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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표현되는 대부분 국가들은 의원내각제를 실행하고 있다. 대표적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G7 국가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가운데 대통령이 있는 국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뿐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는 하지만 정부 수반은 총리가 역임하여 실질적인 행정권한을 가지고 있다. 오직 미국만이 대통령제 국가이며 행정부를 대표하여 권한을 지닌다. 그러니 선진국이 의원내각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내각제를 해야 선진국이 된다는 표현도 이 책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처음 의원내각제를 실행하였을 때 엄청난 혼란을 겪었던 과거가 있었고(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조차 하지도 못하겠지만), 다시 의원내각제가 제시되었을 때에도 어떤 정치적 변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제3당이었던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제안하였기에 그의 정치적 야심(?)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필자는 독일의 정치와 정치인, 정당제도와 각 정당들, 그리고 독일의 선거제도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아주 편하게 잘 서술하여 주고 있다.
독일의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례대표는 각 지역구에 나서는 후보와 전혀 별개로 따로 선정된다. 그러나 독일은 각 선거구에 나서는 후보가 그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된다. 그리고 유권자는 자기 지역구에 나선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고, 또한 자신이 지지하는 지역의 정당에게 또 한 표를 행사한다. 그렇게 투표를 하여 각 지역에서 정당의 투표율에 따라 당선자 수를 먼저 정한다. 어느 지역의 선거구가 30개이고, 그 정당의 지역 투표율이 40%라면 30×40%=12가 되어 12명의 당선자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만약 각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로 당선된 사람이 30개 선거구에서 10명밖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지역의 비례대표 순번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을 제외한 2명이 더 당선자가 된다. 그런데 만약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이 12명을 넘은 14명이 당선되었다고 하면,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이 그대로 당선자로 인정되어 자기 정당의 득표율보다 많은 14석의 의석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독일식 비례대표제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초과의석’인 것이다. 이 경우엔 비례대표에선 단 한 석도 가져가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독일은 299석의 지역구 의원과 299석의 비례대표 의원이 정해져 있지만 필연적으로 이런 초과의석이 발생하여 늘 정원은 598석이 아닌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의원을 가지게 된다. 물론 이 초과의석이 얼마나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선거의 결과만이 그것을 알려줄 뿐이며, 이것에 따라 늘 회기마다 정해진 의석수가 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에 따른 비례대표제를 제의한 적이 있다. 이때에는 우리나라를 모두 6개 권역으로 구분하여 비례대표를 선정할 것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광역권으로 묶는 것보다는 현재의 광역시, 도 단위의 행정구역에 따라 나눌 것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현행 우리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을 제안하였다.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하게 된다면 반드시 초과의석이 발생하기에 전체 의석수는 300석을 조금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회의원 숫자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 거의 과민할 정도로 반감을 갖고 있기에 그런 제안을 하였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국민감정과는 별개로 많은 정치학자들이나 정치권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국민의 인구수에 비해 국회의원 숫자가 결코 많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증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대안으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게 되더라도 전체 세비는 동결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국회의원 1인에 들어가는 세비가 줄어들게 되므로 국민 반발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지금 우리 국회는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구 25만 명당 1명을 뽑는 지역구 200개로 만드는 작업이 과연 현실에서 가능할 것이냐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솔직히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에는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에 따른 문제로 현재에도 4개 군을 합친 선거구가 전국에 혼재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지적처럼 인구 25만 명에 1명의 지역구로 조정하자면 최소한 5개 군지역을 합한 선거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농촌지역을 대표하는 의원 수의 감소를 여당이든 야당이든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거대 양당인 여당과 야당은 서로 각각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에서 아주 강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아마 엄청난 진통을 거쳐 조정을 하더라도 250석 정도로 조정하는 것이 아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의원 수 조정일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는 50석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인원수일 것이다. 그런데 아마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하자고 하면 엄청난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게다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초과의석이 발행하여 전체 의원 수가 350명이 넘는다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당과 야당이 잘 화합하여 정치개혁을 이룬다고 하여도 지금 우리 현실에서 가능한 것은 지역구 250석에 비례대표 50석이 가장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가능성이 매우 낮겠지만 말이다. 어쩌다 우리 국민은 정치에 이렇게 심한 불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물론 저자도 지금 우리의 현실을 잘 알기에 전체 의원 수를 300명으로 제한한 수준에서 지역구 200석과 비례대표 100석을 제안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무척이나 힘든 과정이기에 내 예상인 지역구 250석 정도가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 조정 가능한 인원일 것이다. 저자도 전체 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 정서를 알기에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제안하였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제한하더라도 초과의석이 발행하여 전체 의석은 300석을 조금 넘긴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 정도가 아마도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 가능한 수준이 아닐까 한다. 물론 지역구 250석에 비례대표 50석으로 하는 선거법 조정도 매우 힘든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독일식으로 비례대표 선출에 있어서 5% 제한조건을 도입하길 원하는데, 만약 비례대표를 50석으로 한다면 5% 제한조건이 비례대표 선출의 전제조건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것은 5% 득표율이라면 비례대표 50석 가운데 1석을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각 행정구역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독일식 방식의 도입을 원하는데, 우리나라에 전격적인 도입은 힘들어 보인다. 독일은 지역구 후보가 그대로 비례대표 후보가 되는 형식이지만 우리나라에 만약 도입한다면 현행 방식이 아니라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혼합하는 방식 정도가 도입 가능한 수정안이 아닐까 한다.
저자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지역구를 부활하여 지구당 위원장 체계로 만들고, 각 지역구의 당원들 활동을 장려할 필요에 대해선 무척 공감한다. 또한 당원들에게 선거에 나설 지역 대표자를 정하게 하여야 한다는 것에 더욱 공감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나라 각 정당은 당원들만의 투표가 아닌 국민참여 경선이라는 방식을 포함하여 대선 후보를 정하기도 했다. 물론 정당마다 일반 국민의 참여를 어느 정도까지 포함할지를 따로 정하기는 하였지만 사실 각 당의 대선 후보를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까지 참여시킨다는 것에 나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고 그에 대한 당원의 선택을 국민이 선거로 선출하는 독일식 방식이 일견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각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들도 각 지역구의 당원들이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보인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지역구 후보의 단일화라는 방법을 선택할 때, 대부분 지역 주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을 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서로 소속 정당이 다르기에 지역 주민의 여론조사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역구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는 것조차도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를 통해서 하는 현재 우리의 방식은 저자가 지적하듯 지역구의 정당 당원들에게 맡기는 것이 전적으로 옳아 보인다. 그래야 공청권자인 당대표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구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말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일반 국민이 아닌 실제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당원들이나 국회의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또한 중앙선관위나 정치에 관여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은 꼭 읽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하고 있다, 이것을 독일이나 다른 선진국과 같은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헌법의 개정이라는 큰 산을 앞두고 있어서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아니 난 지금의 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다른 장치들을 도입하는 현행 헌법의 수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헌법 개정안이 아닐까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라는 제도에 오래 길들여 있었고, 강력한 지도자로 인해 그 짧은 세월에 우리나라는 엄청난 경제개발을 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우리나 살아갈 세상은 절대로 10%대 경제 성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엄청난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측하듯 2%대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그 속에서 빈부의 격차, 소득의 양극화, 세대간의 갈등 등 엄청나게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의원내각제가 그것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강력한 지역 기반을 한 거대 양당은 해당 지역구에서 함량 미달인 의원들을 다수 선출하고 있다. 영남이나 호남 지역에선 특정 정당의 후보는 허수아비를 내세워도 당선될 정도라고 하니, 그 지역에서 선출된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모두 신뢰할 수 있겠는가. 현실이 그렇다보니 국민의힘 정당에선 영남지역, 특히 대구, 경북 지역에서 3선을 한 국회의원의 말발이 수도권 2선 의원의 그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민주당 또한 마찬가지여서 호남의 3선 의원이 수도권의 2선의 비중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우리의 현실로 인해 국희의원들이 행정부의 장관이 되는 의원내각제는 우리 현실 속에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는 능력이 검증된 외부 인사의 장관 영입에도 제한이 되기 때문에 나는 반대하는 편이다.
아무튼 덕분에 오래간만에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했던 책읽기였다는 기억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