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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을 몰랐다. 그가 칼럼을 기고했던 신문을 정기구독하면서도 난 그의 칼럼을 포착하지 못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를 읽었음에도 그가 애도일기를 번역했는 지 조차 몰랐다 그가 떠나버리고 난 뒤에야 그의 책을 찾아 읽는다
아침의 피아노, 고요하고 정갈한 언어,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진 말이지만 무겁지 않았다 삶을 깊게 생각한 뒤에야 나올 수 있는 문장들. 그가 빨리 가버린 것이 안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벤야민 강의록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를 읽었다. 그를 알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독일에서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철학을 공부했던 전문가인 그는 왜 지금까지 책을 쓰는데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그는 철학을 생활에 착종하는 방법으로 대중강의를 추구했나보다. 나처럼 무지하고 게으른 사람은 찾아가지 못하는 방법을..
일주일동안 그의 책을 틈나는대로 읽었고 잘 읽으려 할 수록 눈꺼풀은 무거워졌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글을 읽은 지가 엄청 오래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는, 기계문명의 발전으로 편리해지기 시작한 근대는 정상시대같지만 과거를 전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하는 비정상시대라고 통렬하게 비판한 지식인 벤야민!
벤야민은 세계대전의 와중, 일찍이 뉴욕으로 망명했던 아도르노가 미국으로 이주를 재촉했지만 유럽의 위기를 마지막까지 목격하는 증인으로 남겠다고 탈출을 미루는데 유대인 체포령으로 수용소에 감금당했다가 미국으로 탈출하려 하지만 결국은 떠나지 못하고 다량의 몰핀을 복용하고 생을 마감한다.
벤야민의 책이 아니고 벤야민에 대해 강의한 책이라 할 지라도 한번 읽고 나서는 제대로 된 리뷰를 나는 아직 쓸 수 없다. 졸음을 참으면서 이해하려고 했던 노력이 헛것인 것 같아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지기는 하지만 김진영선생의 말 몇단락을 옮겨본다.
물론 그것은 벤야민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과거로부터 희망의 불꽃을 점화하려는 사람은 적들이 승리하면 죽은 자들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나만 안전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과거에 죽은 자들마저 사라지면 우리가 기억하는 대상이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정말 바꾸어낼 수 있는 근거 자체도 말살되고 마는 것입니다. 적들은 오늘도 승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적들은 끊임없이 개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역사가가 새로운 전통을 빼앗아 내기 위해서는 잘못된 전통이 정상적인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는 역사라는 하나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 빗질을 해야 합니다"
"과거의 아버지가 어떻게 짓밟히면서 살아왔는가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약속된 우리의 아이들의 행복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빼앗긴 전통을 회복할 때에만 새로운 미래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새로운 미래속에서만 나의 아이들이 행복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벤야민은 소위 부르주아의 역사관과 그것을 해체시키고자 하는 사회민주주의 역사관이 서로 대치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기독교적 역사관이 둘 모두를 포괄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이 근대화되면서 진보적 역사관이 됩니다. 진보적 역사관은 지금은 혁명의 시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기독교는 신이 구원을 해 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진보적 역사관은 지금은 혁명의 시간이 아니라고 말하고, 기독교는 신이 구원을 해 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중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는 것은 근복적으로 연기의 역사관에 불과합니다"
"과거속으로 뛰어들어가서 과거도 깨어나고 현재도 깨어나 서로 충돌하며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간이 탄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의 시간(the time of the now)" 입니다"
왜 우리가 벤야민을 읽어야 하는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잘못된 전통을 파괴하고 적들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다. 조금 더 기다리라는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는 감언이설에 속지 않기 위해서, 당장의 삶을 유예하고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미래를 계속 연기하는 자들에게 속지 않기 위해서이다.
김진영선생은 벤야민을 위대한 역사윤리학자로 평가한다. 지식인으로서 정체성을, 순결한 지적 도덕성을 지니고 있었고 그것에 충실한 삶을 살려고 했던 사람을 우리는 읽어야 하지만 부끄럽기 때문에 그를 외면하는 지도 모른다고 한다.
"벤야민은 자신을 따라 살아가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모자라는구나라는 고백을 통해서 그 글을 읽는 이를 부끄럽게 만듭니다. 우리가 벤야민을 읽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 것입니다 "
김진영 선생의 벤야민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이 빛을 보면 좋겠다. 철학이라는 것이 왜 중요한 지, 역사철학이 왜 중요한 지를 깨닫게해주고 싶었던 그의 노력을! 과거는 이제 역사에 맡겨두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나아갑시다라고 하는 선무당, 이론가, 학자, 종교인, 정치가 등 이 세상의 이름뿐인 가짜선생을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려고 했던 그의 노력을 기억하자
내내 감고 있었던 눈을 조금이나마 뜨게 만들어 준 그의 책
다시 읽고 이 책의 리뷰를 쓸 수 있기를... 빠른 시일 안에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