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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역사상 거대한 위업을 달성한 현인으로, 그의 자제된 모습에만 치중하여 내면의 세세한 감정 선을 엿보려는 시도는 언감생심이었다. 서양의 신들조차 우리 인간과 같은 사랑을 함에, 인간 정약용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었음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를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한 다수의 사랑은 홍씨 부인과 홍임 모 사이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었음이라. 홍임의 출가 전날 밤 나누는 모녀의 대화, “나는 아부지도 버리고…… 글도 버리고…… 꿈도 버릴라요…….” 부분에서는 홍임 모녀의 서러운 삶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그들을 따라 눈물을 흘리며 정작 그들은 하지 않았던 정약용과 홍씨 부인에 대한 원망마저도 일었다. 찻잎의 채집에서부터 찻잔에 담기는 과정까지의 묘사, 유배 중인 아버지로 인해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던, 어쩌면 조금의 원망도 있을 법한 두 아들의 지극정성인 부모 봉양, 사상을 달리하는 스님들과의 격의 없는 교류, 스승의 후광으로 벼슬길에 올라 볼까 전전긍긍하는 군상들이 수호천사 홍임 모와 어우러져 정약용의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오가며 하나의 수필 같은 소설로 태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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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유배(流配)라는 불행이 가져다준 한국인의 행복 너무 잘 알려져서 읽히지 않는 고전처럼 정약용이라는 이름 석 자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에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정약용에 대해 물으면 다산이라는 아호, 유배(流配), 읽어보기 쉽지 않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비롯한 몇몇 저술에서 멈추기 마련이다. 다산학 연구자가 아닌 담에야 다산 마니아(mania)라 할지라도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를 어찌 다 읽겠는가! 솔직히 재미있는 책들도 아니거늘... 그래서 정찬주 작가가 이 책에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번잡한 마음을 내려놓게 해주는 차향 그윽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가 이번에는 시대를 초월한 걸출한 유자(儒者)이자 학자인 다산의 생애를 화두로 우리 곁에 신선하게 다가왔다. 작가가 직접 다산의 강진 유배 행적을 발로 밟으며 숨겨졌던 여인과 딸을 역사의 양지로 끌어냈다. 더불어 스산한 유배자의 가슴 속을 깊이 헤아리며 강학(講學)을 통한 제자 양성과 차(茶)문화 등 조선의 풍속과 문물을 맛깔나게 차려 놓았다. 책을 읽으며 깊은 글이란 세월이 필요한, 발효의 작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잘 읽힌다. 강진 토속어를 살린 향토성과 선비 글공부는 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