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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 (선한리뷰 2021-021) 마르크리트 뒤라스의 글
글쓰기의 고독은 그것 없이는 글이 만들어지지 않는, 혹은 더 써야 할 것을 찾느라 피 흘리며 부스러지고 마는 그런 것이다. 글이 피를 잃으면 쓴 사람마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무엇보디 말로 불러 주고 비서가 타이핑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리 솜씨 좋은 비서라 해도, 절대 안 된다. 편집자가 읽어보도록 하는 것도 그 단계에서는 절대 안 된다.
책을 쓰는 사람은 언제가 주변 사람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해야 한다. 저자의 고독. 자신을 둘러싼 침묵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11쪽)
뒤라스는 철저하게 자기 안에 고독의 성을 쌓고 글쓰기를 했다. 그녀는 스스로 글쓰기는 고독이라 명했으며 그것을 평생 실천하며 살았다. 즉 그녀는 평생 글을 썼으며, 그러므로 평생 고독했다. 고독과 그녀는 친구였다.
그녀를 유명하게 만든 책 <연인>을 쓸 때도, 그 이전에 자신의 경험담을 발판으로 <부영사>를 쓸 때도 그녀는 고독했다. 프랑스로, 미국으로 다녔지만 여전히 그녀는 고독했다. 고독만이 그녀를 글쓰기를 위한 처방이 되었다.
아, 이 얼마나 고독한 작가인가. 하지만 그녀의 이 주장에 어느 작가도 반박하지 못하리라. 고독과 함께 써진 글이 아니라면 그건 충분히 숙성되지 못한 글일 것이다.
(그녀의 책 <부영사>를 구하려고 했더니 쉽지가 않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그 책을 찾아 읽을 것이다.)
이 책 역시, 올해 초 여성작가들의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예술활동가의 삶을 옴니버스식으로 다룬 책을 읽고 뒤라스에 관한 책을 검색해서 담아둔 책이었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책 속의 또다른 작가와 작품을 만나면, 나는 버리지 못한다. 연결지어야 하고, 찾아서 읽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얇은 이 책, 뒤라스의 글은, 깊은 지적 정서적 만족감을 주었다.
손바닥을 쫙 펴면 한 뼘 안에 들어올 정도로 책은 작았다. 쪽도 114쪽에 불과했다. 하루면 읽을 수 있는 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틀에 걸쳐 그녀의 책을 탐독했다.
책에는 네 개의 짧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작품을 소설로만 만나는 것과, 그녀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은 민낯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소설은 가공이 되어 있지만 직접 쓴 자신의 이야기는 가공되지 않아 날 것이고 민낯이다. 진짜 작가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그녀에게 글을 쓰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보라.
글을 쓰면 원시적이 된다. 삶 이전의 야생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여전히 그런 상태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글쓰기에 다가가려면 자기 자신보다 강해져야 한다. 그것은 짐승들이 밤중에 내지르는 울음이다. (20쪽)
이런 그녀의 원시성을 만나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그녀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 글을 읽음으로 인해 그녀를 바로 눈 앞에서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 같다. 아, 맞아. 글쓰기는 바로 원시성이야. 나는 그녀의 통찰 앞에 숭고한 마음으로 펜을 내려놓는다. 온갖 상업성으로 가득한 나의 글쓰기가 마치 쓰레기 같다. 그녀의 고독 찬가를 조금 더 들어보자. 처음에 나는 이 집의 2층에서 글을 썼다. 나중에는 반대로 1층의 제일 큰 방에서 썼다. 거기서는 조금 덜 혼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잘 모르겠다. 그리고 정원이 보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그것이 들어 있다. 책 속에 있는 고독은 온 세상의 고독이다. 그 고독은 어디에나 있다. 고독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27쪽)
나는 이제 좀더 고독해지기로 했다. 그것만이 나를 진짜 글쓰기의 세계로 이끌 것 같았다. 그녀처럼 글을 쓰기 위해 집 한 채를 따로 구할 수는 없겠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나만의 시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고독과 마주하고 글을 쓰는 칩거가 필요하다.
작은 책 속에 담긴 두 번째 글 <젊은 영국인 조종사의 죽음>을 읽었다.
마치 방금 완독한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 단편집에 실린 <벌목>을 보는 것 같았다.
일상처럼 펼쳐지는 전쟁의 무모함 속에 죽어가는, 소모품이 되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이 전쟁을 직접 치르는 군인이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 죽는가.
작가는 파리에서 보빌에서 성당을 방문하고 성당 맞은 편, 19세기의 작은 묘지를 발견한다. 묘지에서 그녀는 세계대전 막바지, 어쩌면 마지막 날, 독일군을 향한 마지막 비행에서 독일군의 마지막 포격을 맞고 사망한 젊은 영국인 조종사의 묘비를 발견한다. 그는 고작 스무 살이었다. 부모가 없었던 그에게 8년 동안 영국에서 늙은 교사가 찾아왔고, 이제 묘지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다. W.J. 클리프.
그녀의 오빠도 일본과 전쟁 중에 죽었는데, 무덤도 없이 죽었다고 한다. 공동 묘혈 속으로, 방금 던져진 다른 시체들 위로 던져졌다고 한다. 전쟁은 그렇게 무자비하고 또 사람들을 무명으로 만든다. 아무 존재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아마 그래서 그녀는 그 영국인 조종사의 죽음 이야기를 적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가 기억했고, 글로 옮겼고, 이름도 밝혔으니까, 그 조종사, 스무 살에, 아아 스무 살에 죽어버린 그 조종사. 그는 어쩌면 조금은 덜 불행할지도 모르겠다.
이 짧은 이야기가 내 마음을 울리는 건, 우리 역시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고, 여전히 그 트라우마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뒤라스는 프랑스 식민지이던 베트남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1932년 열여덟 살이 되던 해 혼자 프랑스로 갔다. 그리고 십 년 뒤 그녀의 오빠는 일본에 점령 당한 베트남에서 사망한다. 그녀와 우리는 어쩌면 같은 피해자, 같은 연대 속에 묶여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선한리뷰)
마르그리트 뒤라스. 베트남에서의 슬프고 불행했던 경험이 오늘날 그녀를 대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더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부영사>를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좀더 고독과 친해져야겠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벽 고독을 시작해야겠다. 새벽에 고독과 마주하고, 글을 써야겠다.
영국인 조종사의 죽음과 같은, 그런 아픔을 마주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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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라스를 처음 만난 건 <연인>. 스물한 살이었나, 고전에 대한 나의 깊이 없음을 깨닫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하나 둘 읽어가기 시작할 때였는데, 다 읽은 책 제목 밑줄치는 재미에 얇은 책부터 골라읽기 시작했을 때다. 신유진 작가의 <열다섯 번의 밤> 첫 번째 장에 쓰여진 “‘절망에도 불구하고 글을 쓴다. 아니, 절망과 함께’ - 마르그리트 뒤라스”를 보고 절망과 함께 쓴 글이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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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얇은 책인데 읽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다시 되돌아 읽고 또 다시 읽어보는 문장들이 많았다
* 책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과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고독해야 한다. 저자의 고독, 글의 고독. 자신을 둘러싼 침묵이 무엇인지 자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안에서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하루가 흘러가는 매시간,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든 켜 놓은 전등 불빛이든 어느 빛에서나, 정말로 그래야 한다. 몸이 처한 그러한 실제의 고독, 그것은 침범할 수 없는 글의 고독이 된다. 이 말은 아무한테도 한 적이 없다. 처음 고독 속에 칩거하던 그 시기에 이미 내가 해야 할 일은 글 쓰는 것임을 깨달았다. |
| 민음사 출판사에서 출간된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 윤진 역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 - 쏜살문고> 리뷰입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 책도 구매해 보았습니다. 작가에 대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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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뒤라스가 자신의 글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촬영한, 같은 제목의 영화(1983)의 이야기다. 뒤라스는 글에 관해, 글로 쓰인 것에 관해, 글늘 쓰는 행위에 관해 말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에 대해서, 그 책을 쓰는 저자의 고독에 대해서 말한다. 뒤라스에게 글은 거독과 광기의 동의어이며, 글을 쓰는 것은 그녀가 즐겨 사용한 표현대로 "목소리 없이 외치기"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특유의 문체와 세계에 대해서 맛볼 수 있었다. 글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은 언제나 황홀하고 경이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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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긴 사유가 특히 좋았던 책. 고독과 '쓴다'는 행위를 결부지어 실제로 실천하는 작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뒤쪽에 실린 짧은 단상에 가까운 글들은 구성과 길이와 편집이 시적인 느낌을 준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읽고 나서 좋았는데... 다만 책의 두께가 상당히 얇다. 비슷한 가격의 쏜살문고를 기준으로 생각해도 약간 이해하기 힘든 가격 책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