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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인물이다. 2,500여년 동안 동양인의 정신세계와 현실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가장 ‘지배적인 자리’라고 보는 사람도 매우 많을 것이다)를 차지하면서, 정치, 사회, 문화, 철학, 일상생활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고 큰 영향을 미쳐 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만 알고 있다면 쉽다. 공자에 대한 이해는 쉽고, 그의 사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표현했다고 누구나 알고 있는 <논어>에 대한 이해도 쉽다. 최소한 쉽게 핵심을 요약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공자와 공자사상의 이해는 어렵지 않다’고 나도 몇 년전까지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한 이래로(딱히 연대를 특정하기는 힘들겠지만, 21세기에 들어선 지 얼마 후라고 어림잡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자칭 타칭의 인문학자들이 공자의 <논어>를 제대로 읽으면,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 자체가 달라진다고 힘주어 말하기 시작했다. 일상의 분진에 묻혀 살지만, 그래도 일반 생활인 중에서는 나름 독서깨나 하는 축에 속한다고 자부해 온 나는 위와 같은 주장들에 호기심과 믿음을 갖고, <논어>를 재독(再讀) 또 재독해봤다. 그러나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다. ‘내 독서방법에 문제가 있나?’ ‘내 사고방식의 문제인가?’ ‘훌륭한 안내자(=교사)의 가르침과 해설을 독서와 동시에 들어야 하나?’ 등등의 여러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는 공자와 <논어>에 관한 한 ‘강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해 왔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얼마나 정신이 없고 그 와중에서 공부라는 걸 하려면 소화해내야 할 독서꺼리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장담은 할 수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기대와 실망의 과정을 거쳐 왔지 않을까? 우연찮게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를 접하게 됐고, 마음 굳게 먹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읽히지 않았고,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내용상 내가 ‘뻔히 아는 뻔한 내용’을 약간 다른 체제로 쉽게 해설한 책 정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서술 방식도 왠지 낯설었다. 그리고 책의 초반부에 종종 눈에 띄는 오탈자와 띄어쓰기의 오류....‘해야 할 일 많은데....’ 하며 책을 놓아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이 책의 장점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자를 완전무결한 성인으로 강변하지도 않았고, 공자의 사상을 무조건 찬양하지도 않았다. 공자의 사상에도 문제점이라고 지적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하며, 심지어는 춘추전국시대의 공자의 반대학파 이론가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공정해 보이는 관점으로 설명하고 서술했다. 무엇보다도, 공자사상의 주요개념들을 가능한 한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다. 지금까지 읽어온 <논어>원전이나 해설서, 그리고 제자백가 해설서 들과는 상당히 다른 면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으로 고난도의 학문적 해설을 하겠다고는 애초에 저자와 출판사가 의도하지도 않았으리라. 그런데, 이 정도의 분량으로는 공자사상의 주요부분을 썩 요령있게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고사(古事), 여러 제자들과의 관계 및 에피소드, 당시의 구체적 현실 상황(지금의 눈으로는 역사적 맥락) 등을 적절하게 섞어 가면서 해설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해하기가 쉽다. 깊은 의미를 어렵게 얘기하는 것 보다는 요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쉽게 얘기해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은가. 공자와 <논어>에 관해서 내가 읽어온 10권 정도의 책 중에서 가장 쉽고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는 책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핵심을 비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후기(後記)를 쓰고 있는 필자처럼, 공자와 <논어>에 관해서 상당한 관심과 이해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만족스러운 인식과 이해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만족에 도달하기 위한 좋은 계기와 굳건한 디딤돌을 제공하리라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의 바쁜 일들이 지나가면, 이 책을 두 번 정도는 더 정독해 보리라고 마음먹고 있다. 이 책의 ‘옥의 티’처럼 보이는 오탈자 등은 2판에서는 교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살짝 가지면서, 나처럼 일상의 분진 속에서 사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인문독서의 세계에 이제 발을 들여 놓으려는 청소년이나 그들의 부모에게는 특히 소중한 책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