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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온, 사윤수 시인을 읽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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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의농간에서 새해 첫 책으로 사윤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파온』을 출간했다. 최측의농간 시집선 여섯 번째 책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흔들리던 삶의 순간을 값싼 낭만의 주절거림으로 덧칠하지 않을 줄 아는, 아니 오히려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할 줄 아는 시의 무사 한 명과 마주한다. 사윤수 시인. 1964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철학과 졸업. 2011년 《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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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의농간에서 새해 첫 책으로 사윤수 시인의 첫 번째 시집 『파온』을 출간했다. 최측의농간 시집선 여섯 번째 책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흔들리던 삶의 순간을 값싼 낭만의 주절거림으로 덧칠하지 않을 줄 아는, 아니 오히려 단호하게 그것을 거부할 줄 아는 시의 무사 한 명과 마주한다.

 

사윤수 시인. 1964년 경북 청도에서 출생. 영남대학교 철학과 졸업. 201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2009년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 웹진『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시집에 『파온』(2011)이 있다.

 

* * *

 

사랑한다는 말

 

울타리가 없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강이 아니지만 건너기 힘든

어려운 건 아니지만 말하기 어려운

입이 떨어지지 않는 말

, 꽃잎 활짝 피듯 아래턱이 벌어지지 않는다

사랑을 모른 채 굳게 닫힌 성벽이다

, 내 혀는 짧고 어두워 랑랑 명랑하게 굴려지지 않는다

사랑을 모른 죄로 누군가 잘라버린 나의 혓바닥

, 다시 한 번 아래턱을 아래로 열어보지만

어긋나는 내 사랑의 구강구조

돌연변이 시든 꽃잎이 되었다

  

  

* * *

 

지붕을 잃어버리다

 

하늘을 조금씩 떼어 인간에게 나누어준 것이 지붕이다

 

술 취하여 농기구를 집어 들고치는 아버지를 피해 한바탕 맨발로 동네를 돌아오면 시린 발 끝에 달빛을 끌어당겨 덮어 자곤 했다. 명지바람 발밤발밤 지붕 위를 거니는 소리 툭, 투둑, 투두둑, 자드락비 맨 먼저 떨어지는 소리 감또개 똑! 또그르르 굴러 내리는 소리 그 우주의 초침 소리가 나를 키웠다

 

사람들은 지붕을 걷어냈다

지붕 위에 집을 짓고 또 지으며

사람 위에 사람이 떠다니는

욕망의 층수를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가슴에 비가 샌다거나 무엇을 찾아 헤매는 이들은 지붕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물탱크, 녹슨 에어컨 외기, 손바닥 만한 남새밭을 이고 서 있는 집들

고층 건물 꼭대기엔 불면의 안테나 어지럽게 솟아있다

 

할아버지를 내가 본 적 없듯이

아버지에겐 일찍부터 지붕이 없었던 것을

머위 잎 푸른 기억의 툇마루에 앉아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낙숫물 소리 듣는다

처마 밑에 일가를 이룬 제비 식구 촉촉한 새끼들

새롱새롱 감꽃 같은 입을 벌리며 오졸거린다

푸른 물소리 아득히 번져간다

  

  

* * *

 

자두

 

아주 오래전부터 당신은 나를 당신이라 불렀습니다

당신은 부르고 잊어버리고 나는 듣고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이곳에 자두나무가 있는 줄 서로 몰랐겠지요

자두나무 자라고 그 세월 동안 자두 꽃

피고 지는 것도 서로 몰랐을 겁니다
당신은 그저 이사를 했으니 다녀가라 했지만

저 높이 키 큰 자두나무에

빨간 자두 가지가지마다 익었다고

마치 내게 자두 꽃 편지를 보낸 것 같았습니다

 

자두나무에 올라간 당신 한 움큼 자두를 땁니다

땅 위에 서서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나를 당신이 내려다보며 자두를 건네줍니다

빨간 빨그댕댕 자두 알들 당신 손에서 내 손으로

주먹 쥔 갓난아기 미끄러지듯 굴러 내립니다

둥글둥글 하나 둘 셋 넷

당신 손가락 끝을 지나 맞대고 벙그린 내 두 손으로

자두가 다 건널 때까지 당신과 내가 자두를 바라봅니다

 

나는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 자두나무에 올라가 자두를 따고 있으리라는 것을

서로 자두나무 곁을 떠나더라도

이생에서 우리 잠시 자두나무 식구였다는 것을

 

뻐꾸기 소리 영롱한 한나절

풀쩍, 당신이 자두나무에서 뛰어내립니다

빨간 자두 알알이

수많은 풍선되어 날아오릅니다

YES마니아 : 로얄 h*******c 2019.05.24.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