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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환 추기경님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종교와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잘 모르던 게 솔직한 심경이다. 이번에 '서른살 심리학 세트'에 들어 있던 한 줄의 문장으로 이분의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그분의 미덕을 닮아보고자 했다. 종교에 무지한 사람으로서 때로 읽기 어려운 부분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렷을 적 어머니의 뜻에 이끌려 종교의 길에 들어서고, 필부의 삶을 바랐지만 결국 한국 최초의 추기경 신분에 올라 평생 신앙의 길을 걸었던 것을 조근조근 말하시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조금씩 이분이 사람을 사랑하는 깊이에 공감하고 흔들리면서도 올곧게 신앙을 지키고 행동하며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높은 신분이 되어 이제 칠순의 나이에 이르렀으면서도,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어 깊게 신앙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위치가 갖는 무게를 다시금 고민하는 사람이 몆이나 될 것인가.
다만 사랑을 증거할 따름 57-58 page
24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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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명동 성당에 천주교 신자들이 줄을 길게 섰었다. 한 손에는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성경책이나 그분의 사진을 들고. 겨울이어서 몹시 추웠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거리로 나섰다. 한두시간을 기다려서 명동 성당으로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밖에서 추위와 싸우면서 추기경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추기경으로 기억될 그 분. 김수환 추기경님.
이 책을 읽게된 건 법정 스님의 책을 보다가 음, 종교 지도자들의 책을 한번 봐야겠다-라는 무심한 생각에서 집어들었다. 법정 스님의 글은 뭔가 청량하고 맑은데 김수환 추기경님의 글은 왠지 고뇌에 가득차 있다. 그래서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가볍게 읽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깨끗해진다고 하셨는데 나는 왜 그런 느낌이 안 올까. 분명 모태신앙이 천주교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깨달음도 없는 걸 보면 요즘 내가 신앙생활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나보다. 하긴 우리 고모도 저 추운날 명동성당까지 가서 임종미사를 드리고 왔는데 춥다고 안 간 나이니 ㅠㅠ 신실하지가 못하다. 아니면 신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내용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왜 잘못하면 괜히 찔리는 것과 같이 말이다.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이 이 책에도 작가의 사상이나 경험이 잘 녹아있다. 하긴 생각을 쓴 산문집인데 왜 안 그러겠는가. 종교지도자로서의 고뇌, 정치와 종교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 자신에 신앙심에 대한 반성 같은 것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적혀져 있다. 하긴 이분은 군사정부시절부터 지금의 정부까지를 다 겪으신 분이니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많은 않았을 것이다.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 생기기도 했을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후회같은것도 있었을 것이다. 종교지도자로 사셨지만 이 분도 인간이기에 왜 번민이 없었을까. 물론 잘못한 점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래도 천주교를, 그리고 이 나라를 이끌어 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참 존경스럽다.
미사를 드릴때 신부님이 마지막 즈음에 이런 말을 하신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이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처음이지만 내겐 ,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영원히 추기경으로 기억될 추기경님. 그곳에서 평안하시기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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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전 나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강연을 직접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만남이었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머임에서 밝은 모습을 뵌 것이 첫번째였다. 김수환 추기경님같은 사회적 명사의 글에 대해 어떤 평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을 말하자면 그것은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틀전 강연의 제목 또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자살자가 넘치는 반면 자신을 던져 의인의 길을 가는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자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사실 요즘 나는 힘들다. 인생에 힘든 고비가 어디 한두번뿐이겠냐마는 최근의 힘듬은 그 정도가 강했다. 그래서 솔직히 위안삼아 추기경님의 강연을 듣고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추기경님의 말씀을 듣고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자신의 삶에서 위안을 얻기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