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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리뷰 06 - 태고의 시간들/올가 토카르추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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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수능이 끝난 후 독서에 다시 취미를 붙여보자고 다짐하며, 해당 해의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었다. 그때 수상작 중 하나가 바로 <태고의 시간들>이었는데,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꼈고, 여성 작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흐지부지 되었고, 돌고돌아 5년이 흘러 2023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이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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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수능이 끝난 후 독서에 다시 취미를 붙여보자고 다짐하며, 해당 해의 노벨문학상이 무엇인지 찾아보았었다. 그때 수상작 중 하나가 바로 <태고의 시간들>이었는데,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느꼈고, 여성 작가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생겨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흐지부지 되었고, 돌고돌아 5년이 흘러 2023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책에 대한 감상평부터 말하자면, 5년전에 진작 읽지 못한 것을 후회할 정도로 몰입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최근 몇 달간 독서모임에서 <사피엔스>나 <총균쇠>와 같은 논픽션 교양인문서 등을 읽으면서 나의 교양지식이 점점 쌓이는 기분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랜만에 다시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의 작가가 촘촘하게 써내려간 '태고'라는 세계관은 '소설을 읽는 재미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내게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등장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라인더, 과수원, 보리수 등과 같이 태고에 존재하는 다른 존재들을 통해서도 태고라는 공간과 그 공간의 변화를 그려낸 점이 너무나 흥미롭고 인상깊었다. 특히 게임의 시간은 태고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인생을 비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작가에게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작품에서 좋았던 포인트가 몇 가지 더 있었다. 단순히 1-2세대의 인물들의 일대기가 아니라 약 몇 십년의 세월을 통해 3세대의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각 인물의 성격이 생생하고, 확실하게 다른 점이 잘 드러난 것도 좋았다. 사실 나는 외국 소설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정말 잘 못 외워서, 책을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는 경우가 많다. 이를 공감하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처음에 등장인물들의 낯선 이름을 외우는 것이 어려워서 몇 번 다시 확인을 했었다. 하지만 점점 읽어나갈 수록 각 인물들의 성격이 확실해서 이름이 헷갈리더라도 이 인물이 누구인지가 파악되어 신기했고, 모임원 모두 이를 공감해서 작가가 정말 각 인물을 입체적이고 구분 가능하게 잘 만들었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문체 자체가 덤덤한 점도 기억에 남는다. 세계 대전이라는 큰 비극이 태고를 강타하지만, 그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의 삶이 변화하긴 했지만 그 부분이 그닥 극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신기했다. 단지 태고의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에 있는 고난 중 하나이며, 전쟁이 끝난 후에도 태고의 인물들의 삶은 이어지며, 또다시 각자의 위기와 고난을 겪으며 살아가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드디어 읽게 되어 생각보다 리뷰가 길어지게 되었다.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고, 모임원들 역시 다들 몰입해서 즐겨주어 기뻤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도 기대를 하게 하는 책이었다.

t******y 2023.08.31. 신고 공감 22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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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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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었다. 스토리 전개에서부터 문체까지 흠잡을 곳 없이 재미나게 전개된다. 끝내준다. 폴란드어로 읽어보고 싶다. 나는 대학시절 언어를 전공했다. 외국어 2~3개는 일상어 처럼 사용하자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였다가 지금은 결혼 잘못해서 그저 아이들만 키우는 아줌마로 몰락한 케이스.  이 아줌마의 유일한 휴식이자 취미이자 희망이자 심장 두근거리는 짝사랑은 바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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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었다. 스토리 전개에서부터 문체까지 흠잡을 곳 없이 재미나게 전개된다. 끝내준다. 폴란드어로 읽어보고 싶다. 나는 대학시절 언어를 전공했다. 외국어 2~3개는 일상어 처럼 사용하자는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였다가 지금은 결혼 잘못해서 그저 아이들만 키우는 아줌마로 몰락한 케이스.

 

이 아줌마의 유일한 휴식이자 취미이자 희망이자 심장 두근거리는 짝사랑은 바로 책읽기. 한달에 4권 책을 구입해서 아이들 재우고, 혹은 아이들 등원시키고 집안일 후다닥 마치고 겨우 남는 시간 아쉽고도 꿀맛같은 한시간 남짓을 독서로 채우는데, 이번 달은 겨울방학인지라, 특별하게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품 2권을 구입했다.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 세상에나 마상에나. 어찌 스토리 전개가 이리 매끄럽고 단어 하나하나, 상황적 묘사나 화면 전환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편안한 시선으로 내가 직접 꿈 속에서 경험한 내용 같다.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지도 않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문학적 내공이 깃들여져 있는 글들로 채워진 책. 담백하다. 그리고 허세가 없어서 좋다. 혼자 여행갈 때도, 꼭 이책과 사탕 몇알을 가방에 챙겨서 홀연히 떠나야지. 끝.

YES마니아 : 로얄 b********6 2019.12.27.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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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존재하는 숭고한 생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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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다. 그라인더가 품고 간직한 시간 말이다. 아마도 그라인더의 시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전부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라인더는 간다. 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라인더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라인더는 아마도 전체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의 법칙, 거기서 떨어져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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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다. 그라인더가 품고 간직한 시간 말이다. 아마도 그라인더의 시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소설의 전부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그라인더는 간다. 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라인더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라인더는 아마도 전체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의 법칙, 거기서 떨어져 나온 파편일 수도 있다. 그것 없이는 이 세계가 돌아갈 수 없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세계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그러한 법칙 말이다. 어쩌면 커피 그라인더는 현실의 축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라인더 주위에서 돌고 진보해나가는 현실의 축. 그라인더는 이 세계에서 인간보다 더 중요한 존재일 수도 있다. 나아가 미시아의 그라인더는 ‘태고’라고 불리는 것의 기둥일지도 모른다. (54쪽)

 

이야기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될 수 있고 우리는 모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다만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진다. 생성과 소멸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야기, 누군가가 거기 살고 있었다는 걸 말해주는 이야기. ‘태고(太古)는 우주의 중심에 놓인 작은 마을이다.’로 시작하는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은 그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태고를 시작으로 그 주변에 대한 묘사를 통해 나는 그 작은 마을, 작은 우주를 상상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태고의 이미지는 처음에는 확장되지 않았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누군가 등장한다면 달라진다. 나도 그러했다.

 

남편이 전쟁터로 끌려간 후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된 게노베파의 시간에 나도 합류한 것이다. 혼자서 남편을 기다리면서 겪는 두려운 일상과 감정의 혼란들에 빠져들었다. 아이를 낳고 젊은 남자에게 동요하는 그 마음에 온전히 닿을 수 없었지만 앞으로 게노베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했다. 그건 크워스카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오롯이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크워스카에게 냉담한 시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세상에 당당하게 맞섰다. 살아남기 위해 그래야만 했다. 게노베파와 크워스카의 시간은 이제 그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녀들의 딸 미시아, 루타에게로 이어진다. 미시아의 아픈 동생 이지도르까지 말이다. 그래서 게노베파와 남편 미하우와 딸 미시아, 아들 이지도르를 중심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시간을 읽다 보면 묘한 감정을 느낀다. 누군가 게노베파 가족을 인간의 대표로 삼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나 역시 잠깐 주변을 둘러본다. 아파트 화단을 지키는 나무, 새끼와 함께 나를 경계하면서도 다가오는 길 고양이, 액자 속 그림도 나를 지켜보는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상상, 어쩌면 그 시작이 태고일지도 모른다. 소설에서 보리수의 시간, 버섯 균의 시간, 과수원의 시간, 죽은 자의 시간, 신의 시간이 있듯이 말이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악이 살아간다. 소설 속 나쁜 인간이 악을 말하듯, 우리의 사회도 그럴 것이다. 나의 시간에 속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 전쟁에서 돌아온 미하우가 딸 미시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시간 속에서 그의 사랑을 언제까지나 유지하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시간 속에서 미시아를 영영 멈추게 만드는 것. 덕분에 그의 사랑은 영원한 것이 되었다.’ (83쪽) 이렇게 지극한 사랑이 있을까. 그런 사랑만이 존재하는 시간은 영원하겠지만 미시아의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시간은 한곳에 머물다 고여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흘렀고 미시아는 성장한다. 누군가의 죽음과 누군가의 탄생이 순환하면서 이어지는 일들이 결국 생이라는 것일까. 미하우가 모든 걸 다 내어주고 사랑한 딸 미시아는 학교도 그만두고 사랑하는 파베우와 결혼을 하고 딸 아델카를 낳는다.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지도르의 시간은 어떤가. 오직 자신을 이해하는 루타와 함께 태고를 탐험하며 보낸다.

 

그런가 하면 상속자 포피엘스키의 시간에서는 게임이 중요했다. 상속자 포피엘스키의 게임을 통해 신이 인간을 만들고 세상을 지은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시간을 읽다 보면 신은 어디에 존재하며 왜 인간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묻고 싶어진다. 두 번의 전쟁이 일어나고 죽음이 난무하는 세상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보면서 신은 무엇을 전하고 싶은 것일까.

 

신은 모든 과정이 안에 있다. 신은 모든 변형 속에서 박동한다. 어떤 때는 있고, 어떤 때는 조그만 있고, 때로는 아예 없을 때도 있다. 신은 그가 거기에 없는 순간에도 현존하기 때문이다. (150쪽)

 

제법 고요하고 평화로운 태고에 외부인의 등장은 공포와 혼돈을 몰고 온다. 군인에게 점령당한 태고, 그들을 주시하면서도 일상을 유지해야 하는 사람들. 소설이 흥미로운 건 태고라는 지명은 허구에 불과하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과거 폴란드의 역사과 닮았다는 것이다. 폴란드를 둘러싼 강대국의 외압, 유대인의 학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존재했던 이야기, 그러니까 게노베파, 크워스카, 미시아, 루타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과 장애를 가진 이지도르의 이야기 말이다. 어디에도 존재하면서도 존재조차 부정당했을 누군가의 시간을 작가는 아름답게 그려낸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엔 모두 사라지는 존재라는 삶의 소멸과 그걸 인정하면서도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쓸쓸함을 인물들의 내면을 통해 보여준다. 승승장구하듯 돈을 벌고 정부의 고위직과 친분을 맺고 살아가는 파베우가 느끼는 감정은 소설 안에서 소설 밖으로 이동하여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졌다. 그토록 사랑한 미시아와 결혼해 아이들을 낳고 제법 괜찮은 가장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다가오는 지난 시간들.

 

깨달았다. 그의 인생에서 정오의 시간은 이미 지났음을,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은밀하게, 서서히, 자신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땅거미가 내려앉으리라는 것을. 파베우는 자신이 길가의 한옆에 내던져진 돌멩이나 버려진 아이 같다고 느꼈다. 그는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이 거친 현재의 시간 속에서 바닥에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운 채 스스로 매초 무(無)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생생히 감지했다. (249쪽)

 

저만치 목표를 향해 나가느라 돌보지 못한 것들과 지나친 풍경들이 그래서 더우 애달프고 애처롭다. 어디 파베우가 느낀 슬픔뿐일까. 사랑했던 루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결국엔 태고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녀를 기다리는 이지도르의 시간은 어떤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며 살아온 시간, 우표를 모집하면 느꼈던 희열, 결국 비루한 육체로 인한 고통으로 병원으로 요원으로 이동하며 생을 마감한 그의 시간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무엇이 우리를 존재하게 만드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주어진 생을 살다가 사라지는 것. 어느 누구도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고 살지 않았음에도 남겨진 시간 앞에서는 무기력해지고 만다. 1914년을 시작으로 80여 년 동안의 그들의 시간은 앞으로 다가올 나의 시간과 얼마나 비슷할까. 똑같이 포개어질 수는 없겠지만 다르게 비껴가지도 않을 터.

 

하나의 우주였고 다른 우주의 중심이었던 태고를 만나는 시간은 감동이었다. 84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독특하고도 특별한 소설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점점 더 마음을 붙잡고 흔든다. 끝내는 단 하나의 조각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도통 무슨 말인지 몰라 헤매던 처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숭고한 생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위대한 것인지 가슴에 각인시킨다.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생의 시간이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r*********s 2019.11.15.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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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외국소설-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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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서는 Primeval and Other Times이다. 이것을 '태고의 시간들'로 바꾼 것인데 '태고'라는 낱말은 글을 읽는 내내 내 신경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태고라는 낱말로 시작하고 태고는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는 지명이라는 주석까지 달아 놓았는데,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지점이라고도 했는데, 나는 아득히 먼 시간 밖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우리 땅에서 좀 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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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서는 Primeval and Other Times이다. 이것을 '태고의 시간들'로 바꾼 것인데 '태고'라는 낱말은 글을 읽는 내내 내 신경을 뾰족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태고라는 낱말로 시작하고 태고는 실제 폴란드에 존재하지 않는 지명이라는 주석까지 달아 놓았는데,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지점이라고도 했는데, 나는 아득히 먼 시간 밖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우리 땅에서 좀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폴란드라는데, 러시아와 독일과 전쟁 중이라는데, 그렇다면 멀고 먼 과거를 가리키는 건 아닌데, 내가 선 지점의 시간에서 자꾸만 헷갈리고 있다 보니 소설 제목에 그만 시비를 걸고 싶어진 것이다.     

 

이 작가의 글은 읽기에 어렵지는 않다고, 우선은 느끼게 된다. 소제목 아래의 글이 비교적 짧은 분량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쉽지 않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짧다고 읽는 대로 다 알아챌 수 있는 게 아니고, 짧은 것들끼리 나누어져 있는 걸 연결해야 하는 게 독자의 몫이다 보니, 읽어 나갈수록 머릿속이 난처해지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이걸 메모하면서 봐야 하나,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읽어야 하나, 끊어 읽기는 좋은데 끊었다가 다시 읽으면 이전 느낌을 끌어오기까지 새로 시간이 걸리는 듯도 하고. 그럼에도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전혀 도움을 주는 것 같지 않고. 또 그러함에도 책장을 덮어 버리도록 내몰지도 않고. 

 

이 소설의 주된 흐름에도 나와 있듯이 삼대의 삶을 생각해 본다. 우리 소설에도 삼대라는 작품이 있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대의 관계로 이어진 사람들을 살폈을 때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수 있지 않을까. 당장 나만 해도 내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남편, 내 딸과 아들을 등장시킨다고 가정했을 때, 해방 전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와 사회와 문화를 비롯해서 가까운 이웃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정세까지 다 포함시켜 말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한 세대만으로 인간 세상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데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어도 세 세대를 아우른다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만 글로 나타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이것만큼은 소설가의 은혜를 받아야 할 수밖에 없겠다. 이 소설가의 글로 내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폴란드에 실제로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면서, 실제로 있었던 역사는 그 사람들을 거쳐 흐른다. 그들은 그곳에서 서로 만나고 태어나고 자라고 살고 죽는다.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이고 누구는 보살피고 누구는 해치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의 이야기는 세상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진다. 똑같지는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겹치면서 닮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 그러니 세상의 모든 사람이 곧 나이고 내 앞의 네가 되는 것일 테다.    

 

폴란드 역사를 좀 알고 봤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소설인 토지도 태백산맥도 떠올려 보았다. 이야기를 잘 만들고 표현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 덕분에 내 삶도 넉넉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좀 행복했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21.01.09.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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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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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상 받은 책이라면 예상되는 무거운 주제들이 들어 있고 재미보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난 책이다. 이상하게 이 책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딸들'이 생각났다.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시골 마을인 태고를 묘사하는 표현들이인간의 보편적인 상황과 맞닿아서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나와 분리시키지 않는 것 같다.신화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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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

상 받은 책이라면 예상되는 무거운 주제들이 들어 있고 재미보다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난 책이다. 이상하게 이 책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딸들'이 생각났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시골 마을인 태고를 묘사하는 표현들이

인간의 보편적인 상황과 맞닿아서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나와 분리시키지 않는 것 같다.

신화를 보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현재와 이어여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들은

흥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읽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오래간만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YES마니아 : 골드 b********a 2020.04.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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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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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올가 토카르추크가 수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를 앞두고 내세운 후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었다. 국내에서 출판된 작품의 수도 매우 적어서 나 역시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 오라 토카르추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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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을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올가 토카르추크가 수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시기를 앞두고 내세운 후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물이었다. 국내에서 출판된 작품의 수도 매우 적어서 나 역시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기 전까지 오라 토카르추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그 전년도에 맨부커 인터내셔널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아무튼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라 어떤 작품을 선보였을지 매우 궁금했다. 소설은 폴란드가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로부터 분할 점령을 당했던 시기와 세계대전, 유대인 학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상의 마을 태고를 무대에 새워 신화와 전설, 비망록이라는 문학적 시도를 선택함으로써 태고에 살아가는 삼대 가족을 축으로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그리고 있다. 허구와 현실을 오가는 작품에서는 복잡하고 격변하는 폴란드의 야만적 삶이 기록되어 있다. 소설은 폴란드라는 국가에 지리적 차원에 제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20세기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정치체계와 사회 이념을 고발하고 있다. 최근 실력이 출중한 여성 작가의 작품이 많이 소개되는데 올해 읽은 여성 작가의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가 아닌가 한다. 

m******r 2020.04.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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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 is a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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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성경이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아마 종교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고. 또 그것은 그동안 내가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못하게 했던 것은 아름답고 훌륭한 문장을 가진 성경에 담긴 동의할 수 없는 사상과 이념들. 신이 여자였다면, 신의 말씀을 여성이 옮겼더라면, 션베르트 부인의 말처럼 세상이 한결 평화로웠을까? 이번에야 말로 마거릿 애트우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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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성경이 이렇게 쓰였다면 나는 아마 종교를 가졌을 수도 있겠다고. 또 그것은 그동안 내가 종교를 가지지 않았던, 못하게 했던 것은 아름답고 훌륭한 문장을 가진 성경에 담긴 동의할 수 없는 사상과 이념들. 신이 여자였다면, 신의 말씀을 여성이 옮겼더라면, 션베르트 부인의 말처럼 세상이 한결 평화로웠을까?

이번에야 말로 마거릿 애트우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길 바라왔기 때문에 생소한 작가의 수상에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최고의 소설적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노벨문학상의 수상 이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d*********5 2020.03.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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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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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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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글들로 구성된 이 소설의 시간은 연대기적인 단선형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엮인 짤막한 단편들 또는 에피소드들의 짜임으로써 나선형으로 돌아간다. 남편이 전쟁터에 끌려간 뒤 유대인 청년에게 사랑을 느낀 게노베파, 일견 평범해 보이지만 어둠과 슬픔이 깃든 삶을 살아낸 미시아, 술 취한 남자들에게 몸을 팔다가 숲속에서 홀로 아이를 낳고 치유와 예언의 능력을 갖게 된 크워스카, 신산한 삶 끝에 광기에 사로잡힌 노파 플로렌틴카, 독일군과 러시아군 모두에게 강간당하고 사랑 없는 삶을 살아가다 태고를 떠나는, 크워스카의 딸 루타, 독단적인 아버지의 집을 떠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생을 꾸려가는, 미시아의 딸 아델카 등 역사의 비극 뒤편에서 잊힐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복원하고 그 의미에 대해 질문한다.

b*****9 2020.02.0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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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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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l***a 2020.01.2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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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l***a 2020.01.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