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1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내용보기
진화생태학자 조너선 실버타운의 책이다. ‘맛, 요리, 음식,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진화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주제를 14개의 챕터로 풀어낸다. 조개, 생선, 고기, 채소, 빵, 수프, 치즈, 맥주... 매일 먹고 마시는 평범한 식재료와 식품, 그리고 음식을 나누는 사회적인 행위까지.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진화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내용보기

진화생태학자 조너선 실버타운의 책이다.

, 요리, 음식,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에는 진화의 역사가 담겨있다는 주제를 14개의 챕터로 풀어낸다.

조개, 생선, 고기, 채소, , 수프, 치즈, 맥주... 매일 먹고 마시는 평범한 식재료와 식품, 그리고 음식을 나누는 사회적인 행위까지.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진화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다른 동물도 인간과 똑같이 맛을 느낄까 

덜 익은 과일은 왜 신맛이 날까 

궁금하지만 묻기엔 멋쩍은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진화론으로 답을 준다. 고양이 같은 육식동물은 당을 맛보는 능력이 불필요해져서 단맛을 느끼지 못하고, 풋과일은 덜 여문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신맛이 난다고 말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읽고 넘길만한 챕터도 있지만 많은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었다. 특히 야생밀을 작물화 하게된 과정과 GMO식품에 관한 부분이 그랬다.

 

한 가족이 야생 외알밀을 수확할 경우 산자락의 조생종에서 고지대의 만생종까지 성숙기를 따라 3주만 수확하면 한 해를 나기에 충분한 곡물을 얻을 수 있었다. 외알밀의 수확량에 감명받은 할런은 이런 물음을 던졌다. “자생지가 경작지만큼 빽빽한데 뭐 하러 곡물을 재배해야 하는가? 야생 곡물을 무진장 수확할 수 있는데 뭐하려 땅을 갈고 씨앗을 뿌려야 하는가?”

...

하지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작물화와 경작은 필연적으로 이어졌다.

(p70~71)

 

3주 일하고 1년 치 식량을 얻다!

원시 시대 인류가 늘 굶주렸다는 이론과 어긋나지만 야생밀이 풍부했던 지역에 한정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1년 내내 일하고 3주 휴가 쓰기도 어려운 현대인의 입장에서 수렵채집인의 워라밸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인구증가로 인해 식량의 부족해지며 작물화가 필연적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농사일을 열심히 할수록 인구는 더 늘었고 인구증가만큼 더 일을 해야하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늘어난 인구로 인해 농업을 시작했지만 수렵채집인 여성이 낳는 자녀수가 5.4명인데 비해 농업이 시작된 이후의 여성은 9.7명의 자녀를 낳았으니 인구증가의 해결책이 결국 더욱 급격한 인구증가를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농업 덕에 식량이 풍부해져 인구가 증가했고 문명을 발전시켰다며 농업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여유 없이 일하며 문명의 이기를 누릴 것인가? vs 3주 일하고 1년 여유 있는 수렵채집인이 될 것인가?

선택해봐야 의미 없는 일이지만 나중에 이 책을 다시 보면 수렵채집인의 워라밸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다.

 

GM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동식물 육종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은 GM이 여느 육종 기술보다 본질적으로 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

우리가 무엇을 하든 또는 하지 못하든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모든 위험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현대 GMO의 위험은 터무니없이 과장되어 있는데 반해 GMO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의 가능성은 너무 과소평가되어 있다.

(p.290)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다.

마지막 챕터인 미래의 식량 편은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난의 해법을 유전자 변형 생물(GMO)식품에서 찾는다. 저자의 설명으로는 유전자 변형을 통한 육종개량도 자연선택의 일부다. 그는 GM작물이 수천 건의 안전성 시험을 거쳤으며 먹어도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함에도 대중의 인식부족으로 널리 재배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해롭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겐 완전히 새로운 주장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먹는 식품 중 진짜 자연에서 얻어진 것은 없다. 가축이든 작물이든 인간에게 맞춰 개량되어왔다면 굳이 GM식품이라고 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하루아침에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식품에 관해서는 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저자의 주장이 틀린 것 같진 않지만 GM식품이라는 걸 알게 되면 왠지 꺼림칙하니까.

그런데 인구증가에 따른 식량난이 문제라면 유전자 변형으로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것보다 인구를 제한하는 쪽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식량을 더 많이 생산한다해도 결국 인구증가로 이어진다면 GMO 역시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인간과 지구 생태계 모두를 위해서는 인구가 적절히 조절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읽으려 선택한 책인데 생각거리도 많고,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역사, 다양한 식재료의 진화사. 요리법, 의학지식까지.

하지만 방대한 정보에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먹고 마시는 것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만큼 잘 읽히는 부분 몇 군데만 봐도 오늘 저녁 밥상이 특별해 보일 테니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s*****e 2023.05.08. 신고 공감 1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먹고 마시는 것들에 관한 푸짐한 만찬
"먹고 마시는 것들에 관한 푸짐한 만찬" 내용보기
인류가 먹고 마시는 것들, 그러니까 조개, 빵, 수프, 생선, 고기, 채소, 양념, 후식, 치즈, 맥주와 포도주(순서대로다)에 대해 썼다. 그런데 이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해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바로 ‘진화’다.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진화한 먹고 마시는 것들의 진화. 그래서 사실은 ‘자연사’라는 제목은 맞으면서도 틀렸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진화했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적
"먹고 마시는 것들에 관한 푸짐한 만찬" 내용보기

인류가 먹고 마시는 것들, 그러니까 조개, , 수프, 생선, 고기, 채소, 양념, 후식, 치즈, 맥주와 포도주(순서대로다)에 대해 썼다. 그런데 이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해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바로 진화. 인류의 진화와 더불어 진화한 먹고 마시는 것들의 진화. 그래서 사실은 자연사라는 제목은 맞으면서도 틀렸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이 진화했다는 것은 그것이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말도 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말도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진화사라는 말이 더 적합하단 생각이 든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진화사라는 말에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행위들의 변화란 말도 들어 있는 것 같다. 맞다. 이 책에는 그런 내용도 있다. 우리 인류, 혹은 그 윗대의 조상부터 먹고 마시는 일들이 보존되기도 했고, 극적으로 변해 오기도 했다. 그 보존된 특성과 변해 온 특성이 그대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 이를테면 가축과 작물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것들을 파헤치는 작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지만, 그 작업들이 모이는 것은 다름 아닌 진화생태학이다. 저자의 전공 분야다.

 

저자는 이 책이 도서관에서 『천치를 위한 훈제 요리 안내서』, 『거품 요리법』, 『양( ) 식단』과 나란히 꽃힐 것이라고 했다. 『다윈과의 만찬』이라는 원래 제목 때문이다(Dinner with Darwin) (우리말 제목을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라는 지은 이유는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고, 이 비슷한 제목의 책이 우리나라 저자에 의해 이미 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다윈은 만찬을 즐기려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비글호 항해 이후 평생 따라다닌 지병 때문이었다. 대신에 『종의 기원』 이후 150년 이상 수많은 연구자들과 더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에 대한, 아니 지성에 대한 만찬 거리를 남겨 놓았다(이 말은 진화, 내지는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하지만 다윈이 모든 것을 알려준 것은 아니다. 다윈의 시대에는 유전학 자체가 없었으며(다윈은 유전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 지 몰랐었다. 저자는 그 재료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리 방법과 양념을 이용하여 맛있게 요리해서 푸짐한 먹을거리를 우리에게 내놓은 셈이다.

 

책에서 보여주는 정보는 매우 많다. 상당 부분은 재미있고, 또 유익하기도 하다. 일부는 좀 애매하고, 복잡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건 우리가 모든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없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관점, 즉 요리의 관점에서 볼 때 저자 조너선 실버타운이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내지는 진화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나온다. 이렇게 쓴 부분이 있다.

인류와 진화적으로 얽히는 동안 한 번도 인공적 변화를 겪지 않은 식품은 아마도 목 먹을 식품일 것이다.” (231)

이러한 관찰, 내지는 조사에서 나오는 관점은 다시 유전자변형(GM) 작물에 이어진다. 사실 우리가 변화시키지 않은 작물, 가축은 없다. 우리가 지금 먹고 마시는 것들은 그냥 뒀더니 진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맞추어 진화하거나, 혹은 더 적극적으로 인간이 개입하여 진화시킨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 GM에 대해서 무작정 반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비판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인데, 우리에게 말 그대로의 자연(自然)이란 게 과연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우리가 자연이라고 하는 것들 자체가 우리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니 말이다. 인공적 요소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좀 과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농촌이라고 인공적 요소가 도시보다 덜 들어 있을까? 농촌의 모양도 어찌 되었든 사람의 손길이 닿아 그렇게 된 것이니 말이다.

 

저자의 생각은 조금 논란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이 나온 흐름을 보면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생각이니 말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펼쳐놓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들에 관한 푸짐한 만찬에 행복감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2019.03.08.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모두는 어떻게 살고 있나 [과학-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우리 모두는 어떻게 살고 있나 [과학-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내용보기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세균이든 지구 위에 머물고 있는 개체들은 다들 똑같은 목적으로 똑같은 운명으로 제 삶을 이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오로지 살아남기. 내가 아니라면 나의 유전체를 남김으로써. 고스란히 남기는 게 어렵다면 변화를 통해서라도, 그게 진화라면 더더욱, 그리하여 살아남기만 한다면.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한 기분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우리 모두는 어떻게 살고 있나 [과학-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내용보기

동물이든 식물이든 인간이든 세균이든 지구 위에 머물고 있는 개체들은 다들 똑같은 목적으로 똑같은 운명으로 제 삶을 이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오로지 살아남기. 내가 아니라면 나의 유전체를 남김으로써. 고스란히 남기는 게 어렵다면 변화를 통해서라도, 그게 진화라면 더더욱, 그리하여 살아남기만 한다면. 

 

먹고 마시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유쾌한 기분으로 읽으려고 했는데, 지극히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읽는 동안에는 내내 가벼운 마음이었으나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점점 더 숙연해졌다. 지구 밖에서, 지구에 생명체가 생기기 시작하던 즈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를 지켜보는 심정이었다. 이러려고 하지 않는데도 저절로 이런 마음이 들도록 붙잡아 끄는 힘은 작가의 것이겠지. 거대한 시각이라는 게 아마도 이런 통찰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책의 부제로 나와 있는 말-'맛, 요리, 음식,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을 다 읽고 보니 온전히 이해가 된다. 맛도 요리도 음식까지도 사람이 사람을 위한 것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 인간이 알고 있는 바의 의지라는 걸 갖지 않은 식물이라도 그들대로는 살아남을 유전자를 지키거나 바꾸거나 해야 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인간을 위한 음식 재료가 되어서라도. 식물이 이러할진대 동물은 더 말해 무엇하랴 싶고. 이래서야 밥 한 끼, 차 한 잔 먹고 마실 때마다 진화의 속성을 헤아리게 되는 게 아닐지. 그때 내 기분은 좋을까, 성가실까, 설렐까, 멍해질까. 아무려면 어때, 지금 이렇게 신나는데.   

 

내가 조금 알고 있던 과학과 역사의 지식에 엄청나게 거대한 내용을 덮어야 했던 탓에 읽었다고 다 알게 된 아니다. 어쩌면 내가 품은 지식의 양은 이 책으로 얻어서 늘린 것보다 기억했던 것마저 잊어버리면서 잃은 것이 더 많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풍성한 느낌이다. 배도 부르고 머리속도 그득해진 듯한, 좋은 책은 나를 홀로 착각하게 만들어준다. 끝도 없이 펼쳐 보이는 자료와 증거들에 가끔 지루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서 엉성한 시각으로 이들을 훌훌 넘기기도 했지만, 맥락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진화 과정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마지막 장에서 작가가 GMO에 대해 말하고 있는 대목은 새로웠다. 내가 생각을 바꿔야 하나 보다, 마음먹을 정도로. 

 

59

아프리카 바깥에 사는 6억 인구는 모두 약 7만2000년 전 어느 화창한 날 아프리카의 뿔(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지부티가 자리 잡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홍해를 가로질러 아라비아반도로 건나간 소규모 무리의 후손이다.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우리의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유전적으로 매우 다양하며 민족 간에 다른 점이 많다. 이에 비해 나머지 인구는 유전적으로 획일적이어서, 아프리카 인구의 다양한 유전자 중에서 대탈주를 감행한 수백 명의 유전자만을 모두가 공유한다. 아프리카에서 멀수록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은 감소한다. 이것을 보면 이주의 단계마다 소규모 무리가 떨어져 나와 이동하고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정착지를 건설하고 정착민 수가 많아지면 다시 일부가 떨어져 나왔음을 알 수 있다. 

 

87

우리는 빵이 주식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여기에는 우리를 상상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변화시킨 1만2000년의 역사가 숨겨져 있다. 이 변화는 동식물의 진화를 우리의 목적에 맞게 좌우하는 법을 배운 신석기 혁명에서 주춧돌 역할을 했다. 농업 덕에 인류가 식량을 얻고 인구가 증가할 수 있었으며, 잉여 농산물 덕에 산 자를 위해 도시를 건설하고 죽은 자를 위해 거대한 무덤을 지을 수 있었다. 농업 덕에 생긴 여가 시간에 우리는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다윈은 길들이기가 동식물에 미친 영향을 관찰해, 이 생물을 우리 입맛에 맞게 빚은 인위적 선택이 우리와 모든 생물을 형성한 자연선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빵은 우리를 길들였으며, 이제 지구 길들이기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98

사람들은 진화를 마치 후진 기어가 없는 자동차 같은 일방향적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진화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은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무작위 조합에서 형질을 골라내지만 이 형질이 쓰임새를 잃으면 버리기도 한다. 진화 과정에서 기능을 잃은 형질의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허깨비 같은 ‘위유전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위유전자는 한때 유용했던 유전자의 흐릿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108

우리의 미각 수용체는 필수 영양소를 입안에 넣었을 때 뇌에 신호를 보낸다. 단백질은 감칠맛, 탄수화물은 단맛, 지질은 기름진 맛을 느끼게 한다. 물론 미각 수용체는 진화가 우리에게 선사한 감각 기관 중 일부에 불과하다. 

 

183-184

식물이 만드는 수만 가지 화합물의 목적은 주로 - 아니면 오로지 -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이다. 이 화합물은 허브와 양념의 활성 성분일 뿐 아니라 퀴닌과 아스피린 같은 약재, 아편과 대마 같은 마약, 커피와 차 같은 기호식품으로 쓰이기도 한다. 적은 수단으로 많은 결실을 낳는 진화는 몇 가지 성분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 이 화학적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274

운동 경기에서 숭배와 전쟁에 이르는 모든 집단 활동, 공동체나 국가나 평등을 토대로 한 모든 숭고한 정치 이념, 이를 떠받치는 민주주의 제도와 법의 지배는 궁극적으로 맛있는 스테이크에서 공정한 몫을 얻으려는 고대의 욕망에서 비롯한다. 

 

290

GM을 비롯한 모든 형태의 동식물 육종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은 GM이 여느 육종 기술보다 본질적으로 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 중에서 건강과 환경에 가장 심각한 위험이 된 것은 GM 작물이나 길들여진 종이 아니라 아르헨티나개미, 얼룩말홍합, 칡 같은 야생 외래종이다. 각각의 종은 천연 서식처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때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또는 하지 못하든 위험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니 모든 위험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현재 GMO의 위험은 터무니없이 과장되어 있는 데 반해 GMO를 이용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의 가능성은 너무 과소평가되어 있다.  

 

291

식단을 연구하면, 여러 문화의 다양한 식단을 비교해 얻을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고기를 과식하거나 동물성 단백질을 아예 끊는 극단적 식단만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극단 사이에 있는 식단에서 건강의 최대 위협은 지나친 열량 섭취라는 현대적 현상이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YES마니아 : 로얄 j***6 2021.12.26.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내용보기
이 책을 읽는 동안 괴로웠다. 제목만 보고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死)를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알고보니 자연사(史)여서 적잖이 당황을 했다. 심지어 문과에게 밀어넣는 넘쳐나는 과학 지식에 내 눈은 그대로 활자를 뱉어내기 일쑤였다. 독서토론 덕분(?)에 완독을 하긴 했다만 읽는 동안 그렇게 행복했던 책은 아니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내용보기
이 책을 읽는 동안 괴로웠다. 제목만 보고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死)를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알고보니 자연사(史)여서 적잖이 당황을 했다. 심지어 문과에게 밀어넣는 넘쳐나는 과학 지식에 내 눈은 그대로 활자를 뱉어내기 일쑤였다. 독서토론 덕분(?)에 완독을 하긴 했다만 읽는 동안 그렇게 행복했던 책은 아니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책에서 보았던 지식들이 입 밖으로 불쑥 튀어나온다. 

입에 쓴 나물 무침을 먹으면서 "사실 이 쓴 맛은 식물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 독 있어!' 라고 허풍을 떠는 거래. 그리고 우리는 이 쓴 맛을 회피하기보다 즐기게 되는데 이건 식물 허풍에 속지 않으면 더 많은 영양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래!" 라고 말을 한다거나, 

고등어 구이 냄새를 맡으며 "우리는 두 방향으로 냄새를 마시는데 하나는 들숨 경로고 다른 하나는 날숨 경로래. 들숨은 바깥 냄새를 맡아 감지하는 거고, 날숨은 내가 뭘 먹고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인간은 이족보행을 하면서 후각 보단 시각으로 위험을 감지하게 돼서 날숨 냄새가 더 중요하게 되었대" 라고 책에서 본 지식을 어느새 뽐내고 있는 날 발견했다. 

우리가 먹는 식재료들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 올라오다 보니 그 역사는 인간의 진화와 항상 함께 했다. 수렵 채집 사회에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며 조개를 먹었고, 농업의 등장과 함께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동물을 가축화하며 초식에서 잡식으로 전환되었다. 불의 등장은 고기를 익혀 연한 고기를 익혀 먹게 하며 인간의 치아를 지금과 같이 전보다 약하게 만들었고,  발효 음료가 등장하며 맥주, 와인, 그리고 빵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들이 우리 몸과 정신에 영향을 미쳐 결국 우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반경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반대로 우리가 새로 시도하고 발견한 음식들이 인간의 유전자나 진화에 영향을 주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나니, 식재료들을 제대로 알고 건강한 식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식재료라도 요리방식에 따라 섭취가능한 영양소가 달라지니 배우고 생각해야 할 게 산더미다. 건강하게 먹으려면 참 부지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고... 하하... 

읽을 땐 힘겨웠지만 되돌아보니 남은 게 의외로 많았던 책이었다.
l*******n 2025.03.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음식이나 요리를 즐기는 사람, 식재료나 음식의 화학적, 진화론적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 가정에서 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읽어보시길
"음식이나 요리를 즐기는 사람, 식재료나 음식의 화학적, 진화론적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 가정에서 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읽어보시길" 내용보기
조너선 실버타운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요리, 음식, 그 재료 등을 소재로 하여 진화생물학, 유전학, 화학 등의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낸 신박한 책이다. 실버타운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 담긴 과학적 비밀을 풀어내며, 음식의 역사와 생물학적 기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진화생물학, 유전학 화학 등의 주제라서 그런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음식이나 요리를 즐기는 사람, 식재료나 음식의 화학적, 진화론적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 가정에서 장을 보는 이들이라면 읽어보시길" 내용보기
조너선 실버타운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요리, 음식, 그 재료 등을 소재로 하여 진화생물학, 유전학, 화학 등의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풀어낸 신박한 책이다. 실버타운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에 담긴 과학적 비밀을 풀어내며, 음식의 역사와 생물학적 기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진화생물학, 유전학 화학 등의 주제라서 그런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이 문득문득 등장하기도 하고 유사한 점도 엿볼 수 있다.


사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유전학적 설명이나 생화학적 원리 등은 기본 배경지식이 없다면 다소 난해할 수 있기에 모든 내용을 쉽게 소화하려는 생각 자체를 버리면 된다(특히 식물 챕터에서 내가 보는 것은 활자요, 지나가는 것도 활자로다). 그래도 사례와 증거 등을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더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치석을 분석해 과거 인류와 동물들이 섭취했던 음식을 추적하는 과정은 인류학과 생물학의 결합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과거의 식생활과 환경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또한, 실버타운은 현대인의 식생활과 질병의 연관성도 조명하는데, 책에서 소개된 과당과 당뇨병의 관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현대에 들어 설탕보다 저렴하고 췌장에서 인식하지 못해 인슐린을 내보내지 않아 많이 섭취할 수 있는 과당이 우리의 가공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했다는 설명은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상기할 수 있어서 유익하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성분들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요목조목 이야기하니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책에서 다루는 조미료인 MSG(글루탐산나트륨)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흔히 인공 조미료는 나쁘다고 오해받는 MSG는 사실 자연에서 유래된 성분이다. MSG는 다시마의 천연성분에서 화학구조를 분석해 상품화된 것으로 작가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잘못된 통념을 바로잡고, 식품에 대한 편견을 재고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유제품 소비와 유전학의 관계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젖을 먹는 유아기를 지나면서 젖당(락토스)을 소화하는 능력이 사라지지만, 인간은 유당분해효소(Lactase) 지속성 유전자의 대립형질을 가진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유제품을 소화할 수 있다. 실버타운은 이를 ‘돌연변이의 결과이자 진화의 산물’로 설명하며, 오히려 유당불내증이 정상이라고 해서 나와 남편을 떠올려보며 괜스레 웃음지었다. 유제품을 잘 소화하는 능력이 특정 집단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니.

인종 간 알코올 분해 효율의 차이도 다룬다. 유럽인들은 알코올 분해효소(ALDH2)의 활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술에 덜 취하지만, 동아시아인들은 효소 활성이 낮아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등 알코올 분해가 느리다. 이로 인해 동아시아인은 그만 마셔야겠다는 신호를 조금 더 일찍 차리기 때문에 유럽인보다 알코올 중독에 덜 취약할 수 있다는 설명은 놀랍다.

마지막 장에서 실버타운은 GM(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데 그는 옹호론자다. GM 식품이 기존의 관행 농업보다 효율적이며, 식량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GM 식품은 유전자 조작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는 달리,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견해를 야생작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과 진화를 곁들여 설명한다. 어쩌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구를 위해 머지않은 미래에 제 2의 농업혁명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GM식품의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서 나의 GM식품에 대한 입장을 재고해보게 된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는 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을 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준다. 어려운 학술적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과학과 요리가 결합된 독창적인 접근 방식은 신선한 흥미를 선사해주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식품의 역사와 생물학적 배경을 통해 식탁 위의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진화와 화학, 유전학의 산물임을 깨닫게 되고, 요리하고 그 음식을 먹을 때 조금 더 감사하는 마음 그러면서 모든 것이 적응과 변화와 진화와 멸종의 순환관계에 놓여있음을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게 된 듯 하다.

음식이나 요리를 즐기는 사람, 식재료나 음식의 화학적 원리를 알고 싶은 사람, 혹은 가정에서 장을 보는 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한번쯤 읽어보면 어떨런지.
o************g 2025.03.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