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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꽃이야 이쁘지?]
일요일에도 영업합니다 신화고물상 녹슨 철제 간판 아래 망초 꽃들 옹기종기 피어 있다
녹슨 컨테이너 사무실 안 고물 TV에서 14박 15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
종이 박스 계량을 마치고 4,300원을 받은 노인이 크루즈가 뭐여? 묻는다
노인의 리어카가 고물상을 떠난 뒤 한 노파가 종이 박스를 모은 손수레를 밀며 고물상 안으로 들어오고 1분뒤 허리 굽은 다른 노파가 손수레를 밀며 들어온다 두 손수레 위 종이 박스들이 수북수북 햇살을 받는 동안
계란꽃이야 이쁘지?
고물 TV에서 폐지 줍는 노인 전수 조사 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노파들 예쁜 계란꽃 곁에 쭈그리고 앉아 봉지커피 마시네
[ 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
![]() ![]() ![]() 외로울 땐 이게 좋아 강물 멈춘 작은 웅덩이 모여든 물고기들에게 커피 한 모금 건네네 큰 물고기들 급히 흩어지고 작은 물고기들 모여드네
시집 읽을 때 좋지 브람스를 들을 때도 좋아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해봐 잠들 때도 좋아하면 꿈을 꾸게 돼 같은 꿈을 일주일에 다섯 번 꾸는 것이 인생이야 물속에서도 꿈은 흘러가니? 바람은 어디에 사는 거니? 물속의 초콜릿 공장에 견학가고 싶어 조금 더 자라면 수학을 공부하게 돼 이게 무슨 필요가 있지?
흐름 속에 몸을 맡기는 건 좋은 버릇이 아니야 눈두덩이 퍼렇게 부풀어 오를 때까지 주먹질을 하게 될 날도 오지 오지 않았으면 하게 될 날이 와
그날을 꼭 안아봐 물속의 꿈은 부드러워 흐르면서 조용히 감싸안지
내일도또 올께 짱뚱어가 주인공인 동화 한 편 읽어줄게
[ 어디로 갈까? ]
얼음 커피를 손에 든 사람은 물고기를 기르는 사람이에요 걸을 때마다 물고기들이 달그락달그락 얼음 사이를 헤엄쳐요
얼음이 다 녹을 무렵 물고기들은 알을 낳아요 알은 부화는 데 하루 걸려요
해가 뜨고 얼음 커피를 든 사람 곁에 새 물고기들이 헤엄쳐요
어디로 갈까? 얼음 커피 속 물고기들에게 사람이 물어요
[ 세월 ] 사랑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세월은 가슴팍에 거친 언덕 하나를 새겨놓았다
사람들이 울면서 언덕을 올라올 때 등짐 위에 꽃 한 송이 꽂아놓았다
눈물을 모아 염전을 만들었다
소금들이 햇볕을 만나 반짝거렸다 소금은 소금 곁에서 제일 많이 빛났다
언덕을 다 오른 이가 울음을 그치고 손바닥 위 소금에 입 맞추는 동안
세월은 언덕 뒤 초원에 무지개 하나를 걸어놓았다
[ 눈사람 ] ![]() 눈사람들 걸어오네 램프를 들고 걸어오네 함박눈 오는 새벽 길 떡국 실은 트럭 오네 눈사람들 뜨거운 떡국 한 그릇 먹네 떡국 나눠주는 이도 눈사람이네 눈사람들 떡국 한 그릇 먹고 기차역으로 가네 눈사람들 떡국 한 그릇 먹고 강으로 가네 눈사람 코는 당근 눈사람 수호천사는 빨간 벙어리장갑 눈사람은 눈사람을 사랑하였네 가끔 눈사람은 눈사람을 미워하였네
순간.. 승철씨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생각났고, 명수씨가 부르는 "바보에게 바보가"도.. 생각난다.. 눈사람은 눈사람을 사랑하였는데.. 그럼 난.. 누구를 사랑하면 좋을까..
[의자] 강가에 의자가 있다 물고기들이 지나가다 시집을 읽는 사람에게 헬로, 인사를 했다 물고기들의 인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시집의 여백에 썼다
구름은 하늘을 지나가는데 쉬어 갈 의자 하나 없네
그가 이 구절을 가만히 중얼거리는 것을 의자가 들었다 의자는 사람이 바보일 거라 생각했다 의자가 알고 있는 한 하늘은 의자들의 천국이었다 해와 달과 별 모두가 하늘의 의자였으니 구름은 쉬어 갈 곳이 많고 많았다
바람과 비와 눈보라 또한 의자였다 그들이 없다면 꽃과 나무와 풀 들이 안녕, 하고 사람에게 인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바람이 새소리와 풀냄새와 꽃향기를 데리고 왔다 의자에서 일어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바람에게 헬로, 인사를 했다 의자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시집 한 권이 남았다
의자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을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그렇구나..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구나..
의자는.. 내게 가만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내게 주는 것만으로만 알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며.. 말없이 위로를 주고 있었구나..
지금 넌 어느 곳의 의자에 앉아 있니..
[막걸리 먹는 사람들]* 막걸리 먹는 사람들의 두 볼에 천도복숭아 한 알씩 매달려 있다
봄바람을 몰고 다니는 분홍색 용이 그 복숭아 향이 너무 좋아 쪽쪽쪽 입맞춤을 하였는데 그뒤로 순천 월등마을 사내들은 평생 입맞춤하기 제일 좋은 하늘의 장소를 알았다
하얀 솜털구름이 복숭아밭 지나갈 때 막걸리 한 주전자 먹으면 초가집 한 채 주지
소낙비 후드득 복숭아밭 지나갈 때 막걸리 두 주전자 먹으면 산밭 두 마지기 주지
바람도 구름도 없는 파란 하늘을 만나면 막걸리 세 주전자 먹으면 우리 마누라 노래 한 소절 주지
그 노래 가락이 하도 구성져서 분호액 용은 먹걸리 먹는 사람들 보면 그 곁을 떠너지 못하고 천도복숭아 향기에 절로 취하는 것이었다
* 막걸리는 마신다고 하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술이 아니라 밥이기 때문이다. 복숭아꽃이 만개할때 월등의 산골 마을들은 떠돌이 용들과 신선들의 무등도원이 된다.
휴일이 지나가고 있다.. 오늘 저녁은 막걸리 한잔 먹어야 할까..
[가을편지]
여름에 태어난 피라미 한 마리 등에 작은 점 하나 어젯밤 편지 마지막 문장에 찍지 못한 마침표 같네 노란 물푸레나무 잎사귀 하나 떨구었더니 가만히 물고 몇 바퀴 도네 동그라미 안에 사흘 뒤 만나자 적었던 기차역 이름이 있네
[새]
몸뚱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없는 사람이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 소/라/향/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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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읽었던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라는 시는 나에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때는 이 시를 암송할 정도로 좋아했고, 지금은 내용은 기억나지만 외워서 암송할 정도는 아니다. ‘사평역에서’가 수록된 그의 첫 시집을 포함하여, 새로운 시집이 출간될 때마다 구입할 정도로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10여 년 전 직장을 순천으로 옮기며, 같은 캠퍼스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들뜨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서, 나는 그를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끔 순천의 맛집을 탐방하면서 그를 만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입맛까지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동안 시보다 산문을 쓰고 열심히 책을 내고 있던 그에게, 어느 술집에선가 학생들과 함께 있던 시인과 합석을 하게 되면서 ‘다시’ 그의 시를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금년 초에 발간된 그의 새로운 시집을 ‘드디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곽재구 시인의 시세계가 익숙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갑자기 시집의 제목에 ‘푸른 용’이 등장한 것도 낯설음을 재촉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다. 한동안 그는 인도를 비롯한 외국을 자주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낯선 이국의 풍경이 새로운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의 배경을 이루는 것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를 쓰기 시작하던 무렵의 추억을 떠올리며, 윤동주와 정지용 그리고 백석 등 그가 사랑하던 시인들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윤동주의 시집 초판본을 도서관에서 몰래 가져왔다가 사흘 만에 다시 돌려줬지만,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슬펐다는 그의 심정이 그대로 그려지는 듯했다.
도서관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을 훔쳤지
밤새 경찰들이 내가 살던 판잣집을 포위하고 도적은 나와라 도적은 나와라 마이크로 부르는 악몽에 시달렸지
다음날 아침 도서관 서가에 가만히 동주를 세워두고 다음날도 다음날도 그 앞에 서서 보았네
보다가 보다가 당신만큼 쓸쓸하고 순정한 시를 쓰리라 혼자 다짐했네 (시 ‘고교 1학년’ 전문)
그 이후 그는 윤동주와 김소월과 정지용의 시를 필사하며, 그들과 같은 ‘시를 쓰리라 / 혼자 다짐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시인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초심이 생각났던 것일까? 부쩍 이 시집에 실린 작품들에는 다양한 시인과 소설가들이 호명되고, 그들을 만났던 시절을 떠올리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덕분에 나 역시 국문학을 전공하겠다고 다짐하던 무렵, 특히 이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시인은 어디선가 용이라는 뜻의 고유어인 ‘미르’라는 지명을 만나서, 그곳을 흐르는 강에 ‘미리내’(은하수)라는 명칭을 붙였던 듯하다. 아마도 윤동주의 고향인 중국의 길림성에 있는 지명도 ‘용정(龍井)’이기에, 제목의 ‘푸른 용’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몇 년 전 길림에 있던 그의 모교에 가서, 동료들과 함께 그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 나와 시인에게 모두 익숙한 순천의 동천과 와온 해변도 시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집의 뒷부분에 ‘ㄱ’부터 ‘ㅎ’, 그리고 ‘ㅏ’부터 ‘l’까지 한극 자모의 순서에 맞춰 쓴 산문의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시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특히 이 산문을 통해서 그의 심성과 시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어느 정도 익숙하고 또 전혀 새로운 느낌이 드는 시집이지만, 만약 시인을 가까운 시일에 만난다면 ‘잘 읽었노라’고 덕담을 해줘야겠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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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시인이니깐 별★★★★★ 다 줬어요^^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그저 내 마음대로. 많은 부분에서 시를 읽는다고 딱히 이해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럼에도 마음이 닿는 부분이 있잖아요. 머리 말고 가슴으로 느껴지는 따뜻함과 서늘함의 공존, 시를 읽고 리뷰를 쓴다는게 참 부담스럽긴 해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볕이 따뜻함으로 찬 공기를 감싸안는 가을이 묻어나는 날에 시를 읽습니다. 코끝 찡하게 시리도록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져서 마음이 움직이네요. 곽재구 시인의 시집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입니다. <의자> 강가에 의자가 있다 물고기들이 지나가다 시집을 읽는 사람에게 헬로, 인사를 했다 물고기들의 인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시집의 여백에 썼다
구름은 하늘을 지나가는데 쉬어 갈 의자 하나 없네
그가 이 구절을 가만히 중얼거리는 것을 의자가 들었다 의자는 사람이 바보일 거라 생각했다 의자가 알고 있는 한 하늘은 의자들의 천국이었다 해와 달과 별 모두가 하늘의 의자였으니 구름은 쉬어 갈 곳이 많고 많았다
바람과 비와 눈보라 또한 의자였다 그들이 없다면 꽃과 나무와 풀들이 안녕, 하고 사람에게 인사하지 못할 것이었다
바람이 새소리와 풀냄새와 꽃향기를 데리고 왔다 의자에서 일어난 사람이 손을 흔들며 바람에게 헬로, 인사를 했다 의자는 사람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 시집 한 권이 남았다
내가 좋아하는 자연이 이 시에 다 들어있어서 눈여겨봤다. 강, 물고기 구름 하늘 해와 달과 별 바람과 비, 눈보라, 꽃 나무 풀 바람 새소리 풀냄새 꽃향기 그리고 詩 보통의 언어들이 살랑살랑 가을에 휘날린다. 모두가 정체되어있지 않다. 흘러간다.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흘러야만 생명력을 얻는 많은 것들. 그럼에도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램과 잠시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살아가면서 소중한 일인지 알게 된다. 그래서 바보가 아니기를, 그 자리에 향기가 남기를^^
<라면 먹는 밤 - 성래에게> 시를 읽었다. 가슴이 시려오고 아파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니, 아무리 청춘이라도 아파서는 안 된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 아니, 사서도 하면 안 되는 고생은 사양하기를.... 어린 청춘들에게 짐을 얹어주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고생만 하고 낫아지지 않는 세상에서 무턱대고 희망을 주기보다 사회 곳곳의 불평등과 부조리한 제도들이 수정되거나 사라졌으면 좋겠다. 꿈꿀 수 없는 사회가 이상한게 아닐까? 성래가 알바하는 접시꽃 삼겹살집 사장님은 불판도 잘 닦고 청소도 열심히 한 성래에게 오늘 손님도 없는데 시급 만 원 계산해 봉투에 넣어줬다. 좋은 일 하나 해야겠다면서. 니가 힘들면 나도 힘들고 니가 좋으면 나도 좋지 않겠느냐 하면서.... 이런 마인드 가진 사장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성래 오늘 계 탄 것 맞네^^ 행복한 날, 만나기로 한 은설이는 안 오고 혼자서 자취방으로 터벅터벅..... '라면을 끓여 카프리 마시는데 목이 메어요' 꿈도 있지만 녹록치않은 현실에 매번 항복하지만 그럼에도 가난한 사람이 따뜻해지는 시를 쓸거라는 성래의 말에 희망이 보인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매사 낙천적이고 밝고 따뜻한 성래를 보니 그의 앞날은 미세먼지 없는 '맑음' 정직하게 성실하게 일하며 수고한 사람이 대우받는 정상적인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읽은 시들을 들여다보고 다시 스치듯 펼쳐본다. 읽었던 시 중에 마음에 든 시에 포스트잇 붙여놨지만 다시 떼어내기를 여러번. 그 마음에 든 시가 끝까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시가 마음을 붙잡을 때도 있다. 시란 그런게 아닐까?! 시인의 시에서는 또 낯설지 않은 사람 냄새가 짙게 나서 좋다. 좋으면서도 아프고 서늘함이란 감정, 복합적이다.
<계란꽃이야 이쁘지?> 일요일에도 영업합니다 신화고물상 녹슨 철제 간판 아래 망초 꽃들 옹기종기 피어 있다
녹슨 컨테이너 사무실 안 고물 TV에서 14박 15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 홈쇼핑 광고가 나오는데 종이 박스 계량을 마치고 4,300원을 받은 노인이 크루즈가 뭐여? 묻는다
노인의 리어카가 고물상을 떠난 뒤 한 노파가 종이 박스를 모은 손수레를 밀며 고물상 안으로 들어오고 1분 뒤 허리 굽은 다른 노파가 손수레를 밀며 들어온다 두 손수레 위 종이 박스들이 수북수북 햇살을 받는 동안 허리 굽은 노파가 다른 노파에게 망초 꽃 한 송이를 건넨다 계란꽃이야 이쁘지?
고물 TV에서 폐지 줍는 노인 전수 조사 한다는 뉴스가 나오는데 노파들 이쁜 계란꽃 곁에 쭈그리고 앉아 봉지 커피 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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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달걀후라이 닮아서 계란꽃으로 불리는 듯 하다. 고물상 녹슨 철제 간판 아래 무리지어 핀 망초꽃. 어울리지 않는데, 꽃이 땅에 어울리게 피는 것은 아니니깐. 고물상에 들러서 하루종일 힙겹게 발품 팔아 모은 폐지로 하루의 노동을 정산한다. 힘든 하루였을텐데, 망초꽃을 보고 예쁘다 한다. 다른 허리 굽은 할머니에게도 건넨다. 어떤 풍경인지 헤아려진다. 녹록치않은 삶이라도 곱고 예쁨을 볼 줄 아는 눈이 참 고우시다. 가슴 한 켠 찡하면서 짠하다. 고물 TV에서 크루즈 여행 홈쇼핑 광고가 나오더라도 폐지 줍는 노인 전수 조사 한다고 해도 망초꽃의 예쁨과 하루 피곤함을 상쇄시킬 봉지 커피보다 더 큰 위안을 줄 수 있을까? 낯선 풍경일 뿐이다.
시집 맨 뒤에 산문 편에서는 수록된 시가 나온 사연들이 담겨있다. 강에서 만난 모든 풍경들, 'ㄱ에서 ㅣ까지' 아름답고 신비한 푸른 용의 이미지로. 아직도 푸른 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리송하다. 신화 속 전설의 용인가? 무엇의 형상화인가? 하지만,..... 뭐가 문제인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충분한걸.
물고기들의 춤을 본다 자유롭다 사랑해라고 말한다 물봉선 꽃잎 하나를 물고 오는 어린 물고기가 있다 나는 물고기의 꿈을 모른다 지느러미를 달고 물속으로 들어가 헤엄칠 수 있다면 알 수 있을까 23,725일 동안 바람 속을 걸었다 인간의 꿈은 무엇이지? 물고기에게 묻는다 물고기는 비늘이 있다 햇빛을 받으면 빛난다 열일곱 살 이후 내게 시가 있었다 물고기들처럼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내가 지닌 비늘의 이름이다.
아.... 시인에게 시가 그런 존재구나. 햇빛을 받으면 빛나는 비늘과 같은 존재가 시구나! 어딜 가든지 자유로우며, 언제든 다가가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존재. 행복해보인다. 시인의 그 자유로움과 사람과 자연물에 사랑 가득 담긴 눈빛이. 나도 이런 글, 이런 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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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히면 좋다. 나는 천천히 읽히는 시가 좋다. 짧지만, 한 페이지에 몇 줄 안 적혀 있지만 훌렁 읽히면 마음이 상하고 섭섭해진다. 최근에 몇 번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고, 그러지 않았다. 이 시집에는 정말 천천히 흐르는 강이 있었고, 그 강에 착한 물고기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으며, 나는 용을 찾아다녔다. 살짝 무서웠지만. 김소월과 윤동주와 정지용과의 인연을 말해 주는 대목도 근사하다. 작가라면, 시인이라면, 아니 독자라고 해도 제 스스로 맺은 인연들이 있을 것이다. 누구 덕분에 작가가 되었노라고, 누구 덕분에 독자가 되었노라고 하는. 나는 이 작가와 <사평역에서>로 만났고 <은행나무>로 깊어졌으며 같은 국어 교사여서 홀로 더 친숙해졌다. 아마 그리고는 오래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늘 기다려 왔을 것이다. 작가 역시 그런 시절을 거쳐 시인이 되었을 것인데, 시 사이사이로 그 인연들을 짚어 읽는 게 좋았다. 시 또한 사람 사이에서 꽃을 피우는 몫을 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러나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이 마냥 환하고 밝고 명랑하지는 않다. 오히려 반대다. 좀 많이 서글프고, 쓸쓸하고, 때로는 속상하기도 하다. 사람살이가 그래서 시인은 강물과 물고기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말없이 위로해 줄 누군가가, 그것도 저 멀리 있는 게 아닌 바로 가까운 곳에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이 그리워서. 용은, 푸른 용은, 시인에게 푸르게 보이는 모든 용들은, 시인을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용들은, 가여운데도 예쁘게 보인다. 시인의 마음일 테지, 그리고 시인이 바라는 독자의 마음일 테지. 나는 몇 번 망설이다가 슬쩍 쓰다듬어 본다. 용의 반짝이는 비늘, 나도 그 비늘 하나쯤은 갖고 싶다. 어려운 시든 쉬운 시든,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읽는 시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이 세상이, 우리 처지가 조금 더 살 만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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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 …버드나무는 일년에 한번 꽃 피워요/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지워요/ 나도 고요히 꽃 필 때 올까요?/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 스스로 지며 좋아서 혼자 웃겠지요 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 : 외로울 땐 이게 좋아/ 강물 멈춘 작은 웅덩이/ 모여든 물고기들에게 커피 한 모금 건네네/ 큰 물고기들 급히 흩어지고/ 작은 물고기들 모여드네 … 그날을 꼭 안아봐/ 물속의 꿈은 부드러워/ 흐르면서 조용히 감싸안지/ 내일도 또 올게/ 짱뚱어가 주인공인 동화 한 편 읽어줄게 징검다리 2 : 강물 위에 초승달 떴다/ 강물이 다가올 때마다 징검다리는 가슴이 뛰었다/ 강물이 초승달 데려다주면 함께 세상 끝까지 갈 것 같았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곳에 당신이 머물기 때문이다… 세월 : 사랑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세월은 가슴팍에 거친 언덕 하나를 새겨 놓았다/ 사람들이 울면서 언덕을 올라올 때/ 등짐 위에 꽃 한 송이 꽂아놓았다/ 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눈물을 모아 염전을 만들었다 … 세월은 언덕 뒤 초원에/ 무지개 하나를 걸어놓았다 봄 편지 :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보성 덤벙이 : 곡우에 불 땐 덤벙이 그릇에/ 보리밥 담아 먹으면 밥맛이 달아/ 가마에 통나무 불 넣는 젊은 도공 온몸의 땀 토란 줄기 같네/ 하얀 맨발로 징검다리 건너오는 처녀야/ 빙렬 속 복숭아꽃 핀 마을/ 두 칸 초가집 마련해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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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이 물위에 떠 있는 것은 함께 지낸 이가 물 안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북국으로 날아가는 새들이 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꺼억꺽 목놓아 울 둥지 하나를 놓아주기 위함이다
달이 환한 밤 자신의 다리뼈로 만든 피리를 불며 오는 사내에게 당신이 찾는 뼈들이 여기 누워 있어요 이정표가 되어주기 위함이다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다
육신은 때로 얼마나 가슴 저미는 환영인지 스스로의 눈물 안에 소금을 뿌리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봄이다. 남국에서 겨울을 나던 겨울새가 대부분 떠났다. 어떤 까닭인지 모르지만 북국으로 떠나지 못하는 새들이 있다. 잘 못 먹었거나 병이 들었을 게다. 까닭이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그것을 따지지 않고 새들은 그냥 모른 척하고 가지 못한다. 함께 가지 못하는 살붙이 형제들을 그리워하며 목 놓아 울 둥지 하나를 놓아준다. 그러한 마음 씀을 별은 이윽히 지켜보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앉는 별빛. 별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은 지상에 얼마나 많은 서러운 섬이 홀로 고요히 노래를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낱말 하나 없이 시를 읽으면 봄바람 살랑이고 그 바람 맞으며 풀꽃이 피어나고 나무에 물이 흐른다. 사람의 체온이 올라간다. 어느덧 내가 봄 사람이 되어 편지를 쓰고 있다. 곽재구 시가 마법을 일으킨다.
봄 편지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곽재구 시의 마법은 강과 그 강에 깃든 물고기와 바람과 새로부터 비롯한다. 강에는 징검다리가 있다. “평생 강물의 노래를 들었으나 / 자신의 노래를 부른 적 없는 이가 눈보라를 맞는”(「징검다리」) 풍경이 있다. “외로울 때”면 강을 찾아 “강물 멈춘 작은 웅덩이 / 모여든 물고기들에게 커피 한 모금 건”(「어린 물고기들과 커피 마시기」)넨다. “물고기는 몸이 예쁘다 / 하루종일 물속에서 춤을 춘다”(「물고기와 나」). “물고기들 새봄의 이파리 같”(「물고기에게」)다. 바람은 박하사탕을 건네며 시랑 바꾸자고 하고(「바람」), 이팝나무 꽃 수북이 핀 가지에서 밀화부리 한 마리 사탕을 먹는다(「츄파춥스」). 꿈결 같고 봄꽃 같은 그곳에 최저시급을 받는 “푸른 용 두 마리가 / 나란히 강변 풀밭에 누웠다”(「단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