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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노래가 들렸고 가사 중에서 ‘어느 날 불쑥 아무런 예감 없이 불쑥’이라는 부분이 귀에 박혔다. 노래 제목이 뭘까 궁금해서 이 가사를 넣고 검색해보니 찾아지지 않는다. 뭐였더라, 이리저리 끼워 맞춰가며 찾았더니 그 가사는 ‘어느 날 문득 아무런 예고 없이 문득’이었고 제목은 그때의 우리(https://www.youtube.com/watch?v=zYWx9OUSBiA)였다. 그렇게 불쑥이라는 낱말이 뇌 속에 들어왔는데 SNS를 하다가 불쑥이란 제목을 가진 시를 만났다. 이 시가 담긴 시집의 전체가 궁금해졌고 웬만하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더 이상 책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을 잠시 깨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온 시집, 그리고 불쑥의 전문.
불쑥, 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이봐, 이걸 보라구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며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어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왔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박소란의 시에서는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시인은 서울 어느 한 켠에서 혼자 살고 있거나 살았던 이력이 있지 않을까?) 지금의 생활이 만들어내는 소외와 격리, 거기에 척박한 삶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립의 무게를 조용히 씹어 삼키는 우리 또는 나의 모습도 느껴진다. 이런 양태가 그가 써내려간 시마다 담겨져 시 감상에 몰입하게 되고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공감대가 형성된다.
당신은 말이 없는 사람입니까 이어폰을 꽂은 채 줄곧 어슴푸레한 창밖을 내다보고 있군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를 태운 7019번 버스는 이제 막 시립은평병원을 지났습니다 광화문에서부터 우리는 나란히 앉아 왔지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눈을 준 이 저녁이 조금씩 조금씩 빛으로 물들어간다고 건물마다 스민 그 빛을 덩달아 환해진 당신의 뒤통수를 몰래 훔쳐봅니다 수줍음이 많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중략>
우리는 헤어집니다 단 한번 만난 적도 없이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은 소란입니다 (모르는 사이)
엄마는 용달을 타고 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용달은 살림을 싣고 왔다 새벽이었다
<중략>
현금이 없어서 그래요, 엄마는 품삯을 조금 깎았다
에이 씨이바알
어느 틈엔가 깨진 거울이 문패처럼 대문 앞에 남았다 모른 척 차에 오른 용달은 급히 시동을 걸었다 남포동 공판장으로 가서 오징어를 날라야 한다고 했다 (엄마와 용달과 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심야식당의 첫 연)
그의 시에는 자극적인 상황도 보이지 않고 감각을 들쑤시는 표현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마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종이에 살짝 베인 자리로 들어온 균이 혈관을 역류하여 심장에 다다라 모든 심장 근육들을 움켜쥐듯 나를 꼼짝 못하게 휘감아버렸다. 내 이야기구나, 하는 동질감이 뇌를 두드린다. 한 권의 시집을 갖추면 그 중에 눈길이 가는 시는 몇 편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시집에는 눈길이 가지 않는 시가 몇 편에 불과하다. 이 시집 속의 모든 시를 가슴 속에 재워두고 싶을 만큼 시에 빠져들었다. (이런 감상도 참 오랜만이다.) 미려한 시어로 유혹하지도 않고 정제된 표현으로 끌어당기지도 않지만 시마다 담긴 시인의 조용한 독백이 나의 그것을 대신한다고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부러 장판을 켜지 않은 날에는 무거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게 된다 죽은 척 짓궂은 장난을 치는 아이들처럼, 아버지도 나도
전기장판에 누워 겨울을 난다 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전기장판의 마지막 연들)
시인 박소란의 이름을 오래 기억할 듯하다. 아니, 그냥 기억만 하지 않고 그의 시를 주변 사람들에게 퍼 날라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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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시집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마음은 풍요롭거나 슬픈 상태다. 내게는 대체적으로 그랬다. 박소란의 시집을 천천히 읽으면서 나는 조금 슬펐고 조금 기뻤다. 일상의 어느 순간 내가 보았던 풍경이 떠올랐고 한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가 되었던 시절은 사라졌지만 그때의 몇몇 장면은 고스란히 남아 나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슬펐다. 세상과의 단절을 원했던 시절이 달려들어 그때의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시인의 감성과 나의 그것이 같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런 시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아야 괜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의 닫힌 문을 두드렸던 다정한 친구에게 이 시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입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감상」, 전문)
이 시집이 기뻤던 건 이런 시가 있어서다. 모든 말들이 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 그리고 우리는 모두 시인으로 살 수도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는 그런 시라 말하고 싶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일상에서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생활 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감추었던 마음을 어떤 말에 빌려 슬그머니 내려놓는 것, 불쑥 네가 보고 싶어서, 불쑥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한다는 확신. 시는 이래서 좋구나.
불쑥,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불쑥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체 달려간대도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아봐, 이걸 보라구,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 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며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어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깔깔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왔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 (「불쑥」, 전문)
그리고 언제나 내가 반하는 단어, 풍경을 만나는 시. 나는 오늘도 당신에게 고백하고야 만다. 이런 시가 좋아요, 이런 시를 만나면 나를 한 번쯤 떠올려줘요. 여름의 절정에서 눈이 오는 풍경을 그린다. 아름답게만 내리는 눈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곤혹스러운 존재가 되는 눈. 눈을 헤치며 걷는 일, 그것을 바라보는 일, 그 풍경은 서늘하다. 그 서늘함이 여름을 위로한다.
사람이 있는 풍경, 그 한장의 사진을 본다
눈이 오고 있으므로 사람은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눈은 쌓이고 사람은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휘청거린다
풍경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한 사람의 걸음으로 인해 풍경은 두근거림을 피하지 못한다
나는 본다 반쯤 녹아버린 눈사람과 같은 표정으로 왜 이런 사진을 찍었나 왜 이런 사진을 들여다보나 눈이 오고 있으므로 눈 속 몸부림치는 한 사람으로 인해
눈은 쌓이고 쌓일수록 거세고 사람은 기어코 넘어진다 강마른 무릎을 짓찧는다
풍경 저 바깥 어딘가 손을 흔드는 또다른 사람이 있는가 어쩌면
넘어진 사람은 일어선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사람은 걷는다 저 바깥 어딘가
그러나 결코 당도하지 못할 한 사람을
나는 본다 눈이 오고 있으므로 눈이 그치지 않고 있으므로 (「소요」,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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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힌 문 너머에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거나 기다려주거나 혹은 지켜준다는 느낌이 든다. 과정이 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면이 없어서 어느 한쪽으로 내몰리지 않았다. 가볍게 풀어지는 것 같았는데 붙들고 있는 건 슬픔에 가까웠다. 슬퍼서 좋았다. * 많은 시들이 좋았다. 멀어지는 과정인 것도 같고 당겨지는 기분 같기도 했다. 느리게 읽었다. 좋은 시인을 알게 되어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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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룸 불이 있었다 웅덩이 다 좋았지만 세 편이 제일 좋았다
* 애인이 불이 있었다 라는 시를 읽고 보내주어서 시집을 샀고 박소란 시인의 다른 시집도 구했다
* 그렇지만 한번쯤 고백하고 싶다 일렁이는 너의 두 눈을 바라보며 소리 내어 울고 싶다 말해줘 그만 모든 게 헛것이라고 그만
* 당신, 당신에게로
* 슬픔을 입 안 가득 물고 있는 것 같은 시집이었다 몇 번을 읽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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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왠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모르는 이의 글을 읽었을 때 어떤 시를 마주했을 때, 가만히 한참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박소란의 이런 시가 나를 자꾸만 흔든다. ‘상추’란 제목의 시지만, 나는 상추라는 단어 대신 다른 무언가를 자꾸만 넣어 읽는다. 나를 사랑하는 것들, 행복을 갈망하는 몸짓 같은 것들. 오랜시간 곁에 두고 한 번씩 펼치고 싶은 시집이 될 것 같다.
밥을 데운다
냉장고에서 묵은 쌈장을 끄집어낸다 상추가 포장된 비닐을 사정없이 찢는다 찢은 비닐을 쓰레기통에 내동댕이치는 나는 행복해질 것인가 상추는 나를 사랑할 것인가 (「상추」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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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에서 늘상 보던 익숙한 모습들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어떻게 그렇게 의미가 있고 다르게 보이는지 가끔씩 놀라게 된다. 그래서 시집을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심야 식당」, 「감상」 그리고 「모르는 사이」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 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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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뒤에 실려 있는 해설을 줄 그어가며 천천히 읽은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보통 해설은 어렵고 읽다보면 머리만 복잡해지는 것 같아 어떨 때는 그냥 대충 읽다가 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장이지 시인의 해설은 박 소란 시인의 시를 쉽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원룸, 전기장판, 엄마와 용달과 나는.....
가난한 시제목이 참 정감이 가서 여러 번 읽고 또 읽었다.
p62 비의 꿈을 꾼다
윗방이 이사를 오고 난 후 줄곧 장대처럼 굵고 거센 오줌 소리를 듣는다
밥을 먹으며 듣는다 잠을 자며 듣는다 . . .
그래 아무래도 여긴 너무 따뜻하다고
p74 전기장판에 누워 겨울을 난다 어떤 추위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부연 입김이 터져나오는 꿈이라도 따뜻하다 이 방은 참 따뜨한 곳이다 알 수 있다. . . . 피를 마르게 한다는데 . . . 전기장판에 누워 겨울을 난다 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p 104 엄마는 용달을 타고 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용달은 살림을 싣고 왔다 새벽이었다
골목을 파고드는 억센 엔지 소리에 깨어 문을 열었을 때 엄마는 고장난 세탁기처럼 서 있었다 땟물을 껴입은 채 옹송그린 세간을 용달은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성큼 집어 들었다 . . .
현금이 없어서 그래요 엄마는 품삯을 조금 깎았다
에이 씨이바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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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의 몇몇 시를 읽고 감동한 적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시였고, 하나의 시를 읽는 것과 시인의 궤적을 품고 있는 한 권의 시집을 통째로 읽는 것은 당연히 결이 다른 얘기였기에 나는 또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었다. 초반부터 조금은 두근대는 마음이었다가, 점점 조금씩 벅차올랐다. ‘괜찮다’는 말 가운데서 머뭇거리고 변덕을 부리던 일들이 떠올랐고, 모두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시인의 말에 살짝 울컥하기도. 심야 식당의 우동이나 퇴근길에 산 상추 한 봉지, 방바닥에 깐 전기장판과 같이 정감 가는 소재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가끔은 작은 공간에서 혼자 무언가에 감탄하거나 위안을 받고, 가끔은 주저앉아 맥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가끔은 많은 사람들 사이를 걸으며 “이 속에 나는 있다 / 지금은 안심할 수 있다 (108쪽, <천변 풍경>)고 말하는 시인의 일상은 익숙한가, 아니면 익숙하지 않은가. 어쩌면 조금은 다를지 몰라도, 견딜 수 있다거나 잊으면 그만이라고 다독이거나,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살아있다고 매번 다짐하는 시인의 말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곤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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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혀있는 문의 공간으로, 『한 사람의 닫힌 문』 ♡
『하나, 책과 마주하다』
박소란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하는데 그녀의 시는 뭐랄까, 서정적인 느낌이다. 그렇다.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꼽으라면 '서정적'이란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니깐.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저자는 시단에서도 주목받는 시인이다. 『한 사람의 닫힌 문』은 그녀의 두번째 시집으로 사회적 아픔을 서정적으로 변화시켜 풀어내었다.
우리가 겪는 일상의 감정들이, 즉, 저자 본인이 겪는 그 감정들이 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적당한 크기와 모양으로 조각을 내어 아무 바닥에나 던져버릴 수도 있다 오래 벼린 칼이 있고 마침 칼은 가방 속에 있고
나는 지금 교외로 향하고 있다 끈과 칼은 이상하리만큼 닮았고
끊을 수도 더 잘 끊을 수도 있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있다 _「끈」 중에서
왜 그렇게 말해요? 당신은 그만 화를 내고 왜 자꾸 불행을 아는 체해요? 그러면, 그러면 뭐가 좀 있어 보일 것 같아?
……
예쁘지 않다 예쁘지 않다
그런 나는 조금씩 안심하고 있다고 당신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고 싶지만
곁에 없는 당신 지금 당신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다고, 빈방에 들어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주저앉은 당신은 구겨진 얼굴을 감싸 쥐고서 아무도 모르게 운다
그런 당신 곁에 나는 조금씩 있을 수 있다고 _「마음」 중에서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걷고 여전히 살아 있다. 마치 죽은 듯 벽돌을 닮았다
괜찮아요, 또 금세 잊겠죠. 같은 말을 한다 무던한 사람이라고, 당신은 나를 그렇게 알면 좋겠다
벽돌에게도 밤은 있고 또 그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아픈 기도의 문장을 읊조리기도 할 테지만 그것은 단지 벽돌의 일 당신과는 무관한 일 _「이 단단한」 중에서
시를 읽다보면 글쓴이의 감정이 단어 하나하나에 함축적으로 모아져 있어 곱씹으며 읽게 된다. 그 안에 읽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시를 참 좋아하나 보다. 평소에는 윤동주, 백석 시집과 나태주 시집을 자주 읽는데 젊은 시인들이 많은 주목을 받으면서 나 또한 그들의 시집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유망있는 젊은 작가들이 주목을 받을 때면 한국문학의 미래가 밝은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