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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한테서 미오에게로 이어지는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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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말이 모국어다. 외국인이 쓰는 말과 구별되는 모국어에는 눈물겨운 것이 있다. 엄마가 아닌 할머니한테 배우는 말도 어쩐지 눈물겨운 것이 있다. 게다가 마지막 말이라니. 통상 엄마한테 말을 배울 텐데 할머니한테 배우는 말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증이 인다.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말로 생각하고 말로 느끼니까 우리말과 우리 생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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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배우는 말이 모국어다. 외국인이 쓰는 말과 구별되는 모국어에는 눈물겨운 것이 있다. 엄마가 아닌 할머니한테 배우는 말도 어쩐지 눈물겨운 것이 있다. 게다가 마지막 말이라니. 통상 엄마한테 말을 배울 텐데 할머니한테 배우는 말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증이 인다. 말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말로 생각하고 말로 느끼니까 우리말과 우리 생각과 우리 느낌은 하나로 있을 수밖에 없다. 할머니 말은 엄마보다 더 오래되고 깊어 곧 스러질 것 같다.

 

본문을 열면 할머니가 안경을 끼고 흐뭇하게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아기는 갖고 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집도 공도 할머니도 모른다. 어느 날 엄마와 아빠가 손가락으로 어떤 사람을 가리키며 말한다. “할머니!” 세상에서 처음 갖게 된 모국어로 된 단어다. 심해어선이나 사령선, 개구리 알 같은 단어를 첫 단어로 갖게 된 친구들은 행복하겠지만 할머니가 첫 단어라고 뭐 그리 섭섭할 일은 아니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단어는 모두 원래 할머니 집에서 살던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방은 아주 작고 물건도 별로 없다. 침대 하나, 탁자 하나, 의자 하나와 옷장 하나뿐이다. 그렇지만 단어는 아주 많다. 스프링 도깨비나 고슴도치나 타자기 같이 우당탕탕 시끌시끌 사납고 거친 단어들도 있고, 번개 도망 눈동자 같이 조용하고 수줍은 단어도 있다. 레몬 사탕 니모 탭댄스 같이 기분 좋은 단어도 있고, 해파리 고름 조충 같이 소름 끼치는 단어도 있었다. 슬픔과 무서움과 희망, 쾌활하고 명랑한 단어도 있다. 할머니 방에 있는 모든 단어를 배울수록 할머니 방은 조용해진다. 아이는 다른 곳에서 배운 단어를 할머니 방으로 가져간다. 까치발 게임 메모리 카드 치킨 너깃 같은 단어들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들이 낯설기만 하다. 할머니는 영영 그들과 친구가 되지 못한다. 할머니의 방은 다시 작게 변해버린다. 할머니가 갖고 있는 단어는 이제 하나도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아무도 모르게 숨어 있던 단어가 나타났어요!

할머니 베개 밑에서 오늘 이 순간을 위해 꾹 참고 기다린 거 같아요.

할머니가 온 힘을 다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뼈만 남은 앙상한 손가락으로 그것을 끄집어 올렸지요.

그리고 한참 동안 사랑스럽게 바라보다가 내 손을 꼭 쥐며 줬어요.

“미오…….”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에서야 비로소 아이 이름이 ‘미오’라는 것이 밝혀진다. 미오는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의 무게를 알 수 있을까. 할머니가 생각하는 만큼의 무게를 모를 수 있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미오는 할머니 방에 살던 단어를 모두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것은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리고 미오 또한 다음 세대로 그 말을 전할 것이다. 그때 미오는 일반 할아버지가 되고 아이는 또 어떤 구체 이름을 가진 아이일 것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9.01.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