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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은 파리에 있는 내내 겉돈다. 그것은 언어의 문제도 아니고 인종이나 국적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렇게 내내 이방인이었던 소은은 얀에게 '이안'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기쁠 이, 편안할 안. 누군가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는 것은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자식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반려동물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하다못해 물건에라도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나에게 둘도 없는 소중한 하나가 된다. 그러한 상대를 잃은 그 심정을 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작가는 담담하게 서술했지만 나는 언제나 그런 담담한 서술이 더 슬프고 우울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넘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내리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설 후반부에 시우가 소은에게 하는 말들이 단순히 땅에 대한 말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생각했다. '적절할 때 내리는 비'라는 그의 이름처럼 적절할 때 소은에게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