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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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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이라는 부제처럼, '개별적이던 진리의 언어를 보편적인 영역에서 재해석'하려는 철학자의 시도다. 철학이지만 어렵지 않고, 문장이 향하는 진실은 아프다. 글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유가족들은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고 애도하기를 거부해왔다. 상처를 위로할 합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말을 지탱하는 법과 규범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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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 철학의 헌정'이라는 부제처럼, '개별적이던 진리의 언어를 보편적인 영역에서 재해석'

하려는 철학자의 시도다. 철학이지만 어렵지 않고, 문장이 향하는 진실은 아프다. 글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유가족들은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고 애도하기를 거부해왔다. 상처를 위로할 합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말을 지탱하는 법과 규범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지 않아서다(22p). 슬픔을 고정시키기 위한 다양한 법적·사회적 관념들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에(28p), '진정한 상처를 은폐하기 위해 제시되는 가짜 상처들'과 '치명적인 슬픔을 봉합하기 위해 제공되는 살균된 슬픔'들을 거부했다(66p). 저자는 애도에 대한 거부를 '나를 만지지 말라'던 예수의 마지막 요청에 비견하면서, '나의 죽음은 당신들이 속한 세계의 균열이므로, 영원한 상처로 남게 하라'는 의미로 읽어낸다(30p). 이 슬퍼하는 사람들 곁에 철학이 설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진리가 사람을 슬프게 하고, 철학은 방황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철학은 진리의 상실을 함께 슬퍼하며, 그로부터 비롯된 조난에 동참하고, 그들의 방황이 말해지고 긍정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언어를 제공한다(12p).

 

슬픔에 적절한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마침내 슬픔을 끝내기 위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의 거짓말에는 속지 말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어딘가에, 도래할 다른 시간 속에 상실된 진리가 존재할 것이라는 신념이 필요하다. 우리의 상처가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았다는 신념, 우리의 슬픔은 지금 여기에 없는 진리를 불러내기 위한 눈물이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40p).

 

모두가 기억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 사회를 지탱하는 환상 속에 머물기도 한다. 인생이 드러내는 환멸을 잊고, 그로부터 밀려오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에서 달아나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76p). 이러한 현실 세계를 바로잡아 공동체의 장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변화무쌍한 현실만큼이나 새롭고 유연한 언어의 지속적 발명이 요청된다(89p). 그때까지 우리는 슬퍼하고 방황하고 아파할 것이다. 진리는 언제나 슬퍼할 것을 요청하니까.

 

s******2 2019.04.17.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