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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년 말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주문했는데, 도착한 책을 보고는 그 얇고 아담한 사이즈 때문에 좀 갸웃했습니다. 하드커버에 가름끈까지 있어서 확실히 고급스럽긴 해도, 10% 할인해서 9천 원인 건 약간 심하지 않나 싶었거든요. 올컬러 삽화가 잔뜩 들어간 하드커버의 커다란 그림책들이 1만 원을 넘기는 건 그러려니 싶지만, 이 책 정도의 삽화가 들어가 있고 비슷한 분량인 로알드 달의 책과 비교하면... 뭐, 그렇다고 크게 불만인 것까진 아니었구요, 그냥 일종의 컬렉션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결국 조카가 아닌 저를 위한 동화책...^^;)
페이지를 넘기면서 역시 제 발목을 먼저 잡은 건 단어들 - ‘울바자’, ‘벼룻길’, ‘지기 펴다’, ‘방갓’, ‘찔통’, ‘무거리떡’, ‘곱다시’, ‘중뿔나다’, ‘겨끔내기’ 등등... 초중등학교 시절 책을 읽을 땐 그냥 눈치껏 의미를 파악하고 훌훌 넘어갔지만 이제 나이 들어 보니 뒤늦게 우리말의 소중함이 사무쳐서인지 굳이 국어사전을 뒤져가며 뜻을 확인하게 되네요.(물론 그래 봤자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니기에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용 파악과는 별개로 꽤 혼란스러웠습니다. 마치 그 옛날 ‘전설의 고향’, 혹은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처럼 신비스럽기도 하고, 시공간이 알쏭달쏭해서요. 산골에서 농사짓는 집 아들 준호가 아버지를 따라 장터에 갈 때까지야 사실 썩 신비스럽다고 할 것까지는 없었지만, 장마당에서부터의 묘사는 어쩐지 그 부산스러움과는 별개로 꿈 속 이야기처럼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어렸을 적 가족나들이를 갔다가 엄마아빠를 잃어버리고 길에 막막한 심정으로 서 있었던 그 아득함이 소환되면서 차라리 꿈이었으면 했던 그 때의 심정도 떠오르고, 그러다 아는 이웃 어른이나 친지를 만났을 때 죽다 살아난 것같이 반가우면서도 안도감과 함께 북받쳐오르던 눈물의 기억도 생생했죠. 덕분에, 마치 그 자리에 제가 다시 어려져서 서 있는 듯했네요. 그러니, 낯선 이들 틈에 끼어 집으로 돌아가던 그 불안의 시간,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첩첩산중 위태위태한 산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저까지 아이와 함께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듯 조마조마했습니다.
과연 기적이란 무엇일까요? 누구나 짐작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고, 1+1=2가 되는 현상이라면 그것은 ‘기적’이라고 일컬어질 수 없겠죠. 그건 순리이고, 당연지사이며, 자연의 법칙이니까요. 하지만, 우리 인간의 삶에서는 자연 법칙만큼이나 기적이 필요하고 또 필요한 만큼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단지 모르고 있을 뿐, 숱한 기적들이 우리가 모르는 큰 그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요.
호랑이는 정녕 산신령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영험한 호랑이는 사람들을 심판하고 누군가를 구원하려 했던 걸까요? 저는 책장을 덮으면서 어쩌면 애초에 그 산신령은 모두를 구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포식자로서의 호랑이라는 외형에 겁먹은 사람들이 자신들 내면의 악함을 바탕으로 갑론을박하지 않았다면, 선함에서 비롯된 결정을 내렸더라면, ‘우리 중 아무도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꼼짝않고 날밤을 새우며 최선을 다해 호랑이와 대치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이런 희망적인 상상은, 저만의 상상일 뿐입니다. 저도 이 나이만큼 세상을 겪고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쉽게 겁을 집어먹고, 희생양을 찾아내고, 생존 욕구에 바탕을 둔 이기심부터 발동하게 된다는 걸 압니다. 저 역시 그런 대부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사람일 뿐이구요. 그러니, 가장 설득력 있는 전개는 작품에서 쓰여진 대로일 것입니다. 안개가 걷히고 날이 밝고 여러 장애물과 난관이 다 드러난 후에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가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는 단언하기 어렵겠죠. 그리고 그 결정이 최선인지 아닌지는,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떠할 지는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겁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앞으로 일주일 후를 생각했습니다. 과연 국민은 어떤 선택을 하고,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거짓과 선동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이들에 넘어가든, 혹은 눈 앞의 작은 이익 때문이든, 잘못된 결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로 저는 계속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락가락합니다. 어떤 자는 거짓말을 저토록 뻔뻔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그런 이가 결국은 장관직에서 내려오도록 상식적인 국민이 분연히 일어섰음에 희망을 갖고, 그러다가 또 울산 시장 선거에 개입한 권력이 그 사실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으로 발뺌하는 것에 분노하고,...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지 않으면서 자국민을 감염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는 현 정부의 작태까지 더해 요즘은 계속 분노의 연속이네요. 부디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기를 바라는 제 간절함이 그냥 저의 신경과민이길 바랍니다만, 공산국가 중공과 북한 옆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마도 다음주 총선의 결과에 달려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우리의 선택이 상식과 양심에 바탕을 둔 올바른 선택이 되어 모두를 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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