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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특이한 병과 환자들을 보았다. '다중인격장애'라고 알려진,'해리장애'와 그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낯설고 생소한 병명과 증상은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인 나에게 강하고 충격적인 자극이었다. '음, 개성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어...' 대단한 소재라도 찾은 양 들떠있던 나는, 해리장애의 임상자료를 찾으면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급격한 변화와 치열한 경쟁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 정신병을 많이 양성해내는 현대사회에서, 심리장애 도서는 -특히 해리장애의 자료는-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은 나날이 증대되는데 말이다. 그나마 어렵사리 찾아낸 전문서적은 말 그대로 전문인이나 볼 수 있는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체계로 인해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상형문자를 앞에 둔 느낌이랄까 ?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이상심리학 시리즈의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부랴부랴 대출을 해서 단숨에 읽었다. 오랜 갈증 끝에 벌컥벌컥 마셨지만, 체하지 않게 술술 넘어갈 수 있던, 물같이 순하고 쉬운 책이었다. 가끔 오자가 걸리긴 했지만, 그런들 어떠랴,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풀어쓴 심리학책이 또 있으랴 ? 해리장애에 대해 좀 더 깊은 눈을 갖게 되면서, 이 병을 단지, 흥미있는 캐릭터 설정 정도로만 생각했던 내 불순하고 오만한 의도가 부끄러웠다.구체적인 임상자료들은'내 안의 또 다른 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치료자들의 아픔을 전해주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해리장애의 개념, 해리장애의 원인, 해리장애의 치료가 그것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쉬운 용어와 해설뿐 아니라 간단한 요약상자까지 마련해놓고 있다. 해리장애에 대해 듣도보지도 못한 사람이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필자 말대로, '아는 게 힘'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보다 성숙하고 자유로운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장 나부터 카트에 이 책을 넣어야지....^^ [인상깊은구절] 진짜 기억과 가짜 기억의 변별 -최근 우리 사회에도 아동에 대한 성추행 문제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성추행을 한 당사자인 성인은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물증도 없고, 증인도 없고, 증거는 아동의 진술뿐일 때, 우리는 그 사실을 믿어야 하는가 ? 아니면 아이가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중략...진짜 기억과 진짜 일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믿음, 즉 가짜 기억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최근 미국의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쉑터는 실험을 통해 실제로 귀로 들은 내용을 회상해내는 두뇌상태와 들었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회상해내는 두뇌상태를 PET로 촬영했다. 진짜 기억은 해마상 융기에 혈액이 증가하고, 왼쪽 귀 뒤의 상부 측두엽에 위치한 음성 정보처리 센터의 활동도 활발했다. 그러나, 가짜 기억에서는 해마상 융기가 활동했지만, 상부 측두엽 활동은 없었다. 이같은 생물심리학 연구와 측정이 기억 연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