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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시인의 시 '즐거운 편지'는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시인은 사랑을 노래하는 듯한데 그것이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나는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한 부분이거나 전부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소한 일상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사랑을 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게 됩니다.
"한순간 한순간의 '지금 여기'에 집중해서 지낼 수 있다면, 그날 만난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둘이서 나눈 이야기를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유는 아주 명백합니다. 함께 지낸 시간이 '그저 보낸 시간'이 아니고 '체험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동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시간이 아니고, 둘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p.229~p.230)
이따금 어린 학생들이나 대학에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주어질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몇몇 대학생들과 저녁을 함께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일상이 궁금한 나로서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쩌다 나의 생각을 묻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들로부터 들었던 대학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한 즉석 만남의 실태는 과거 세대인 저로서는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서로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만나 성적인 욕구를 충족한 후 깨끗하게 헤어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가 그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날 만나서 마음에 들면 그날 관계를 가질 수도 있고, 욕구를 충족한 후 그날 바로 헤어질 수도 있지만 다음에 또 만날 수도 있는 게 아니냐며 자신들은 옛날처럼 질질 시간만 끌면서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압축적으로 사랑을 하는 까닭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고독하다는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에 섹스를 요구하는 사람은 섹스를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잇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협력, 존경, 신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입니다." (p.259)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이 단순한 욕구 충족이나 일시적인 감정의 결과가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능력이자 기술임을 일깨워 줍니다.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사랑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사랑의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숙한 사랑의 방법론을 말하기 위해 저자는 심리학자인 알프레트 아들러와 에리히 프롬을 비롯해 철학자인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칼 야스퍼스, 마르틴 부버, 니체 등과 함께 시인인 릴케의 저작과 에피소드를 두루 살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자 자신의 통찰을 더하여 사랑이 인간관계의 한 부분임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사실 공부를 할수록 사랑에 대한 아들러의 입장도 예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들러와 공동으로 연구를 했던 프로이트는 예수의 이웃사랑에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만약 "네 이웃이 너를 사랑하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 이렇게 말했다면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나도 묻고 싶습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만 하는 거냐고 말이지요. 그러나 곧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준다면 나도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p.124~p.125)
저자는 서문에서 '연애에 괴로움을 느꼈던 사람, 같은 괴로움을 또다시 맛볼까 봐 두려운 사람, 그리고 바로 지금 연애 상대나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좋은 사랑을 만들어가는 힌트를 발견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싣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저자는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연애와 결혼, 자녀 양육에 이르기까지 상황별, 시기별, 문제별로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인용했던 황동규 시인의 시에서처럼 사랑은 소소한 일상을 통해 배우는 인생 전체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젊은 사람들의 일시적인 욕구 충족 행위는 그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랑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나 습관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육체적 관계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감지할 수 있고 더불어 삶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학습되는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사랑에 빠진 남녀가 저절로 터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시간 속에 스미는 숱한 기억들은 우리가 지난 겨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배웠던 사랑의 향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까닭은 피어나는 봄꽃처럼 사랑의 향기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더없이 아름다운 사랑을 배우기 위해 우리는 평생을 바치는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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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대해 쉽게 생각한다. 사랑이 별거 아니라고 헤세를 부리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죽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을 하고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럴까. 아무튼 사랑을 생각하는 건 쉽지만 그것에 접근하고 알아가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기시미 이치로의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는 먼저 내 사랑이 어떤가 질문하게 만든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사랑의 행복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그건 사랑이 두려운 이, 사랑을 꿈꾸는 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사랑을 꿈꾼다. 과거의 사랑보다 더 나은 사랑을 찾기를 원하고 현재 사랑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기를 원한다. 그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상대와 어떻게 해야 할까? 기시미 이치로는 사랑은 첫눈에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쌓고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 말한다. 그러니까 사랑에 필요한 기술이 있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어도 기술이 없으면 그 사랑은 무력합니다. 반대는 위험합니다. 사랑이 없는 기술은 위험합니다. (48쪽)
그건 표현의 방법이자, 상대를 믿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일은 아닐까. 너무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오해가 생기는 법이니까. 연애 초기엔 서로에게 모든 걸 맞출 준비를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나만 맞춰야 하는지 화가 난다.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확인받고 싶은 마음, 처음에 좋았던 모습이 점점 싫어지는 건 왜일까. 사랑을 소유로 착각하고 질투나 집착이 사랑의 크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가만 생각하면 정말 그렇다. 화를 내고 눈물로 상대를 지배하려는 것, 잘못된 기술이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다른 나로의 변화,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마음이며 사랑의 기본인지도 모른다.
사랑의 고민과 상처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당신의 사랑이 어떤지 점검하게 만든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에 불쑥 지난 사랑이 떠올라 부끄럽다. 그렇다면 조금 나아진 것일까. 나아졌다면 사랑의 결실이라 말하는 결혼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결혼은 더우 견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매듭에 대한 비유는 너무도 적절하다. 결혼을 망설이는 지인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문장이다. 그러니 상대를 위한 일방적인 희생이나 그런 희생을 강요한다면 매듭은 풀어지는 게 아니라 절단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연애가 한쪽 끈만 잡아당기면 언제든 풀어지는 나비매듭이라면, 결혼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라는 것을요. (83쪽)
혼자서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듯 그것을 지속시키고 아름답게 만드는 일도 혼자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는 없다. 사랑은 수많은 이유로 흔들리고 이별의 위기에 빠진다. 어떻게 극복하고 단단해질 수 있을까. 많은 날들을 보냈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서로를 공유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을 ‘체험되는 시간’이란 정신의학자의 말로 설명한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각에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일. 얼핏 생각하면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연인을 만났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가슴이 뜨끔하는 이가 나뿐일까.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중으로 미루는 것들. 사랑하는 이들과의 체험되는 시간을 쌓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낀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사랑의 책임이 있습니다. 나의 사랑이 어떤 모양인지, 나의 사랑이 얼마나 활기찬지 모두 자신의 책임입니다. 그러니 지금 나의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유를 갖고 살펴야 합니다. (112쪽)
사랑에 책임을 갖는 일은 사랑을 돌보는 일은 아닐까. 상대를 잘 알아야만 가능하다. 우리가 가장 잘 저지르는 실수, 사랑하는 이에 대해 잘 안다고 판단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확하게 전달하면 더 좋은 말을 말이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의견을 내는 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 대등한 관계로 서로를 바라보는 일. ‘나’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사람은 항상 변합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제와 똑같은 사람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기에 똑같아 보일 뿐입니다. 상대는 어제와 분명 다릅니다. 다만 무감각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요. 어쩌면 상대도 그 변화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작은 변화를 알아차리고 축하하고 격려하고 배려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235쪽)
사랑에 지친 이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이에게, 아니, 사랑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어지는 수많은 관계의 성장을 위한 유용한 책이다. 그렇다고 이 한 권의 책으로 사랑을 완벽하게 안다고 자신하면 안 된다. 연애든, 결혼이든, 누군가와 시작하는 어떤 만남이든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다. 사랑에 대해 아무리 좋은 조언을 들었다 해도 내 사랑에 적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시미 이치로가 들려주는 사랑의 기술을 각자의 형편에 하나씩 응용하고 실천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환하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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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세상에 자기 이외의 인간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될까요.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던, 적어도 자신에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을 동안은 무슨 행동을 하거나 생각을 하거나 할 때, 인생의 주어는 언제나 '나'입니다. 손에 잡으려 노력하는 행복 역시 '나의 행복'입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이런 상태에서 탈피하게 됩니다. 인생의 주어가 '나'에서 '우리'로 변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사람은 '나' 혼자만 살아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누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자립이란 결코 혼자 사는 것, 자신의 일을 자기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생각하고, '내'가 아니라 '우리'의 행복을 달성한다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 바로 자립입니다. (165~166페이지)
사랑이 행복해야 했던 것인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거나,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만 하는 것 아니었나? 그거 말고 사랑에 뭐가 더 필요했단 말인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이유가 없는 것처럼, 사랑하는 일에도 어떤 방식이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했던 거다. 그저 사랑하는 동안에는 내 마음이 가는 데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사랑이 끝났을 때는 내 마음이 더는 상대에게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 그게 전부였다. 헤어지고 슬퍼하거나 아프기는 했어도, 세월이 그 슬픔을 희미하게 한다는 것 또한, 안다. 사랑에 관한 어떤 물음이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못 한 채로 살아왔다. 그저 내 앞에 주어진 사랑에 임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뜬금없는 저자의 물음이 당황스러웠다. 당신의 사랑이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 이유가, 사랑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전제부터 다시 해야겠다. 사랑이 행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이 책 속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공감할 수 있다. 사랑은 그냥 사랑이 아니고, 우리가 노력하고 기술을 쌓아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몰랐던 게 아니다. 하지만 막연했다. 사랑하는 우리가 나 자신과 상대에게 쌓아가는 노력에 구체적인 게 없었다. 시시콜콜하게 드러내지 않아도 무던하게 흘러가는 것, 감정과 물리적인 노력이 합해져 이뤄가는 거라는 것, 그 정도였다. 그런데 저자는 참으로 구체적으로, 소소한 것들까지, 쉽지만 해내기 어려운 감정적인 문제까지 풀어내려고 애쓴다. 성숙하게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불러와서, 우리의 사랑을 돌이켜보고 생각하게 하고, 우리는 사랑에 얼마만큼의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묻게 한다. 사랑하는 법을 알 때, 사랑도 인생도 행복해진다는 말을 증명한다.
사랑에 방법이 문제라는 게 무엇일까. 사랑은 능력이고 기술이라는 저자의 말이 낯설지도 모른다. 사랑이 무슨 공부도 아니고 전문직도 아닌데 말이다. 저자는 사랑의 정의부터 다시 쓴다. 사랑이란 '나와 상대가 함께 시간을 쌓으면서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게 '사랑의 기술'이고, 서로가 함께하면서 공유하는 시간은 곧 '체험되는 시간'이 되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랑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과 같다. 그러니 연애도 결혼도 혼자 할 수 없다. 우리가 사랑하면서 유지하고자 하는 연애나, 그 결과로 얻고 싶은 결혼도 같이 노력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 흔히 상대와의 관계가 어긋나면 둘 중 하나의 문제를 찾곤 하는데, 그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 문제는 '누구'에게가 아니라 '어떻게'에 관한 것이다. 둘 사이에 생기는 문제가 왜,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는지 원인을 찾아야 하지 누구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건 문제 해결의 방법이 되지 못한다. 둘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 대부분을 상대에게 책임 묻기로 한다면, 그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고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노력하는, 배우는 사랑이어야 하니까. 그래야 우리의 사랑이 행복할 테니까 말이다.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기술'이라고 프롬은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술이라면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고 '쌓아올리는 것'입니다. (47~48페이지)
함께 지낸 시간이 '그저 보낸 시간'이 아니고 '체험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동반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시간이 아니고, 둘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229~230페이지)
인생을 배우는 것처럼 사랑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게, 요즘 내가 느끼고 있어서다. 살아오면서 내 인생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나 혼자 결정했다. 그건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도 비슷하다. 만날 사람을 내가 정하고, 그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정리도 내 맘대로 했다. 내 생각대로 하면 되는 거였고, 그게 적용되지 않으면 싸우기도 하면서 결국 헤어지는 거겠지 싶은 일을 반복했다. 행복해지자고 연애하는 건데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은 건 당연했다. 그러니 끝날 수밖에. 그런데도 아쉽다거나 잘못된 걸 몰랐다. 그저 나의 말과 생각을 인정해주지 않는 상대에게 화만 냈다. 도대체 왜? 그러다가 지금 애인을 만나면서 나는 조금씩 변했다. 부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에 깔고 사는 내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에 깔고 사는 그와 대화가 통할 리가 없었다. 의심하고 확인하고 경계하는 내 생각이 '괜찮겠지, 나아지겠지, 어쩔 수 없지' 3종 세트를 남발하는 그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는 안 되는 일 앞에서 나를 닦달하고 있는 걸 봤다. 내려놓고 잊어야 하는 걸 인정하지 못했다. 그의 말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나 자신을 들들 볶아댔다. 그의 말 한마디가 나의 사고를 바꾸게 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게 사랑이라는 저자의 말을 인정하게 됐다. 나만 보고 나만 우선시하던 관계에서, 강요하지 않고 나아가야 할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하는 게 많아졌다. 피곤하고 귀찮아서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던 것도, 왜 그렇게 느리냐고 투덜대던 것도, 서로 식성이 달라서 짜증 내던 것도. 크고 작게, 서로가 달라서 힘들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곤 한다.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을 때는 감정적이 되거나 힘을 사용해서 이견을 짓눌러 이기려고 들면 안 됩니다.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끈질기게 논쟁을 펼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인정하는 만큼, 바로 그 폭만큼 우리는 대화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다르구나, 알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대화하는 것이 비결일 수도 있겠습니다. (199~200페이지)
저자가 말하는, 같이 만들어가는 체험하는 시간에 나는 무엇을 보여줬던가 싶다. 그러다 점점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내가 상대에게 화를 내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들이, 상대도 나를 보며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쌓아두고 있지는 않았을까? 차마 말하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주기만 했던 거 아니었을까? 그때야 '아차' 싶은 후회, 내가 느끼는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가 싶은 반문, 내가 맺은 이 관계에서 나는 무슨 책임을 지고 있었던가 싶은 깨달음이 밀려왔다. 나는 이 관계를,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던 거다. 저자는 사랑의 기술은 서로를 대등하게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상대의 관심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지 않으면 관계가 망가지는 건 순간이고, 망가진 관계를 회복하는 건 한참의 시간이 걸린다고. 그러면서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상대를 존경하고, 신뢰하고, 협력할 것. 나빠지려고 하는 관계에서는 그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와 방법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 것. 인간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이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아는 능력이 존경이라고 했다. 상대의 과제 해결 능력을 믿는 것이 신뢰라고 했다. 결국은, 상대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고 신뢰했을 때 '우리'의 사랑은 유지되고 성장한다는 말이겠지.
사랑하는 법을 알아야 사랑이 행복해진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그냥 하는 게 사랑이 아니라, 배우고 노력하며 얻는 게 사랑의 기쁨이라고 말한다. 모르지 않는다. 세상 그 어떤 일도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건 없을 테니. 저자는 거기에 한 가지 더 보탠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하는 노력은 힘들기만 한 게 아닌, 즐거운 과정이라고 말이다. 사랑, 연애와 결혼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인생의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피력하면서, 행복한 사랑을 완성해가는 기쁨을 알게 하려 애쓴다.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해야 하는 협력이다.
사랑은 강요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상대가 우리를 사랑할지 여부는 상대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겐 결정권이 없습니다. 사랑받고 싶다면 사랑받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69페이지)
"사랑과 결혼은 인간의 협력에 있어서 본질적이다. 그 협력은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한 협력일 뿐 아니라 인류의 행복을 위한 협력이기도 하다." (251페이지)
관계를 맺고 이뤄가는 게 어디 사랑뿐이겠는가.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을 얘기하고 있지만, 저자가 말하는 내용은 사랑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맺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적용되는 방법이다. 연애와 결혼을 넘어, 인간관계 전체를 아우르는 방법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같은 상처를 받지 않겠다고 연애가 두려워 다시 시작하기 두려운 사람, 현재의 사랑이 어려운 사람, 배우자와의 관계가 위태로운 사람 등 우리의 사랑이 행복하지 않았던 이유를 찾으면서, 사랑하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로 자기만의 방법까지 찾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배우는 일. 인생의 많은 일에서 부딪힐 때마다 우리가 찾는 방법이었다. 그 많은 관계 안에서 더 성장하고 나아가고자 애쓸 때, 우리는 행복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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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이 늘 기다려지는 작가가 있다. 기시미 이치로도 그 중 하나다. 그의 '미움받을 용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에 소심하고 서투른 나를 더이상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게 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는 가운데 보다 용기를 갖고 타인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 주었다. 그런 그는 내게 무엇보다 시선을 바꾸는 사람으로 각인되었다. 살면서 내가 느낀 피로와 가지게 된 염려와 공포가 사실은 내가 엉뚱한 곳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하여 정말로 바라보아야 할 곳을 주시하도록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의 신작을 늘 기대하게 된다. 이번엔 또 어떤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줄까 하고. 그러던 차에, 이번에 나온 그의 책인,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를 만났다. 이번엔 내가 가장 많이 고민하기도 했던 사랑에 대한 것이라 더욱 반가웠는데, 이 책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 또한 한결 같아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많이 해서 이젠 너무나 잘 안다고 여기고만 있었던 사랑에 대해 내가 사실은 많은 것을 오해하고 있었으며 잘못된 안경을 쓰고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정말 깊이 느끼도록 했던 것이다. 사랑이란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내게 사랑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그리 적지 않은 내 사랑의 역사에서 사랑이 쉬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로는 내가 준만큼 주지 않는 상대를 보며 그걸 느꼈고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하는 상대를 보면서도 그걸 느꼈다.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하고 세심하게 살펴도 싸움은 있었고 불안이 사라지지 않았다.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했는데 정작 가장 커다란 불행을 사랑이 가져다 준 적도 있었다. 그러므로 사랑은 늘 질문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사랑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사랑이라는 개념은 내게 당연한 것이었고 오직 사랑이 가져다주지 못하는 행복에 대해서만 의혹이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솔직히 말해 이 책의 제목인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란 질문은 나 또한 뇌리에 자주 떠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무수한 질문만 쌓일 뿐, 뇌리를 눈부신 빛으로 채우고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 대답은 찾지 못했다. 더러 사랑에 관한 책도 찾아봤지만 어떤 건 내 문제와 전혀 무관한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 같았고 또 어떤 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잔재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시미 이치로의 책은 과연 달랐다. 어떤 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가늠하게 했고 어떤 사랑을 해야 내가 그토록 바랐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지도 깨닫게 했다. 다 읽고 난 뒤의 내 마음은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쏟아지는 장대비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것은 어떻게 이뤄졌는가? 현학적이거나 복잡한 설명 덕분이 아니다. 나는 그리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현명하지도 않으므로 만일 그랬다면 내 마음은 더 복잡하기만 했을 것이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쉬운 문장과 차분한 어조로 나 또한 사랑을 하면서 많이 했던 친숙한 질문들을 통해 그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저 손만 잡아 끄는 인도는 아니었다. 그건 주로 사랑의 풍경에서 어디를 봐야할지 가리키고 짚어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사랑을 하면서도, 잃어버린 사랑의 아픔과 미련을 곱씹으면서도 미처 응시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는 먼저 사랑이 힘들었던 내게 힘든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나는 사랑이 쉽지 않은 것이 내가 너무 부족한데다 사랑에 서툴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내가 특별히 못나서도 아니고 한 개인의 문제도 아니라고 말한다. 연애든, 결혼이든, 쉽지 않은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데 그건 우리가 거기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걸 아들러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전한다. 우리는 혼자서 달성할 수 있는 과제와 여럿이 함께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아왔지만, 둘이서 수행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배워오지 않았습니다.(p. 26) 여기서 '둘이서 수행한다는 말'과 '배운다'는 말이 중요하다. 이 책이 사랑에 대해 보여줄 가장 중요한 것들이 이 두 가지에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사랑할 때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랑할 때, 남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은 자신만 생각할 때가 많다. 이 말을 시작으로 저자는 그간 우리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많은 고정관념들을 바꾸도록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넌지시 암시하듯이, 사랑은 어디까지나 내가 잘하고 못하고에 달린 지극히 혼자만의 문제라 흔히 생각하지만 실은 둘이 대등하게 참여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며 많은 이들이 결혼을 연애의 골인 지점이라 여기듯이 사랑을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행위이며 어떤 지점에 이르면 완결되는 존재라 치부하고 있지만 그와 다르게 진실로 사랑엔 종착지 같은 것은 없으며 과정 속에서 늘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비로소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랑은 어디까지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영역으로 특별히 배울 필요도 없고 의지를 들여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웬걸, 사랑 역시도 그것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해선 늘 의지를 들여야 하며 보다 나은 사랑을 원한다면 계속해서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미처 보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했던 사랑의 의미와 면모들을 바로 내가 했었던 고민과 주위에서 쉽게 보게 되는 일들을 경유해 친절하게 짚어주니 사랑에 대해 그동안 내가 참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1부의 연애와 2부의 결혼에 뒤이어 본격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3부가 참 많이 와닿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부분 역시 그간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오해와 착각을 많이 불식시켰는데, 무엇보다 사랑을 생각할 때 '사랑받는다'는 수동적인 측면말고 '사랑한다'는 능동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게 그랬다. 우리는 워낙에 자기 중심적이라 타인을 위한다는 사랑을 하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는 내가 사랑받는 것에 더 많이 천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사랑함의 모자람보다 내 사랑받음의 모자람에 서운함이 들 때가 많은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무엇보다 이러한 자기 중심적인 사랑에서 이탈할 것을 권한다.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직시하고 이런저런 핑계나 구실을 대지말며 사랑이 가진 이상(理想)적인 정의대로 행하라고.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는 앞으로 차분히 고찰해가겠습니다.(...) 또한 설사 이상적인 사랑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사랑은 이래야 한다는 그 이상을 알고 품고 있으면, 현실의 사랑에 대한 태도 역시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도저히 그런 식으로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상이야말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준입니다.(p. 125) 그리하여 그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정신과 의사인 가미야 미에코의 말을 빌려와 사랑의 대상을 한정하지 않는 '비인칭적인 사랑'이고, 비인칭적인 사랑이 개인적인 사랑의 기초가 되어야만 합니다. 개인적인 사랑이란 비인칭적인 사랑을 알고난 뒤에 비로소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내가 유일무이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은 싫지만 당신은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당신은 유일무이한 당신은 아닙니다. 만약 마음이 바뀌면 금세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사람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p. 128) 다른 하나는 마르틴 부버의 개념을 빌려와 사랑하는 상대를 소유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바라볼 것을 말하는 '해후(邂逅)'이며, 마지막으로 그 관계 속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에네르게이아(energeia)' 개념을 빌려서 말하는 '지금-여기'에 대한 중시이다. 살아있다는 것을 에네르게이아로 파악하면 인생의 어디쯤에 있는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생은 항상 완성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경험도 에네르게이아입니다. 다시 말해 처음과 끝이라는 식의 뭔가가 있는 게 아니고 사랑의 어떤 단계나 완전한 것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무시간성 안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경험에 있어서는 그것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는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p. 147)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입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여러 가지 일이나 앞으로 생길 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지금 여기'를 둘이서 열심히 살 수 있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도 오래오래 이어져 갈 것입니다.(p. 229) 이러한 사랑의 보편성과 과정의 중시는 지금까지 내가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불안의 진실된 모습을 보게 하였다. 생각해 보니 내가 사랑을 하면서 그토록 불안하고 근심했던 것은 대부분 지금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과 사랑의 완성된 형태를 가정하고 어서 빨리 거기에 이르고자 하는 조급함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그만큼 난 상대를 '가지냐 못 가지냐?'라는 식의 소유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었고 함께 한 대부분의 순간들을 도구적인 의미로만 간주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사랑하는 나 자신보다 사랑받는 나 자신을 더 중히 여긴 결과였으며 사랑이 실패로 끝났을 때 나는 언제나 날 버린 상대를 탓했지만 정작 책임을 묻고 제대로 따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 또한 절실히 깨달았다. 불안과 근심이 상대에게서 온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은 모두 나 스스로 일으킨 먼지구름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난 용기가 없었다. 기시미 이치로의 '용기'란 다름아닌 관계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용기(p. 33)다. 나만 바라보고 나만 위하는, 자기 중심적인 관계가 아니라 나와 남을 모두 대등한 인격으로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 나가는 매 순간의 경험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런 관계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다. 이건 다시 말해 타인을 위해 나를 내려놓는 용기이며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용기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사랑을 확고한 것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파트너의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것임을 배워야 한다.( p. 173) 맞다. 나는 사랑을 할 때 파트너보다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안락하게 만드는 것을 더 많이 생각했다. 상대가 그렇게 되어야 사랑이 안정되는 것인데 내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더 많이 생각했으니 사랑이 늘 불안과 근심의 존재가 된 것도 당연했다. 이런 식으로 기시미 이치로는 여러 번 사랑을 하면서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묻지 않았던 사랑의 의미와 진정한 사랑의 태도를 응시하게 하면서 내 모습 또한 직시하게 했다. 이 책 초반에서 그가 말했던 그대로 내 '라이프스타일'을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들러는 사랑을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p. 49)고 말했단다. 상대가 바뀌어도 똑같은 실패를 거듭하는 것은 연애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제 이 말은 내게 코페르니쿠스적 전회(轉回)가 되었다. 사랑의 실패에 대한 내 반응은 언제나 분노와 원망일 뿐, 나를 법정에 새워놓고 찬찬히 살피는 자성(自省)의 단계로는 단 한 번도 나아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 지축(地軸)을 옮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자기 중심에서 타자 중심으로. 기시미 이치로의 말마따나 나를 온전히 내던지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이렇게 하다 실패하면 나만 진짜 바보되는 것 아냐?' 하면서 계산하지도 말고 라이프스타일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바꾸고 싶지 않다'는 것이 본심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으로 대처하면 다음 한 발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물론 그건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일입니다. 이를 두려워하여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다, 바꾸고 싶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이 당신의 연애를 불행하게 한다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용기를 내야만 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p. 52) 사랑과 관련하여 내 라이프스타일을 돌이켜보건대, 난 저자의 표현 그대로 '응석받이'였다. 아마도 첫째로 태어나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원하는 걸 쉽게 얻었던 내 '최초의 기억(p. 53)'이 날 그렇게 형성했을 것이다. 사랑엔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엔 이해타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여부로 사랑을 선택하는 일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람은 내게 있어서 유용한 사람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응석받이로 자란 사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p.117) 이런 '응석받이'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기시미 이치로는 거기에 대한 설명 역시 빠뜨리지 않는다. 3부까지가 사랑과 그 방법에 관한 총론적인 부분이라면 4부인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사랑의 기술'은 각론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불행한 러브스토리를 피할 수 있는, 그런 것을 초래하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여기에 나와 있는 것이다. 먼저 이 부분을 보고 제목만 읽는다면 사랑에 대해 말하는 책에서 흔히 들었던 말로 여기기 싶겠지만 나처럼 3부까지 전개된 기시미 이치로의 인도로 사랑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된 이라면 여기에 있는 그 어느 말도 쉽사리 흘려 듣지 못할 것이라 믿는다. 예를 들어 상대에 대한 관심만 봐도 그렇다. 자주 우리는 내가 관심 받는 것만큼 상대에게 관심을 주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기시미 이치로는 사랑은 절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설령 원하는만큼 관심 받지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상대방에게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공동체 감각(p. 186)'이며 무엇보다 바로 그런 관심이 응석받이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말이다. 이해 역시 그러하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이해하기 보다는 더 많이 이해받길 원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구구절절 변명부터 나오며 남탓부터 먼저 하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모두 나는 상대를 잘 이해하고 있는데 정작 상대는 나만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대를 이해한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이라고 말한다. 상대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단 잘 알 수 없다는 걸 전제하고 더 잘 알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라는 의미로 말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타자를 내 쪽으로 끌어들이지 말고 먼저 타자 곁으로 가서 있어주기를 권한다. 힘겨루기를 멈추고 이해보다는 찬성부터 해주라는 등, 그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면서...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 이 말들은 그리 새롭지 않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의미를 제대로 새기고 나면 전혀 다르게 들린다. 말이 마음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할 정도로 깃털처럼 가벼워진 것은 그 의미를 헤아리지 않고 상투어처럼 남발한 탓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허다하게 듣고 보았던 사랑의 조언 또한 그렇지 않을까?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가르침 없이 암기하듯 무작정 들었고 또한 그 중심이 상대가 아니라 오롯이 내게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말, 나아가 방법이 지니는 의미의 비중을 소홀이 했던 것이다. 달리 보면 같은 말도 얼마든지 다르게 보인다. 4부에 나와 있는 말들이 정녕 그러하다. 제대로 되새기고 조금씩이나마 항상 실천하다보면 그 모든 것이 진정한 사랑에 걸맞는 라이프스타일로 변화시키는 초석이 되어 줄 것이다. 이만하면 왜 내가 이 책에서 진정 해갈되는 기분을 느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까? 여하튼,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사랑에 대해 참 많이 생각해 본 것 같다.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주인공 존 쿠삭처럼 과거의 사랑을 계속 떠올리면서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그 사랑이 어쩌다 실패에 이르게 되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가장 근원적인 차원이라 말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고 그 시야 속에서 단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던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심판대에 올려 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가 표현한만큼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음을. 내 사랑은 그저 나만 위하고 더 많이 가지려 애쓰는 제국에 지나지 않았음을. 그러므로 내 사랑 역시 타자를 식민지로 삼은 제국이 예외없이 멸망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그러나 이런 진실을 확인했지만 예전처럼 앞으로의 사랑이 더이상 두렵지는 않다. 오히려 더 기대되고 가급적 얼른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사랑의 의미와 방식을 소상하게 알려준 기시미 이치로 덕분이다. 얻은 게 많아서 아무래도 단 한 번의 독서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줄기차게 이 책을 벗하게 될 듯하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란 질문에 대해 당당하게 '행복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내 사랑을 위한 든든한 지원군 삼아서.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서 부디 세상에 행복한 사랑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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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판 '사랑의 기술'? ? 꽤 난해하게 느껴졌던 '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류의 책에 비해 쉽고 간결하지만 그 내용은 묵직하고 울림이 있네요. ? ? 독립성 있는 짤막한 좋은 글이 많이 열거된 책이어서인지 지하철 게시판의 좋은글 코너(?)에 이 책의 글을 하나씩 게시해도 적합하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답게 이 책 역시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 ? Ps. 이 책에서의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을 말하고 있으며, 충분히 많은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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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라는 질문을 듣는다면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매일매일 조금씩 실천하다보면 제 사랑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라고 살며시 대답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대답하고 싶은 이유를 차근차근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집, 학교, 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어릴적 부터 교육받습니다 하지만 제대로된 연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지요 그렇기에 하나씩 부딪혀가며 스스로 헤쳐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문득 불안해집니다 그럴 땐 누군가의 조언이 간절해집니다. 그 상황에서, 저는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구매했습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단순한 연애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자세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하나씩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연애 기술은 깊이가 얕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통용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진심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연애의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배우는 과정은 나 자신을 성장시킬 뿐더러 상대방과의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시킬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는 비단 연애관계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통용될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애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고 발전 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자가 의도한 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서도 인간 관계의 개선법을 배울 수 있었지요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잘된다는 것은 단순히 멋지게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의 모습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모습이 온전히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기 위해서 제 자신을 억지로 꾸미고 무리했습니다 이 문구를 읽는 순간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지요 여태껏 그런 시점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 문구를 곰곰히 곱씹어 볼수록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관계의 본질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 저자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자세는 무엇일까요? 우선 올바른 태도와 자세를 갖기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좋은 상대를 발견하기 보다 상대를 사랑하는 능력을 키우고 노력해야 한다는것 그리고 운명적인 사람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습니다 운명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우리의 노력에 달렸지요 그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막연하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수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라는 것이 나만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누구와도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라면 상대방 또한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그걸 인정하는 것은 나와 상대방이 대등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상대방이 나와 대등한 관계라고 인정한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고 속박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나의 생각과 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상대방을 내 기준으로 멋대로 판단하고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하게 됩니다 이처럼 상대방을 나와 대등한 관계로 생각하고 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이 밖에도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며 지혜로운 조언들이 이어집니다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보석같은 글귀들이 가득합니다 이런 글귀들을 음미하다보면 마음속 깊이 치유되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위로가 되기까지 합니다. 사랑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음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그 노력은 사랑하는 이와 좋은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고통이 아니라 기쁨의 과정입니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은 저에게 무척이나 기쁜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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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다 보니 '미움받을 각오하고 뜨겁게 사랑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사랑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서 신선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아들러 심리학과 에리히 프롬의 책을 여러 번 언급한다. 아들러는 사랑을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한다. 상대가 바뀌어도 매번 똑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연애 상대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바꿔야 할까. 일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은 성격이라는 말로 대신 표현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이 있고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데 급급한 사람이 있다. 이는 둘의 성격이 달라서라고도 볼 수 있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서라고도 볼 수 있다. 불행한 연애를 끝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상대가 나에게 뭔가를 먼저 해주기만을 기다려왔다면 이제부터는 상대에게 내가 뭔가를 먼저 해주는 방식으로 바꿔보자.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고백하면 안 된다, 여자의 역할과 남자의 역할은 따로 있다 등등의 고정관념도 연애에 방해가 된다면 버리는 편이 낫다. 부모나 형제자매, 예전 애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 때문에 연애를 못한다면 이제 그만 족쇄를 끊어버리자. 자꾸만 과거 상처를 헤집고 이를 핑계로 연애를 주저하는 것도 당신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이다. 말로 하지 않는 사랑, 행동과 일치하지 않는 사랑도 사랑일까?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말을 언급한다. "만약 어떤 여성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꽃에 물 주기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는 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76쪽)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꽃에 물 주기를 잊거나 꽃을 꺾으면 그 사랑을 믿을 수 없듯이, 사랑도 말이나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믿기 힘들다.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소홀하거나,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학대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이를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려는 사람들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물론 연애, 결혼 등에 대해 심드렁한 기분이었다. 나 하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사랑이라니, 연애라니, 결혼이라니 물정 모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사랑은 성애이고, 이 책이 말하는 사랑은 성애보다 더 큰 차원임을 알게 되었다. 진정한 사랑은 차별이 없고 배제가 없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A는 사랑하지만 B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진정한 사랑은 가정하지 않고 한정하지 않는다. 'C 하면 사랑하지만 D 하면 사랑하지 않겠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사랑은 배워야만 알 수 있는 이론이 아니지만, 배움 없이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사랑은 허황된 이상이나 판타지가 아니지만, 돈이나 명예 같은 현실적인 조건만으로 쟁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배우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사랑의 기쁨 같은 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배움 없이, 노력 없이 사랑을 말했던 지난날이 부끄럽다. 사랑해 본 적도 없으면서 사랑에 실패했다고, 사랑을 포기했다고 말했던 나 자신이 창피하다. 다가오는 봄에는 기꺼이 사랑할 용기를 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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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로 친숙한 기시미이치로의 사랑에 관한 책이다. 제목만 가지고는 또 사랑타령 이라고 흘려넘길 책이지만, 기시미 이치로의 책이라 다시 집어들게 했다. 미움받을 용기 에서는 인간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소심한 나의 탓이 아님을 심리학을 기반으로 위안을 주었다면, 이 책은 사랑에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 주는 메세지를 얻게 된다. 사랑 또한 인간과의 관계이니 자세한 사례로 공감을 얻게 한다. 남녀만의 사랑이 다는 아니지만 여러 관계속의 사랑은 꼭 필요하고 잘 꾸려 나가야 하는 마음 이기게 사랑이 힘든 사람에게 좋은 위로가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