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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한국 한시의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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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재주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책을 구입하고 두 달 남짓 걸려 한 번을 읽을 수가 있었는데, 이 코로나 시국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안대회가 선택한 152편의 한시 - 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데요.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한국 한시'에 관심이 있어서 라기보다 '152편의 안대회의 선택'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 같군요. 몇해 전부터 조선후기 산문 '소품문'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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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재주없어 나만 홀로 한가롭다'


책을 구입하고 두 달 남짓 걸려 한 번을 읽을 수가 있었는데, 이 코로나 시국에 정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안대회가 선택한 152편의 한시 - 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데요.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한국 한시'에 관심이 있어서 라기보다 '152편의 안대회의 선택'에 방점을 두어야 할 것 같군요. 몇해 전부터 조선후기 산문 '소품문'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한 도서를 즐겨읽는 편이었습니다. 그 관심과 흥미에는 안대회교수가 번역한 여러 권의 조선후기의 문화를 주제로 한 저작과 관련 번역서들에 비롯된 점이 크고 그의 번역과 안목을 신뢰하는 편이라고 해야겠군요.


번역+원문+평설

이런 편제가 일반적이던데 평설이 감각적이라서 독자의 이목을 끌든지, 다양한 주제로 연결이 되어 여러 방면으로 사유할 단서를 제공하는 해설로 연결되면 좋은 읽을 거리가 될텐데 보통은 진부한 동어반복이 되기가 쉽죠. 이번 책은 번역이나 평설은 좋을 걸로 믿고 구입한 터라 원문은 있을 테니 무모하지만 직접 해석을 해보는 것으로 포인트를 잡아봤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연재된 것들이라 조선일보를 탐독하는 어르신들이 원문과 해석을 각자의 블로그나 카페에 부지런히 옮겨 놓으셨더군요. 그래서 연재당시의 역문과 평설을 책으로 출간된 상태와 비교할 수 있었고, 대부분의 작품이 윤문을 거치거나 적어도 띄어쓰기 정도의 수정은 거친 것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에 평설까지 있으니, 역자의 번역을 참고해서 내가 할 수 있고 납득할 만한 수준의 직역과 의역을 버무려가며 풀어보는 방식으로 해보고 싶었죠. 공부하는 것도 시험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모든 것을 내가 가진 수준의 한도에서 즐겁게 찾고 확인해보려고 했습니다. 본문을 읽고 직역을 기본으로 해석한 문장에 해당하는 원문의 한자를 대응시키는 방법을 시도 해본거죠. 원문의 단어를 찾고 의미를 교차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대회교수의 글이 얼마나 깔끔하며 공을 들인 번역인지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고려대학교 김인환교수의 <고려漢詩 삼백수>(문학과지성사 2014)의 방법론에 공감해서 이기도 합니다.


"글자 한 자 한자를 어떻게 번역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오역인지 아닌지 독자가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좋은 시와 나쁜 시가 한 자나 반 자 사이에서 결정되므로 글자 하나하나를 무시하고 대충 두루뭉수리로 옮기는 것은 시의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이 책에서 한문과 국문의 글자 하나하나가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분명하게 해명함으로써 한시 번역을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김인환, p.6)


일본이나 중국에서 출간된 한시 번역집을 넘겨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원문과 직역, 직역에 필요한 자구해설과 문법사항 그리고 의역에 평설까지 갖춘 경우가 많더군요. 왜 국내에서는 이런 책 찾기가 힘들까요. 평설만이 아니라 독자가 직접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싶게 견인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주석과 해설이 붙으면 가독성을 떨어뜨려서 대중성이 저하되니 출판이 어렵다는 건 왜 핑계로만 들릴까요. 제대로 주석과 해설이 붙어서 가독성이 제로인 책 좀 만나 보고싶습니다. 이 책에는 주(註)가 3개 붙어있습니다. 그 중 한 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봐야겠습니다. 


能平世上難平事 해결하기 힘든 세상일을 잘도 해결하고

愚者爲賢智者愁 어리석은 자는 현자로, 지혜로운 자는 걱정꾼으로 만드네.

字辨開元疑月缺 개원이란 글자가 분간되나 달이 찌그러진 듯하고

 齊府象泉流 제부처럼 둥글어서 물 흐르듯 굴러가네.

 殘百物權何重 온갖 물건을 헐값 만드니 권세 정말 무겁고

破盡千家意不休 일천 집안을 파산시키고도 욕심을 그치지 않네.

子貸殖繁勤?? 이자 놓고 재물 불리느라 거간꾼들 바쁘니

飜令編戶等王侯 서민도 하루아침에 제왕처럼 변하누나.

(제부(齊府): 당나라 거부)


28~29페이지 신석우의 <詠錢(영전)>에 ' 齊府象泉流'의 '齊府(제부)'에 '당나라 거부'라는 주가 붙어있는데, 읽어봐도 도무지 齊府가 뭔지 모르겠던데요. 바로 앞 구에 개원(開元)이라는 당나라 화폐가 언급이 되니 당나라 거부라는 건지, 그리고 거부라서 몸이 둥글둥글했다는 건지... 齊府가 고유명사이고 역사적인 인물인가 싶어 몇 번을 찾았는지 모릅니다. 적어도 싯구가 납득이 될 정도의 주는 붙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작품 이 구절에만 주석이 필요한게 아닌데요. 


 齊府象泉流

제부(齊府)에서 [돈의] 생김(形)을 둥글게(?) 한 것은 

[화폐의 유통이] 샘(泉)처럼 흐름(流)을 본 뜬(象) 것이었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해석을 붙여봤습니다. <詠錢>은 이런 한시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돈의 위력을 위트있게 표현하며 지금으로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화폐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잘 아는 강태공(姜太公)은 인류 최초의 화폐법률인 구부환법(九府 法)을 제정하고 국가중심의 화폐의 유통을 규정한 인물입니다. 태공망(太公望)이며 주 문왕으로부터 산둥성일대를 분봉받아 제(齊)나라를 건국한 제태공(齊太公)이죠. 화폐국정설(The state theory of money)의 원시적인 형태를 주장하며 구부환법을 입안한 제태공의 제나라 봉건정부가 <詠錢>의 '齊府'가 아닐까 싶은데, 물론 강태공 당시의 화폐가 동전처럼 둥근모양은 아니었다죠.


주석이 없다시피 한 것은 이 책의 단점이자 부끄러움입니다. 있어야 할 주석이 없어서 관련 도서와 인터넷검색을 하면서 고생해서가 아니라 갖춰야 할 부분이 누락되면 그냥 없는게 아니라 그 자체로 책의 퀄리티를 바닥으로 추락시키는 거죠. 자전을 찾고 허사를 뒤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많은 도움을 받은 링크들입니다. 역문을 붙이면서 개인적으로 절감한 우리말 어휘력의 빈곤은 정말 참담할 지경이어서 반성도 하게됩니다. 


Daum 漢韓辭典 https://dic.daum.net/index.do?dic=hanja&q=

Daum 중국어사전 https://dic.daum.net/index.do?dic=ch&q=

漢典 https://www.zdic.net/

百度百科 https://baike.baidu.com/

Google https://www.google.com/


p.282의 不惡浮生是夢中의 '惡'는 '悟'의 오자 아닌가요? 문제를 부각하기만 한 것 같은데, 읽으면서 평설을 통해 작품의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몇 군데는 직접 방문하기도 했고 한시를 통해 만나는 이 땅에서 살다간 옛 사람들이 너무 반갑고 정겨웠습니다. 특히, 위항시인(委巷詩人)으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작품에 살뜰한 애정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는데, 읽고 접할 기회가 지금보다는 좀더 많아졌으면 싶네요. 코로나로 인해 여유를 얻어 우리 한시를 읽고 어줍잖게 해석을 달아볼려고 애쓴 시간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珠涵星照澗 구슬(珠)이 빠졌나(涵) 별(星)은 시냇물(澗)에 비치고(照)

金漏月穿霞 황금(金)이 새는(漏) 듯 달빛(月)은 안개(霞)를 뚫네(穿).

d******7 2020.09.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