이지 이십여장을 읽다가, 바로 반납하고 책을 구입해버렸다.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줄을 치며 감탄하며 공감하며 읽어내려갔다.


보통 이런 저런 책을 읽다보면, 내가 이미 알고있는 사실들에 대한 확인이나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공고히 하기위한 책들이 선택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혹은 내가 모르는 분야더라도 책 내용이 이러이러할 것이다...대충은 짐작을 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고. 

이 책의 초반 몇 장을 읽으면서는, 단순히 책 제목이나 소개글 카피문구로 내가 미리 예상했었던 내용과 완전히 빗나갔음을 알고 살짝 당황했었다. 하지만 계속 읽어가면서, 아.... 내가 알수있는, 내가 예상할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구나...깨달았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40여년 이상의 세월을 살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내 사고의 경계안에 없었던, 나에게는 전혀 새로운 사실들이었던 것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오면서 언제부터인가는 앞으로의 내 삶에 더이상 새로울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이 느껴져 인생이 무료하고 두렵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늘 그날그날의 반복인것 같고 나라는 인간의 경계는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내 주위에 쌓여진 담만이 자꾸 높아지기만 하는 것 같은 기분. 하지만 몇 년 전,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그런 마음이 없어졌다. 세상에는 새로운 것도 알고싶은 것도 너무나 많고,  내 경계는 여전히 한없이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욕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책을 만날 때면 더더욱...

YES마니아 : 로얄 y*****i 2016.06.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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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다음'이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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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다음'이라는 꿈][2016. 11. 22 ~ 2016. 11. 24 완독]​ 지금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란 게 자리를 배분하는게 아니라 자리를 배분받지 못한 이들에게 네가 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햇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예요. 그리고 그 설명이 '네가 준비가 덜 됐다'인 거죠.p24 초등학생의 올백신화가 있죠. 초등학교까지는 가능하죠. 국영수예체능 다 잘하는게. 하지만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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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


['다음'이라는 꿈]


[2016. 11. 22 ~ 2016. 11. 24 완독]




 지금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란 게 자리를 배분하는게 아니라 자리를 배분받지 못한 이들에게 네가 왜 자리를 배정받지 못햇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게예요. 그리고 그 설명이 '네가 준비가 덜 됐다'인 거죠.

p24

 초등학생의 올백신화가 있죠. 초등학교까지는 가능하죠. 국영수예체능 다 잘하는게. 하지만 올라가면 그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럴 필요도 없는데... (중략) 커리어에 흠집없이 그래도 가야하고..(중략) 모아니면 도에요 인생이(All or None.)

p58



 ...

두분 정면 샷이 너무 부담스러운데...(죄송.)


 대한민국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몇몇 있다. 가격에 대해서 별다른 일언반구가 없다는 말이다. 아플 때 들어가는 병원비/ 약품비와 XX와 XX.. (이건 적으면 논란거리라..패스). 그리고 공부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있다. 우리가 공부의 크고 진하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살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청소년기를 수능에 올인하고,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잡기위해 스펙에 올인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해서 진급을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삶. 오죽하면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 죽을때까지 공부하라는 자기 계발서가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다.


 항상 예외는 있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였던 서태지, 사후에도 이따금씩 미디어에 등장하여 살아있음을 뽐내는 앙드레 김, 10대 청소년의 우상인 연예인들도 전통적인 공부와는 한발자국 떨어져있는 이들이라 하겠다.



 아이들이 망가지고 있어요. 계속 벽에 부딪히면서 금이 가다가 부서져버리는 것 같아요.

p18


 '어느날 문득, 갑자기' 이런 표현을 쓰기가 무색하게 이 땅에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삶에서 공부가 흔히 말하는 성공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공부가 안정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아니면 잠깐의 눈결로도 봐왔을 것이지만 우리는 외면해 왔다.


 예외는 예외 일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오로지 공부뿐이라는 것을 기정 사실화 했다. 누군가 이러한 명제에 도전을 한다면, 공부를 못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낙오자/ 패배자/ 낙오자 등의 이름표를, 공부를 잘한 이에게는 배가 불렀다/ 니가 잘나서 그런 소리를 하지? 등의 이름표를 붙여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공부 중독>이 시사하는 점은 상투적이지만 계속 언급해서 다수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작업의 일환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시대(時代)와 세대(世代)를 구분해서 쓴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의 기간을 세대, 역사적인 시간/ 지금있는 시기와 같은 뜻은 시대로 구분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다른 세대를 살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고 앞선 세대에 '기성세대(旣成世代)'라는 말을 붙여 구분짓고 있는 지 모른다. '다른 세대를 살고 있다."는 자라온 모든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세대를 아우르는 가치관이 차이가 있다는 말의 다른 이름이라 말할 수 있다.


 한국은 적어도 평균이 되어야 한다는 압력이 매우 높은 사회라는 뜻입니다. 평균이 되지 못하면 탈락이고 낙오이며 패배라는 인생이라는 말이 돼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균이라는 건 절대 평균이 아니라는 거예요. 너무 높다는 거죠.

p114



 좁디좁은 '좋은' 대학의/ 직장의/ 진급의/ 성공의 ... 문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은 물론 자식까지 공부에 공부를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삶은? 전망이 탁 트인 전망에 푹신한 소파에 기대어 값비싼 와인 한잔과 함께 짱짱한 음향 시스템을 겸비한 커다란 TV로 영화를 보는...(엇. 내 꿈..) 그런 삶? 이런 삶이 '평범'하다고는 할 수가 없는 상위 몇 %의 삶일 것이다. 이러한 삶을 '평범'의 테두리 안에 넣고는 값비싼 평범을 이루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해 놨을 것이다.


 룰없는 무제한 싸움에서 살아남은 자는 소수의 승리자를 낳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이러한 게임의 가장 공평하고 공정하며 강력한 공부라는 성공으로 가는 철옹성. 오로지 이 철옹성을 함락시켜야만 했는 공부라는 괴물에게 점차 사람들 묻는다. 이 철옹성을 돌아가거나 피해가면 되는 것 아니야고. 꼭, 이 뒤에만 성공이 있느냐고, 꼭 성공을 이뤄야되는 거냐고 말이다.



 공부가 문제가 되니까 노동을 시키면서도 노동이 아니라 '그게 곧 공부다'라는 식으로 손쉽게 착취할 수 있는 거죠.

 세상에 적응하는 법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나를 환경에 맞추는 방법.

2. 환경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법.

이 두 방법이 적절하게 조화게 되어야 올바른 사회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한 경쟁의 폐해는 모두가 잘 알고 있으나 견고한 시스템 아래에 '나만 잘살면 되지'라는 슬로건은 어느새 타인을 바라보지 않는 이기주의적(Not 개인주의) 세대를 길러냈다.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타인은 기꺼이 밟혀도 되는 존재이며, 남을 돕는 이는 이상한 사람/ 사회부적응자, 극도의 효율 중시는 어느새 하위 계층은 돌보지 않는 제도를 속속들이 만들어 냈고, 불의를 보면 돕는 것이 아닌 피하고 참아야 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소개될 정도가 되었다. (요즘 추세를 보면 특정 사건을 말리거나 도우려고 하다가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소개된다.)


 우정, 사랑 등과 같은 인간 관계는 이해 타산이 맞지 않으면 성립 조차 되지 않는 단어로 전락해버렸고, 자신의 발견에서 타인의 발견으로 이뤄지는 사회성은 결여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 졌다. '통제' 자체가 불가능한 인생이 공부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현실은 획일적인 성공 가도의 길만을 강요해왔고, 그 길은 아랍의 석유 부자가 아닌 이상은 승리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매해 가늠할 수 없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사교육비 추세를 보아 하면, 우리는 아직도 공부 신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다양성을 인정해라.", "세상에 70억의 인구가 있으면 70억의 개성이 존재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보이지 않는 공부 성공 신화의 막차를 타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양이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공정하자고 만든 제도가 도리어 다양성을 죽이고 획일성만 키우며 오히려 특정한 자원을 가진 사람들이 유리해지는 불공적인 역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p85

 


 이러한 신화를 빨리 벗어나서  앞에 언급한 '공부와는 별개로 성공한 예외'가 많아져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한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는 그저 돈만 많으면/ 권력을 쥐고 있으면 성공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각자가 정한 성공이라는 틀을 새롭게 만들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각자의 성공을 기꺼이 축하해 줄 수 있는 분위기도 덤으로 가질 수 있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이 공부를 통해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 세대가 맛보았던 공부 판타지는 시효가 다되었음을 말이다. 물론 아직도 '공부'가 어느정도는 먹히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두가 공부를 통해 꿈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약 그 공부가 실패한다면 인생은 그냥 끝인 것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공부 중독>은 기존의 '공부'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를 조정해서 내 삶을 보호하려는 생각을 버리게 돼요. 구조가 쉽게 안 바뀔 것 같으니까요. (중략) 라이프 스타일을 조정하죠. 자신의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자원에 맞는 형태로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요. 혼자 산다 던가,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한다든가, S스파트너만 둔다던가, 아이를 낳지 않다든가, 공동 가족을 만든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p129

 우리는 성장이 멈춘 시대에 살고 있다. 아니 살아가야 한다. 이 시대는 이전 세대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이며 매순간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살아갈 능력이 있는지 평가한다. 그래서 누구도 어떤 방향이 옳다고 쉽사리 말할 수가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 내가 바라는 것은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적어도 먹고 살수는 있게, '다음'이라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성적표가 자신의 성취에 의해 매겨지는 게 아니라 애가 대학 갈 때, 취업할 때, 결혼할 때, 이렇게 세번, 자신의 인생 성적표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자기 인생에서 내가 뭘 얻었고, 내가 뭘 재미있게 생각했고, 내가 그 동안 살면서 사회에 어떤 공헌을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식이 어느 대학에 갔고, 어디에 취직했고, 어떤 직업을 가졌고, 어떤 집안과 결혼해서 어느 동네게 살고 있는가를 가지고 자기 인생의 성적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인거죠.

p144



<책 속의 책>


<아프지 않다는 거짓말> - 가이 윈치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 엄기호​

k****c 2016.11.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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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엄기호,하지현 - 공부라는 블랙홀에서 탈주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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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음 단계를 유예시키는 프리 패스,대한민국 전 연령대 사람들의 '마음 고통'의 공통분모,지금의 공부 중독은 어떤 사람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보다는 그냥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찔끔찔금 하다 보니 성취감 같은 것이 생기기 보다는 그저 이것저것 호기심만 살짝살짝 채우고만 마는 아쉬움이 남던터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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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음 단계를 유예시키는 프리 패스,

대한민국 전 연령대 사람들의 '마음 고통'의 공통분모,

지금의 공부 중독은 어떤 사람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무언가를 꾸준히 하기 보다는 그냥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찔끔찔금 하다 보니 성취감 같은 것이 생기기 보다는 그저 이것저것 호기심만 살짝살짝 채우고만 마는 아쉬움이 남던터라 작은 솔루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읽게 되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였다.

사회학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책을 읽는 다는 느낌 보다는 TV 교양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구어체와 날것 그대로의 단어들로 인해 내용들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 느낌이었다.


책 내용의 대부분이 자녀 교육에 대한 내용이기에 자녀를 둔 부모나 예비 부모들은 꼭 한 번 읽어봐야 될 책이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꼭 그들로만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인강, 학원, 문화센터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페이지를 사진 찍은 적도 없는 것 같다.

문장들을 하나 하나 옮겨적으며 다시 읽어 본다.





다시 강조한다면 공부의 기쁨은 보편성의 발견이다. 내가 처한 현실이나 난처함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겪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 공부의 과정이다. 동시대성을 발견하는 것이 공부의 목적이라는 말이다. 시대의 암흑이라는 동시대성을 발견하고 그 문제를 공동의 노력으로 해결해가려고 하는 과정에서 동시대인이 형성된다. 이 동시대인을 형성해가는 것, 그것이 공부가 무능력한 개체들이 아니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를 형성해가는 과정이며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 9쪽





그런데 지금 많은 영역에서 학생들에게 익힘의 장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면 익히는게 아니라 배우고 바로 다음 배움으로 넘어갑니다. 그러니 익히는 과정이 없어요. 그래서 배우긴 배웠는데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이죠. 이게 한국의 대체적인 교육과정입니다.

- 47쪽





게다가 남이 하나의 남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남들'이 있는데 다양한 남들하고 섞이면서 일종의 면역력 같은 게 생겨야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적응을 할 수 있죠.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참 채밌는 게, 사회는 굉장히 유연함을 강조하잖아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점점 경직되어간다고 해야 할까? 뻐덕뻐덕해지고 있어요. 한 사람에게 적응하고 나서 조금만 다른 사람을 만나도 이걸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또 새로운 다른 남이니까 또 당황하고 스트레스 받고, 되게 뻐덕뻐덕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 51,52쪽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기스, 생활기스인데 이것을 병리화해서 이런 기스는 절대 생기면 안되는 것 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사실 삶은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때 배울 수 있습니다.(중략)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런 일체의 과정을 다 위험한 것이라고 불온시해요. 배우긴 배워야 하는데 위험하지 않게 배워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위험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과정에서 배우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피해야 하고 대신 그걸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서 관념적으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중략) 그런데 기스 하나 없이 말끔하게 배우는 게 가능할까요?

- 53쪽




근대라는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은 자기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항상 두 가지 태도를 요구받습니다. 미래는 기획하고 과거는 성찰하는 태도입니다. 만사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은 과거에 대해서는 성찰하며 교훈을 얻고 그 교훈에 입각해서 다시 미래를 기획합니다. 이중에서 하나만 빠져도 문제가 되요. 그런데 계속 내가 기획한 대로만 굴리려고 하죠. 하지만 현실은 엄연히 다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그 간극을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찰이란 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요?

- 60,61쪽




세상에 적응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나를 구겨 넣는 방법, 맞추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환경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법이에요. 이 두개를 적절히 조화롭게 사용하면서 우리는 적응을 해나가는 거겠죠. 그런데 일부 친구들의 자아 중심성의 세계에서는 나를 구겨 넣을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환경을 바꾸고 싶지도 않아요. 환경이 알아서 바뀌어줬으면 좋겠는 거죠. 이게 문제인 거예요. 그래서 "여긴 왜 이래?" 이런 말을 많이 해요.

- 63쪽




모르는 존재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키죠. 하나는 두려움이고 하나는 호기심이에요. 공부라는 것이 끊임없이 모르는 존재를 만나는 일이잖아요? 모르는 걸 만났을 때 이 두 가지 감정이 다 일어나요. 그런데 중요한 건 '두려움을 어떻게 호기심으로 바꿔줄 것인가'죠. '낯설긴 하지만 재미있네?' 이렇게 두려움을 호기심으로 전환시켜주는 것, 그렇게 꼬시는 것이 교육이에요.

- 75쪽




공부라는 것이 삶에 통합되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근대 학교가 공부와 삶을 단계론적으로 분리시켜버렸어요. '공부를 하고 난 뒤에야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사는 것이 아닌 게 된 거죠. 삶이 유예되는 거예요. 지금 학교가 딱 그런 공간이잖아요?

- 127쪽




참, 여기에서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틀 밖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성공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 죽 살아가면 되잖아요? 그것이 다른 사람들한테 훨씬 더 영감을 주거든요. 그런데 꼭 책을 씁니다. 꼭 학원을 해요. 결국 자신의 성공 방식을 매뉴얼화하는 거예요. 본인이 그러고자 하는 욕만이 있고 또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죠. 결국 한국에서 블루오션은 공부밖에 없어요. 출판계도 레드오션이잖아요. 그런데 출판학교는 잘되고 있어요. 출판계는 망해가고 있는데 말예요. 이런 식으로 지금 공부 산업만 블루오션이 된 거죠.

- 129쪽




공부 중독의 비극적 역설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데 공부와 삶을 분리시키고 공부에 올인하다 보니 삶이 더욱더 빈약하고 허약해 지고 있다는 것. 그 빈약함과 허약함을 채우기 위해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또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서 삶은 공부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공부가 교육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넓게 보면 삶은 그 자체가 공부의 과정, 배움의 과정이잖아요? 인간은 살면서, 살아가기 위해서 늘 배울 수 밖에 없죠. 그걸 우리가 공부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반면 교육은 그것을 단계론적으로 구분하고 제도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죠. 가르치지 않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공부 전체가 교육이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가르칠 수 없는 것도 가르칠 수 있는 것처럼 만들어버리거든요.

이런 점에서 우리가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 중독이란 사실은 교육 중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132,133쪽




자식이 서른다섯 살이 되었을 때를 바라보는 지향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 아이가 좋은 직장을 다니는 걸 흐믓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자랑스러워하는 그림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 자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그려야 해요.

- 144쪽




"이리로 한번 가봐. 그 대신 6개월은 해봐. 그럼 대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돼. 그런데 그게 길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다면 그동안 시간 낭비한게 아니라 최소한 네 인생에서 이 길은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잖아."

이십대 초반에 얻어야 하는 것은 '하고 싶다'도 있지만, '해보니까 이건 아니다'인 것을 찾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 153쪽




그런데 공부 중독에 빠진 사람들 중에는 내 공부를 한다는 미명 하에 다른 사람의 공부를 수동적으로 구경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이게 또 하나의 공부 중독이에요. 

- 171쪽



공부의 블랙홀에 빠진 부모는 공부에 중독된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들이 사회에 나온다. 공부 백 퍼센트짜리 순도 높은 존재일 뿐, 사회성, 공감능력, 유연성 같은 요소는 상대적으로 결핍된 상태다. 공부로 승부하는 나이는 이십대 중반까지이고 그 후에는 다른 요소들이 더 중요할 수 있는데, 이 요소들이 모자라다고 느끼면 역시 공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며 책과 학원을 찾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다. 공부라는 블랙홀이 학교를 넘어서 사회와 인생을 빨아들이고 있다.

-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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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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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모름의 중요성,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또 묻는 것이 생의 이유라고 삶이 인과적으로 구성되어 분석되기보다 삶이란 우연이며 글과 말은 그 아이러니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회학자와 너무 열심히 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하근 정신과전문의의 공부에 대한 고정관념 뒤집기식 대화에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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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모름의 중요성,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또 묻는 것이 생의 이유라고 삶이 인과적으로 구성되어 분석되기보다

삶이란 우연이며 글과 말은 그 아이러니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회학자와

너무 열심히 나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고민하근 정신과전문의의

공부에 대한 고정관념 뒤집기식 대화에 고개를 끄덕이다 갸우뚱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l********r 2017.03.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