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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노트 : 『아까운 책 2012』 잊기엔 ‘아까운’ 희로애락의 순간 혹은 자아 성찰의 기록
드디어 부키에서 만든 첫 책이 나왔다. 아직 편집 경력이 길지 않은 나로서는 책을 만드는 매 순간이 새롭고 경이롭다. 그렇기에 곁에 누워 있는 발그레한 이 책의 표지를 바라보면서도 ‘정말 내가 만든 책이 맞나?’ 마치 오랜 산고 끝에 아기를 낳아 놓고도 실감이 나지 않아 아기의 눈동자를 계속해서 빤히 들여다보았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나는 이 책을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쉽지는 않았다. 『아까운 책 2012』를 이렇게 올곧은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일은. 그렇지만 어렵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것 또한 아니었다. 그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이 책을 만들며 있었던, 잊기엔 ‘아까운’ 희로애락의 순간들의 얘기를.
1. 희(喜)
편집자로 일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였던가. 머릿속에 몇 가지 기억이 스쳐간다. 『아까운 책 2012』를 만들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3월의 어느 화창한 아침 273번 버스 안에서였다. 종로에 접어들자마자 막히기 시작하는 지루한 출근길, 별다른 기대 없이 콘돌님이 메일로 전달해준 원고를 아이폰으로 열고 읽기 시작했다.
김명남 선생님의 원고였다.(『아까운 책 2012』 본문 349쪽 ) 글은 제정 러시아 시대에 태어나 소련 최고의 유전학자가 되었지만 불행하게 최후를 맞이한 인물, 바빌로프에 대한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과학에 목숨을 바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이 첫 문장부터 나는 기선을 제압당했다. 마치, 과학이 싫어 인문계를 택했다며 당당하게 말하고 다니는 나를 꿰뚫어보는 듯한 저 문장. 왠지 모르게 죄스러워지는 마음을 끌어안고 계속 읽어 나가다, 바빌로프가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차분하면서도 다정하게 책 『바빌로프』를 소개하는 김명남 선생님의 문장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가 미소 짓게 했다가 결국엔 가슴 벅찬 감동을 주었다.
본문에서 선생님은 “『바빌로프』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비극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을 영영 몰랐을 것이다.”라고 하셨지만 나는 ‘『아까운 책 2012』가 아니었다면 김명남 선생님의 아름다운 글을 영영 몰랐을 뻔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편집자로 사는 행복은 바로 이거라고. 기대를 뛰어넘어 마음을 찌르르하게 울리는 원고와 이렇게 조우했을 때, 이 순간의 황홀감과 짜릿함을 잊지 못해 나는 자꾸만 책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2. 노(怒) & 애(哀)
이 책을 만들면서 느꼈던 분노와 슬픔의 순간은 일맥상통한다. 모든 분노와 슬픔의 원인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같이 작업해 주었던, 아니 나를 이끌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헛발질을 날린 것이 대체 몇 번이던가.
뜬금없지만 편집자의 원숙도를 새의 성장에 비유해보자면 나는 스스로 ‘이제 알은 깨고 나왔겠구나. 두 발로 뒤뚱뒤뚱 걸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피닉스를 필두로 봉황들이 으리으리한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나는 부키에서 나는 더 많이 성장해야 함을 느꼈다. 요즈음은 자려고 누우면 내가 저질렀던 일들이 떠올라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한다. 몇 번을 더 이불을 걷어 올려야 하이킥이 끝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글을 잇다 보면 자아 성찰 내지 고해성사가 될 것 같아 이 단락은 이만 줄이려 한다;;
3. 락(樂)
즐거움이라. 첫 번째 즐거움은 무엇보다 책이 예쁘게 잘 나와 주었다는 것이다. ‘아까운 책’ 연례 출간의 신호탄 격이 된 이 책이 야무지고 단단하게 완성되어서 참 다행이다 싶다.
두 번째 즐거움은 이 책 덕분에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빌로프』를 비롯해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로지코믹스』 『굿 워크』 『백석 평전』 『보이지 않는 용』까지. 미처 모르고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만큼, 은은한 향기를 품으며 그 자리에서 오롯이 빛나고 있었던 책들을 발견해 책장에 하나하나 꽂아 넣는 즐거움이란. (덕분에 책장을 하나 더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즐거움은 이 책을 독자 여러분 앞에 내어 놓는 데 있다.
50명에 달하는 필자와 부키 식구들이 정성스레 차린 이 밥상에 어떤 손님이 앉아 주실지, 얼마나 맛있게 드셔 주실지 못내 기대된다. 부디 우리의 정성과 진심이 전해지기를.
2011년 4월 24일 미도리 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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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여정도 전공도 잘하는 분야도 각기 다른 저자들이 지나치기 아까운 책들에 대해 한꼭지씩 글을 남긴 책이다. 이중에 읽어본 책은 고작 한권이었으니(로지코믹스) 좋은 책들에 대한 영양 결핍이 심각한 지경이지만 그래도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에 대한 감은 잡을 수 있었으니 서서히 고쳐나갈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자위해 본다.
듀나님이 추천한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시리즈도 읽고 싶고 SES의 슈가 번역했다는 채소의 진실도 읽고 싶다. 경영이나 인문 관련 책은 역시 필수 서적이란 생각때문에 금새 버닝하게 되지는 않는가 싶다. 영양결핍이 제일 심각한 분야일 수도 있는데.
어떤 책을 보면 좋을지 고민중인 애서가에게 골고루 영양을 줄 수 있는 친절한 가이드북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점 : 85점
구매추천 :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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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베스트셀러에 묻혀서 사라지는 안타까운 양서들을 사람들에게 알려보자는 의도로 50명의 독서인들에게 한 권씩 부탁한 소개글을 묶었다. 소개되는 책은 2011년 기준 판매순위 100위 밖에 있으며, 2011년에 나왔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 책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베스트셀러는 곧대로 번역하면 많이 팔린 책이다. 즉 많은 사람이 보았을 가능성이 높은 책이다. 따라서, 베스트셀러의 아이디어를 활용해도 '개성있다'는 표현을 얻기는 힘들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보지 않은 책이야말로 '개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베스트셀러는 오히려 양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하여는 '베스트셀러'의 허실에 대한 수많은 책과 글들이 있으니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간단하게 언급해보면, 꼭 좋은 '상품'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걸 떠올려 보면 된다. 과연 당신은 무엇인가를 살 때 철저한 필요에 의해서 구입하나? 현대를 광고의 시대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필요가 없지만 그 이외의 동기에 의해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광고의 역활이 커져서 일 것이다. 책도 상품이다. 그렇다면, 많이 팔린 책이 반드시 좋은 품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책들이 매대를 메울 경우 양서들이 대중에게 닿을 찬스를 놓치게 된다. 매대는 제한되어 있고, 신간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아무리 작가가 고심하여 좋은 책을 만들어 내도, 흐름을 타지 못하면 조용히 묻혀서 절판의 운명을 맞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책들은 훗날 시장의 재부름을 받기 전까지 헌책방과 일부 수집가들 사이에서만 귀한 대접 받으며 쓸쓸히 옮겨다니는 처지에 놓이겠지. 각 챕터를 좀 더 살펴보자. 챕터들은 챕터저자가 소개하는 한 권의 책에 대한 소개글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글은 저자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형태가 다른데, 어떤 글은 수필 같고, 어떤 글은 보고서 같다. 아마, 챕터저자에게 글에 대한 간섭을 거의 하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부록격인 페이지엔 추천도서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이 기록되어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말 그대로 책제목만 나와 있다는 것. 아울러 흥미로운 점은, 반드시 자기 분야의 책만 소개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법학자인 영남대 로스쿨의 박홍규 교수는 커넥팅이라는 인터넷에 대한 서적을 추천한다. 박홍규 교수님의 관심사가 다양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정보기술에 대한 책이지만 결론은 그의 관심사인 '인간'으로 맺어진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면 서점에 가서 흩어보도록 :D 반복하지만,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이다. 인터넷에 흔히 오르내리는 책에 대한 칼럼들의 모음집이라 봐도 좋다. 한 번에 다 읽어내려고 하려 하지 말자. 관심가는 필자, 좋아하는 장르부터 한 두 페이지씩 읽어보자. 그러다, 관심이 생기면 해당 책을 읽자. 그리고 부록에 나와있는 다른 책으로 뻗어가자. 말하자면, 이 책은 책들의 지도, 그러니까 Book map이라 할 수 있다. 두고두고 주변에 두고 다른 책으로 여행을 시작할 때 도와주는 그런 책. 마지막으로, 이런 팔리기 힘든(?) 책을 출간해준 부키 출판사와 편집부에 감사한다. 올 해로 2회째를 맞는 기획이다. 이 기획이 정기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러려면 최소한 초판은 팔아치워야 할텐데 :D ... 그래서 가능하면 학교 선생님들이 좀 읽었으면 좋겠다. 또는 그런 선생님들에게 선물로 주어도 좋고. 이 책의 정가 15000원. 15000원으로 1년의 양서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면 저렴하면서 알찬 선물이 아닐까. 사족 : 이와 비슷한 유형의 책으로 한길사에서 나온 '지식의 최전선' 시리즈가 있다. 그 외에 독서평론가 '최성일'씨도 유사한 기획을 냈다. 관심있는 사람은 참고하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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